난 먹는 걸 그다지 가리지 않는다. 뭘 먹느냐보다는 얼마나 많이 먹느냐가 나의 일차적 관심분야였다. 물론 내가 뭐든지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보신탕을 못먹고, 원숭이 골이나 푸아그라 같은 것도 먹지 못한다. 그런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냐만은, 내가 특이한 점은 과일을 먹지 못한다는 거다. 먹으면 두드러기가 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싫다. 옥수수, 호두, 감자, 고구마 등도 내가 먹지 않는 것 중 하나다. 콩도 아주 싫어해, 언젠가 점심으로 콩국수가 나왔을 때는 그냥 굶고 말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닭, 돼지, 소, 그리고 생선회만 잘 먹으면 만사 오케이기 때문이다. 맥주 마실 때 과일안주를 시키면 난감하긴 하지만, 정 급하면 나가서 새우깡이나 쥐포를 사오면 되지 않는가. 못먹는 게 한둘이 아님에도 내가 스스로를 까다롭지 않은, 대체로 무난한 사람이라 생각하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먹는 것의 세계는 크고도 넓었다.


진주로 출장을 가는 차 안에서 먹는 거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같이 간 선생 둘이 공교롭게도 미식가, 두분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희한한 음식 얘기를 했다.

A: 고래 먹어 봤어? 작은 건 천만원이고 큰건 억대인데, 버릴 게 없어. 턱살이 특히 맛있고, 내장 맛도 죽여.

B: 중국에서 고래라고 하는 건 순 돌고래야.

A: 돌고래는 맛이 하나도 없지.

나: 고래는 보호어종이라 못잡는 거 아닌가요?

A: 일부러 잡진 못해도 쳐놓은 그물에 걸린 건 할 수 없지.

나: 그게 그거 아니어요?

A: 엄밀히 따지면 그렇지.

B: 난 캥거루 꼬리찜을 한번 먹어봤는데, 소꼬리보다 못하더라.

A: 난 악어 스테이크를 언제 한번 먹었었지.

B: 중국에 갔을 때 뱀집에 갔는데, 뱀 껍질을 벗기니까 피가 막 나오잖아. 근데 한국 사람들이 그걸 컵에 받아서 마시더라고.

A: 중국에선 지네랑 전갈도 먹지 않냐?

B: 구더기도 먹던데.

A: 낙타 혹 찜도 기억이 난다.

나: 중국에도 낙타가 있나요?

A: 그럼, 중국 서쪽으로 가면 사막이잖아.

나: 혹찜이면 순 물만 있을 거 아니어요?

A: 그렇지. 그냥 특이해서 먹는거지, 맛은 별로야.

B: 제비집 스프를 먹은 적이 있는데.....

A: 제비집이면 모래주머니잖아. 그걸 먹어?

B: 그런대로 짭짤해.

A: 곰발바닥 먹어봤어?

B: 곰발바닥은 왼쪽 앞발이 더 비싸. 곰이 꿀을 먹고 꼭 왼쪽발을 핥거든. 그래서 아주 달콤하고 맛있대.

A: 그게 구별이 가?

B: 척 보면 알지.


뒤에서 듣고 있자니 영 속이 거북했다. 그래서 잠을 청하려고 하면 갑자기 “서선생! 지네가 말이야...”하고 말을 건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다 들어야 했다. 그런 것들에 속이 미식거리는 걸 보면 난 좀 까다로운 사람이 맞는 건가보다. 하여간 사람들, 별 걸 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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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0-08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일은 못드신다는 건 안타까운데요 ^^;;
(피부미용을 생각하셔야죠)
저야말로 닭, 돼지, 소를 안먹고 채식위주 식단으로 살아가는데;;

미완성 2004-10-0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일도 안타깝지만, (과일값을 생각해볼 때 가정경제에는 큰 보탬이 되는군요;;)
전 고구마와 감자가 너무 아까워요..ㅜ_ㅜ
밥해먹기 싫을 때 그것들 삶아먹기만 해도 한끼가 되는데....

