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8월 4일(수)

마신 양: 맥주 1.6리터짜리 하나, 그리고 캔 4개 추가로 더...


1) 아빠와 아이

기차를 타고 멀리 다녀올 일이 다녀올 일이 있었다. 시간을 줄이려고 KTX를 타려는데,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고 있다. 보니까 어린애-이하 꼬마-다. ‘애들이란...’이란 생각을 하며 기차를 탔다. 내 옆에 젊은 여인이 타서 잠시 기뻤지만, 곧 망연자실해졌다. 내 자리는 KTX의 마주보는 좌석인데, 우리 앞에 아까 소리를 지르던 그 꼬마가 탄 것. 그보다 어린 동생-이하 동생-과 아빠, 이렇게 셋이서 내 앞에 자리를 잡은 거다.


난 꼬마를 경계했지만, 떠들기는 동생이 더 떠들었다. 꼬마의 말이 비교적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었던 데 비해, 동생의 난해한 말은 더더욱 내 머리를 아프게 했다. 그렇다고 꼬마가 조용했다는 건 아니다. 그들은 내가 본 어떤 애들보다 더 떠들었고, 기차 승객 모두를 심란하게 했다. 내 옆 여자애는 mp3를 들으며 잠을 청하려 했지만, 불쌍한 여인 같으니, 그건 불가능했다. 꼬마가 물을 뿌리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했으니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애 아빠다. 애들이 그토록 떠드는데 시종일관 잠만 잔다. 떠드는 거야 그렇다쳐도, 애가 천장에 올라가는 등 위험한 짓거리를 해도 통 관심이 없다. 가끔씩 일어나서 “조용히 해라!”고 더 큰 소리로 한마디 하고는 그냥 자 버린다. 애가 위에서 떨어지는 걸 받은 건 나였고, 아빠는 계속 잤다. 아빠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려해도, 이런 젠장, 그들은 판박이였다. 내가 아빠였다면 그렇게 애들을 방치했을까? 주의를 준다해도 떠드는 걸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했어야지 않을까?


하두 떠드니 옆 좌석의 아주머니가 애들에게 껌을 주면서 조용히 하면 또준다고 설득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기차의 평화를 위해 난 책읽기를 포기하고 노트를 꺼냈고, 뱀, 고양이, 사자, 말 등을 그리며 놀아주려 했다. 하지만 애들은 갑자기 내게 물을 뿌리는 등 난폭한 행동을 했다. 그들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애들이었다. 능력의 한계를 절감한 난 가방을 싸들고 나가 기차간에 서서 책을 읽었다.


