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지 않는 세계
김아직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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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est fel enim cum melle misceri non con.

두 번째 만나는 김아직의 소설의 배경은 전 작인 노비스 탐정 길은목과 비슷하다. 천주교가 두 작품을 감싸고 있는 공통적인 배경이니 말이다. 전 작은 노비스(견습) 수녀가 주인공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사제(신부)와 안드로이드 로봇 간의 이야기가 벌어진다.

발부르가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은퇴 사제 레미지오 신부는 폭우가 오는 날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곧 죽음을 앞두고 있는데 병자성사를 받고 싶다는 말이었다. 85세의 노신부는 병자성사를 받고 싶다는 이야기에 빗속을 헤치고 루치아라는 이름의 그녀를 찾아 나선다. 가는 길에 넘어져 심하게 다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간다. 빗길 인지라,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병자성사를 기다리는 루치아 역시 다리가 코가 심하게 부수어진 상태였다. 미래 세계는 사람도 손상된 장기를 부품으로 바꾸는 시대이기에 그리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병자성사를 한 후 루치아가 사람이 아닌 로봇임을 알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레미지오는 그가 준 병자성사가 무효임을 선언하지만, 루치아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도망친다. 119의 구조요청으로 레미지오는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로봇에게 병자성사를 줬다는 사실을 유안석 몬시뇰 신부에게 털어놓는다. 사실 몬시뇰은 호르투스데이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데, 그 단체는 반 안드로이드를 주장하는 원칙론적 보수집단이었다.

과거 제이의 가족은 큰 사고를 당했는데, 현재까지 제이의 엄마는 연명치료를 받고 있고 제이 역시도 1년 이상을 혼수상태로 지냈다. 집을 팔아 제이의 치료비를 겨우 마련했기에 더 이상의 생활이 어려웠는데, 제이의 엄마 치료비는 물론, 동생 현우의 신학교 등록금까지 대준 사람이 바로 몬시뇰이었다. 사고로 제이는 과거의 기억을 다 잃게 된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깨어난 후의 기억뿐이다. 제이가 거동을 하게 되자, 몬시뇰은 그녀를 가톨릭 정보국에서 일하게 한다. 하지만 그녀가 하는 일은 몬시뇰을 위한, 몬시뇰이 시킨 일이 대부분이다.

사건의 진상을 듣게 된 몬시뇰은 제이를 호출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루치아를 찾으라고 시킨다. 기한은 하루 반나절이다. 몬시뇰이 안토니오 주교, 프란체스코 대주교를 만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제이는 물 한 모금 삼킬 수 없을 정도의 압박을 느낀다. 사고 이후 시간의 압박이 있는 상황이 되면 제이는 사건이 풀릴 때까지 식음을 전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루치아의 소유자가 얼마 전 사망한 구순연할머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제이는 사망한 그녀의 딸 설민주로 부터 로봇이 사후세계에 대한 책을 읽고 이상한 소리를 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한편, 병원에 입원 중이던 레미지오는 루치아를 찾아 나선다. 7지구에 있는 폐기물 업체에 루치아가 있을 거라 생각한 레미지오는 비 오는 밤 그곳을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차량을 마주하게 되고, 사라진다. 몬시뇰 때문에 그곳에 갔던 제이는 레미지오가 사고를 당했고, 그 사고의 배후에 있던 인물을 듣고 경악하는데...

연쇄살인마는 몇십 명을 죽이고 끝나지만

종교나 사상이 광기에 사로잡히면 수백만 명을 학살하거든요.

지난 역사가 증명하잖아요."

뼈 때리는 이야기가 책 속에 여러 번 등장한다. 왜 호르투스데이는 그토록 반안드로이드를 주장하는 것일까? 사람을 만든 신처럼 안드로이드는 사람에 의해 창조된 피조물이다. 그들은 인간의 신의 자리를 넘봤다고 생각한다. 삶과 죽음은 오로지 신의 영역인데,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은 자신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피조물을 만들고,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살린다. 마치 신 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건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다. 종교인이라 말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율법적이고 텍스트에만 초점을 둔 종교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말끔한 얼굴로 인사를 건네던 인간 의사들이 아니라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가 나를 살렸다.

인간이 죽이려 한 나를 저 기계가 살려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과연 첫 번째 저 문장의 뜻은 무엇일까?

