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공부 - 논어에서 찾은 인간관계의 처음과 끝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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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에게는 세 가지 변화가 있다.

그를 멀리서 바라보면 위엄이 있고, 가까이서 대해보면 온유하며,

그의 말을 들어보면 엄정하다.

다산 시리즈를 통해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 조윤제 작가의 신작은 논어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 즉, 사람 공부다. 내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처음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는 유치원 다닐 때였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참 쉽지 않았던 기억이 드문드문 떠오른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완전 틀어져서 진짜 마음고생을 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9살 때의 일이다. 결국 고민하다가 친구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건넸고, 그날 이후 다시 잘 지내게 되었지만, 그 며칠을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가 한결 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려운 게 인간관계가 아닌가 싶다.

공자는 인간관계가 어렵지 않았을까? 글쎄다... 그 조차도 인간관계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논어 속에도 관련된 이야기가 상당수 등장하기 때문이다. 어폐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은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에 모든 내용이 다 인간관계의 범주에 속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본다. 특히 공자의 경우 제자 안연을 떠나보내는 시간을 경험하며 관계에 대해 더 깊은 사색을 했던 것 같다.

저자는 충(忠) 서(恕), 성(誠)을 통해 논어 속에 나온 인간관계의 맥락을 풀어낸다. 여기서 충은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세우는 것으로, 서는 모든 인간관계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으로, 성은 꾸준한 사람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 과정에는 배움을 즐기는 마음도 필요하고, 관계 속에서 내 것을 챙기는 데 혈안이 되기 보다 나누어 줄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타인을 용납하고 수용할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하고,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 사람을 대할 때 인(仁)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 인을 바탕으로 충, 서, 성을 담아내야 한다.

배우는 것 역시 내 부족함을 인정하고,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물론 타인의 의견에 따라 내 의견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중심을 다 잡을 필요가 있다. 바로 중용의 마음이다.

저자는 앞의 글을 이렇게 풀어낸다.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일지라도

어른에게는 굳건한 심지가 있다.

그 마음을 지키는 것. 타인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내 안에 명확한 기준이 있다는 것. 여전히 쉽지 않겠다 싶다. 물론 공자의 경지에 범인이 어찌 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해 봐야지!라는 생각부터 사람공부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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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클래식 리이매진드
루이스 캐럴 지음, 안드레아 다퀴노 그림, 윤영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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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제목은 정말 많이 들었는데 막상 줄거리를 요약하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그저 단편적인 몇몇 장면만 떠오를 뿐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들을 성인이 되어서 다시 읽을 기회가 종종 생겼는데, 막상 읽고 나서 당황스러운 기억을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내가 알던 동화가 원작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원작과 다른 경우도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어린이용 동화는 거의 결말이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어야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차피 토끼나 이상한 굴에 빠진 앨리스 정도 밖에는 떠오르는 게 없는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왕이면 좀 더 멋진 일러스트가 가미된 책이면 좀 더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말이다.

정말 이상한 나라는 맞았다. 주인공이 앨리스인 것도 기억이 난다. 토끼굴같이 생긴 곳에 빠지게 된 것도 떠올랐다. 하지만 굴속으로 들어간 이후의 이야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읽으면서 놀라웠다. 앨리스의 말과 행동 때문이었다. 앨리스를 보고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도, 전혀 다른 종인 서로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놀라웠다. 갑자기 동물들 사이에서 경연 대회가 열리고 모두가 승자가 된다. 근데 부상을 앨리스에게 요구한다.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 앨리스는 또 주섬주섬 주머니 속 사탕을 꺼내 모두에게 나누어준다. 모두가 승자이니 앨리스도 선물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앨리스는 (이번에도)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 골무를 꺼낸다. 근데 골무를 왜 가지고 다니는 거지? 그 골무를 받아서 다시 앨리스에게 상품으로 준다. 받으면서 당연히 기분이 이상한 건 어쩔 수 없지 뭐...

