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층 마법사의 성 아이노리 세계 그림책 15
노하나 하루카 지음, 도담 옮김 / 아이노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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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각종 악세사리와 드레스를 매일 밤 꿈꾸며, 웨딩드레스 입은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물으면 늘 귀걸이, 목걸이 등이 장신구를 이야기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인형보다 공룡을 좋아하는 큰 아이가 언제부턴가 공주에 푹 빠졌다. 어디서 들은 건지 디즈니 공주 스티커북을 사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엘사 드레스 노래를 불렀다. 사실 나 역시 어린 시절 드레스가 너무 입고 싶었지만 고가의 (그것도 평상복도 아니고 어쩌다 한번 입을 법한) 드레스를 쉽게 갖기는 힘들었다. 요즘이야 직구나 당근 마켓 등 예전보다 쉽게 드레스를 구할 수 있지만 말이다.

예쁘고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고, 뭔가 마음에 드는 걸 보면 "예쁘다!"를 연발하는 딸아이가 5살이 된 후(둘째가 생기고 나서 더욱) 부딪치는 일이 많아졌다. 이러면 안 될 거 같아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예쁜 아이템(?)이 가득한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0층 마법사의 성. 제목부터 표지 가득 예쁜 것들이 가득 등장한다.

각 아이템별로 각 층을 이루고 있다. 멋진 마법사가 되기 위한 각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처음에는 스티커 북인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스티커 형태는 아니다. 다양한 옷이나 악세사리들을 보면서 선택할 수 있다. 워낙 다양한 종류의 다양한 형태인지라 선택 장애를 겪을 수 있긴 하겠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자신의 취향이 있어서 나보다 더 쉽게 고르는 것 같았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예쁘고 반짝이고 화려한 옷이나 동물들, 악세사리나 요리들이 등장한다. 어른이 내가 봐도 정말 예쁘다 싶다. 각 장에는 수행해야 할 미션들이 등장한다.

 

 

 

 

층별로 숫자도 나와있고이름이나 사용법 등이 등장하는데, 글 밥이 많은 책은 아닌지라 한글 공부와 숫자 공부를 병행하며 흥미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마법사기에 정말 기발한 아이템들도 많다. 덕분에 한참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었다. 

 

각 아이템을 통해 소중하게 다루는 법이나 예절도 알 수 있기에 기본 규칙을 배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스스로 골라서 입힐 수 있는 스티커 형태가 담겨 있다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듯싶다. 코디하기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라면 크리스마스 선물로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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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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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늘 두렵고 먹먹하다. 죽음이라는 종착역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겪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그 끝에 대한 두려움은 가지 못한 길이기에, 누군가의 경험이나 고백을 듣기 힘든 길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이어령 교수의 글을 처음 만난 것은 국어 교과서에 있던 디지로그였다. 사실 읽고 싶었다기보다는 교과서의 글이었기에, 글 내용을 시험문제로 만났기에 와닿거나 놀랍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이어령 교수의 저서들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깊이 있고, 통찰력 있고, 논리적이었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만났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가득 들었다.(이래서 강압이 아닌 스스로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구순을 바라보는 노학자임에도 그의 글에는 생동감이 느껴졌다. 뻔하지 않은 신선함과 깊이 있는 지식과 지혜가 어우러지지만, 절대 척하지 않는(일부러 어려운 단어로 박식함을 뽐내지 않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런 노학자가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책을 통해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따님도 암으로 세상을 뜬 걸로 알고 있는데 안타까웠다.)

잔인할 수 있지만, 그 마지막을 준비하기에 이 책에서의 이야기들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16개의 대담 속에서 그는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인생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답잖은 넋두리가 아니라 인생이 깊이 베여있는 이야기들이다. 무뎌질 수 있을 법한데, 여전히 그의 이야기는 냉철함 속에 정겨움이 담겨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예상치 못하고, 생각지 못한 정의(definition)들이 담겨있다. 지성에서 영성으로 처럼 책 속의 이야기는 다분히 신앙적이다. 기독교 사상이 모든 이야기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정말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어서 모두가 밑줄 갊이 긴 한데, 그중 뇌리에 상당히 오래 남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역시나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죽음을 엄마의 말에 빗대어 이야기했다. 죽음은 한참 놀고 있는데, 엄마가 "얘야, 밥 먹어라." 하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단다. 무슨 뜻인가 했더니, 뭔가 거창한 게 아니라 때가 되면 밥 먹으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처럼 누구나 거치는 일상이라는 것이었다. 이어서 노학자는 죽음을 모태로의 귀환이라고 설명한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 다시금 엄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 돌아가셨다는 말처럼 다시금 생명 안으로, 생명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어떻게 이런 표현과 비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시대의 흐름을 알고, 틀을 깨는 지성의 모습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더 원숙해지고, 더 생동감 있고, 신선하다고 할까? 덕분에 나 또한 제목에서 느껴지는 서글픈 생각을 접기로 했다. 죽음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그의 말처럼, 마지막이 다시 시작일 테니 말이다.

