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나라에 두 호걸이 살고 있었다. 마태우스와 부리, 둘다 새우눈과에 속해서인지 그들은 쉽게 친해졌고, 자몽상자를 앞에두고 의형제를 맺었다.
“우리는 평생 화목하게 지낼 것이며, 이 맹세를 깨는 사람은 폭스바겐을 사내야 하오!”
둘은 술과 여자를 좋아했다.
부리: 강남에 <스타리의 별다방>이라는 곳이 있는데, 마담이 천하절색이요. 같이 한번 가봅시다.
마태우스: 오오, 나도 그 이름은 익히 들었소. 오늘 당장 가도록 합시다.
하지만 둘의 우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리는 원래 털짱이란 미녀를 사귀었는데, 털짱을 보고 한눈에 반한 마태우스가 ‘스텔라’라는 진귀한 보석을 보내는 등 잦은 선물공세로 털짱의 마음을 돌린 것. 부리는 크게 노했다.
“더벅머리 마태우스놈이 어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부리는 연보라빛우주와 복돌이를 앞세워 마태우스의 서재를 공격했고, 마태우스도 책자매-책울타리, 책나무를 일컫는다-와 더불어 부리의 공격에 맞섰다. 부리가 외쳤다.
“넌 즐겨찾기 숫자도 많고 코멘트도 많이 달리면서 어찌 남의 여자를 빼앗는가?”
마태우스가 화답했다.
“무슨 소리인가? 털짱은 원래 나를 좋아했다. 이 글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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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짱() 2004-07-31 0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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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님/.. 달빛 아래에서 맹세한 우리의 사랑은 다 거짓이었단 말인가요? 영원히 저만 사랑한다 하시고선...
부리는 분기탱천했다. 82근 청룡도를 들고 마태우스를 향해 달려든다. 마태우스도 지지 않았다. 애마인 조선남자를 타고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대항한다. 창과 칼이 부딪히고, 곳곳에 함성이 진동하는 가운데, 둘은 100여합을 겨뤘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날이 저물자 둘은 휴식을 취했고, 날이 밝으면 다시금 싸움을 했다. 싸움은 100여일간 계속되었다. 마립간, 마냐, 오즈마, 아영엄마는 마태우스에게, 부라세보, 부족초5년박예진, 부킹웨이는 부리에게 합류하는 등 수니나라는 두패로 나뉘었다. 자연히 분위기가 뒤숭숭해졌고, 사람들은 예전처럼 글을 많이 생산하지 않았다. 삭막해진 모니터를 보고있던 수니나라의 왕 파란여우는 길게 탄식했다.
“부리와 마태가 싸움을 그치지 않으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진우맘이 답했다. “이번 싸움의 본질은 여자 때문이 아닙니다. 부리가 그간 마태우스로부터 받아온 차별대우에 앙심을 품고 싸움을 일으킨 겁니다. 주군께서 마태우스를 불러 부리에게 일정 지분을 나누어 주도록 명령한다면 싸움이 끝날 수 있을 것입니다”
파란여우는 무릎을 탁 쳤다. “공의 뜻이 내 뜻과 일치하오!”
파란여우는 부리에게 조서를 내려 궁궐로 들어오라고 했다. 부리는 모사 가을산에게 물었다.
“파란여우님이 날 부른다니, 이게 무슨 연고요?”
가을산이 대답했다. “이건 필경 부리님과 마태를 화해시키려는 계략입니다. 화해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마태우스 놈이 워낙 교활해 우리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두렵습니다”
부리가 껄껄 웃었다. “내 어릴 적 별명이 잔대가리요. 마태우스 더벅버리놈이 아무리 꾀를 낸다해도 내 손바닥 안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요”
부리가 궁궐에 가자 식탁에는 이미 마태우스가 앉아 있었다. 놀란 부리는 칼을 빼들었고, 마태우스도 방천화극을 집어들었다.
“내 앞에서 이게 무슨 짓둘이요!” 파란여우가 고함을 치자 둘은 할수없이 자리에 앉았다. 로렌초의 시종이 멍든사과와 물만두를 가져와 식탁에 놓았다. 나가려는 로렌초의 시종을 파란여우가 불러세웠다.
