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선량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냉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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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연인이다.

그러나 애초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이며 잘못이었다.

결혼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가 많이 달라진 세대를 살고 있다. 과거에는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결혼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결혼은 쉽지 않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카니와 마미와 니스자와 가케루의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나 역시 결혼이 늦은 편이었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사람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 책 속에서 혼활이라고 표현하는 결혼을 위한 활동(마치 취업활동 같은 의미의 신조어.)들은 나 또한 마미처럼 겪었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 역시 몇 개의 업체에 나를 가입시켰다. 가입비도 상당히 비쌌다. 근데 인연은 따로 있다고, 남편과의 만남은 중개 업체 소개가 아닌 지인의 소개로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나 또한 업체의 가입을 두고 부모님과 상당한 마찰을 빚었다.

마미와 가케루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친구들과 가벼운 술자리를 갖던 중, 약혼녀 마미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 벌벌 떨면서 우는 목소리로 마미는 자신이 스토커를 당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 일 이후 마미는 가케루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그날도 마미의 목소리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케루의 전화에 지금은 통화하기 조금 힘들다는 한마디 말을 남겼을 뿐이다. 가케루 역시 거래처 미팅으로 바빴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늦은 시간까지 전화도 없고, 집에 들어오지 않은 마미의 모습에 가케루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녀를 만나는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마미의 본가로 전화를 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결찰에서 온 대답은 스토커에 의한 납치라기보다는 마미 스스로 사라진 것 같다는 이야기만 들려온다. 그렇게 가케루는 마미의 행적을 따라 그녀를 찾기 시작하고, 그동안 겪었던 그녀의 모습과 다른 마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드라마처럼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모두가 경험할 수는 없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보다는 결혼 적령기 때 만나고 있던 사람 혹은 결혼을 생각하고 있을 즈음 옆에 있던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때론 조건이 맞거나 성격이 맞는 경우 등 결혼을 생각하게 하는 이유들은 다양하다. 물론 그중에서 이 사람이다!라는 어느 정도의 신뢰와 감정의 이끌림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결혼은 당사자들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 내 지인들 중에도 당사자 보다 부모의 결정과 푸시로 결혼을 한 커플들이 있는데, 아쉽게도 끝이 좋지 않았다. 자녀가 다 큰 성인임에도 자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모든 것을 결정해 주는 부모들의 모습은 결국 자녀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조금 늦긴 했지만 자신이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다행이다. 역시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사실. 자녀의 삶의 주인공 또한 자녀라는 사실. 다시 한번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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