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라이카 토마토 청소년문학
김연미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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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어떤 아이와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장을 갖고 싶어 하는 닉이요."

"어떤... 아이였나요?"

다른 성격이겠지만, 디어 마이 라이카의 라이카와 벨카의 이야기를 읽으며 예전에 봤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자신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곳에서 광주로 돌아오던 아버지가 사망했는데 40년 넘게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다는 이야기였다.

기후 위기로 지구가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다른 행성을 찾기 위해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앞서 출발한 휴마누스 1호와 2호가 폭발하면서 프로젝트는 미뤄진다.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이 없는 터라 휴마누스 3호 프로젝트가 재개된다. 화학자이자 유명한 엔지니어였던 라이카 역시 휴마누스 3호 프로젝트에 원서를 넣는다. 그리고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문제는, 그에게는 같은 일을 하는 과학자 아내와 벨카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이 발전하긴 했지만, 3호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었다. 결국 라이카와 K 박사는 휴마누스 3호를 타고 행성을 찾아 떠난다. 우주선이 떠나고 4년이 지난 12월 22일. 급작스러운 뉴스가 도착한다. 바로 휴마누스 3호와의 교신이 끊어졌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1월 14일. 휴마누스3호 프로젝트의 미션 종료가 공식화된다. 그날은 벨카의 생일이었다. 그날 이후로 벨카의 생일은 아빠의 기일이 된다. 벨카는 아빠가 떠나던 날, 엄마 품에 안겨 웃으며 손을 흔드는 자신 때문에 아빠가 그렇게 된 것일까? 하는 고민 속에서 결국 집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한다. 그렇게 2년이 지난다. 벨카의 생일이자 아빠의 기일인 그날. 참다못한 엄마는 벨카에게 이야기를 한다.

엄마, 나는 하늘을 올려다볼 수가 없어. 아빠 무덤이 계속 내 머리 위에 있잖아.......

나는 하늘만 보면 아빠 생각이 나.

그런데 하늘은 언제나 내 머리 위에 있어서 피할 수도 없어.

아들 벨카의 대답에 엄마는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우주청에서 일하는 터라, 남편의 존재를 매일매일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인 엄마처럼, 벨카 역시 우주의 매력에 빠진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을 계기로 그는 아빠 라이카처럼 우주인을 꿈꾼다. 그리고 휴마누스 4호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아빠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강한 바람을 가지고 벨카는 4호 프로젝트에 지원한다. 그리고 그는 아빠처럼 우주인으로 선정되는데...

책 속에는 라이카와 함께 휴마누스 3호를 탄 K 박사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어려서부터 타인과 다른 삶을 살았던 K. 살아있는 생물들은 어떻게 사는 건지 너무 궁금했던 K는 집에서 키우던 동물들을 해부한다. 학교에 진학한 K는 옆 짝이 나비를 보고 예쁘다는 말을 듣고, 흰나비 10마리를 박제해 선물한다. 선물을 받고 혼비백산해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보고 K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예쁘다고 해서 선물을 해줬는데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K의 행동에 친구는 물론 가족들도 그로부터 등을 돌린다. 시설에서 생활하게 된 K는 공부 말고는 다른 것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냉정하고 차가운 과학자가 된다. K와 라이카 그리고 벨카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책은 마치 우주를 유영하듯이 전개된다. 과연 벨카는 라이카를 만나게 될까? 동면 상태에서 깨어난 후, 기억을 잃은 라이카는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이들의 기억이 하나 둘 맞춰지며 자신을 찾아가는 별처럼 빛나는 이야기. 디어 마이 라이카를 통해 빛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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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20분, 읽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대단한 독서법
와타나베 야스히로 지음, 최윤경 옮김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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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 욕심이 참 많다. '언젠가 읽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덮어놓고 구입한 책만 해도 수 백 권 이상 될 것 같다. 문제는 소장하고 있는 책은 쉽게 읽을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내게 남아있는 시간을 책 읽는 데 투자하게 되고, 그럼에도 책에 쫓기는 상황(?)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1권에 20분이라는 제목에 눈이 확 트였다. 근데, 다음에 붙은 단어가 "읽지 않고"이다. 독서법에 대한 책인데 책을 읽지 않는다고? 이 무슨 아이러니한 상황인 걸까! 사실 1권에 20분이라는 시간도 그렇다. 아무리 페이지터너인 책을 읽는다고 해도 2시간 이상은 걸리기 때문이다. 근데, 장르에 상관없이 20분이라니... 궁금했다. 정말 1권을 20분 안에 읽는다면, 하루에 못해도 10권 이상은 읽을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나니 말이다.

