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드라마를 보는 건 내게 버거운 일이다. 토요일 하루도 아니고 일요일까지 밤 10시에 들어와야 한다는 게 도대체 가능하기나 한가. 내가 좋아하는 김정은이 나온다고 해도, <파리의 연인>을 보지 않은 건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엊그제 술을 마시던 친구 하나가 그 드라마에 대한 내 견해를 물었다. "안봐서 모르겠는데?"라고 했더니 그 친구, 마구 화를 낸다.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알라딘까지 평정한 공인이 어떻게 그리 무책임할 수가 있느냐는 거다 (참고로 그는 전에 서지영인가 하는 가수가 폭력사건에 연루되었을 때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랬다.
"많은 사람이 즐겨보는 드라마면 좋은 드라마 아니니?"
그의 반문이다. "니가 그러고도 대한민국의 교수라 할 수 있어? 너 그러면 <인어공주>도 좋은 드라마냐?"
내가 여기다 <파리의 연인>에 대해 쓰는 건 순전히 그 친구 때문이다. 오늘치 막판 4분을 봤고, 생각을 해보니 전에도 20여분인가를 본 적이 있으니 쓸 자격은 된다고 본다. 아닌가?
1. 드라마의 인기 요인
1) 제목에 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프랑스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 Lesearch라는 여론조사기관에 의하면 한국인 10명 중 7명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로 프랑스를 꼽았으며, 2002년 월드컵 때의 열광적인 프랑스 응원은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몇 년 전 망한 그레이스 백화점에서 유행시킨 '신촌 지앤느'도 '파리지앤'을 모방한 것이며, 한국은 프랑스 화장품이 가장 잘 팔리는 나라이기도 한다. <파리의 연인> 역시 프랑스 붐에 편승하고자 지어진 제목이다. <방글라데시의 연인>이나 <뉴델리의 연인>이라고 했다면 지금같은 시청률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2) 김정은
내가 김정은을 좋아하는 것은 그녀가 우리나라 배우들 중 유머 연기를 가장 잘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일평을 했지만, 난 <재밌는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 특히나 김정은의 연기는 그야말로 보석 같았는데, 내가 김정은의 팬클럽에 가입한 것도 그 영화를 보고난 직후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달리 김정은은 그 뒤에 찍은 영화에서 모조리 망했으며, 최근 개봉한 <내 남자의 로맨스>도 반응이 그리 좋지 않다. 하지만 <파리의 연인>이 성공한 걸로 보아, 김정은의 코믹연기는 돈을 내고 극장까지 찾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TV 시청자들을 붙잡아 둘 정도는 되는 것 같다.
2. 내가 '수혁'이라면....
수혁은 김정은을 좋아한다. 하지만 드라마 상에서 김정은은 이미 박신양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다. 김정은이 화끈하게 박신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순전히 수혁에게 미안해서다. 내가 수혁이라면, 그래서 김정은을 정말 좋아한다면 그녀를 편히 보내주지 않았을까. 싸워서 쟁취하기보다는, 웃으면서 보내줄 수 있는 게 더 큰 사랑이다.
3. 내가 박신양이라면...
멋진 외모에 진짜 재벌2세인 박신양, 내가 그라면 김정은에게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을게다. 아마도 매일같이 나이트에 가서 여자들과 부킹을 하며 살지 않았을까? 누구 하나만의 연인이 되기에 박신양은 너무 멋지니까. 사실 만인의 연인이 되는 것도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정말 맘에 드는 여인이 있다해도 허벅지를 꼬집어 가며 참아야 하니까.
오늘 박신양이 김정은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너 그냥 나랑 같이 살자"
어찌보면 정말 멋대가리 없는 프로포즈지만, 박신양이 하니까 멋지기만 하다. 매력있게 생겼다는 건 역시 좋은 거다.
4. 결론
드라마를 욕하는 사람들은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걸 비판하는 거다. 그들이 꼽는 좋은 드라마란 현실의 어두운 구석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 그리고 시청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계도하는 것일게다. 하지만 늘 찌글찌글한 삶을 사는 시청자들은 TV를 보는 순간만큼이라도 환상에 젖어들고, 비루한 일상을 잊고 싶어한다. 평론가와 시청자들은 여기서 갈라진다. 평론가가 아닌, 시청자의 한 사람인 난 그래서 재미있는 드라마가 좋은 드라마라는 생각을 고수하련다. 맘대로 욕하시라. 우리는 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