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멸망해도 짬밥은 먹어야 해 - 또라이 초병이 강철 부대 장교가 되기까지의 박장대소 에피소드
장정법 지음 / 커리어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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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가 군대 이야기 라고 한다. 근데 나는 군대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 여자다. 군대 하면 떠오르는 추억도 상당하고 말이다. 20살부터 7년간 매년 여름이면 강원도 군부대 지역으로 농활 및 봉사활동을 갔었고 그중 2년은 총괄 디렉터로 전체 일정을 담당했었다 보니 여전히 그때를 생각하면 설레고 재미있었던 시간이었다. 당시 청년부 담당 목사님이 과거 군목으로 계셨던 곳인지라, 금녀의 집이라 할 수 있는 군부대를 밟아볼 수 있었다. 짬밥도 먹어보고, 군용 모포도 깔아보고, 군대리아도 먹어봤다. 예비역 오빠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나는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진짜 사나이에서처럼 빵을 우유에 적셔서 먹진 않았지만(은근 비유 약함.) 버거 안에 딸기잼을 넣는 건 정말 신기하고 맛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보는 순간 다시금 옛 기억이 소환되었다. 물론 나는 훈련을 받았던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3박 4일 정도 머물다 온 것이 전부였긴 하지만 책을 읽으며 평생 경험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만나게 돼서 신선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20년 넘게 군인으로 산(말뚝을 박았던) 소령이다. 자신의 이등병 시절부터 간부 시절의 이야기까지 책 속에 고스란히 털어놓는다. 과거 교도소(?)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지라 군부대 생활에 암구호가 낯설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관심 병사였던 저자가 군대에 말뚝을 박게 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지금도 한 번씩 생각나는 군대리아로 4박 5일 휴가를 받은 사건은 놀랍기도 하다.

비록 계급장이 단순하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그 시절 가장 긴장하고 나를 제대로 바라보았던 청춘의 계급장이었단 사실만으로

당신은 어른 될 자격이 충분한 것이다.

그 외에도 평발이었던 저자가 행군을 했던 이야기와 그를 넘어서 20km 마라톤에 출전했던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 대단한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보통 자신이 평발이라는 사실을 알면 열외를 선택하고 쉴 텐데, 저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다. 그리고 잔머리를 쓰다 혼쭐이 난 말라리아 약과 간질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안이한 생각이 결국 큰일을 자초하게 된 교훈을 얻은 후 말라리아 약 전도사(?)가 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보통 말라리아는 아프리카에서만 걸릴 줄 알았는데, GOP에서도 말라리아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어쩌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평생 경험할 수 없는 군대 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함께 군대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바꿔준 흥미로운 책이었다. 재미있게 그리고 있긴 하지만 그들의 땀과 수고가 책 속에 담겨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나라를 지키며 구슬땀을 흘리는 많은 군인들에게 감사를 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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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선영 옮김 / 새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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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아프고 처절한 삶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긴 도스토옙스키의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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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선영 옮김 / 새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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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거장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이 죄와 벌 아니면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일 것이다. 대표작들에 비해 단출한 장편소설인 가난한 사람들은 도스토옙스키의 데뷔작이다. 사실 유명한 두 작품을 제외하고는 그의 작품들을 잘 몰랐던지라, 작가로 첫 작품인 이 책은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내심 궁금했다. 대표작들을 읽을 엄두가 안 나기도 하고,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만나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반가웠다.