우선 이 독서법은 좀 특이하다. 보통 빠르게 책의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 상당수 책들이 강조하는 것이 먼저 목차를 살펴보는 것이다. 빨리 내용을 파악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독서법 책들의 경우 목차를 읽으며 와닿거나 읽어야 할 것 같은 내용만 읽기를 권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절대 목차를 먼저 읽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이쯤 되면 저자가 말하는 1권 20분 독서법이 궁금해지지 않는가?

여기서 특이한 점이 하나 더 등장한다. 책과 함께 펜과 종이가 1장 필요하다. 그리고 그 20분 동안 정말 책을 읽기 보다, 다른 작업을 하게 된다. 우선 1분간 호흡을 해보자. 5초간 내쉬고, 5초간 들이마시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렇게 하면 집중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종이에 표를 그린다. 종이 안에는 목적, 행동 계획 제목, 도서명, 저자의 이름, 3칸으로 나눈 후, 각 페이지의 숫자(삼등분 한 페이지 번호)를 적는다. 20분 중 처음 4분은 목적과 페이지 수, 저자의 이름과 캐리커처를 그린다. 목적에는 이 책을 읽고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혹은 이 책을 왜 읽고자 하는지를 적는다. 그리고 페이지 번호는 앞에서 말했듯 전체 페이지를 3등분 한 페이지 번호를 기재한다. 그리고 여기서 또 특이한 점이 하나 등장하는데, 저자의 이름과 캐리커처(저자의 얼굴을 그린다.) 혹은 사진이 없다면 스마일 마크를 그린다. 그 후. 책을 넘기면서 눈이 가거나 저자가 내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무엇이라고 할지,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 등을 생각하며 작성해 본다. 여기까지 하면 스텝 0단계가 완성된다.

스텝 1단계에서는 책을 펄럭펄럭 소리가 나게 넘긴다. 그리고 세 칸으로 나눈 곳에 곡선으로 맵을 그리는데, ↑ 화살표를 6개 이상 붙인다.(화살표의 의미는 신경 쓰이는 부분을 의미한다.) 사실 여기까지만 읽어도 저자가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이런 작업들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직 책을 읽은 적도 없고, 곡선의 의미와 화살표의 의미, 그리고 6개 이상의 곡선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책에 쓰인 "공명"이라는 단어의 뜻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는 것 같다. 이후의 순서는 책을 참고해 보자.

이 책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어떻게 보면 우연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넘기며 눈에 띄는 단어나 문장들을 통해 구체적 의미에 궁금증을 가지고 그를 중심으로 내용을 파악한다. 특히 이 작업을 하다 보면 신경이 쓰이는 단어나 흥미로운 점, 깨닫게 된 점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 계획 제목이다. 책을 아무리 빨리, 많이, 오랜 시간을 들여 읽어도 책을 읽고 나서 내게 남는 게 없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므로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내 행동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바로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참고로 이 방법은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에는 적절치 않다고 한다. 자기 계발서나 외서 등에 적용하는 게 좋다. 그리고 여러 번 거듭하다 보면 공명 리딩의 방법을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하니, 특히 리포트를 쓸 때나 시간의 제약 속에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경우 대입해 보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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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헬레나에서 온 남자
오세영 지음 / 델피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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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아주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이 있었다. 조선의 장영실의 제자인 석주원이 서양의 구텐베르크를 만나 그의 활자술 발명에 큰 영향을 끼치는 내용이었다. 각기 다른 동양과 서양의 역사가 하나의 사건으로 얽히며 그 안에서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참 흥미롭고 생동감 있었다. 물론 작가의 픽션이지만, 한번 즈음 상상해 볼 법한 이야기였기에 읽은 지 오래 지났지만 기억에 난다. 이번에도 그렇다. 세인트헬레나에서 온 남자 안지경. 오세영 작가의 상상력이 이번에도 동양과 서양을 하나로 묶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에 등장하는 홍경래는 "못 살겠다."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조선에서 벌어진 최대의 민란이라 불리는 홍경래의 난이 바로 이 작품의 배경이다. 홍경래를 호위하는 호군 안지경은 과거 장원급제를 한 무인이다. 하지만 가진 자의 수탈로 힘겨워하는 백성들 편에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원수 홍경래와 뜻을 같이한다. 군사인 우군칙을 비롯하여 정주형과 최성태 등이 함께 운동을 벌인다. 수탈이 얼마나 심했던지, 홍경래의 난을 지지하고 모여든 백성들은 갈수록 많아진다. 안지경은 함께 서학(천주교)을 믿던 차홍련을 마음에 두고 있었고, 둘은 정혼을 한 사이였다. 이 모든 운동이 마무리되면 정식으로 혼인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홍경래파 안에서도 자신의 자리 때문에 마음이 상한 최성태를 비롯한 몇몇이 반기를 들고 관군 편에 서기 시작한다. 반란군이 머물고 있던 정주성에 폭탄을 설치하고 선봉에 선 노성집은 결국 그 일로 반군을 몰아내는 데 일조를 한다. 마지막에 그들 편으로 온 이격과 최성태, 장학면 등은 노성집과 함께 관군 편에서 이익을 본다. 안지경의 기지로 겨우 몸을 피한 홍경래. 하지만 정주성은 초토화되고 남아있던 사람들은 모두 처형된다. 관군을 피해 배를 타고 도주하게 된 안지경과 홍경래는 바다를 건너려다 큰 폭풍에 휘말리게 된다. 결국 섬에 도착한 안지경은 홍경래의 마지막을 지킨다. 홍경래와 함께 꿈꾸었던 새로운 세상을 세우기 위해, 그리고 차홍련을 지키기 위해 안지경은 꿋꿋이 상황을 버틴다.

