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워칭 유
테레사 드리스콜 지음, 유혜인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르마. 치를 준비해.

가끔 밀폐된 공간 안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귀에 들어올 때가 있다. 일부러 엿들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워낙 큰 소리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자연히 귀에 꽂히는 소리. 책 속 주인공 중 하나인 엘라 롱필드 역시 그랬다. 친구인 세라와 애나는 중학생으로 GCSE(영국 중등 교육 자격시험)을 본 기념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기차를 탔다. 기차 안에는 막 교도소를 출소한 칼과 앤터니가 타고 있었다.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넷의 이야기가 엘라의 귀에 들린다. 엘라 역시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지라, 세라와 애나가 걱정되지만 설마 뭔 일이 있을까 싶은 마음에 신고하지 않는다. 다음 날, 뉴스에서 애나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듣게 되는 엘라는 큰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경찰의 늦은 대응 덕분에 칼과 앤터니는 이미 찾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애나의 행방 역시 알 수 없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애나 사건이 다시 방송에 나오게 되고, 그 즈음 엘라는 누군가로부터 검은 봉투에 든 협박 엽서를 받게 된다. 자신에게 협박편지를 보낸 것이 바로 애나의 엄마인 바버라 팰러드라 추측하는 엘라는 결국 사설탐정인 전직 경찰 매슈 힐을 고용하게 된다. 과연 엘라에게 협박편지를 보낸 사람은 바버라가 맞을까?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누구나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남을 의식하게 되어 제대로 된 결정이나 행동을 하지도 못한다. 제목의 I'm watching you. 나는 너를 지켜보고 있다.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제목이 목격자인 엘라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애나의 실종사건과 연관이 있는 인물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장이었다. 애나와 함께 기차여행을 떠났던 친구 세라, 애나의 아버지인 헨리 밸러드에게도 말이다. 목격자와 아버지, 친구 그리고 탐정까지 네 사람의 관점에서 사건을 서술된다. 읽으면 읽을수록 양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도 까도 계속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정말 목격자가 본 그 상황이 사건의 요지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 앞에서 멍해졌다.

책 속에는 여러 부모가 등장한다. 막 딸을 낳은 탐정 매슈, 여자친구를 혼전 임신시킨 17살 루크의 엄마 엘라, 비밀을 가지고 있는 애나의 아빠 헨리, 딸에초경이 시작된 날 성추행을 했던 세라의 아빠까지... 과연 누가 제대로 된 부모일까?

사건의 본질은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기도, 애처롭기도, 화가 나기도 했다. 과연 범인이 그 누군가의 눈을 의식했다면 어땠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