Potest fel enim cum melle misceri non con.

쓸개 즙을 꿀과 섞을 수는 없다.

이 문장의 해석은 책을 읽으면서 점차 달라졌다. 과연 이 문장의 뜻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미래의 메가시티 속에서 벌어지는 신마녀 사냥. 사냥꾼 제이와 마녀 루시의 이야기. 과연 당신은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


연쇄살인마는 몇십 명을 죽이고 끝나지만

종교나 사상이 광기에 사로잡히면 수백만 명을 학살하거든요.

지난 역사가 증명하잖아요."

말끔한 얼굴로 인사를 건네던 인간 의사들이 아니라 기계를 다루는 기술자가 나를 살렸다.

인간이 죽이려 한 나를 저 기계가 살려냈다.

Potest fel enim cum melle misceri non con.

쓸개 즙을 꿀과 섞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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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이버 블로그로 억대 연봉 번다 - 상위 0.1% 네이버 인플루언서 3인의 블로그 실전 공략법
MJ의후다닥레시피(김미진) 외 지음 / 경향BP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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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남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나 자신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거기서 나만의 차별성, 한 끗을 찾는 것입니다.

p.102


 

요즘은 확실히 SNS가 대세다. 인스타나 블로그,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 많단다. 언젠가부터 장래희망이 연예인과 운동선수에서 유튜버로 바뀌는 것 또한 당연한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 책의 제목이 무척 눈에 띈다. 방점은 블로그와 억대 연봉! 블로그 활동으로 억대 연봉은 번다니...!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억대 연봉을 벌 수 있는 거야?!

책에는 3명의 인플루언서가 나온다. 요리 블로그, 육아 블로그, IT 블로그로 상위 0.1%에 오른 사람들이란다. 그들이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다. 서로 다른 주제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쓴 글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궁금했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기도 한다. 나도 똑같이 글을 쓰고 블로그에 올리는데, 왜 나는 한 자릿수의 방문자 수고, 그들은 몇 자릿수의 방문자 수를 가지는 것일까?

금했다. 아니 알고 싶었다.

그들의 노하우로 나도 방문자 수 좀 올려보자!

내가 활동하는 서평 블로그에도 인플루언서가 있다. 같은 서평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는 몇몇 인플루언서 블로그에 한 번씩 들어가 본다. 궁금했다. 무엇 때문일까? 키워드도, 제목도 여러 번 들여다봤는데 글쎄... 뭔가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누군가의 조언을 따라보기도 했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나니 하...뻘짓이었다.

방문자 수 늘리는 팁....


1. 글자 수를 1,500자 이상 써라.

2. 사진에 공을 들여라. 멋들어진 사진을 찍어라. 포토샵을 최대한 활용해 보자.

3. 사진을 많이 많이 넣어라.


근데 아니란다. 이 책의 세 저자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글자 수에 연연하지 말자. 글자 수 많으면 오히려 안 읽는단다. 사진이 전문적일 필요는 없다. 좋은 장비에 목메지 말자. 대신 블로그의 주제에 맞게 팁을 잘 잡을 필요는 있다.

그 밖에도 키워드나 제목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비롯하여 불법이 되는 상황들에 대한 정리, 인플루언서 선정에 대한 카더라 와 팁을 정리해 주는 내용들도 담겨있어서 인플루언서를 생각하고 있는 독자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블로그 글쓰기를 할 때 전문성은 전공자만 가지는 게 아닙니다.

전문지식은 백과사전이나 전문가의 영역이 따로 있습니다.

블로그 검색을 통해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정보는 경험 정보입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은 공부도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콘텐츠를

생산하다 보면 어느새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P. 153

우선 블로그 주제를 잘 선정해야 한다는 것. 남들 따라가 아닌 자신만의 노하우를, 자신만의 색을 보일 수 있는 주제를 택해보자. 주저리주저리 말만 늘어놓기 보다 핵심을 정확히 찌르는 글이 수 천자의 글보다 더 선택받을 확률이 높다.

이번 서평의 경우, 나 역시 그들의 도움을 좀 받아봤다. 그래서 무척 낯설긴 하다. 템플릿 기능도 써봤는데... 티가 나려나 모르겠다.


블로그 글쓰기를 할 때 전문성은 전공자만 가지는 게 아닙니다.

전문지식은 백과사전이나 전문가의 영역이 따로 있습니다.