끝으로 교수님이 어렵지 않은, 고통스럽지 않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한다. 남은 시간이 많이 아프지 않고, 늘 새롭고 행복한 시간들로 기왕이면 더 좋은 글과 대담들을 더 만났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본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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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 플레이어 그녀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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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거 총을 든 할머니의 저자 브누아 필리퐁의 신작 소설이다. 전 작의 주인공도, 이번 작품의 주인공도 여성이다. 사실 작가의 사진을 못 봤다면 여류작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심리묘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여성의 입장을 대변해 준다고 해야 할까? 걸크러시 베르트 할머니(루거 총을 든 할머니의 주인공)에 이어 막신 또한 만만치 않은 여성이다.

책 속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막신, 작크, 발루는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하나같이 큰 상처를 안고 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살았던 작크. 그의 아버지는 타짜였다. 아들인 작크에게 그가 가르친 것은 도박뿐이었다. 도박에서 지면 식사를 안 줄 정도로 작크는 생사를 걸고 도박을 배운다. 그리고 아버지는 작크가 입고 있던 셔츠 한 벌을 뺀 모든 것을 따서 떠난다. 살기 위해 작크는 도박판을 돌아다닌다. 작크의 동업자이자 친구인 발루는 거구의 흑인이다. 교통사고로 가족 전부를 잃는다. 그 이후 발루는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삶이 피폐해진다. 얻어맞고 있던 작크를 구해주고, 보호해 주는 대가로 작크는 발루에게 포커를 가르쳐준다. 그렇게 둘은 사기술과 조작법, 표정연기 등으로 동업자가 된다. 여전히 삶에 대한 고통을 느끼는 발루는 그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여성을 덮치는 사내들을 손봐준다. 어두운 길에 성폭행을 하는 남자를 발견하면 흠씬 두들겨 패주고, 여성을 구출해 준다. 물론 그녀에게 호루라기를 건네주며 조심을 당부하기도 한다.

그런 작크와 발루가 포커판에서 만난 막신. 그녀 역시 포커 기술이 남다르다. 문제는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이다. 그녀에게 돈을 잃은 남자들은 그녀를 따라가 성폭행하려고 한다. 그런 남자들을 잘 아는 막신은 핸드백 안에 45구경 권총을 꼭 챙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작크, 발루와 만난 날. 막신은 일부러 돈을 잃어준다. 그녀만의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포커판은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었다. 과연 그녀는 왜 포커판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작크에게 동업을 제의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책 초반에 작크와 발루의 과거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막신의 과거는 생각보다 뒤에 드러난다. 그녀 또한 작크와 발루 못지않은 상처를 지니고 있었다. 남자들의 무대라 할 수 있을법한 포커판에서 걸크러시를 뿜어내며 자신만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막신의 모습이 흥미롭지만,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스스로 자해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했다. 과거의 상처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해 가는 그들의 모습 속에 포커판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휩쓰는 모습이 겹쳐지면서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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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워칭 유
테레사 드리스콜 지음, 유혜인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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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치를 준비해.

