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육아의 1단계는 말투입니다 - 심리상담치료사가 알려주는 아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부모의 말습관
권예원 지음 / 리더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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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괜찮은 엄마라고 생각했다. 꽤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있었고, 나름 아이들과 좋은 관계들을 유지했기에 아이를 낳아도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큰 아이와 보낼 시간이 더 많아지니 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오산이었다. 둘째가 태어난 후 오히려 큰 아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어려웠다. 얼굴을 붉힐 일이 더 많아졌고, 목소리 톤은 더욱 올라갔다. 참을성이 없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싶을 정도로 스스로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그동안 큰 아이는 눈을 깜박이는 이상행동이 다시 시작되었고, 매사의 자신감을 잃어갔고,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냅다 소리를 지르며 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라는 것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책을 읽으며 내 얘기 같은 상황, 우리 아이 같은 상황이 무수히 많이 등장했다.

부모가 세상의 전부인 아이에게, 부모의 말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정답이다. 그렇기에 부모의 말투에서 아이는 자신이 미래의 모습도, 자신의 현재의 모습도 발견한다. 부모의 말이 왜곡되고, 날카로울 때조차 그것이 사실이라 받아들인다. 그래서 아이는 그대로 생각한다. 자존감이 낮은 부모 아래서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이제서야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피부에 절절히 와닿았다.

나는 MBTI 기질 중 I형을 가졌다. 낯가림이 있어서 먼저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가 참 불편하다.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왜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만나도 인사하기를 주저하고, 혼자 겉돌까 싶었는데 엄마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 혼자 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고 알게 되었다. 내가 못하면서 그동안 아이에게 참 많이도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뿐만 아니라 과잉보호, 부모의 간섭과 통제, 엄격한 훈육 등 책을 읽다 보니 우리 아이가 가지고 있는 소심함이 내 그릇된 양육태도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생각에 정말 가슴이 아팠다. 부모의 통제가 심할수록,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공간을 빼앗기고 시키는 대로 하는 소심하고 수동적인 아이가 될 수 있다니...

책 속에는 각 상황에 맞는 사례가 등장하기에 부모의 모습을 점검해 보기 어렵지 않게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의 말미에 두 문장으로 정리가 되어 있기에 입문서로 읽기에 좋을 것 같다. 아쉬움이 있다면 말투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나 실제적인 말투의 실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었으면 실제로 활용도가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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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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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스테디셀러 지대넓얕의 작가 채사장의 첫 장편소설을 만났다. 제목도, 표지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리달송했다. 제목은 이 책의 주인공의 이름이다. 소마. 쉽지 않은 삶을 살았던 소마의 삶은 생각할 거리를 가득 담고 있었다.

마을 중앙의 사원 뒤 객사 같은 흙집에서 태어난 소마. 사원과 근거리에 있다는 것은 그의 부모의 직업을 알게 해준다. 아버지는 사원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소마는 태어나면서부터 자라면서 사원과 가까이하며, 부모로부터 신에 대한 생각을 하며 성장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였으나 신전이라는 공간이 중요하고 특별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소마는 제단 앞에만 서면 위축되었다. 그 제단에서 짐승을 잡고, 제사를 올렸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활과 화살 통을 들고 길을 나선 소마. 아버지가 쏘아 올린 화살을 찾을 수가 없다. 아버지가 쏜 화살을 찾아야만 어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소마는 화살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비를 만난 소마는 다리를 다친 들개를 발견하고, 들개와 함께 동굴로 피한다. 그 동굴 근처에는 저수지가 있는데, 저수지에 얽힌 이야기를 떠올리는 소마. 비를 피한 동굴에서 소마는 이상한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다. 화살을 찾게 해주는 대신 그 내면의 소리는 소마에게 세 가지를 바치라고 이야기한다. 첫째, 나를 경배하라. 둘째, 나에게 복종하라. 셋째, 들개를 제물로 바쳐라. 처음에 두 가지는 어렵지 않았지만, 들개를 바치라는 말에 소마는 왠지 모를 가슴 가득한 슬픔을 느낀다. 결국 소마는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았고, 목소리는 소마에게 마을로 가지 말라는 경고를 남긴다.

그렇게 돌아온 마을에서 소마는 끔찍한 광경에 처하게 되고... 그 일은 소마의 일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종교적 이미지가 책 속에 가득하다. 그 종교는 성경의 냄새가 난다. 2부부터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은 성경 속 인물을 차용해왔다. 바로 한나와 엘가나 그리고 사무엘. 연관 짓고 싶지 않지만 자연스레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불임이 마치 자신이 지은 죄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며 회개를 하는 한나. 그런 한나를 지켜보기만 하는 무능한 남편 엘가나. 이교도의 아이라고 내쳤지만, 왠지 모를 이끌림에 한나는 소마를 받아들이고 그에게 사무엘이라는 이름을 선물한다. 하지만 그녀의 오빠는 그녀가 가진 재산마저 탐내고, 마치 불임이 신의 노함이라는 노골적인 이유를 대며 자신의 서자를 양자로 보낸다. 그와 만남을 갖는 소마...그리고 그 만남은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소마의 삶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는 자신이 탐욕을 마치 진리인 듯, 신의 뜻인 듯 포장하며 정당화시키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마가 동굴 속에서 만난 목소리는 과연 누구였을까? 인생에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잃게 되었을 때 과연 남는 것은 무엇일까? 삶이라는 어떤 것을 담고 있는 것일까? 특이하고, 생각할 여지를 가득 던져주는 의미심장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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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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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버판으로 만나게 된 웨하스 의자. 17년 전 소설이었다니, 놀랍다. 지금 읽어도 그리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으니 말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그녀만의 느낌이 있다. 무덤덤한 듯 나긋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일상적이고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래서 마치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드는 소설이라는 표현을 하고 싶다.

