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동물실험을 안하고 살았는데

연구라는 걸 해보고자 오랜만에 쥐와 병아리를 샀다.

너무 오랜만에 쥐를 길러서인지 마치 애완동물을 산 느낌이다.

철장에 매달려 먹이를 먹는 모습,

물병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는 광경도 참 앙증맞다.

악의 화신처럼 각인되고, 떼로 몰려다니며 공포감을 유발해서 그렇지

쥐란 동물도 자세히 보면 귀엽구나 싶다.



 




병아리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들 중 한번쯤 병아리에 대한 로망을 안가져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어릴 적 길가에서 사온 병아리를 죽여본 경험이 나 역시 있고

조교 때는 계란에서 잘못 부화된 병아리 세 마리를 중닭으로 키워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다 수위 아저씨들에게 드렸던 기억도 있다.

깨끗하게 살면 좋으련만 사방에다 똥을 싸고

마시라고 놔준 물병은 번번이 엎어 ‘닭대가리’가 뭘 의미하는지

그때 또렷이 새겼다.




어제 사온 20여마리의 병아리에다 기생충을 먹였다.

괴로운 듯 눈을 감는 그네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더 마음이 아픈 건, 앞으로 열흘 안에 그네들을 다 죽여야 한다는 사실.

삐약거리는 한 마리를 손으로 쓰다듬어 보니

따스한 체온이 전달된다.

병아리는 33도 이상에서 길러야 할 정도로 추위를 타는데

온도가 낮아지면 서로 모여 있음으로써 체온을 유지한다.

전등을 켜서 따스해지니 한두마리씩 삐약거리며 돌아다니는 게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그들을 보고 있노라니 닭을 즐겨먹는 나 자신이 약간은 부끄럽다.




옛날엔 쥐 50마리, 100마리를 하루에 죽이기도 했다.

심장에 주사기를 대고 피를 뽑으면서도 아무 감정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난 벌써부터 열흘 후 이 쥐들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아프다.

내가 마음이 여려진 게 나이 탓인지

아니면 너무 오래 연구를 쉬어서인지 잘 모르겠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달팽이 2007-03-23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구나 현실적 목적이 느슨해진 것에서
이젠 쥐와 병아리를 생명으로서 마주하는
가슴의 언어가 말문이 튼 탓은 아닌지....
앞으로 실험 될 수 있으면 많이 하시지 않았으면...
부득불 해야하면...
마음이라도 이렇게 마지막 그들의 길을 잘 배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짱꿀라 2007-03-23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 병아리가 얼마나 귀엽고 이쁜지 마음을 설레게 한답니다. 또한 우리 어릴 적 생쥐 잡아서 놀던 때가 기억이 납니다. 꼬랑지 잡아서 돌리기도 쥐를 잡으려고 여러 아이들이 쥐를 몰던 일들이 얼마나 재미 있었는지...... 문득 실험용 쥐를 보니 그 생각이 나네요.

혜덕화 2007-03-23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험에 이용되는 쥐와 병아리가 인간이란 다른 생명을 위해 자기 몸을 회향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좀 마음이 편해질까요? 인간이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생명인지, 요즘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회의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에겐 생명을 바치는 보시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기도 하지요.다른 생명의 희생을 안타까워하는 오늘의 그 마음이 실험실의 동물들에게 전달되어지길 바랍니다._()_

프레이야 2007-03-23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험용동물들에 대한 생각, 쥐뿐만 아니라 원숭이 같은 건 어떻고요.
근데 정말 조 귀여운 노랑병아리들에게 기생충을 먹이고 실험을 한다니
마음 편치 않네요. 흰쥐라고 다르지 않겠지만요.
그래도, 닭대가리, 때문에 또 웃고가요. 병아리대가리!

바람돌이 2007-03-23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절대 의사가 되지는 못할 것 같아요. ㅠ.ㅠ

무스탕 2007-03-2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사실 쥐를 참 이뻐하거든요? (제 태몽이 이~~따만한 흰 쥐였답니다 ^^) 병아리도 참 이뻐하거든요? 이쁜 맘 따로고 실험을 위한 그 이쁜것들의 희생엔 또 다른 맘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좋은곳으로 가라.. 빌어주는 맘 진심이고요.
마태님. 진심으로 그 이쁜것들 좋은곳으로 가라고 빌어주면 그애들도 알아줄거에요.