책의 제목 그대로 이 책에 등장인물들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삶이 가난하고, 돈이 없을지언정 인정과 사랑은 풍족한 사람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 도브로숄로바와 마카르 알렉세예비치 제브시킨이 주고받은 편지가 책의 내용이다. 이 둘은 연인도, 가족도 아니다. 이웃에 거주하는 관계다. 사실 첫 장부터 마카르가 바르바라를 천사, 아기씨, 비둘기 등으로 불러서 사랑하는 연인 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47세의 하급 관리인 마카르는 17세의 고아 소녀 바르바라에게 부성애를 느끼고 안타깝게 여기고 돌봐준 것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마카르가 왜 바르바라를 보살펴 줄까 궁금했다. 자신조차 녹록지 않은 삶을 살면서 말이다. 거기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인 데 말이다. 마카르는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보며,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도우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부모 없이 큰 상처를 받은 바르바라를 바라보면서, 그녀가 조금씩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그 또한 삶을 지탱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마카르는 완벽한 키다리 아저씨는 아니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부유했지만, 마카르는 재정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마음은 키다리 아저씨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주위에 나눌 수 있는 큰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나름의 삶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여전히 삶은 찢어지게 가난하다. 19세기에 쓰인 책이지만, 현재도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는 금수저를, 누구는 흙 수저를 물고 태어난 현실이 참 쓰리다. 처절하게 가난한 삶이 더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 그래서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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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 - 고전에서 찾은 나만의 행복 정원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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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부터 고전에 대한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사실 시험을 위한 고전을 제외하고는 학창 시절에 고전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근데 그런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고전을 읽지만 그 안에 담긴 교훈들을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나마 논어나 맹자나 철학서들의 경우는 대놓고 교훈을 드러내지만 소설들은 솔직히 요즘 나오는 아침드라마 틱한 막장들이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겐 오히려 고전이 담고 있는 교훈과 삶의 지혜들을 대놓고 설명해 주는 책이 좋다. 그런 면에서 "내 곁에서 내 삶을 하여주는 것들"은 모범답안 혹은 해설서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전 문학 28편을 바탕으로 28가지의 교훈과 삶의 지혜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총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자아, 2장은 사랑, 3장은 삶, 4장은 기적, 5장은 의미(어려움), 6장은 행복이 주제다. 사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고전소설 중 반은 내가 읽은 책 들이었다. 그리고 반은 읽지는 않았지만 이름은 들어본 작품들이고, 걔 중에 정말 낯선 책도 몇 권 있었다. 문제는 내가 읽었던 책 속에서 나는 왜 이런 지혜와 교훈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책을 다시 읽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책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4장 말미에 등장하는 톨스토이의 작품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관한 진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만, 매일의 삶이 쉽지 않다. 특히 내가 가진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생명을 빼앗기 싫어 반항하는 천사 미하일의 이야기. 신이 주는 깨달음의 기회 등을 통해 저자는 사랑에 대한 또 다른 정의를 이야기한다.

이 사랑의 빛을 타오르게 하는 것만으로 모든 사람의 삶은 유일하고 위대한 의미가 될 수 있다.

또 모든 일에는 그마다의 뜻이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 당장의 눈앞에 상황만 바라보고,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아이에게 화를 낼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부끄러운 경우 또한 많았다. 아이는 자신 나름의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 또한 책을 읽으며 미하일과 같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신이 말한 세 가지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그동안 알 수 없었던 또 다른 의미와 계획을 만날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생각한 삶의 지혜와 더불어 또 다른 교훈들을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경험을 가지기에 다가오는 생각과 느낌은 다를 수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여러 가지 지혜들을 함께 맛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책에서 소개해 준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을 읽어봐야겠다. 또 다른 지혜와 교훈. 통찰력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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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입원했습니다 - 요절복통 비혼 여성 수술일기
다드래기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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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내 첫 입원은 큰 아이를 낳는 날이었다. 태어나서 출산 전까지 입원을 해본 적도, 119를 타본 적도 없었다. 지극히 무탈하게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죽이 아닌 밥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결국 자연분만에 성공하지만 초산인지라, 새벽 3시에 시작한 진통은 결국 저녁 9시 즈음에다 막을 내렸다. 후처치와 캥거루 케어를 하고 입원실로 올라가니 밤 11시가 가까이 된 시간. 하루 종일 쫄쫄 굶었는데 먹을 수 있는 건 미역국 한 그릇이었다. 그나마 신랑은 다음 날 출근(몹쓸 회사ㅠ) 해야 해서 엄마가 병실을 지켜줬다.(코로나19 이전이기에) 분만 4시간 안에 소변을 한 번 봐야 하고, 그로부터 또 4시간 안에 소변을 한번 더. 24시간 안에 대변을 봐야 한다는 미션이 주어졌다. 문제는 4시간 안에 봐야 할 소변이 새벽이라는 데 있다. 결국 쪽잠을 자는 엄마를 깨워 화장실에 갔다. 그때 알았다. 혼자 입원했다면 이 모든 걸 혼자 다 해야 했는데...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로부터 4년 후 둘째 출산. 다행히 새벽 진통과 빠른 출산으로 아침에 병실로 올라왔다. 큰 아이가 집에 있어서 남편은 출산 당일 오후에 집으로 갔다. 자연분만이라서 혼자 모든 걸 할 수 있는데, 다인실 병실에 보호자 없이 나 혼자 덩그러니 있으려니 괜스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 혼자 할 수 있는데도 서러웠다.