그 밖에도 조심성 없는 앨리스의 면모도 보인다. 왜 자꾸 뭔가를 먹는 걸까? 한번 경험했으면 조심해도 될 것을... 결국 뭔가를 먹고 마시며 줄었다 늘었다 자꾸 몸이 변한다. 특이한 것은 뭔가를 마시고 먹는 것을 앨리스가 은근히 즐겼다는 것이다. 은근 뭔가 벌어질 일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기대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는 걸 보면 상상력이 풍부한 친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근데 이 내용을 읽으며 자꾸 그리스 로마신화의 저승세계에 내려간 데미테르의 딸이자 훗날 하데스의 아내가 되는 페르세포네가 떠올랐다. 역시 검증되지 않은 걸 먹는 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우리의 철없는 앨리스에게 해주고 싶었다. 물론 뭔가를 먹지 않았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이런저런 모험 같은 이야기를 경험하며 앨리스는 그래도 착하구나! 싶다.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아도 그를 돕기 위해,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결말을 마주하고, 하! 마치 아주 오래전 봤던 드라마처럼, 아니 여러 곳에서 사용된 소재처럼 이 모든 게 한낱 꿈이었다니! 하는 식의 말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원조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용만 봐도 좋지만, 특별한 일러스트가 더해지니 더 흥미로워졌다. 소소의 책의 이 시리즈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괜스레 다음번에는 어떤 작품에 일러스트가 더해져서 나올지 너무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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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 청년 아우렐리우스의 제안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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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조잡한 태도를 취한다'라는 것은 죽음에 무관심하다는 뜻입니다.

'성급한 태도를 취한다'라는 말은 너무 쉽게 삶을 포기한다는 뜻이고,

'오만한 태도를 취한다'라는 것은 자기만은 죽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과거 미움받을 용기를 읽으며, 큰 힘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1권에 이어 2권의 내용을 읽으며 철학 책임에도 교수와 젊은이의 대화를 통해 나 또한 내 모습을 돌아보기도 했었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의 지금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역시 또 다른 공감을 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이 책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바탕으로 저자의 생각과 해설을 녹여낸 책으로, 명상록 중 일부를 발췌해서 자신만의 색으로 쓴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제목부터 뭔가 의미심장하다. 마치 죽음을 앞둔듯한 느낌이 강하게 뿜어 나온다.(그래서인지 책의 마지막 장에는 따로 죽음에 대한 글이 담겨있다.) 우선 아우렐리우스에 대해 잠깐 알고 넘어가면 좋겠다. 철학자이자 황제였던 아우렐리우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누스)는 사실 명상록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타인을 위한 책을 남기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써놓은 비망록 혹은 일기나 수필 같은 느낌의 글을 남겼을 뿐이다. 후세의 그의 글을 읽고 모아서 명상록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황제가 될 인물로 태어났던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왕처럼 로마의 황제는 아버지 대를 이어 황제가 되는 구조는 아니다. 물론 차기 황제로 거명되는 상황이 있긴 하지만, 그는 유력한 황제 후보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차기 황제 혹은 황제들이 급작스럽게 사망하게 되어 결국 그는 16대 로마 황제가 된다. (공동 황제 루키우스가 있었는데, 전쟁에서 돌아오던 중 갑자기 사망하게 된다.) 그렇다고 그가 황제가 되기 위해 술수를 꾸민 것은 아니었다. 그는 황제 자리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 권력의 중심에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아내와 8명의 자녀가 아우렐리우스보다 먼저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 역시 이런 고통스러운 시간을 경험했기에 더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삶을 초월하는 글들을 쓴 것 같다.

이 책 안에 담겨있는 아우렐리우스의 글들은 하나같이 욕심 없이, 현재 상황에 만족하며, 과거에 연연하고 미래를 불안하게 여기지 않는다. 철학자이면서 권력자였던 그이기에 두 삶 속에서 균형을 잡으며 스스로를 바로 세우는 글들이 많았던 것 역시 그래서 같다.

잘못을 저지른 자까지 사랑할 수 있는 건 인간뿐이다.