가끔 밀폐된 공간 안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귀에 들어올 때가 있다. 일부러 엿들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워낙 큰 소리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자연히 귀에 꽂히는 소리. 책 속 주인공 중 하나인 엘라 롱필드 역시 그랬다. 친구인 세라와 애나는 중학생으로 GCSE(영국 중등 교육 자격시험)을 본 기념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기차 안에는 막 교도소를 출소한 칼과 앤터니가 타고 있었다.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넷의 이야기가 엘라의 귀에 들린다. 엘라 역시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지라, 세라와 애나가 걱정되지만 설마 뭔 일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신고하지 않는다. 다음 날, 뉴스에서 애나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는 엘라는 큰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경찰의 늦은 대응 덕분에 칼과 앤터니는 이미 찾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애나의 행방 역시 알 수 없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애나 사건이 다시 방송에 나오게 되고, 그 즈음 엘라는 누군가로부터 검은 봉투에 든 협박 엽서를 받게 된다. 자신에게 협박편지를 보낸 것이 바로 애나의 엄마인 바버라 팰러드라 추측하는 엘라는 결국 사설탐정인 전직 경찰 매슈 힐을 고용하게 된다. 과연 엘라에게 협박편지를 보낸 사람은 바버라가 맞을까?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누구나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남을 의식하게 되어 제대로 된 결정이나 행동을 하지도 못한다. 제목의 I'm watching you. 나는 너를 지켜보고 있다.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제목이 목격자인 엘라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애나의 실종사건과 연관이 있는 인물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장이었다. 애나와 함께 기차여행을 떠났던 친구 세라, 애나의 아버지인 헨리 밸러드에게도 말이다. 목격자와 아버지, 친구 그리고 탐정까지 네 사람의 관점에서 사건을 서술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양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도 까도 계속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정말 목격자가 본 그 상황이 사건의 요지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 앞에서 멍해졌다.

책 속에는 여러 부모가 등장한다. 막 딸을 낳은 탐정 매슈, 여자친구를 혼전 임신시킨 17살 루크의 엄마 엘라, 비밀을 가지고 있는 애나의 아빠 헨리, 딸에초경이 시작된 날 성추행을 했던 세라의 아빠까지... 과연 누가 제대로 된 부모일까?

사건의 본질은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기도, 애처롭기도, 화가 나기도 했다. 과연 범인이 그 누군가의 눈을 의식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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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 기도할 때
고바야시 유카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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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연예인이 갑자기 과거사를 문제로 추락하는 경우를 종졸 볼 수 있다. 성(姓) 적인 부분의 문제가 불거진 경우와 소위 일진으로 학폭을 했던 경우가 상당수다. 대놓고 학폭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왕따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라 그로 인한 상처와 스트레스, 고통이 얼마나 큰지는 겪어보지 않았으면 모를 것이다.

죄인이 기도할 때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나는 과거, 하나는 현재. 공통점이라면 학폭으로 인한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사건은 11월 6일의 저주로 불린다. 가자미 시게아키는 중학생인데 자신의 집에서 커터 칼로 목을 그었다. 엄마인 아키에가 발견했다. 특이점은 피로 유서를 썼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출혈된 피로 인해 유서 내용이 알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알아볼 수 있었던 글자는 중(中)과 이(二)라는 글자뿐이었다. 갑작스럽게 아들을 잃은 가자미 게이스케와 아키에는 아들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 학교 측에 문의를 해도 별다른 답변을 얻을 수 없던 차에, 엄마인 아키에는 아들의 죽음의 원인을 알고 싶어 매일 학교 앞으로 찾아가 시게아키의 반 아이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들이 남긴 유서의 글자가 들어가는 반 아이들을 찾기 시작하는데...

한편, 학폭에 시달리는 도키타 쇼헤이는 11월 6일의 저주를 이용해 자신에게 돈을 뺏고 계속 괴롭히는 가와사키 류지를 죽이고 자신 또한 자살할 계획을 세운다. 그날도 역시 도키타는 류지에게 불려가 일방적인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 도키타는 류지에게 반항을 하고, 류지에게 당하던 찰나 분장을 한 피에로로 변장한 페니의 도움으로 상황을 모면한다. 페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도키타는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류지를 죽이고 자신도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도키타의 이야기를 듣던 페니는 자신이 류지를 죽여주겠다며 살해 계획을 세워오라고 하는데...

두 사건은 하나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중간에 한 인물이 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복수를 감행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복수는 과연 정당한가? 사회파 소설이라지만 현실의 사건들과 너무 닮아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분위기나 아들을 잃고 범인을 찾아 헤매는 엄마의 분노는 너무 실제적이었다.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식의 억울한 죽음의 이유만이라도 알고 싶은 현실에 도움을 줄 사람은 없다. 오히려 냉소만 있을 뿐...

왕따 문화는 일본이 참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왕따 안에 또 다른 왕따가 등장하고, 그런 분위기에 그저 동조하고 때론 묵인하는 것도 또 다른 가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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