처음 제목을 읽었을 때 그 뜻이 마냥 궁금했다. 웨하스는 샌드위치처럼 웨이퍼 사이에 크림이 발라진 과자를 말한다. 사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원래 과자는 웨이퍼인데 일본 발음이 웨하스란다. 이 웨하스는 부드럽지만, 그만큼 부스러기가 많다. 약하디 약하다. 그런 웨하스로 만든 의자라... 책 중반부에 웨하스로 만든 의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의미지가 사랑에 담겨있다.

예술가인 부모 아래에서 자란 그녀는 터울이 있는 여동생이 있다. 6년째 연애 중인 여자. 근데, 결혼은 하지 않았다. 그녀의 애인은 딸이 있는 유부남이다. 즉, 불륜 관계다. 그녀 역시 어머니처럼 미술을 한다. 스카프 디자이너인 그녀. 그녀의 삶은 그리 외롭지 않았다. 길고양이를 돌봐주기도 하고, 사랑하는 애인과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가끔 여동생이 찾아오기도 한다. 여동생과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씩 연락을 주고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갈 수는 없다. 왠지 모를 마음의 균열이 조금씩 생긴다.

그녀는 고아다. 아버지가 먼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차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가령 택시를 애용했는데 처음에는 개인택시만 타고 다녔다. 물론 나중에 바뀌긴 했지만... 그런 아버지가 친구와 낚시를 다녀오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아이러니하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가 남겨진 세 모녀. 처음에는 한 집에서 살다가 하나 둘 독립을 하고 결국 셋은 각자 다른 곳에 사는 가족이 된다. 그리고 어머니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다. 특이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죽음은 슬프지 않다는 교육을 받아왔다. 그래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그녀는 울지 않았다. 죽음은 일상처럼 누구나 겪는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애인에게 묻는다. 내가 죽으면 슬프겠냐고...

결혼을 한 내 입장에서는 주인공에게 연민의 감정이 생기기 보다 애인의 아내의 입장에 자꾸 신경이 쓰였다. 너무 사랑하지만 함께 할 수 없는 그녀의 선택을 보며 예쁘고 먹음직스럽지만, 쉽게 부서지고 마는 약한 웨하스처럼 그녀의 마음도, 사랑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지금 읽어도 불륜은 색안경이 껴지는데, 17년 전이었다면 지금보다 더 파격적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주인공의 마음이 이해되고 와닿을 수 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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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2 - 리디아의 일기장
김민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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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레스토랑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총 3부작이라고 하니, 완결은 아니다. 그래서 더 궁금했던 2권이다. 생각보다 2권이 일찍 출판된 것 같다. 3권도 속히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1권 말미에 여왕과 결혼을 하게 된 악마 하츠.(여왕과 하츠는 적대적 관계다). 주례의 제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회 음식을 맛보며 평가를 하기 시작한다. 이 모든 것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밑밥(?)인 것일까? 불 뿜는 용 히로와 함께 꿀벌들을 학살(?) 하는 피의 결혼식의 막바지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왕이 등장한다. 그녀의 흰 드레스는 꿀벌들의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로 빨갛게 물들어 간다. 여왕과의 결혼식에서 겨우 탈출한 하츠와 히로.

한편, 레스토랑의 주인 해돈의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 잡혀온 시아. 인간의 심장이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늙은 마녀 야콥의 이야기에 시아를 이상한 나라의 요괴 레스토랑으로 이끈 고양이 루이. 이렇게 죽을 수 없었던 시아는 결국 한 달이 말미를 벌게 되고, 험난한 과정을 거치며 약초를 발견하고 드디어 약초가 말랐다. 냄비를 이용해 끓이면서 심장과 같은 성분의 약초를 찾아내야 해서 마녀 야콥의 냄비를 빌리려고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냉담하다. 벌써 한 달 중 일주일이 지난 상황인지라 시아는 조급하기만 하다. 다행히 야콥의 심부름꾼이자 친구가 된 쥬드의 도움을 받아서 요리사로부터 냄비를 빌리고, 비어있는 리디아의 방에서 약초를 끓이기 시작하는데...

