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부인 3편인 스페인애마-이화란이 주연을 했었죠-을 보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한 남자가 이럽디다.

“역시 한국영화는 안돼!”

만족스럽게 극장을 나오던 저는 놀라서 그 남자를 쳐다봤습니다. 그는 도대체 애마부인 시리즈에 뭘 기대한 걸까요? 육체파 여배우가 하는 장면이 여러번 나오고, 말도 나오고, 제목에서 예고한대로 투우를 비롯한 스페인의 거리도 나오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애마부인 시리즈가 한국의 대표영화인가요? 니네 나라에서 딱 한편을 출품하라면 애마부인을 내놓을 건가요? 그게 아니라면, 스페인 애마를 보고 한국영화를 판단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올드미스 다이어리-극장판>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수없이 웃는 가운데 가슴이 찡하기도 했답니다. 예지원이 아니면 그 역을 누가 하겠는가 싶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연기파로 정평이 난 조연들의 연기야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드라마를 보고 안보고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 정도면 전 정말 만족합니다. 근데 “기대치보다 실망했다”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며 낮은 별점을 준 분들이 여럿 있더군요. 사람마다 영화에 대한 의견이 틀릴 수 있다는 걸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전 그런 분들이 재미있게 볼 영화가 과연 있을까 하는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를 영화화한 것이니 내용은 뻔한 그 영화에 뭘 그리 큰 기대를 하셨을까 싶어서였죠. 그러고보면 저란 놈은 참 세상을 살아가기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네요. 전 말이죠, 세상일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뭐든지 안될 거라고 생각을 하니 정말 안돼도 실망하지 않고, 운좋게 되면 뛸 듯이 기뻐합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더라도 그녀에게서 반응이 있을 거란 생각을 안하니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괴로워하는 법도 없고요. 너무 염세적인가요, 제가? 하지만 제가 지금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건, 어쩌면 염세주의에 물든 제 가치관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대를 안 하고 사는 제게도 재미가 없는 영화는 도대체 어떡해야 하나요? 영화를 보는 동안 두사부일체의 속편인 <투사부일체> 생각이 이따금씩 났어요. 제 영화인생 중 괜히 봤다고 후회한 베스트 5에 들 정도의 졸작인 그 영화를 제가 본 이유가, 저희 집 근처 극장에서, 그것도 2개 관에서 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어땠던가요. 개봉한지 겨우 3주밖에 안되었는데 상영하는 곳은 달랑 두 군데밖에 없고, 관객이 드는 꼬라지를 보고 상영 여부를 결정하려는 듯 다음주 목요일 이후의 스케쥴은 나와 있지도 않답니다. 혹시 <투사부일체>가 610만인가를 동원해서 한국영화 사상 관객동원에서 10위 안에 드는 거 아세요? 허접하기로 따지면 위 영화와 쌍벽을 이룰만한 <가문의 부활>이 400만을 넘긴 것도 아시나요? 그게 다 스크린 수가 워낙 많아서, 저처럼 아무 영화나 보자고 생각 없이 표를 산 사람들 때문이라니까요.


예지원 씨가 제작자와 함께 직접 무대인사를 온 오늘밤, 삼성동 메가박스 10관은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추위도 무릅쓰고 멀리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정의가 언제나 승리한다’는 말이 맞다면, 재미있는 영화가 스크린수도 많고 관객들도 많이 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현실을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은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난 영화는 직접 극장에 가서 관람을 해주는 게 아닐까요. 다른 영화는 모르겠지만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불법 DVD나 다운로드 대신 극장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그래서 최소한 한달 이상은 극장에 걸려 있기를 간절히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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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리콜 2007-01-07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기대를 안하고 봤는데 (포스터가 영... 일부러 그렇게 촌스럽게 만든건지) 너무 재미있더군요, 007이나 중천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보는 내내 낄낄거리게 만들더군요. 그리고, 예지원이라는 배우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몰랐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되더군요^^

2007-01-07 0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7-01-07 0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올드미스가 아니어서였는지 그다지 보고픈 맘이 안들었는데 마태님이 재미있으셨다니 저도 맘이 당겨지네요

BRINY 2007-01-07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고 싶었는데, 정말로 하는 데가 근방에 없더라구요. 조폭마누라3는 하면서 말이죠.

