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1월 26일(일)
코스: 소주 --> 소주 --> 맥주
1. 술자리에서 뜻하지 않게 선물을 받았다. 미녀가 가져온 봉투를 보고 은근히 기대를 했는데-“저거 제건가요?”라고 대놓고 묻기도 했다-진짜로 나 주려고 가져온 거란다.

내용물은 ‘개’였다. 진짜 개처럼 정교한. 엉덩이 근처에 붙은 라벨을 보니 Basset hound라고 씌여 있던데, 어찌나 귀여운지 계속 보고 있어도 행복해진다. 인간은 남을 속이는 데서 어느 정도의 쾌감을 느끼는 종족, 난 술집에 갈 때 일부러 인형을 끌어안고 갔다. 역시나 종업원들의 시선이 다 개 인형에 쏠린다.
“개 데리고 오시면 안됩니다.”라는 말을 기대했지만 종업원들은, 아마도 불황 때문이겠지만, 모처럼 온 손님을 그런 식으로 내쫓고 싶지 않았는지 멀찌감치 서서 보기만 한다. 재미가 반감된다. 서빙을 하러 테이블에 왔을 때 직접 물어본다.
“이거 진짜 개인 줄 알지 않았어요?”
그제서야 놀라는 그, “진짠 줄 알았어요!!”
다른 술집에서 그짓을 한번 더하고, 다음날 아침 기차를 탈 때는 아예 가방에 넣고 얼굴만 내놓는다. 벤치에 앉아 있으니 애엄마 한분이 개인형을 바라보다 이내 웃음을 터뜨린다.

지금 그 개는 여전히 상자에 담긴 채 내 책상 위에 있다. 어쩜 이렇게 귀여운 인형을 만들었을까 싶고, 그 미녀분이 내게 이걸 주기 아까웠겠단 생각을 한다. 어쨌든 난 한번 받은 건 절대 안내놓는다. 호호.
2. 고기집에서 고기를 먹었는데, 자리가 방밖에 없다. 책상다리를 하고 앉다가 ‘북’ 소리가 났다. 순간적으로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작년엔 잘 맞던 골덴 바지인데, 내가 아직도 성장기라서... 황급히 바지라인을 만져본다. 어디가 터진지 잘 모르겠다. 일단 고기를 먹고 난 뒤 화장실에 가서 바지를 벗어본다. 바지가 터진 건 아니고, 팬티가 찢어졌다. 다행이다. 안그랬다면 월요일날 또 바지 사러 다녀야 할 뻔 했다.
이건 다 빨래가 밀린 탓이다. 다린 게 몇 개 없어서 좀 작다 싶은, 작년에도 겨우 입었던 걸 가져갔는데, 결국 터진 거다. 그래도 미녀는 그 사실을 모르고, 난 시원해서 좋았다. 무척이나 즐거운 술자리, 덕분에 나의 주말은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