2권의 부제는 리디아의 일기장이다. 리디아라는 이름이 낯이 익은데 바로 1권에 등장했었기 때문이다. 리디아는 레스토랑의 마녀였으나, 야콥이 나타난 후 마녀 지위를 빼앗겼다. 그녀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은 시아이기에 그녀의 방을 빌리는 것이 탐탁지 않지만 당장 약초를 끓일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은 터라 쥬드의 말대로 일을 시작한다.

요리사로부터 로이가 단장으로 있는 VIP만을 위한 공연에 초대받게 된 쥬드와 시아 그리고 히로. 시아가 온다는 소식에 하츠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로이로부터 뭔가를 알아내기 위해 시아는 공연장으로 향한다. 뱀파이어인 에드워드 백작이 최면을 시작하고 떠들이 부인의 노래에 맞춰 거미 발레리나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같은 노래를 에드워드 백작이 부르자 거미 발레리나가 이상해진다. 그렇게 공연은 어느새 중반부로 향하고 단장인 로이가 나타난다. 로이는 도움을 줄 관객을 찾게 되고 쥬드와 시아, 히로가 무대에 오른다. 거미줄에 걸린 카드 중 조커를 찾아야 하는데, 시아가 한 카드를 뒤집자 갑자기 다른 장소로 이동하게 되고, 그녀는 로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공연 후 하츠는 시아를 찾게 되고, 그녀에게 레시피를 빼내는 데 도움을 준 인물이 누군지를 묻는 하츠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시아에게 하츠는 협박을 가하는데...

이야기의 진행이 빠르다. 피가 마르는 시간이 계속된다. 시아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친구 쥬드를 꼭 지켜내고 싶다. 자신 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너무 괴롭고 눈물이 난다. 그런 시아의 눈물을 보고 하츠는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과연 그녀의 눈물은, 그녀의 마음은 적들을 자신의 편으로 돌릴 수 있을까? 또한 이번 이야기에는 아카시아양이라는 발레리나와 악마 톰이 등장한다. 리디아에 이어 아카시아양 이야기가 시아의 이야기와 버무려져 또 다른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이어지는 3편은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물론 시아는 무사히 풀려나겠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얼마나 큰 아픔을 맛보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모두를 지킬 수 있는 길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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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정면
윤지이 지음 / 델피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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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정면을 보고 있는 지금,

나의 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해져 있었다.

그러니까 삶과 죽음 사이에서 나는 로프 하나만 의지하고 있었고

그 사실이 내 안에 더 할 수 없는 고도의 집중력을 솟구치게 했다.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어둠의 정면은 어떤 색일까? 검은색일까? 어둠의 정면은 어디일까?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정신과 전문의 민형기다. 근데 그의 행보가 좀 이상하다. 의사지만 죽음에 대해, 자살에 대해 관심이 많다. 아주 튼튼한 로프를 인터넷에서 구매한다. 혹시나 싶었다. 왠지 분위기가 의미심장해서 혹시 목을 매려고...? 다행히 목을 매진 않았지만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특이한 행보를 보인다.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로프를 잡고 암벽등반을 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다행이라면 본인도 놀랐지만, 신고에 경찰이 출동한다.

아내와의 관계도 썩 좋지 않다. 부부라고는 하지만 뭔가 거리감이 커 보이는 둘의 관계는 뭔가 맞물리지 않는 톱니바퀴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그의 자살 충동의 한 원인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삶에 대한 석연치 않은 상황들 속에서도 그는 정신과 의사로 일을 계속한다. 그의 상담실에 때마다 나타나는 소년과 같이 말이다. 그런 그가 의사로서 기능을 할 때가 있었다. 바로 김상균이라는 환자에 대한 일이다. 늘 빠짐없이 예약시간에 정확히 오는 그가 갑자기 예약한 날 오지 않는다. 그간의 이력을 곱씹어 봐도 자살을 생각할 만한 징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그가 오지 않자 형기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전화를 해볼까, 찾아가 볼까? 왜 유독 김상균에게만 그런 감정을 품게 되는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궁금하긴 했다. 사실 일반인들은 우울감이 심해지거나, 공황장애 등 정신적인 어려움과 아픔을 느낄 때 정신과를 찾는다. 의사와 상담을 하고 약을 처방받으며 차도를 보인다. 그런데 정신과 의사는 누굴 찾아야 할까? 스스로 아프다는 것을 인지할 때 비로소 병원에 갈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자신이 정신과 의사기 때문에 자신을 환자들과 동일시하지 못할까? 또한 계속되는 상담으로 감정이입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형기의 모습을 보며 자꾸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게 된다.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정신과 의사라... 근데 문제는 그 충동이 죽음이라는 것이다. 마치 성욕이나 식욕처럼 일반적인 충동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문제다. 물론 정신과 의사도 사람이기에 좌절도, 정신적 피폐도, 때론 삶을 끝내고 싶은 생각도 들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가 정신과 의사라는 데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쉽지 않다.

다시 어둠의 정면이라는 제목으로 돌아가 본다. 제목 속 어둠은 마음의 캄캄한 상태, 죽음의 충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고통을 치료하는 의사. 그 고통 속에 빠져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어둠의 정면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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