스파피필름 2007-03-24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쥐의 잠자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아요 ㅠㅠ 열흘 후를 생각하니 웬지 측은해요..

이네파벨 2007-03-24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동물실험을 쉬셔서...동물을 사랑하시는 마태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셨던거겠죠. 맘 독하게 먹고 실험 재개하시면..."모드의 변환"이 일어나겠지요...(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무섭고 슬픈 인간 조건이 아닌지...ㅠ.ㅠ 한없이 선량하고 마음 여린 사람들이...때로는 어쩔수 없이 군인이 되어야 하고, 실험동물을 죽여야 하고, 사냥꾼이 되어야 하고 하다못해 생선 대가리라도 쳐내야 하고...그런 임무를 또...쉽게 수행해내도록 되어있다는 것...)

그나저나...만일 쥐에게...길고 지렁이처럼 생긴 꼬리 대신에
몽실몽실한 토끼꼬리..있는둥마는둥한 조그마한 꼬리가 있었다면
혐오동물의 낙인에서 벗어나지 않았을까...생각이 드네요.

저...........꼬리는............도저히 수용이 안돼요...ㅠ.ㅠ

hnine 2007-03-24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병아리도 쓰이는군요 실험용으로.

Mephistopheles 2007-03-24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병아리를 귀엽게 보다가도 다리부분을 보면 그 귀여움이 어느정도 사라지던걸요

히피드림~ 2007-03-24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아리가 귀엽긴 하지만 나중에 닭이 된다고 생각하면 징그럽고 무서워서!
만지지도 못해요.;;;

마법천자문 2007-03-2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넥스트의 '날아라 병아리'라는 노래가 생각나는군요. 제목은 좀 유치하지만 곡은 꽤 감동적이죠.

비로그인 2007-03-25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요,
정말...
산다는 건
결국
'누군가'를 잡아 먹기 위함임을 깨닫는 순간이면.

마태우스 2007-03-26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츠님/님 말씀이 삶의 본질을 말씀해 주시네요....
달의 눈물님/아 맞다 그런 노래가 있었죠 저도 좋아하고 다 외웠던 노래인데...
펑크님/그래요 닭은 그다지 이쁜 동물은 아니죠^^
메피님/흠, 님은 말의 다리같이 털달린 다리를 좋아하시나보군요^^
hnine님/네...조류에 더 잘 사는 기생충이 있다보니..
이네파벨님/맞습니다. 쥐에게 꼬리가 없었다면 실험동물의 주종은 다른 게 되었겠지요. 꼬리 때문에 도망가도 곧잘 잡히죠... 글구 제가 무심하게 쥐를 죽이는 모드적 변환이 될까봐 두려워요..
스파피필름님/아아 열흘 후면 .....다 죽여야 한다니....정말 미안하더라구요 특히 병아리가...
무스탕님/제가 빌어주는 게 악어의 눈물은 아닐까요....? 열심히 빌어주긴 하겠습니다... 근데 님 태몽이 쥐라...으음... 전 별명이 생쥐였어요 고교 때
바람돌이님/다들 닥치면 하더군요....어느 분 말씀따나 그게 참 무서운 거 같아요...무심해지는 그런 순간....
배혜경님/그렇죠? 더 나은 세계를 위한다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제가 그러는 것처럼 논문점수를 맞추기 위한 게 더 많을텐데... 이렇게 병아릴 죽여도 옳은 건지...
혜덕화님/오랜만이네요. 전 인간에 대해 회의적인지라 인간을위해 누군가가 목숨을 바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쥐 실험을 하고 있으니 차암.... 미안하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산타님/병아리는 정말 귀엽고 예쁘죠 물을 먹고 하늘을 쳐다보는 게 어찌나 이쁘던지... 전 어려서 쥐 가지고 논 적은 없답니다 저희집에 쥐가 좀 많긴 했지만 징그러워했죠
달팽이님/부득불 해야 할 때만 할께요 애써 말문을 튼 가슴의 언어를 잃지 않도록 노력할 테구요......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