그들이 너와 동족이고 무지해서 본의 아니게 잘못을 저질렀으며

그들도 너도 머지않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너는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너에게 아무런 해도 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너의 지도적 부분(이성)이 전보다 나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까지 포용할 줄 아는 배포를 가진 그의 글을 읽으며 마치 성경 속 예수의 말이 겹쳐 보였다. 방향성이 다르긴 했지만, 그가 타인을 용서할 수 있는 이유는 이성적인 판단이 악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용서를 해야 하는 이유에 삶을 초월하는 죽음까지 생각한다는 내용은 삶의 끝을 염두에 두고 삶의 모순들을 풀어가려는 그의 생각이 엿보여서 놀라웠다.

모든 일 앞에 죽음을 둔다면, 세상에 풀어내지 않을 감정들이 없다는 것. 우리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면 조금 더 인내하고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명상록에 대한 첫 기억 속에서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의 삶 역시 죽음과 맞닿아있었기에 당시 그는 어느 때보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 더 깊이 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삶을 더 깊이 있고 가치있게 살아낼 수 있다. 아우렐리우스도, 기시미 이치로도 이 글을 통해 우리에게 그 말을 전하고 있는 것 같다.


잘못을 저지른 자까지 사랑할 수 있는 건 인간뿐이다.

그들이 너와 동족이고 무지해서 본의 아니게 잘못을 저질렀으며

그들도 너도 머지않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너는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너에게 아무런 해도 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너의 지도적 부분(이성)이 전보다 나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음에 대해 조잡한 태도를 취한다‘라는 것은 죽음에 무관심하다는 뜻입니다.

‘성급한 태도를 취한다‘라는 말은 너무 쉽게 삶을 포기한다는 뜻이고,

‘오만한 태도를 취한다‘라는 것은 자기만은 죽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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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1 - 제1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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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영원히 고치속에서 살 수는 없는 거야.

이 지하실이 나에게 고치를 뚫고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거야.

이 일을 해내지 못하면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거야.

그저 겁쟁이 하나만을 보게 되겠지.

p.89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첫 번째 작품인 개미. 요 몇 년 신작만 읽었던 터라, 그의 초기작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는데 개정판을 만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늘 마주했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시작을 이렇게 만날 수 있다니... 이제서야 뭔가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였던 에드몽 삼촌이 급작스럽게 사망한다. 예상치 못한 많은 벌들에 쏘여서 세상을 떠난 에드몽은 조카 조나탕에게도 무언가를 남긴다. 에드몽의 집이었다. 조나탕의 아들 니콜라는 할머니 오귀스타로 부터 에드몽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성냥 6개로 정사각형 4개를 만드는 방법을 알았던 에드몽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니콜라. 지하실에는 절대 내려가지 말라는 유언 아닌 유언을 듣고 지하실에 쥐가 우글우글하다는 말로 니콜라에게 지하실에 내려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작게 난 문틈조차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집에서 키우던 개 우아르자자트가 사라진다. 휘파람으로 개를 부르지만 멀리서 짖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혹시나 싶어 지하실 문을 보니 떨어진 문틈이 조금 더 넓어져있다. 우아르자자트가 지하로 내려간 것이다. 아내인 뤼시와 아들 니콜라는 조나탕에게 얼른 우아르자자트를 찾아오라고 이야기하지만, 삼촌이 남긴 지하실에 가면 안 된다는 말이 걸려서 가기를 주저된다. 그의 반응에 뤼시와 니콜라가 나서려고 하자 할 수 없이 그는 지하로 내려간다.

8시간이 지나도 조나탕이 올라올 생각을 안 하자,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하는 뤼시. 하지만 흙투성이가 된 그는 죽은 우아르자자트를 안고 올라온다. 피투성이가 된 개를 찾기 위해 한참을 내려갔는데, 지하의 끝이 어딘 줄 모르겠고, 다시 내려가야겠다는 말과 함께 지하실 문을 안으로 잠근 후 다시 지하로 내려간다. 과연 조나탕은 지하에서 무엇을 만났던 것일까?