건우와 연우 2007-01-07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을 보는게 반가워진건 좋은 현상인가요? 나쁜 현상인가요?
새해엔 더 많이, 내용 여하를 떠나 연기잘하는 배우를 만나고 싶어요.

가넷 2007-01-07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시반에 할때 정말 재미있게 봤었는데요... 그런데 세 할머니 중 한분이 바뀌신게 약간 아쉽네요. 물론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그 분을 대신에서 나오신 분도 역활을 잘 소화 하셨겠지만... 그나저나 많이 하는데가 없는 모양이네요. 보려는데, 여기서도 하려나 싶네요.-_-;

마노아 2007-01-07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시쿤둥해 하고 맛있다, 재밌다, 좋았다...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 저희 집에도 있습니다. 같이 대화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세상..ㅡ.ㅡ;;;;

무스탕 2007-01-07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투사무일체를 보긴 봤지만 시간이랑 돈이랑 많이 생각났었습니다 --;;;
올드미스 다이어리... 보고싶네요. 울 동네 하나~?

다락방 2007-01-0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영화 봤어요.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미치겠다'를 연발하며 깔깔 웃어댔죠. 게다가 마태우스님의 말씀처럼 가슴이 찡한 부분도 있었구요. 감상 잘 읽었습니다, 마태우스님. 마태우스님과 같은 감상을 느꼈다는게 마냥 기뻐요 :)

해적오리 2007-01-07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 근처 영화관에서 하고 있네요.. 내일이나 모레쯤 가서 볼라구요. ^^

모1 2007-01-07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기사의 줄거리같은 것을 통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얻고 마음에 들면 기대에 부풀어 극장에 가는데요...가서 후회한 영화 꽤 됩니다. 후후...이 영화 드라마를 재밌게 봐서 기대는 되는데...

진/우맘 2007-01-08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보고싶은 영화였는데 이렇게 고전하고 있었다니, 발걸음을 서둘러야겠네요. 흠....

moonnight 2007-01-0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아직도 못 봤어요. 죄송해요. 다행히 아직 상영중이네요. 꼭 볼께요! ^^

마냐 2007-01-08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그래도 아직 상영을 하는군여. 일주일됐을떄..이미 개봉관 몇군데 없었는데...암튼, 저로서는 넘들이 안 보는 영화에 같은 느낌을 받는 분들이 많다는게 넘 좋슴다. 이래서 역시 알라딘은 1%라는 걸까요..^^;;

마태우스 2007-01-08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1%라는 특권의식을 저역시 갖고 있어요 호호호. 알마도바르의 <귀향>을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 말하겠습니까^^
달밤님/죄송할 게 뭐 있나요... 님은 그 자체로 훌륭한 분이세요!
진우맘님/바쁘셔서 서재활동도 못하시면서... 흥. 피. 쳇!
모1님/드라마 보신 분은 더 재미있다고들 하더군요^^
해적님/그렇다면 님의 회사는....xxxxxx 근처???
켈님/다 님 덕분입니다 베시시.
다락방님/어머나 다락방님과 같은 영화를 보고 공감했다니 기뻐요 꺄악
무스탕님/이 영화 보실 때 꼭 무스탕 입고 가셔야 합니다^^ 별로 안웃겼죠...ㅠㅠ
마노아님/기준을 조금만 낮추면 삶이 즐거워지는데...안타깝군요....
그늘사초님/한영숙님이죠 아마? 영화 끝날 때 자막으로 나오더군요. 드라마에 나오셨다는데... 근데 대신 나오신 분이 워낙 연기파라 공백을 못느꼈을 거예요..
건우님/연기파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 것도 한국영화 중흥에 이바지했죠 아마...^^
브리니님/속된 말로 스크린수의 압박이죠....정의가 살아 숨쉬는 나라가 되어야 하는데..
하늘바람님/저 역시올드미스가 아닌데도 재미있었거든요. 호호 아마 님도 재밌으실 거예요...
속삭이신 ㄴ 님/아 그때 뵜던 분이시군요. 누군신진 솔직히 모르겠지만....그래도 한번 뵌 적이 있다니 반갑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님의 서재에 올려진 글을 보고 싶네요!!!
토탈리콜님/저 역시 예지원을 재발견했습니다... 그렇게 연기 잘하는지 몰랐다는.... 님 말씀대로 007보다 훨씬 재미있죠!