장황한 내 이야기를 뒤로하고, "혼자(!) 입원했습니다."라는 비혼 여성의 부인과 수술 일기를 읽었다.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본인의 이야기라서 정말 사실적이다. 사실 혼자는 아니다. 다행히 주인공 조기순씨 옆에는 10여 년을 함께한 여자친구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혼자라고 이야기한 것은, 보호자가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오랜 변비로 고통을 받던 기순 씨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여성 병원을 간다. 이른 초산과 매번 생리통이 심해서 힘들었던 기순 씨는 의사와의 상담에 옛 기억을 생각한다. 약 먹으면 내성(나도 이 얘기 들어서 약 절대 안 먹었는데...)이 생기니 참으라는 양호선생의 이야기에 약도 안 먹고 버텼는데, 산부인과 의사는 왜 참냐고, 진통제는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나 역시 결혼 전에는 산부인과를 한차례도 간 적이 없었다. 안 아팠냐? 나부터도 산부인과는 기혼여성들이 가는 곳, 임신과 출산을 위해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막상 나 역시 출산 후 입원해 보니, 병실(나는 두 번 다 다인 실을 사용했다.)에는 여성 질병들로 입원한 환자들이 꽤 있었다.(보통 제왕절개 출산의 경우 1인실 입원이 많고, 자연분만의 경우 다인 실을 사용하기도 한다.)

결국 난소 근처에서 8cm가 넘는 혹이 발견된 기순 씨는 산부인과 의사에 조언에 따라 암 병동으로 옮겨진다. 유착이 심한 상태에다, 모양이 좋지 않아서 경계성종양이 의심된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급하게 수술 날짜를 잡는다. 문제는, 직장!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기순 씨는 그동안 검사를 위해 연차 혹은 반차를 사용했는데 수술을 위해 휴가를 이야기하자 정색하고 화를 내는 상사. 100% 여성이고, 그동안 부인과 관련 수술들을 받은 직원들도 상당했는데 그때마다 직장은 난색을 표한다. 결국 기순 씨는 몰아붙이는 상사에게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나온다. 입원 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비혼 여성인 기순 씨는 보호자가 없다. 엄마에게 얘기하자니 갖은 잔소리가 날아올 거라 생각한 기순 씨는 고민에 빠지고... 결국 기순 씨의 여친들이 보호자가 되어주기로 한다.

비교적 부인과 수술 중 간단한(?) 수술인지라 큰 수술 사이에 끼워 넣어져있는 기순 씨의 수술은 정확한 시간이 없었다. 설마 앞에 큰 수술 2개가 취소되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에 친구들에게 오후에 오라고 이야기했지만 갑작스레 앞의 수술들이 취소되고 기순 씨는 아침 일찍 수술을 받게 되는데...

수납. 수납. 수납 지옥은 사실 소아청소년과(규모 있는)에서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오히려 출산 때는 수납 지옥은 없었던 것 같다. 출산이라서 그런 건지, 입원을 위해 보증인을 세우는 경우도 없었고 수술을 위한 사인을 내가 하지도 않았다.(아마 남편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 기순 씨의 입원기처럼 막상 보호자 없는 입원의 경우는 참 난감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다행히 좋은 친구들이 있었으니 망정이지... 여성 병원인지라 부인과 암 관련 환자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3인실을 사용했기에 볼 수밖에 없었던 씁쓸한 사실들이 참 서글펐다. 긴 병에는 효자(책 속에서는 배우자도 포함) 없다는 말이 맞구나 싶기도 하고, 마지막을 보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가족들의 모습도 그려져서 여러 가지로 마음이 쓰였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이 제일이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피부에 와닿는다. 건강할 때 건강을 잘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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