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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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단 본 건 잘 잊지 않는다.

자신이 이미 본 것보다 약한 걸 보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감각이 움직이는 법은 거의 없다.

일부 유튜버는 그래서 공중파 뉴스에서 본 것보다 더 자극적인, 더욱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 모습을 연출한다.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한 이래로 인간은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철학. 의학. 과학. 종교 등 다양한 학문이 발전하기 시작했지만, AI와 드론 등 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이룬 현재에도, 아니 미래에도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고통이 사라지거나,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말이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라는 제목은 참 아프고 슬프다. 그 뜻이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이태원 할로윈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내년이면 10년이 되고, 궁평 2지하차도 사건이 일어난 지 4개월이 지났다. 각종 재해는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당시에는 끔찍한 재해의 소식 앞에서 가슴을 졸이고, 안타까워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그 의미와 고통이 퇴색되기도 한다. 물론 사고와 관련성이 적은 타인의 입장에서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직 기자다. 그래서인지 각종 사고가 펼쳐질 때마다 상황을 보도해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의 민망함과 고민의 시선도 마주할 수 있다. 단독 특종을 놓치는 것과, 가족을 잃고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 가족들을 취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고민을 한다. 신입 기자 시절에는, 차마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들에게 차마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어서 장례식장 앞에서 주저주저하다 낙종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과연 알 권리는 어디까지 일까? 이런 이런 위험과 어려움을 시청자에게 알려주는 행위가 먼저일까? 아님 취재를 포기하고 당장 앞에 놓인 사람을 구하는 게 먼저일까? 좀 더 자극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카메라를 들이대야 하는 상황이 과연 옳은 것일까?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책 속에는 비단 큰 사고뿐 아니라 SPC 끼임 사고처럼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 한파와 폭설, 폭염 등의 재해로 인해 벌어지는 사고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 매년 반복되는 폭염과 한파의 뉴스 속에는 쪽방촌에서 여름 나기, 빙판길 사고, 반지하 방 폭우 등 늘 반복되는 고통의 소식들 앞에서 과연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자신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는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지만 한편으로는 구경을 하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그 입장이 되지 않았기에 큰 재난과 고통과 불행의 뉴스를 계속 검색하고 또 검색한다. 과연 그 안에는 안타까움만 담겨있을까? 책을 읽으며 마냥 비판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 나 역시 그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한 유명 연예인의 마약수사 관련 뉴스와 메달리스트였던 한 선수의 사생활에 관한 뉴스가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데, 먼저 본 뉴스보다 더 속 사정이 담긴 뉴스를 또 찾고 찾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통을 구경하는 우리 모두의 시선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더 이상의 뉴스를 막아야 할까?

상실의 과정에서 인간은 기억을 재료로 애도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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