신기한 요리들은 모두 비쌀텐데
맛이 없다면서도 굳이 찾아먹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합니다아.
전 국내에 시판되는 라면 종류를 시식해보는 것도 버거운데;;

ceylontea 2004-10-08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싸기 때문에먹는 것 아닐까요?
전 그런 음식을 접할 기회조차 없으니.. 그걸 먹어 말어.. 고민 할 여지도 없겠군요...

2004-10-08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10-08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낙타혹찜이라니 정말!

하얀마녀 2004-10-08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의 달인을 한번 읽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분명히 재미난 리뷰와 페이퍼가 쏟아져 나올 것 같은데요. ^^

마냐 2004-10-0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상당히 대단한 '미식가'들이시긴 한데, 다소 '과시형 미식가' 이신듯...
그나저나, 과일과 감자와 고구마...까지. 마태님 어린 시절 뭐 먹구 자라셨는지...재벌2세의 식단이 궁금해졌답니다. ㅋㅋ

조선인 2004-10-0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근무중인 후배가 생각나는군요. 모처럼 한국에 나와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이렇게 평범한 식당이 그리웠다고 꽤나 호들갑을 떨더군요. 식재료를 직접 골라야 하는 식당이 너무 싫었다나?
단골로 접대받던 중국식당의 경우 거의 동물원 수준으로 뱀이며 토끼며 자라며 개며 원숭이 등이 살아있는 신선도를 뽐내고, 손님이 그 중 하나를 직접 택하면 요리사가 친절하게 잡아서 요리하는 과정을 시연해보여준다고 합디다. ㅎㅎㅎ

플라시보 2004-10-0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인간이 못 먹는건 없나봅니다.^^ 먹는것에 대한 혐오감은 문화적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야 개를 먹는게 자연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다 먹는건 아니지만) 유럽 사람들은 헉겁을 하지 않습니까. 근데 나열한것 중에서 낙타 혹 찜이 가장 엽기적입니다. 상상도 못했었거든요. 하긴 모기눈알 요리도 있다고 하는 세상에 낙타 혹을 찜쪄먹지 말란 법은 없겠죠.

starrysky 2004-10-08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저 두 분은 양호하신 편이네요. 훨씬훨씬 더 몬도가네 같은(? 이 말의 어법을 잘 모르겠어요. 명사인지 형용사인지;;) 인간들이 얼마나 많다구요!! 그런 사람들 진짜 시러욧!! ㅠㅠ

sunnyside 2004-10-0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의외로 많이 가리시는걸요? 제가 좋아하는 건 다 싫어하시네요. 옥수수, 감자, 고구마... 전 환장합니다. ^^

마태우스 2004-10-0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니사이드님/님의 미모가 다 그 덕분인가봐요^^
스타리님/앗 저 두분보다 더한 분이 있다구요??? 얘기해 주세요!!! 궁금해요!
플라시보님/모기 눈알이라...그걸 왜 먹는답니까?? 모기 눈알 떼는 것도 참 어려울 것 같은데...
조선인님/제가 그래서 중국을 싫어한다는 거 아닙니까. 원숭이가 얼마나 귀여운데 그걸 잡아먹는답니까.
마냐님/뭐 평범하게 닭, 돼지, 소, 생선 이런 거 먹고 자랐어요^^
하얀마녀님/그게 몬도가네 얘긴가보죠?? 맛의 달인이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드무비님/아까도 여기까지 쓰다가 님이 속삭여준 거 보고 오자 고치다, 다 날렸다는.....^^ 낙타혹찜 정말 엽기적이죠??
실론티님/저도 뭐 그렇죠. 죽어도 낙타혹찜은 안먹을 겁니다. 거기 물밖에 더 들었겠습니까.
사과님/언제 저랑 낙타 혹찜이나 먹으러 가요!^^
체셔고양이님/앗 저랑은 정 반대시군요. 아쉽군요!!!

sweetmagic 2004-10-08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에서 저 진짜 이상한 종류별로 다 먹었었어요... 별별걸로 다 요리 하더군요
무슨 무슨 애벌레, 각종 동물의 각양각색의 부위... 전 그중에 특히 향촌가 하는 풀, 진짜 그거 먹고 죽는 줄 알았어요. 으웨~~~액.......