블로그 검색을 통해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정보는 경험 정보입니다.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은 공부도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콘텐츠를

생산하다 보면 어느새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P153

시작은 남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나 자신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거기서 나만의 차별성, 한 끗을 찾는 것입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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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분석 처음공부 - 누구나 전자공시를 읽고 분석할 수 있는 처음공부 시리즈 6
체리형부 지음 / 이레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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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오래 다녔고, 대학 전공부터 실무까지 20년 가까이 경영학과 회계를 했지만 실제 투자를 해본 적도, 기업분석을 해본 적도 없다. 오래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업무적 감을 잃을 듯해서 전보다 더 회계나 경영 관련 책을 읽게 되었다. 얼마 전에도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회계 실무를 볼 수 있는 책을 읽으며, 색다른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책 역시 실무에서 마주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흥미로웠다. 우선 투자의 투 자도 모르는 생 초자 입장에서도 이 책을 읽기 어렵지 않았다. 이유는 저자 역시 공대 엔지니어 출신으로 28년간 맨땅에 헤딩하듯 기업회계 공부를 하면서 자신이 배우게 된 부분을 가감 없이 이 책에 담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회계 전문가 입장에서 책을 썼다면 소위 각종 전문용어들이 마구 등장해서 진입조차 힘들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실제 전자공시를 통해 기업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를 해볼 수 있도록 실제적인 예와 함께 책을 풀어냈기에 우선은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재무제표 분석 없이 무턱대고 투자하지 말라고 말이다. 투자는 최소한의 손실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최소한의 손실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관련 정보를 최대한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정보는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스스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니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주식 투자에서 성공하고, 특히 오랜 기간 시장에서 살아남으며 유의미한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기업 내면에 감춰진 모습을 판별할 수 있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 과정의 인내심입니다.

저자가 이야기 한 기업 내면에 감춰진 모습을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정량적 분석과 정성적 분석이다. 정량적 분석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토대로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을 말한다. 그를 토대로 정성적 분석을 하는데, 정량적 분석의 자료 속에 담긴 스토리를 찾아내는 분석을 말한다. 정량적 분석은 투자에서 지도, 나침반의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우선은 정량적 분석을 통해 기업의 투자 가능성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물론 높은 수익률 달성을 기준점으로 삼는다면 정량적 분석보다 정성적 분석에 달려 있다고 하지만, 객관적 데이터는 정량적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을 파악하는 뼈대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재무제표에서 무엇에 더 집중해서 봐야 할까? 현금흐름표다. 이 현금흐름표는 영업활동 현금흐름, 투자활동 현금흐름, 재무활동 현금흐름의 3개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왜 재무제표에서 현금흐름표를 봐야 할까? 손익계산서의 매출액과 이익은 분식이 상대적으로 쉬운데 비해 현금흐름은 조작이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현금흐름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각 기업의 5개년의 재무제표를 다운로드하는 방법부터 자료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정하는 방법을 실 예를 통해 설명한다. 그렇게 몇 번의 스크리닝을 거쳐 기업을 걸러낸 후, 투자할 기업을 목록화한다. 1~3장이 기본 작업을 하는 방법을 성명해 줬다면, 4장은 본격적으로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접속하여 관련 자료를 다운로드하거나 검색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등장한다. 저자의 설명대로 차근차근 따라 하면서 기업분석을 해볼 수 있다. 마치 실기시험 교재 같은 느낌이 가득 드는데,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한 실제 투자분석을 설명한 책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에는 실제 개별 기업분석 사례가 담겨있다. 물론 저자가 이 책에 담은 기업들의 투자 판단은 독자의 몫이라고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자신만의 기업분석을 토대로 투자를 한다면 확실히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것도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물론 한 번의 분석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자료를 업데이트하고, 기업의 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잃지 않는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 투자에서 성공하고, 특히 오랜 기간 시장에서 살아남으며 유의미한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기업 내면에 감춰진 모습을 판별할 수 있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 과정의 인내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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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 - 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
미로슬라브 볼프.마태 크러스믄.라이언 매컬널리린츠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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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삶이 진정 가치 있는 삶일까? 사람은 누구나 누리고 싶어 한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 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이 타인에게 멋지고, 울림 있게 보이길 원한다. 그렇다. 하지만 과연 모든 삶이 그럴까?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 삶이 다른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 삶이 다르다는 것은 자신이 가장 귀중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가 사실은 삶으로 드러나는 그것이었다는 것을 모른 척 한 결과일까?

