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플레이어 그녀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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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거 총을 든 할머니의 저자 브누아 필리퐁의 신작 소설이다. 전 작의 주인공도, 이번 작품의 주인공도 여성이다. 사실 작가의 사진을 못 봤다면 여류작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심리묘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여성의 입장을 대변해 준다고 해야 할까? 걸크러시 베르트 할머니(루거 총을 든 할머니의 주인공)에 이어 막신 또한 만만치 않은 여성이다.

책 속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막신, 작크, 발루는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하나같이 큰 상처를 안고 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살았던 작크. 그의 아버지는 타짜였다. 아들인 작크에게 그가 가르친 것은 도박뿐이었다. 도박에서 지면 식사를 안 줄 정도로 작크는 생사를 걸고 도박을 배운다. 그리고 아버지는 작크가 입고 있던 셔츠 한 벌을 뺀 모든 것을 따서 떠난다. 살기 위해 작크는 도박판을 돌아다닌다. 작크의 동업자이자 친구인 발루는 거구의 흑인이다. 교통사고로 가족 전부를 잃는다. 그 이후 발루는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삶이 피폐해진다. 얻어맞고 있던 작크를 구해주고, 보호해 주는 대가로 작크는 발루에게 포커를 가르쳐준다. 그렇게 둘은 사기술과 조작법, 표정연기 등으로 동업자가 된다. 여전히 삶에 대한 고통을 느끼는 발루는 그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 여성을 덮치는 사내들을 손봐준다. 어두운 길에 성폭행을 하는 남자를 발견하면 흠씬 두들겨 패주고, 여성을 구출해 준다. 물론 그녀에게 호루라기를 건네주며 조심을 당부하기도 한다.

그런 작크와 발루가 포커판에서 만난 막신. 그녀 역시 포커 기술이 남다르다. 문제는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이다. 그녀에게 돈을 잃은 남자들은 그녀를 따라가 성폭행하려고 한다. 그런 남자들을 잘 아는 막신은 핸드백 안에 45구경 권총을 꼭 챙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작크, 발루와 만난 날. 막신은 일부러 돈을 잃어준다. 그녀만의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포커판은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었다. 과연 그녀는 왜 포커판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작크에게 동업을 제의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책 초반에 작크와 발루의 과거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막신의 과거는 생각보다 뒤에 드러난다. 그녀 또한 작크와 발루 못지않은 상처를 지니고 있었다. 남자들의 무대라 할 수 있을법한 포커판에서 걸크러시를 뿜어내며 자신만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막신의 모습이 흥미롭지만,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스스로 자해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했다. 과거의 상처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해 가는 그들의 모습 속에 포커판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휩쓰는 모습이 겹쳐지면서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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