“소굼도 갖다줘야지! 물만두를 어떻게 그냥 먹나?”
소굼이 오자 파란여우가 입을 열었다.
파란여우: 경들이 싸움을 시작한지 어언 100일이 되었소. 민심은 날로 흉흉해지고, 서재 주인들은 글을 안쓰고 있소. 이제 그만 싸움을 끝내는 게 어떻소?
부리: 7월에 제게 배당된 글은 단 5일에 불과한 반면, 마태우스는 29일이나 됩니다. 저는 딱 한번 5000원 적립금을 탄 반면, 마태우스는 15주 연속 기록을 세우는 등 늘 주간서재의 달인에 포함됩니다. 게다가 제게 할당되는 글이란 게 “남창을 허용하라!”같은 남우세스러운 글들이라 가족들이 볼까 두려울 지경입니다. 이런 불공평과 어거지를 시정해 주지 않는 한 군사를 물릴 뜻이 없습니다.
파란여우: 그렇다면 자네의 요구는...?
부리: 리뷰건 페이퍼건 마태가 쓰는 글의 절반을 제게 배분해 주십시오.
마태우스가 말을 잘랐다.
마태우스: 그건 안됩니다. 저도 겨우겨우 주간 서재의 달인에 턱걸이하는 판국입니다. 지금 5천원에 대한 경쟁은 사상 유례없이 치열해, 스윗매직은 주말마다 30여편의 글을 올리고, EGOIST는 지난주말 70편의 글을 올렸습니다. 이런 판국에 글을 나누면 5천원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갈 것입니다. 될 사람을 밀어줘야 합니다.
파란여우가 들어보니 그도 그럴듯했다.
파란여우: 내가 듣기에도 부리의 요구가 터무니없소.
부리: 그렇다면 인기프로인 3류소설과 알라딘 뉴스레터 중 하나를 제게 할애해 달라고 하십시오.
파란여우는 마태우스를 바라보았다.
파란여우: 들어줄 수 있겠소?
마태우스: 3류소설은 제가 아끼는 프로입니다. 둘 중 하나를 줘야 한다면 알라딘 뉴스레터를 드리지요.
뉴스레터를 준다는 말에 부리는 크게 기뻤다. “그렇게 나온다면 저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마태우스와 부리는 결국 평화조약에 서명을 했다. 서재로 돌아간 부리는 군사를 해산시키고 장수들과 더불어 만찬을 가지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술에 취해 열나게 자는데 가을산이 부리를 깨웠다.
“큰일났습니다”
잠에서 덜깬 부리의 눈에 가을산이 신문을 들이밀었다. 잠이 확 깼다.
[알라딘 뉴스레터 폐지! 새신문 창간!
...마태우스는 그간 식상하다는 평을 들어온 알라딘 뉴스레터를 폐지하고 주간 알라딘 뉴스를 창간하기로.... ]
부리는 허리에 찬 칼을 뽑았다. “마태우스 이 더벅머리놈을 당장...”
가을산이 그를 만류했다. “참으셔야 합니다. 싸움을 끝낸 지 얼마 안되어 다시 싸움을 일으키는 건 도리에 어긋나고, 가뭄이라 논이 메말라 가고 있는데 싸움을 일으키는 건 경우가 아닙니다. 군사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리가 망설이는데 밖에서 꾀꼬리같은 소리가 들렸다.
“그래요, 싸움 그만하고 나랑 놀러가요!”
모두들 놀라서 소리나는 곳을 쳐다봤다. 털짱이 눈부신 미소를 띄며 걸어오고 있었다. 부리는 부리나케 달려가 털짱을 맞았다.
“아니 털짱! 마태에게 간 줄 알았는데...”
“부리, 미안해요. 제가 잠시 흔들렸어요. 재물보다 귀한 게 사랑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이젠 다시 떠나지 않을께요”
부리가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짓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내렸다. 가뭄의 ‘단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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