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쓴 글들을 쭉 훑어 보니까, 다른 사람을 잔뜩 욕해놓은 글들이 꽤 많다. 다 볼 수는 없으니 2,337개의 글만 뽑아서 표본조사를 해봤더니 1,144(48%)개가 그런 종류다. 대상은 여동생이 311회(26.7%)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모교 사람들(209회), 남동생(188회), 바람피는 내 친구(111회)의 순이다. 이렇게 욕을 많이 하고 났더니 은근히 걱정이 된다. 그들 중 누구 하나, 아니 그들의 친구나 친지들이 내 사이트에 접속을 한다면, 글에다 실명과 특이하기 짝이 없는 직업을 버젓이 써 놓는 내 특성상 누구 얘기인지 금방 알 것이며, 나같아도 그러겠지만 해당자에게 쪼르르 달려가 이를 것이다.
"글세 니 욕을 잔뜩 해놨지 뭐니. 오빠가 기생충 하는 거 맞지? 세상에, 어쩜 그렇게 말도 안되는 날조를 해논담? 세상에, 밑에 달린 리플들 좀 봐. 어쩜 이렇게 한통속으로 동조를 한담? 어머, 라면이 불어터지겠다. 나 갈께! 이상 017의 김하늘이었습니다"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게시물을 볼 수도 없는 폐쇄적인 사이트면 몰라도, 알라딘 서재는 정말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아닌가. 가족들, 친구들이 이곳을 안다면 내 글의 소재 중 절반이 날라가 버린다! 무서운 일이다! 내가 늘 걱정하던 게 바로 이거였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닌 듯하다. 엊그제 심xx 작가-요즘 이 작가를 너무 많이 우려먹는다-의 오빠를 만났을 때, 각 인터넷 서점을 돌면서 동생 책의 판매 순위를 확인하던 그는 문득 내게 물었다. "니 서재는 어떻게 들어가냐? 아무리 들어가려고 해도 안되더라?"
나: 너 얼마 전에 나한테 '너 알라딘서 스타더라?'라고 했었잖아. 그건 뭐야?
오빠: 그건 니가 쓴 리뷰에 달린 리플들을 보고선 안 거지.
후후, 내 리뷰까지 봤는데 내 서재를 모르다니. 귀여운 녀석. 난 느끼하게 웃으면서 그가 내 서재를 못찾아 헤매는 광경을 바라봤다.
-'나의 서재'를 클릭했지만 로그인을 하라고 나오니 포기.
-서재 이름에 '마태우스'를 치니 아무것도 안나와 포기. 참고로 내 서재는 '참이슬이 있는 서재'다.
-'마이알라딘'을 쳐본다<--왜 그런 걸까?
-도움말을 클릭한다<--도움말이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친구는 '알라딘 마을'을 발견했다. 걸렸다 생각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3분간을 헤매더니 드디어 날 찾아냈다. 어떻게? 하필 '페이퍼의 달인'에 내 서재의 이미지가 떠 있었으니까. "이거 벤지냐?" 흐흐, 마침 내 것이 눈에 띄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 친구는 내 서재를 찾아 헤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 들어온 사람은 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그 친구에 대한 비난은 자제해야겠다. 그전 페이퍼를 보니 내가 그를 '뚱뚱하다(45%)' '많이 먹는다(27%)', '배가 나왔다(16%)' 등의 이유로 비난한 적이 있는데, 자기 일로 바쁜 그 친구가 과거의 페이퍼까지 볼 것 같지는 않으니, 그냥 놔둬야겠다.
알라디너에게는 너무도 쉬운 일이지만, 밖의 사람에게 특정인의 서재에 들어가는 것은 역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가 이미 서재에 잠입해 활동하고 있다면,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내 글을 읽을 수 있으니까. 아무리 정당한 비판이라 할지라도, 자신에 대해 비판을 한 걸 보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일단 안심은 하지만, 앞으로는 남을 욕하는 글들 말고, 밝고 아름다운 글들을 주로 써야지. 다음 글처럼 말이다.
[설사가 오늘로서 일주일째다. 그 기간 난 총 33회의 설사를 했는데, 오늘만 여덟 번을 했다. 물만 죽죽 싸다보니, 이제 내 히프에서 고체가 나온다면 좀 이상할 것 같다. 내일 아침엔 병원에 꼭 가봐야겠다. 저녁에 큰 술자리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