반군을 제압한 공으로 포도청 대장에 오른 노성집은 홍경래의 죽음을 눈으로 보지 못했기에, 왠지 모를 찝찝함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안지경이 눈에 가시였던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섬을 돌아보다 도망가는 한 사람을 발견하고 그를 쫓는다. 한편, 영국 해군함 알세스트호는 중국을 경유해서 오던 중, 무장을 한 관군의 배를 보고 선제 타격을 한다. 그리고 관군에 쫓기던 안지경을 발견하고 배에 태워 뱃일을 시킨다. 배에 타고 있던 박물학자 찰스턴 경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 안지경은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 섬에는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후 유폐된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있었다. 그러던 중 나폴레옹이 자객의 습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안지경이 그를 구해내게 되는데...

이야기의 접점은 바로 프랑스혁명과 홍경래의 난이다. 둘 다 아래서부터 시작된 혁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나폴레옹을 비롯하여 세인트헬레나 섬의 머물고 있던 피에르 신부로부터 혁명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안지경은 그들이 꾸고 있는 꿈을 실제로 성공시킨 그들의 이야기에 다시금 가슴이 뜨거워진다. 여러 번의 위기를 겪으며 흔들릴 법도 했지만, 그가 품고 있던 두 개의 꿈을 향해 그는 다시 조 선생을 택한다. 물론 조선에 가게 되면, 반란군이었던 그의 목숨이 위태롭지만 그에게는 버릴 수 없는 소중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안지경은 홍경래가 품었던 꿈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평생 반려자인 홍련을 지킬 수 있을까? 큰 목표와 함께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남자 이격과 안지경의 삼각관계 역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평생의 정인과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 사이에서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로맨스와 역사적 사실이 어우러져 한결 흥미로웠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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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 - 오리지널 완역 일러스트 에디션
모리스 르블랑 지음, 벵상 말리에 그림, 권은미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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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는 3년 전, 정확히 알려진 어떤 과거 행적도 없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대뜸 아르센 뤼팽이라 밝혔는데,

지능은 뛰어나지만 부패한, 부도덕하지만 관대한, 이상한 조합의 인물이죠.

드디어 만났다.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 탐정계의 조상님인 아르센 뤼팽과 셜록 홈즈. 아쉽게도, 셜록 홈즈는 책으로 몇 번 만나본 데 비해 아르센 뤼팽은 이번이 초면이었다. 하지만 이름은 무척 낯익은 그와의 만남은 신선했고, 흥미로웠고, 놀랍기도 했다. 신출귀몰한 그의 능력은 정말 눈앞에 있으면서도 그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는데, 100년 도 더 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세련됨을 간직하고 있다. (1905년 당시에는 얼마나 놀라웠을까?!)

이 책 역시 셜록 홈즈의 시작과 같다. 등장하자마자 잡히다니... 물론 그렇게 끝났다면 절대 괴도 신사가 아닐 테지만... 좀 더 극적인 장치를 위해 저자가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셜록 홈즈에게는 대놓고 돕는 왓슨이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아르센 뤼팽에게는 그를 돕는 무리들이 있다. 그들의 도움으로 아르센 뤼팽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자신의 계획대로 수행할 수 있다. 대신 아르센 뤼팽에는 그와 파트너 격인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가니마르 형사다. 늘 뤼팽의 뒤를 쫓는, 뤼팽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보는 인물이다. 그렇게 보자면 정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지만, 둘의 케미 역시 은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뤼팽에게 당하고(?) 눈물짓는 그를 위로하는 뤼팽이라니... 이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과연 있을까?

