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학생들한테 잘해주는 편이다.

화도 잘 안내지만 화날 상황이 돼도 참는다.

화를 확 내버리면, 그 다음부터 내가 불편한 걸 견뎌야 하니까.

이런 것도 있을 거다.

이미지가 유순한 사람으로 각인되어 있으니 그 이미지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그래서 수업시간 내내 애들이 떠들어도 뭐라고 못하는...

 

난 강의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준비는 나름 열심히 하지만, 학생들 앞에 서는 건 여기 온지 십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 떨리는 일이다.

게다가 아는 것도 그리 많지 않고, 내가 아는 걸 남에게 전달하는 기술도 갖추지 못했다 (이건 아르바이트를 안한 탓이 아닐까...?)

그래서 강의를 마친 뒤 교실 문을 나올 때면 늘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이걸 상쇄하기 위해 원래 시간보다 좀 많이 일찍 끝내주곤 한다.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애들 장단에 놀아나며 휴강도 많이 해주는 내가

강의평가 점수를 잘 받는 이유는.

 

올해부터 우리 학교에선 단과대별로 한명씩 학생들의 추천을 받아서

'베스트 티칭 어워드'라는 걸 뽑았다.

의대에선 내가 됐는데, 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축하한다고할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근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까 상금이 무려 50만원이다.

그리고 상패도 겁나 화려하다.


 

상금과 상패를 받고 나니까 내가 얼마나 큰 상을 받았는지 알게 됐다.

엄마한테 전화해 자랑도 하고 그랬는데,

날 추천해 준 학생들이 고맙다.

앞으론 일찍 끝내주고 화 안내는 거 말고

베스트티칭 수상자에 걸맞게 강의의 질도 높여볼 생각이다.

그놈의 질이 하루아침에 높아질지 의문이지만..

 

*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한턱내라고 했지만

이제 가장이 된 나는 예전처럼 상금보다 더 돈을 써서 한턱을 내는 그런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

일부는 사회에 환원하고 40%는 지금 아내의 손에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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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4-04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마태우스 2008-04-0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감사합니다. 꾸벅.

다락방 2008-04-04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마태우스 2008-04-04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거듭 감사합니다. 꾸벅 (와와라고 쓰셔서 거듭을 추가했지요)

무스탕 2008-04-0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와!!!

마노아 2008-04-04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상패가 번쩍번쩍해요! 하지만 마태님이 더 빛나요. 브라보!!

조선인 2008-04-04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0%나 사회 환원이라니, 멋져요!

Mephistopheles 2008-04-0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에서 심힌 동질감을 느끼는 중..축하드려요.^^

비연 2008-04-0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심!

2008-04-04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magic 2008-04-04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 우와~~~우와~~~우와~~~우와~~~

클리오 2008-04-05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람은(남자는) 결혼해야된다는 말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페이퍼입니다.. ^^

웽스북스 2008-04-05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마태님
그런데 요즘 애들은 절대 일찍 끝내주고 이런 것만으로 선생님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 안에 들어있는 무언가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게지요 ^^

날개 2008-04-05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마태님, 축하드려요!^^
역시 멋진 선생님을 다들 알아보는군요....ㅎㅎ

야클 2008-04-05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같으면 90%는 아내손에 쥐어줄텐데...아무튼 축하!!! ^^

마태우스 2008-04-06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역시 애처가라니깐!!! 언제 술이라도 사줘!
날개님/부끄럽습니다 그나저나 겁나 오랜만이네요!
웬디양님/잉... 제 안에 뭐가 들어 있죠...??? 좋게 생각해주니 감사감사
클리오님/잉 결혼이랑 관계없어요! 상 탄 건 작년강의 때문이고 결혼은 올해.....
매직님/님의 느낌표 숫자가 놀람의 정도를 나타내 주는군요 ^^ 저도 얼마나 놀랐는지요...
속삭님/감사합니다 근데 저 진짜 강의 별론데.....
비연님/감사감사!
메피님/호홋, 동질감 느끼는 사람끼리 언제 소주라도...
조선인님/그, 그게 그런 뜻이 아닌데...저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니어요..... ㅠㅠ
마노아님/그쵸? 집에 놔두니 집이 환해졌어요!
무스탕님/감사합니다 꾸벅꾸벅꾸벅!^^

클리오 2008-04-06 22:10   좋아요 0 | URL
그게 아니라, 그 돈이 무사히 사모님 손에까지 들어갔다니 하는 말입니다. ^^

호랑녀 2008-04-06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 환원의 방법이 무엇일지 궁금해졌어요.
짜식들, 복도 많지. 마태님 강의를 듣다니 ^^

뽀송이 2008-04-07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처음 인사 드립니다.^^
한번 씩 서재 구경 오긴 했는데 머뭇머뭇 그냥 나오다가 축하인사 남기는 용기를 냅니다.
이 상이 더 값진 건 학생들이 뽑아주었다는 것이겠지요.^^
근데 사진 속 마태님은 어느 분이신가요???

마태우스 2008-04-09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송이님/에...감사드리구요 저는 오른쪽에서 두번째, 아랫줄입니다 그때 제가 기분이 좀 안좋아서 사진이 현상수배처럼 나왔어요 ㅠㅠ
호랑녀님/부끄럽습니다. 글구 사회환원은...태안 같은 데 기부한 게 아니라 제 강의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나눠준건데, 죄송합니다. 괜히 제가 착한사람처럼 오해를 받아서요. ㅠㅠ
클리오님/음, 40%는 한푼의 에누리 없이 아내 품 안으로 안착했습니다 정말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