해적오리 2007-01-08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회사는 아마도 ++++++ 근처일것 같습니다. ^^
그리고 제가 잊어버린 게 있었는데 제가 예지원하고 많이 비슷합니다.외모가...홍홍홍...

마태우스 2007-01-08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아앗 그렇군요. 제 생각이 맞군요!! +++++++ 근처에서 잠복해야겠습니다. 글구 앞으로님을 지원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해적오리 2007-01-08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태님 잘못 찍으신것 같은데요. 날씨도 추운데 엄한데서 잠복하다가 감기 걸리시면 어쩔려구요. 특히나 음주 후에 추위에 노출되는 것은 별루 안 좋다고 들었는데요..(제가 마태님 앞에서 별소릴 다하고 있습니다. ;;;) 좀 더 정확한 장소를 아신 후에... 꽃피는 춘삼월에 추위가 좀 물러간 후에 시도해 보시지요..^^
참, 지원씨는 괜찮아요.

마태우스 2007-01-08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 아니 지원님/지현우 씨 직접 보니까 어떤가요?^^ 춘삼월 전까지 무슨 일이 있나요 혹시? 왜 그때 시도해 보라고 하는가요? 조사할수록 뭔가 의혹이 짙어지네요. 흠...^^

Mephistopheles 2007-01-10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나름대로라면 기념비적인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드라마를 영화로 만든 시도는 종종 있어왔지만 그 텀이 비교적 짧게
이루어진 경우는 드물거든요..^^ 옆나라 일본의 경우 애니메이션만 하더라도
TV편이 인기 있으면 시즌별로 극장판을 만들어 상영하는게 일상다반사이다 보니
나름대로 신선하다고 생각되요..^^

도도 2007-01-10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너무 재밌었어요. 재미없을줄 알고 보러갔다가(나, 변태?), 홀딱 반해서 눈에 하트를 그리고 나왔음. 지난 12월 개봉한 로코(로맨틱 코미디) 3인방(로맨틱 홀리데이, 미녀는 괴로워, 올미다) 가운데 '올미다'가 최고였어요. 이번에 개봉하는 '내 남자 길들이기'도 무자게 재밌더라는 보너스 정보도 드림. 참고로 독일 영화임. 아직 개봉 안 했는데, 어떤 경로로 봤냐고 묻지만 마셔요.^^;;;

마태우스 2007-01-11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드플루토님/아핫, 3인방^^ 저 역시 올미다가 그 중 최고였죠. 내 남자 길들이기는 제목이 좀 거시기한데 재밌군요! 제게 재밌는 영화의 정보를 주는 분은 고마운 분이죠!!
메피님/그리고...드라마를 영화로 만들 때 잘 만든 경우는 거의 없지 않았던가요...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서 대충 만들어서 그런지 히트는 못했죠 아마....

비연 2007-01-13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봐야겠군요, 마태우스님의 적극적인 추천이라면...^^
전 티비에서 할 때도 한번도 보지 않았는데, 영화는 어떨까 궁금하긴 해요...
<투사부일체>는 말도 마세요..그런 영화를 찍을 돈 있으면 절 주세요..하는 심정으로 극장문을 박차고 나왔다니까요...(영화관계자가 보면 째리겠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