불개미들의 도시인 벨로캉의 327호 수개미는 정신이 들자 이상한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한 것이다. 개미산을 쓰기 전에 이미 사건을 일어난다. 개미 왕국의 여왕개미이자 어머니인 벨로키우키우니 역시 겨울인지라 알을 생산하는 게 더디다. 사람들의 사회만큼이나 분업화되어있고, 잘 돌아가던 벨로캉의 어둠이 끼치기 시작하는데...

개미들의 이야기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에드몽이 남긴 백과사전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한다. 초반에는 뭔가 뒤섞여서 이해가 어려웠지만, 조나탕이 지하실로 내려가 벨로캉과 개미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조금씩 페이스를 찾아간다. 개미에 대한 연구는 했겠지만, 소설 속에서 이런 세계가 등장할 수 있다니... 이제는 베르베르 작가의 세계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이 책을 처음 접했다면 정말 신선했겠다 싶다. 이어지는 2권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걸 보면 개미의 매력의 빠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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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2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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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모든 궁금증이 한 번에 해결되었다. 모든 것이 밝혀졌구나 싶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기막힌 반전은 마지막 장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다는 것. 덕분에 또 당한 느낌이다. 역시 투리 소설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니까 싶다.

1권이 정효신의 입장에서 쓰인 책이라면, 2권은 상당 분량이 김재우의 입장에서 쓰이고, 1권 말미의 등장한 한 인물 덕분에 정체가 발각된 김재우를 바라보는 정효신의 이야기가 다시 등장한다. 정효신의 입장에서 쓰인 내용을 김재우의 시각에서 다시 마주하니, 둘 사이의 접점을 좀 더 객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드디어 김재우의 정체가 드러난다. 효신에게 아들을 소개했던 시어머니 임난희는 재우의 엄마가 아닌 공범이었다. 처음에 효신이 남편 재우(실재는 재우의 친구이자 공범인 박종대였다.)를 살해했다는 내용이 1권 처음부터 등장한다. 종대가 폭행을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살인을 하는 건 아무래도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책을 읽었는데, 2권에서 그 내용이 뒤집힌다. 모든 일의 시작은 임난희 패거리의 사기행각이었으니 말이다. 1권에서 사망한 VIP 김호중 사장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 임난희는 자신의 계획에 이용할 전문가(분양상담사)를 물색 중이었다. 기왕이면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는 사람을 찾았는데, 그녀의 레이더망에 걸린 게 바로 효신이었다. 1차 계획은 김호중의 재산을 가로채는 것, 2차 계획은 효신을 죽이는 것이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결국 난희와 공범이자 종대의 실제 아내였던 강보경이 꽃뱀으로 투입되어 결국 재산을 다 빼앗는데 성공한다. 물론 도박으로 돈을 다 날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 과정에서 종대가 효신에게 죽은 것이다. 다시금 계획을 세우는 무리들. 이번 계획은 효신을 죽이는 것이다. 그녀 몰래 최대한의 사망보험금을 들어놓고, 원래 호적의 주인공인 재우가 진짜 투입된다.(당연히 재우와 종대는 얼굴이 달랐고, 종대가 재우의 호적을 이용해 효신의 남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지문 역시 재우 것이 맞을 수밖에...) 그렇게 효신을 향한 재우의 복수가 시작된다. 친절한 남편 역할을 통해 효신의 마음을 빼앗고자 계획하는 재우는 그녀와 지낼수록 뭔가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덜미를 잡히게 되는데...

1권의 내용이 작품의 전체적인 뼈대를 만드는 역할을 했다면, 2권은 그 뼈대를 중심으로 살을 붙이며 독자를 더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중요한 인물일 거라 생각했던 이필주나 오현철의 역할이 미미해서 아쉬웠지만, 이 모든 걸 아우르며 흥미로운 작품이 완성된 것 같다. 예상치 못한 반전은 마지막 장까지 읽어준 독자를 위한 깜짝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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