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할머니 이야기 I LOVE 그림책
조앤 슈워츠 지음, 나히드 카제미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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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다. 두 분 다 지방에 살고 계셨고, 명절이나 가끔 우리 집에 다녀가실 때가 전부이기에 같이 지낸 시간도 길지 않았다. 나이 차이도 많이 났기에 내 기억 속에 할머니는 늘 흰머리에 구부정한 허리를 가지고 있는 분이었다. 다행히 친정 근처에 살고 있기도 하고,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은 터라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와 가까이 지내고 있다.

아직은 멀기만 해 보이는 노년의 삶에 대한 그림동화를 읽다 보니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더욱 빠르게 지나간다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육아휴직 중이다 보니 매일의 삶이 어제가 오늘 같은 무료함이 있다. 늘 일어나서 큰 아이 등원시키고, 작은 아이를 챙기다 보면 어느새 큰아이 하원 시간이 된다. 큰 아이를 데리고 와서 저녁을 먹이고, 씻기고 나면 하루가 간다. 매일 똑같은 모습의 하루를 살다 보면 일주일이 훌쩍 지난다. 하지만 책 속 할머니의 삶은 달랐다. 내가 보기에 그리 다르지 않은, 매일 똑같은 삶이지만 할머니는 매일이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나이 든 개와 산책을 하고, 집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집에 가기 싫을 정도로 밖에서 생활이 즐거웠던 옛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몸 여기저기가 아프기에 중간중간 쉬어가는 시간도 많다.

책 속 이야기는 활기차거나, 생동감이 넘치지는 않는다. 조금은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검은색이 많이 쓰이기에 어두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할머니와 개는 그 안에서도 하루를 조용조용하게 활용한다. 자연을 보며 장엄함을 느끼기도 하고, 지팡이로 쓸 만한 튼튼한 나무를 구하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커튼에 난 구멍을 보게 된다. 내일 일어나서 꿰매야지... 사실 이 대목을 읽으며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할머니의 내일이 과연 있을까 하는 슬픈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할머니는 아픈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일어난다. 그리고 주어진 하루를 새롭게 시작한다.

노년의 모습을 그저 밝게 만 그리려고 애쓰지 않아서 오히려 더 진실되게 와닿았던 것 같다. 할머니와 함께한 동반자인 개(할머니 이름도, 개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할머니는 그저 할머니, 개는 그저 개다.) 또한 나이가 들었기에 할머니와 같은 감정을 나누는 것 같았다.

청년은 그 나름의 생동감이, 노년은 그 나름의 완숙함이 있다. 지금은 할머니지만 할머니에게도 곱씹을 추억의 시간과 지금의 시간이 대비되어 삶의 여정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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