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년! 잠깐 바람 피운 거 가지고.”
이른 저녁을 먹으면서 ‘행복한 여자’ 재방송을 보는데,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그 정도 잘못은 용서하고 살아야지. 잠깐 바람피운 거 가지고.”
난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남편 준호(정겨운 분)가 바람을 피우다 아내 지연(윤정희 분)에게 들켰는데, 남편이 아무리 빌어도 아내가 용서를 안하는 거였다.
“남자는 참 순수하고 착한데, 기집애가 적극적으로 유혹했어.”
남자가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데 왜 그런 걸 가지고 저 난리를 치냐는 어머니의 말은 “독하고 나쁜 년. 지가 뭔데 준호 어깨를 쳐지게 해?”라고 말하는 극중 시어머니의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결혼은, 서로에게 충실하겠다고 여러 사람 앞에서 약속하는 행위이다. 때문에 결혼 생활에 있어서 가장 큰 범죄는 신의를 저버리는 짓, 그러니까 바람을 피우는 건 어머니 말씀처럼 ‘그 정도 잘못’이 아닌, 혼인이 깨질 만큼 충분히 큰 사건이다.
난 ‘행복한 여자’ 3회째인가를 본 적이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내 지연은 자신을 반대하는 시어머니로부터 모진 고초를 겪었었다. 지연이 소매치기를 당하는 바람에 시어머니 생신 때 늦게 온 날, 시어머니는 그녀에게 밥도 먹지 못하게 하고, 의자에 앉는 것도 허락 안한 채 내쫓았었다. 동서 역시 별반 호의적이지 않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지연이 믿을 건 남편 준호 뿐이며, 그녀가 결혼한 것도 그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으리라. 그 유일한 믿음은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깨졌다. 남편이 아무리 빌고 눈물로 날을 지새운다 해도 아내가 입은 상처는 메워지지 않는다.
주인공 윤정희. 명세빈하고도 닮은 것 같고...
미국에 같이 가자는 준호의 제안을 끝내 거절하는 지연을 보면서 어머니는 여자가 더 독하다고 하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현실의 많은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 남성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성매매 업소가 그리도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아내들은 대부분 남편을 용서하고, 남편은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잘 산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미는데도 여자들이 참는 건 이혼으로 인해 잃을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반면 남자들은 여자가 바람을 피우면 가차없이 버린다. 거기엔 용서가 없다. 이경실이 야구 방망이로 맞고 입원했을 때, 많은 남성 네티즌들은 “바람 피웠다면 그래도 싸다”고 댓글을 달았다. 우리 친척 형이 이혼한 건 형수가 다른 남자와 잔 걸 들켰기 때문이다. 형 주위의 어느 누구도 남자가 바람폈을 때처럼 “애들 생각도 해야지”라며 친척 형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히 이혼해야지!”라며 형수를 욕했다.
그래서 난 보고 싶다. 남자가 바람을 피워 대가를 치루는 광경을. 드라마에서라도 그런 장면을 못보면 어디서 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