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났다.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 탐정계의 조상님인 아르센 뤼팽과 셜록 홈즈. 아쉽게도, 셜록 홈즈는 책으로 몇 번 만나본 데 비해 아르센 뤼팽은 이번이 초면이었다. 하지만 이름은 무척 낯익은 그와의 만남은 신선했고, 흥미로웠고, 놀랍기도 했다. 신출귀몰한 그의 능력은 정말 눈앞에 있으면서도 그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는데, 100년 도 더 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세련됨을 간직하고 있다. (1905년 당시에는 얼마나 놀라웠을까?!)
이 책 역시 셜록 홈즈의 시작과 같다. 등장하자마자 잡히다니... 물론 그렇게 끝났다면 절대 괴도 신사가 아닐 테지만... 좀 더 극적인 장치를 위해 저자가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셜록 홈즈에게는 대놓고 돕는 왓슨이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아르센 뤼팽에게는 그를 돕는 무리들이 있다. 그들의 도움으로 아르센 뤼팽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자신의 계획대로 수행할 수 있다. 대신 아르센 뤼팽에는 그와 파트너 격인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가니마르 형사다. 늘 뤼팽의 뒤를 쫓는, 뤼팽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보는 인물이다. 그렇게 보자면 정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지만, 둘의 케미 역시 은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뤼팽에게 당하고(?) 눈물짓는 그를 위로하는 뤼팽이라니... 이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과연 있을까?
뤼팽은 신출귀몰하다는 표현보다는 여러 문명의 이기를 사용할 줄 아는 똑똑함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하고 싶다.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특히 그랬다. 법정에 선 뤼팽을 보고 뤼팽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가니마르 형사. 그리고 그 조차 자신을 데지레 보드뤼라고 이야기한다. 조사한 결과, 정말 데지레 보드뤼란 걸 알고 법정은 패닉 상태가 된다. 하지만 그는 정말 뤼팽이 맞았다. 어떻게 된 걸까? 아무리 봐도 그는 뤼팽이 아니었다. 외모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 뤼팽은 가니마르를 만나 그 비법(?)을 설명한다. 그런 장면이 작품 속에서 여럿 있었다. 이런 걸 눈앞에서 코 베어간다고 하는 걸까? 앞에 두고도 당할 정도니 정말 대단할 뿐이다. 거기에 유창한 언변은 서비스다.
뤼팽에도 역시 로맨스가 존재한다. 첫 번째 장에서 등장하는 넬리 양 말이다. 과연 이들의 썸은 계속될 것인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바로 양대 산맥인 헐록 숌즈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오타가 아니다. 헐록 숌즈가 맞다. 무슨 나훈하 처럼 셜록 홈즈를 그럴듯하게 흉내 내는 인물일까? 궁금하다면 일러스트까지 곁들여진 괴도 신사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