뤼팽은 신출귀몰하다는 표현보다는 여러 문명의 이기를 사용할 줄 아는 똑똑함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하고 싶다.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특히 그랬다. 법정에 선 뤼팽을 보고 뤼팽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가니마르 형사. 그리고 그 조차 자신을 데지레 보드뤼라고 이야기한다. 조사한 결과, 정말 데지레 보드뤼란 걸 알고 법정은 패닉 상태가 된다. 하지만 그는 정말 뤼팽이 맞았다. 어떻게 된 걸까? 아무리 봐도 그는 뤼팽이 아니었다. 외모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 뤼팽은 가니마르를 만나 그 비법(?)을 설명한다. 그런 장면이 작품 속에서 여럿 있었다. 이런 걸 눈앞에서 코 베어간다고 하는 걸까? 앞에 두고도 당할 정도니 정말 대단할 뿐이다. 거기에 유창한 언변은 서비스다.

뤼팽에도 역시 로맨스가 존재한다. 첫 번째 장에서 등장하는 넬리 양 말이다. 과연 이들의 썸은 계속될 것인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바로 양대 산맥인 헐록 숌즈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오타가 아니다. 헐록 숌즈가 맞다. 무슨 나훈하 처럼 셜록 홈즈를 그럴듯하게 흉내 내는 인물일까? 궁금하다면 일러스트까지 곁들여진 괴도 신사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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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인 뮤지엄 - 도슨트 한이준과 떠나는 명화 그리고 미술관 산책
한이준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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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과 명화가 과거에 비해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고 느껴지는 데는 도슨트가 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미술은 여전히 익숙하거나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저자 역시 이 책을 시작하면서 같은 이야기를 꺼낸다. 음악과 미술. 예술임에도 둘의 온도차는 확실히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곡을 분석하면서 듣지 않듯이, 미술 전시 역시 내 눈에 즐거운 것을 찾아다니면 된다는 말에 닫혀있던 마음이 활짝 열렸다. 마치 공부하듯이, 그림을 보고 그 무엇을 찾아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은근히 내 안에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소개하는 10명의 화가들 중에는 익숙한 인물들도 있고, 처음 듣는 낯선 인물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책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들의 그림 속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넉넉히 풀어내면서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책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5명의 국내 작가와 5명의 해외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그중 단연 나는 이 두 화가를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보석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화가는 이름도 낯선 이쾌대라는 국내 화가고, 또 다른 화가는 르네 마그리트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진짜 몰랐을 보석 같은 그들의 그림과 그림 속에 담긴 삶의 여정을 통해 또 다른 맛을 보았던 것 같다. 이쾌대라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월북화가이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태어나 사랑하는 여성과 결혼을 해 4명의 아이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던 그는 갑작스러운 전쟁 속에서 김일성 초상화를 그리는 사람이 된다. 이미 그전에도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던 그인지라, 그 일로 그는 어려움을 겪으며 포로수용소에 갇힌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그가, 갑자기 월북을 택하게 된다. 왜였을까? 이유는 그만이 알 것이다. 수용소에서 그는 아내 유갑봉 여사에게 자신의 화구와 작품을 팔아서 생활을 하고 아이들을 먹이라고 부탁을 할 정도로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았던 유여사는 이쾌대 화백의 그림을 하나도 팔지 않고 다락방에 모두 보관한다. 부피가 커질 것을 염려하여 그림만 말아서 말이다. 안타깝게도 생전에 이쾌대 화백의 그림이 빛을 보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유 여사 덕분에 우린 이쾌대 화백의 그림을 마주할 수 있다. 서양화를 배웠던 그의 그림 속에는 서양과 우리의 문화가 어우러져있다.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르네 마그리트는 이쾌대보다는 인지도가 있는데, 그 이유는 올 초 읽었던 소설의 제목 때문이었다. 소설의 표지에 얼굴을 천으로 가린 남녀가 키스를 나누고 있었는데, 제목도 표지도 신기해서 찾아봤다가 르네 마그리트라는 화가의 이름과 그가 그린 그림을 보게 된 것이다. 책이 소개하고 있는 그의 그림은 하나같이 특이했다. 특히 연인이라는 작품은 마치 코로나 시대 연인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서로의 얼굴을 가리고 키스를 나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과의 키스라니... 그 밖에도 깨진 창을 통해 보이는 "저무는 해"라는 작품이나, 파이프 그림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적혀 있는 "이미지의 배반" 등 그는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평범함을 비트는 그림으로 유명했다. 너무 익숙해서 당연한 지 아는 우리에게 그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낯설게 하는 법을 그림을 통해 설명해 주는 것 같다. 명성에 비해 평범한 매일매일을 즐겼다는 그의 삶 역시 작품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숨겨진 선물들이 각 장마다 등장한다. 국내 작가들은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미술관이 소개된다. 그렇다면 해외 작가는 어떨까? 아마 깜짝 놀랄 만큼 멋진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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