그나저나 벤지는 오늘 어떘나요 ??

하이드 2004-10-08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먹기 귀찮은건 싫어요. 수박이라던지, 큰 양상추라던지, 쭈쭈바라던지.

마태우스 2004-10-08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하이드님/저랑 비슷하군요. 저도 손을 버려야 하는, 다시 말해서 우아하게 먹을 수 없는 음식은 질색이어요!
스윗매직님/그래도 드시긴 드셨네요? 오늘 벤지는... 어제보단 좀 안좋습니다. 그래도 당장 일 생기진 않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지금은 옆에서 자요. 벤지 이뻐해 주셔서 감사해요.

panda78 2004-10-08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매직님, 전 향채 좋아하는 편인데.. ^^ 제 시누는 향채(고수)라면 죽고 못살구요. 저희 집 마당있을 땐 씨뿌려 키워 먹었더랬죠;;;

저도 보신탕은 못먹어요. 근데 제비집이 모래주머니에요? 아니잖아요? ;;;; 닭똥집이 모래주머니고.. 제비집은 아니지 않나.... -_ -a

panda78 2004-10-08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가 또 안좋아졌어요? 어쩌나.... 어서 많이 나아지기를....

부리 2004-10-0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제비집은 모래주머니가 아닌가요? 앗 그럼 뭐지요??
판다님/벤지가 ...흑흑... 이 고비를 넘겨야 할텐데....

panda78 2004-10-0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와 또는 연채라고도 하며 금사연의 새둥지이다. 금사연은 해안 절벽 위에 둥지를 트는데, 소화샘에 나오는 아직 소화되지 않는 음식물을 분비해 둥지를 만든다.
이 때의 제비집은 새햐얗고 빛나므로 백연이라고 한다. 제비집 중에서 품질이 가장 우수하다.

금사연은 두 번째로 둥지를 틀 때는 타액이 별로 없어 자신을 깃털을 섞어 짓는데, 이것을 모연이라 한다.

타액이 이미 다한 뒤 다시 토해낸 소화액에는 핏기가 나오는데, 이것으로 만드는 세 번째 등지를 혈연이라 한다.
제비집은 모양이 완전하고, 둥지가 크고 두껍고, 색이 희고 반투명하며, 밑바닥이 작고 제비 깃털이 적게 든 것이 상등품이다. 투명하고 새햐얗게 두꺼운 것이 가장 좋다. 이런 제비집은 불어나는 성질이 강해 50g에서 90g 정도로 불어난다. - 네이버 지식검색 참조.

라고 합니다. 보통 수프 형태로 만들어 먹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물론 먹어본 적은 없지요.. 비싸다 그러대요. ;;

비로그인 2004-10-09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웩... 상상하니까... 기분이 묘해지면서...;;
전 거의 모든 것을 잘 먹는(보신탕 이런거 빼고...) 편입니다만, 제가 싫어하는 녀석들은 다름 아닌 파, 마늘, 양파, 피망 등등... 그 친구들... 국 같은데 들어가 있으면 놀라울 정도로 골라내지요. 심지어 국물을 다 마시더라도 위에 적은 녀석들만 고스란히 그릇에 남기는 묘기 아닌 묘기를 선보이기도 한다는...-_-

돈이없네 2011-05-2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개고기이런건 그렇다쳐도 푸아그라는 원래 잘 못먹는거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