2) 조카들

어제 간만에 술을 안먹고 쉬려는데, 여동생네가 온단다. 그럴 때면 난 공포에 질린다. 여동생의 둘째가 한성질 하니까. 그 녀석이랑 한 십분만 있어도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잠깐 사이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벌이는 게 그녀석 특기다. 2년 9개월이 되었는데 여동생의 말에 의하면 “정신연령은 돌이야!”다. 얼마 전엔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내 컴퓨터를 끄고, 금붕어에게 봉지에 있는 먹이를 몽땅 쏟아붓고, 그걸 수습하는 와중에 프린터를 망가뜨렸다. 그런 아이와 한 이삼십분 있으니 울고 싶어지는 일, 근데 그가 또 온다니 어찌 심란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어제의 그는 비교적 양호했다. 수박을 먹겠다며 받아다가 바닥에 던져서 부숴 버리고, 러닝머신의 안전스위치를 뽑아 어디론가 던졌다 (겨우...찾았다). 벤지 물그릇을 엎고, 벤지 밥을 뺏어먹기도 하고, 러닝머신 속에다 종이를 넣다가 제지를 받기도 했고, 누나가 갖고 노는 것을 뺐다가 싸우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자기 누나를 여러번 물었지만, 평소와 비교할 때는 양호한 편이었다. 내가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고 감탄할 지경. 아, 이런 일도 있었다. 엄마 휴대폰을 벤지 물그릇 속에 담궜다. 다행히 작동은 되는 것 같지만, 엄마는 그게 많이 속상했는지 휴대폰을 누가 얘한테 건네줬는지 탐문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애니콜에서 싸이언으로 바뀐 것을 늘 탄식하던 엄마인지라 그게 좀 의외였는데, 엄만 이러신다. “무슨 소리야. 내가 저 휴대폰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아무튼, 별탈없이 잘 지나가나보다고 생각했는데 막판에 일이 생겼다. 동생이 누나의 얼굴을 손으로 할퀸 것. 누나는 엊그제 내 누나의 셋째 아들과 놀다가 이마에 받혀 시퍼렇게 멍이 든 상태인데-내가 봐도 좀 참혹했다-, 거기다 대고 또 할퀴었으니 여동생이 민감할 만했다. 평소에도 그렇게 잘 할퀸다나? 여동생은 동생을 두들켜 팼고, 동생은 당연히 울었다. 녀석이 울자 녀석의 누나에게 할퀼 때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던 난 다시 머리가 아파왔다. 매제는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잘 산단 말인가. 우리 엄마도 노골적으로 “가봐야 되지 않느냐”고 했고, 다행히도 그들은 갔다. 후회했다. 어제 술 마실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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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8-0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이야기...제 시동생네가 그런 쪽이라(저도 전에 쓴 적 있는데, 애들에게 거의 신경을 안 쓰더만요..쩝~) 할 말이 없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우리 애들은 참 얌전한 거군요.. ^^*

호랑녀 2004-08-0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결혼 전엔 유난한 아이들에 대해 가정교육 운운하며 야단을 떨었더랬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낳고 키워보니... 떠드는 아이들을 보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불편해집니다. ㅠㅠ 아이 엄마도 우아하게 살고 싶답니다.
(그나저나 그 아이들의 엄마는 어디 갔을까. 혼자만의 휴가를 즐겼을까. 부럽다...)

하얀마녀 2004-08-0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 읽는 것만으로도 제 숨이 막힐 지경이에요 ㅠㅠ

마립간 2004-08-06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고 부모가 문제죠.
조카들하고 놀이 공원에 간 적이 있는데, 어떤 여러 가족이 자녀들과 함께 놀러왔습니다. 놀이 기구를 타기 위해 여러 놀이 기구 앞에 각각 부모들이 흩어져서 줄을 서고 있다가 순서가 되면 함께 온 아이들을 앞에 끼어 주었습니다. 줄을 서는 것은 부모의 몫이고 놀이 기구를 타는 것은 아이들이 몫인데, 저는 이 아이들이 장차 어른이 되면 공중도덕을 지키거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길러질까 걱정되었습니다.
음식점에서 마구 뛰어다는 어린이에게 주의를 준 적이 있는데 이때도 자신의 아이에게 뭐라고 한다고 기분 나빠했습니다. 크게 야단을 친 것도 아니고, 공중도덕을 지키라는 주위를 준 것인데... 앞으로 똑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다연엉가 2004-08-0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립간님의 말씀처럼 부모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씩 아이들을 방안에 가두어서 호되게 잡아도 다 만족을 못하는데. 아이들 기 죽인다고 그냥 놓아두라는 부모는 정말 불쌍하더군요.

밀키웨이 2004-08-06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구구....음냐음냐...저는 못 읽은 척..그냥 자는 척 하렵니다.
울 집 차력형제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울 옆탱이는 그집 아빠와 달라서 귀싸대기 날리는 일조차도 서슴없이 해댑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입히는 것을 눈뜨고 보질 못하니까요.
근데 정말 요즘 애들 버릇없고 날뛰는 거 다 부모의 책임입니다.
절대적으로 부모의 잘못입니다.
제발 젊은 부모님들..그러는 나는 늙은 부모더냐? 아고....계속 잠결에 헛소리하는 척 해야지..음냐음냐...
내 애만 귀하다고 생각하며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똑같이 애 키우는 엄마로서 제일 싫은 게 애들 기죽는다고 오냐오냐 하는 거랑
애들한테 절절 매면서 자신이 늘 부족하다고 징징대는 엄마들의 소리더만요.

