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쓰고 있으면 컴퓨터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진다. 내가 잘못 쓴 말을 자기 맘대로 고쳐 버릴 때가 그렇다. 뭐, 그거야 좋은 기능일 수 있다. 문제는 내가 원래 쓰려던 표현을 바꿔 버리는 거다. 예컨대 '비참하게시리' 라는 말을 쓰려고 하면, '비참하게끔'으로 바꾸어 버린다. '시리'와 '끔'이 어떻게 같은 뜻이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다시 원래대로 고치려고 하면 계속 고집을 부린다. 지금이야 "시키면 시킨대로 해!"라는 게 통하지만, 녀석의 고집이 더 세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한글97이라 그런가?

난 워드를 400타쯤 친다. 그리 빨리 치는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먹고 살 만하다. 하지만 더 빨리 치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녀'라는 말을 쓰려다 순간적으로 잘못되면 '그년'이 되어 버린다. 우리 사회에서 '그년'은 '그놈'과는 차원이 다른 말이다. 내가 들은 얘기로 이런 게 있다. 채팅을 하는데, 여자 하나와 남자 셋이 있었단다. 근데 얘가 워낙 배가 고파서, "저녁 먹었어요?"라고 썼는데 그게 잘못되어 "저년 먹었어요"라고 되어 버렸단다. 물론 그는 강퇴당했다... 이름에 '조'와 '시옷'이 이어지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조순형이라는 이름을 빨리 치려다 '시옷'을 좀 세게 누르면 '좃순형'이 되니까.

구어체로 쓰다가 실수를 하는 수도 있다. 인터넷에선 "마태우습니다" "유멉니다"라는 구어체의 말을 자연스럽게 쓰지 않는가. 하지만 그것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조크'란 단어 때문이다. 어설픈 유머를 구사한 뒤 "조큽니다"라고 썼더니 아무래도 찝찝하다. 그래서 '조크입니다'로 바꿨다. 미리 헤아려 바꾼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그 서재 주인장이 여자분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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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6-30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이고 아침부터 님.....
절 너무 웃겨주시네요..ㅎㅎㅎ
400타면 굉장한 속도 아닌가요??

그런데 타수가 높다고 뽐내다보면.....정말이지...내머리속의 어휘와 손으로 쳐나가는 어휘는 달라지더군요!!...그래서 요즘은 알라딘 서재덕분에 어휘력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이것이 올바른 길이란 생각을 한다는것 자체가 고마울따름이죠!!...^^

호랑녀 2004-06-30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침부터 굉장히 왕성하시네요. 오늘 출근 안 하세요?
(그러는 넌 뭐하고 있냐구요?)

마태우스 2004-06-30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저 그게... 사실은 제가 오늘 본부에 가야 하거든요. 본부라 함은 서울에 있는 우리 학교를 말하고, 그건 한남동에 있고, 서울이니 7시에 나갈 필요가 전혀 없고...뭐 하여튼 그렇습니다^^
책나무님/사실 제가 겸손해서 그렇지, 맘먹으면 500타까지도... ^^ 손이 안보여서 가끔 당황할 때가 있답니다.

superfrog 2004-06-30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첫번째, 두번째도 붙여 쓰면 알아서 획, 하고 떼어놓더군요.. 가끔 틀린 거 알려줘서 좋긴 하지만 .. 좀 융통성이 없는 녀석이죠.. 헌데..아직 97을 쓰십니까..;; 그래도 500타면.. 거의 신의손이시군요..^^

다연엉가 2004-06-30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많이 틀리는 글이라(맞춤법을 포함해서. 외래어 섞어쓰기등) 그냥 포기하고 삽니다. 방금도 섞어쓰기를 썩어쓰기로^^^^^...오늘도 날씨가 뜨뜨부리하겠지요....