예일대학생이 선정한 인생을 바꾼 수업으로 뽑힌 이 책은 예일대 교수진 3명이 쓴 책이다. 실제 가치 있는 삶이라는 인문학 과정 강의를 진행하며 학생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토대로 쓴 책이다.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뒤로 갈수록 앞에서 언급한 내용에서 더 진보한 내용이 등장한다. 그렇기에 저자들은 꼭 차례대로 읽기를 권한다. 인문학 과정의 책이기에 다분히 철학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철학자 뿐 아니라 종교, 문화, 건축, 정치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있다. 그래서 다행히! 좀 더 이해가 쉬웠고 덕분에 집중이 잘 되었던 것 같다. 물론 그에는 실제적인 질문들이 각 장의 말미에 담겨있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마치 워크북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질문 역시 점층법이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또 살이 붙어가며 등장한다.

시작은 이렇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 길 원한다. 그렇다면 그게 삶의 유일한 가치일까? 저자는 고타마 싯다르타(부처), 마틴 루서 킹, 콘스탄스 리턴의 예가 등장한다. 마틴 루서 킹 역시 죽기 전날 했던 연설을 통해 행복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삶의 가치가 있었다. 바로 유색인종도 백인과 같은 권리를 같기 원한다는 사실이다. 책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삶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삶은 앞 장에서 적용한 이야기에 대해 다시금 의문을 품으며 그보다 더 한 가치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렇게 가치 위에 가치가 쌓인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 의미를 다시 풀어서(마치 작게 자르는 것처럼) 설명해 준다. 삶의 가치는 행복. 건강. 장수에서 시작해서 쾌락과 고통, 목적과 수단, 미덕, 노력, 변화, 유지 등으로 점차 나아간다.

물론 저자들이 이 책을 통해 풀어낸 것이 정답은 아니다. 종교도, 철학도, 문화도 파고들면 그가 유일한 가치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의견에 공감하기도, 반대하기도 할 것이다. 바로 저자들은 독자로 하여금 내용들의 의문을 가지고 스스로의 삶의 가치를 찾기를 원한다. 텍스트로 읽어도 좋지만, 각 장의 말미에 있는 물음들에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더 깊은 삶의 가치를 마주할 수 있는 길로 인도할 것이다.

2023년도 이제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새해를 맞이하기 전 또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될 텐데, 바로 이 시점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수하고, 좌절하며 내 삶의 가치를 타인들의 삶과 비교하며 주눅들 때가 많았는데 다시금 생각할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내 삶의 가치는 형편없지 않다는 것. 무척 소중하다는 것 또한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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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듣는 클래식 - 클래식이 내 인생에 들어온 날
유승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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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이 음악과 더불어 후대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인생은 끝까지 살아 봐야 압니다.

마지막까지 견디는 사람만이 열매를 딸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기회는 또다시 찾아옵니다.

오십 대는 이 원리를 깨닫는 시기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우며 자연스레 음악가들과 그들의 음악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그 덕분에 클래식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덕분에 음악만큼이나 클래식 관련 책들에도 관심이 생겼고, 종종 기회가 될 때마다 읽곤 한다. 문제는 난이도다. 지식을 쌓고 싶지만, 어떤 책은 입문서라고 적혀있지만 너무 전문적이어서 이해가 쉽지 않았고, 어떤 책은 가십 위주로만 다루다 보니 흥미롭긴 하지만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는 느낌이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울림이 있고, 적당한 깊이와 재미도 있다. 클래식과 음악가들에 대한 상식을 챙기면서 음악에 대한 감상평 그리고 클래식과 내 삶 그리고 음악가의 삶을 같이 올려두고 함께 음미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래서 음악에세인가보다. 울림과 떨림을 함께 마주할 수 있어서 말이다. 저자는 50대 말미에 있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50대지만, 지신이 속한, 자신이 겪어 온 세대를 이야기하며 책을 연다. 과거 386세대에서 이제는 586세대가 된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말이다.