어? 자꾸 삼천포로 가기 전에 이만 스~~톱!!!

갈대 2004-08-0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반응에 둔감한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무섭습니다. 이런 성격은 분명히 타고나는 것인데 부모 역시 같은 성격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부모나 애나 똑같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겠지요. 아무리 주의를 주고 잘 가르친다고 해도 일정한 나이가 되어 아이가 자각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망아지처럼 날뛰는 것을 막기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panda78 2004-08-0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 지끈하네요.
심하게 장난을 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데도 아무런 제지도 안하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면 애 기죽인다고 당신이 뭐냐고 난리치는 부모만은 되지 않도록 해야지.


ceylontea 2004-08-0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부모가 문제예요... 저도 놀이동산.. 부모가 줄 서주고 아이들은 돌아다니면서 놀이구 타고... 이건 아이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력없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차지하는 거니까... 놀이기구를 타고 싶으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줄 알아야 하고, 자기아 원하는 것이 항상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지 않을까요?

starrysky 2004-08-0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전 애들이 무섭고 그 옆에 딸려 있는 우아한 척하는, 성격 나빠 보이는 엄마아빠는 더 무서워요.
주로 애들이 없을 법한 장소만 골라 다니고, 식당 같은 데 갔다가 애들이 좀 많다 싶으면 그냥 돌아 나오죠. 애들은 덩말덩말 무서워요 무서워~ 그 옆의 머리 없어 보이는 부모들은 더 무서워요~

nugool 2004-08-0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진형이네 반친구네랑 같이 외식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진형이 친구의 5살난 여동생이 장난이 아니드라구요. 하여튼 지지배 한 성깔하는데 밥먹으라 그랬다고 음식점 바닥에 나동그라져 우는데.. 내참... 진형이 친구의 엄마, 한마디도 안하고 그냥 보고 있는 거 있죠. 보다 못한 제가 한마디 했더니 더 울고 떼쓰고 난리 난리~~ 에구.. 정말 한대 딱 때려주고 싶었어요.. --;;;

sweetmagic 2004-08-06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은 무서워요,,, ㅠ.ㅠ

soyo12 2004-08-06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바로 패야해요.
애들은 생각보다 영악해서,
밖에서 놀면 어른들이 덜 혼내는 걸 알고 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식당에서든 남의 집에서든 바로 패야해요.
안그러고 집에 가서 패면 저 여자가 왜 그러나하는 심정으로 받아들여요.
저도 어렸을 때 그랬던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 혼을 낼 때 납득을 못하면
엄마는 꼭 나한테만 그래 그런 심정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자고로 잘못했을 때 잘못했다는 걸 알려주고 확실피 패야해요. 아. 또 흥분한 나. ^.~

superfrog 2004-08-06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말이 엄청나게 많아서 못 쓰겠어요.. 흐..;;;

마냐 2004-08-06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저도 누구에게 돌 던질 입장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조금 심한 편이긴 합니다. 부모 하기 나름...맞습니다.

2004-08-07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04-08-06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를 비롯하여 여동생, 남동생 모두 소심하여 크게 떠들고 놀지도 못했지요..물론 집에 우리끼리 있을 때야 별별 야단법썩을 다 떨었었는데, 밖에 나가서나 집에 손님이 오시면 숨 한번 크게 못 쉬고 잤는데...^^;; 요즘 애들은 무섭군요~~^^

2004-08-07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털짱 2004-08-07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격좋은 마태님이 힘드시겠군요. 그렇지만 마태님이 아들을 낳으면...?
음... 그의 바람기로 더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되실 것 같아요. 칫!!
(저 없는 사이에 그렇게 처신 주의하라 일렀는데 수시로 바람을 피다니.. 곧 응분의 조치가 가해질 것입니다. 전 그런 점에 있어서는 단호하거든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