*^^*에너 2004-06-30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열심히 쓰다보면 오타도 많고 맘대로 섞어써요. 요리~ 조리~ ^^

진/우맘 2004-06-3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한남동 본부....그리운 모교.TT

아영엄마 2004-06-3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랑 진/우맘님이랑 동창이세요? 그리운 모교라시니..^^;;
그나저나 역시 길디 긴 글들을 그처럼 자주 올릴 수 있는 자질을 갖추셨군요.. 400타 이상이라... 테스트 안해 본지 오래되서 잘 모르겠지만 저도 한 2,3백타는 치는데, 우와~ 그나저나 저같이 맞춤법에 자신없는 사람은 틀린 걸 짚어 주니까 좋던데(자동 고침기능은 모르겠고..), 리뷰 쓴 걸 워드쪽에 옮겨 보면 맞춤법, 띄어쓰기 틀린 것들이 줄줄이 나오더군요..^^;;

2004-06-30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panda78 2004-06-30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년 먹었어요..... 웃기긴 한데 웃어도 되나.. ㅋㅋ 그 사람 불쌍하네요.. ^^;;

sweetmagic 2004-06-30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심모양의 이름을 잘못 쳐서 십모양이라고 친 적이 있다는....
저 님 ....맞춤법 자동고침 설정 바꾸시면 글자 안 바뀝니다
타수가 300타만 되도 좋겠어요. 쓰고 싶은 글은 차고 넘는데 열심히 글 쓰다봄
지쳐서 그만 둬버리죠,,,

groove 2004-06-30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큽니다 정말 봣을땐몰랐는데 마태우스님이 찜찜하다고하니까 그냥 확 이상한생각이드는데요? 생일축하해를 생리축하해라고쓰는것도 민망한오타라고 어디서읽었어요 크크

starrysky 2004-06-30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님들 서재에서 코멘트 남기다가 얼마나 오타를 자주 내는지, 나중에 확인하고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라 얼릉 고쳐보지만, 코멘트를 수정하면 수정된 코멘트가 다시 맨 위에 떠버리기 땜에 쥔장께서 '쟨 왜 똑같은 코멘트를 또 남기는 거야' 하고 미워하시죠. ㅠㅠ 웅, 나의 엇나가는 손가락들이 미워요.

코코죠 2004-06-30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큽니다에 올인! (웃다가 의자에서 떨어진 오즈마)

마태우스 2004-06-3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마님/바닥이 푹신하셔야 할텐데요.,...
스타리님/손가락이 열개나 되니 엇나가는 게 한둘은 있게 마련이죠^^
groove님/생리축하...하하하. 그리고 조큽니다,는 전혀 이상한 말이 아니랍니다.
스윗매직님/제가 님 코멘트 읽고 왜 울었는지 님의 방명록에 써놨습니다. 님의 고사리같은 손가락을 생각하면...흐흑.
쥴님/와하하. 그런 비극이... 저도 판다님이 저녁 먹었어요라고 쓰셔서 의아했어요. 오독... 사람, 삶은 오타같지 않네요.
판다님/판다님은 마음도 따뜻하시지...
아영엄마님/진우맘님과 제가 그래서 친하답니다. 님도 2주만 연습하시면 500타는 나올 걸요? 한타연습으로 하면 되는데....저두 2주만에 그리 된 거거든요.
진우맘님/학교 얘기 나오니까 보고 싶어요. 흐흑.
*^^*에너님/에너님 오타는 귀여울 것 같습니다.
책울타리님/저희 나이쯤 되면 오타가 없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냥 그렇게 삽시다^^
물장구치는금붕어님/애들이랑 타자시합하고 그런답니다^^

플라시보 2004-06-30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은 경우는 한글 분당 500타 까지 나오기는 하지만 대신 오타의 향연이라는게 문제입니다. 신문사 다니던 시절 마감에 쫒겨서 마치 손에 신이 내린듯 처댄 덕분에 속도는 늘었지만 늘 오타와 맞춤법이 틀리곤 합니다. (오타는 내 손이 맞춤법은 내 머리가 딸리는 덕이지요) 님이 하신 말씀에서 하나 덧붙이자면 좀처럼 쓰이지 않는 한글 단어를 쓰면 지 멋대로 '아 이거이 영어로구나' 하면서 영어로 띡 바뀌어서는 절대 한글로 안빠귄다는 것입니다. 한글 2002를 쓰는데 그런일이 왕왕 있습니다.

ceylontea 2004-06-30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에.. '님이'라고 친다는 것이.. '니미'라고 쳤지요...그때는 몰랐다가 나중에 알고 얼굴이 화끈거리더군요... 다행히??? 수정기능이 있어서... 수정은 했지요..

마태우스 2004-06-3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니미라고 하셨다니, 너무 웃겨요~!

진/우맘 2004-07-0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