음악처럼 총 4악장 안에 5개의 주제와 클래식곡이 함께한다. 책 속에 소개된 음악들은 다행히 낯설지 않은 곡들이 많았다. 제목만 들어도 떠오르는 곡이 있고, 들어보니 아하! 하는 곡도 있다. 아마 저자가 일부러 낯설지 않은 곡들로 모았을 지도 모르겠다. 역시 클래식 에세이라서 그런지,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게 더 와닿는다. 아쉽게도 QR코드가 따로 담겨있진 않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그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출판사 블로그에 각 곡에 대한 URL(https://cafe.naver.com/sodambooks/48894)이 올라와 있으니, 참고해도 좋겠다.

책 속에 소개된 음악가 대부분은 생전에 지금과 같은 유명세나 칭송을 많이 누리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생활고로 고통을 겪고, 치료비나 생활비조차 없어서 힘들어하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상당수다. 특히 슈베르트의 삶과 오펜바흐의 재클린의 눈물은 가슴이 참 쓰렸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이런 주옥같은 곡들을 남겼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경외감을 느낀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특유의 기벽이나 편력이 있는 경우도 상당한데, 그렇지 않은 인물들도 상당수 만날 수 있었다. 묵묵하고 꾸준히라는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리는 음악의 아버지 바흐나 주변을 돌아보고 다독일 줄 알았던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아내와의 사랑을 끝까지 지켰던 엘가와 멘델스존은 그들의 음악만큼이나 삶 또한 참 훌륭했던 것 같다. 특이한 것은 독일 음악가가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국적을 모르고 들었어서였을까? 바흐랑 헨델이 같은 해에 태어난 독일의 음악가지만 만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고, 둘 다 돌팔이 안과 의사 때문에 실명을 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 밖에도 호텔 스위트룸의 스위트가 Sweet가 아닌 모음곡을 뜻하는 Suite(여러 개의 방이 갖추어져 있는 방이라는 뜻과 짧은 곡을 배열한 기악곡을 뜻하는 모음곡이 같은 의미로 사용)라는 것, 차이콥스키의 발리에 곡인 호두까기 인형의 호두까기가 호두를 까기 위해 만든 도구에 인형 모양을 붙인 것이라는 것, 터키행진곡의 터키가 지금의 튀르키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오스만제국을 일컫는 말이라는 것(위치는 지금의 튀르키예가 맞다.) 또한 처음 알게 된 내용이었다.

이바노비치의 도나우강의 잔물결과 얽힌 윤심덕과 주기철 목사의 이야기 또한 기억에 남는다. 윤심덕과 주기철은 이바노비치의 '도나우강의 잔물결'을 곡으로 해서 자신들이 가사를 붙인 곡을 만들었다. 윤심덕은 '사의 찬미', 주기철은 '영문 밖의 길'. 둘은 1987년에 태어난 동갑내기들이지만, 한 사람은 자신의 처지와 세상을 비관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한 사람은 일제의 총칼에 맞서 민족의 기개와 신앙의 지조를 지키며 살았다.

누군가는 이 곡을 들으며 죽음을 생각했고, 누군가는 이 곡을 들으며 생명을 떠올렸습니다.

정말 아이로니컬한 건 윤심덕이 녹음한 음반 뒷면에는 '부활의 기쁨'이라는

찬송가가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듯 같은 시대에 같은 음악을 듣고도 이를 생명의 소리로 듣거나

죽음의 연주로 느낄 만큼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은 다른 법입니다.

오십은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서는 나이다. 클래식 음악과 삶을 함께 어우르며 또 다른 감상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오십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 가고 위로가 될만한 이야기가 많다. 어느 때라도 한번 읽어보자. 물론 음악과 함께 말이다. 음악이 주는 뜨거운 위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헨델이 음악과 더불어 후대 사람들에게 가르쳐 준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인생은 끝까지 살아 봐야 압니다.

마지막까지 견디는 사람만이 열매를 딸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기회는 또다시 찾아옵니다.

오십 대는 이 원리를 깨닫는 시기입니다.

누군가는 이 곡을 들으며 죽음을 생각했고, 누군가는 이 곡을 들으며 생명을 떠올렸습니다.

정말 아이로니컬한 건 윤심덕이 녹음한 음반 뒷면에는 ‘부활의 기쁨‘이라는

찬송가가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듯 같은 시대에 같은 음악을 듣고도 이를 생명의 소리로 듣거나

죽음의 연주로 느낄 만큼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은 다른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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