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무사시 - 병법의 구도자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우오즈미 다카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은 흔히 알다시피 사무라이나 닌자, 검술 등으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일본에서는 검술을 사용하는 것은 굉장한 자부심과 권위, 능력 등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선진화가 된 이후에도 사무라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일부 난폭한 사무라이에 의한 이미지 악화 및 선진화에 의해서 결국엔 점점 사라지게 되었지만, 아무튼 이런 환경 속에서 강하고 뛰어난 무사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 중에도 미야모토 무사시는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은 무사로 신화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는 두개의 가타나(刀)를 사용하는 니텐이치류(二天一流) 검법의 시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검술은 일반적인 검술과 달리 두 개의 검(장검과 단검)을 사용하는 것으로, 니토류(二刀流, 이도류) 혹은 엔메이류 검법입니다.

그는 예술에서도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수묵화가 겸 공예가로도 유명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대부분 만년의 작품으로, 수묵화는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고 독학으로 경지에 이르렀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렇게 무술 뿐만 아니라 예술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하고, 특히 무패라는 위대한 업적에 의해 그는 일본의 소설, 만화, 영화 등에서 주인공 혹은 픽션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일본의 역사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영화에서 미야모토 무사시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되기 때문에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항상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의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대기를 심도있게 분석한 책입니다

무사시는 어렸을 때부터 병법, 무예의 길에 전념하여 13세때 처음으로 결투했다고 합니다. 그 상대인 신도류 아리마 기헤이라는 병법자를 이기고, 드디어 16세때 다지마국 아귀야마라는 강력한 병법자와 대적하여 이겼으며, 21세때 교또에 상경하여 천하의 무예장들과 만나서 몇차례의 승부를 겨루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실수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13세에서 29세까지의 일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p61 무사시는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명망 있는 신토류 무예가를 상대로 목숨을 건 승부에 임했고 결국 이겨냈던 것이다. 따라서 일찍이 검술에 비범한 자질을 보였고 본인도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무예가로서의 단련

그 뒤 30세를 넘어서 무사시 스스로가 걸어온 과거를 되새기며 무사시가 이제까지 이긴 것은 결코 병법을 깊이 연구해서가 아니며, 태어날 때부터 몸에 지닌 재능이 있어서 그것이 하늘의 이치에 합당했거나 아니면 상대의 병법이 불충분했음이 아닐까 라고 스스로 미숙한 점을 느끼게 되었고, 그 후에 더욱 깊은 도리를 터득하려고 조석으로 단련을 거듭한 결과, 스스로 병법의 진수를 터득한 것은 50세 무렵의 일이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p83 무사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무사수행을 행했던 시절에도 결코 자신의 재주만 믿는 거친 승부사가 아니었다. 적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냉정히 분석하고 차근차근 궁구해갔던 것이다. 적이 강해서 승산이 보이지 않을 때의 궁여지책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지극히 실전적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그는 특별히 탐구할 길도 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병법의 도리에 따라 모든 무예와 기능의 길로 임하고 있기 때문에 일체의 사물에 대해 스스로는 스승이 없었는데 이것은 모두 스스로 깨달아 얻은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무사시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떨치게 된 계기는 요시오카 가문과의 대결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어린아이까지 베며 요시오카 가문의 후대를 끊어버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졸지에 "살인자"로 비난받는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이를 자책하며 무사시는 은둔생활로 들어가 50대 중반까지 병법의 도를 탐구했습니다. 58세에 구마모토 번의 검술사범이 되어 세상에 다시 나와 <병법 35개조>를 펴냈고, 이후 역저 <오륜서>를 집필하던 도중에 병을 얻어 6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병볍의 도

p198 무사시가 말하는 “병법의 도”는 현실적인 전투에 대한 대비를 근본으로 한다. 병법의 도를 배워도 실제 전투에서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언제라도 도움이 되도록 단련하고 모든 일에 있어서 유용하게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병법의 진정한 도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륜서의 가치는 병법서에 그치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서 인생의 승부에서 생존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승리에 이르는 전략과 리더십이 풍성하게 들어 있는 책이 바로 오륜서입니다. 일생을 검을 연구한 무사답게 상대방의 심리나 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습니다. 현대에도 자기경영, 인생경영, 기업경영 그리고 국가경영 등 다방면으로 그의 가르침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땅

검술만을 하고 있어서는 참다운 검의 도를 알 수 없다. 큰 곳에서부터 작은 곳을 알고, 얕은 곳에서 깊은 곳에 이른다. 부실한 기초에서는 탁월한 무사가 나올 수 없다는 무사시의 뜻을 설명한다.

2. 물

물을 본보기로 하여 마음을 물같이 하라는 것이다. 수련을 통해 땅과 같이 튼튼한 기초를 확립하되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적절하게 응용하는 물의 겸손함과 인내심을 습득해야 응용과 발전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사시의 표현에 의하면, “물은 고정되지않고, 사각의 그릇에도, 동그란 그릇에도, 그에 따라 모습을 바꾸며, 한방울도 되고, 큰바다도 된다“고 하여 물의 맑음을 빌려 무사시의 한 유파의 병법을 쓰려는 의도였다. 즉 검술의 도리를 몸으로 터득해서, "한 적을 이길 수 있게 되면,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이길 수 있게 된다" 라는 것처럼 그의 경험철학에서 나온 것이며, 하나의 적에게 이길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길 수 있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 무사시의 주장이라 할 수 있다

p250 "천리 길도 한 걸음씩 밖에는 나아갈 수 없다.“ 모든 일이 느닷없이 가능할 리 없다. 한걸음씩 걸어가아먄 한다. ”오늘은 어제의 자신에게 이기고 내일은 한 수 아래인 자에게 이기고 훗날에는 한 수 위인 자에게 이기겠다고 생각하고“, 조금씩이라도 향상될 수 있도록 매일매일 스스로를 이겨내 가야 한다.

3. 불

불은 크게도 작게도 될 수 있고, 변화가 심하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투에 관한 것을 서술한 것이다. 전투의 길은 한사람 대 한사람의 싸움도, 만명과 만명의 싸움도 같은 것으로 대국을 통찰하고 또한 세심히 잘 음미해봐야 한다.

실전에서의 평정심(平靜心)을 강조한다. 무사시는 싸움을 변화무쌍한 불에 비유하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해 내면적 평정심의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그만한 일은 변화가 심하고, 일순간을 다투는 경우의 일이기 때문에, 평소 매일 잘 익혀서 어떤 상황에서도 언제나 변함없이 싸우는 것이 병법의 급소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4. 바람

무사시의 한 유파의 병법이 아니라, 세상의 병법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승부사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람과 같은 시류의 변화를 따르고 읽으며 본질과 겉모습,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안목의 중요성을 말한다.

남을 잘 모르면 자기를 인식할 수 없다"는 말은 그 인식이 부족하면 갖가지 일을 행하는데 외도(바르지 못한 마음)라는 정신이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소에도 그 길에 전념해도 내용이 빗나갔다면 자신으로서는 바르다고 생각해도 객관적으로는 진실된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진실의 도를 깨닫지 못하면 처음의 사소한 빗나감이 나중에 크게 빗나가게 되고 이것은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이다. 다른 유파에서는 병법을 검술만의 일로 생각하고 있다. 이치에는 맞지만, 그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라는 것이 무사시의 입장이다.

5. 하늘

“병법에는 깊은 뜻도 시작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도의 경지는 무한하고 병법은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으니, 항상 새로운 경지를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책 한 권으로 한 사람의 생애와 사상을 논하기는 부족합니다. 그러나, 미야모토 무사시가 왜 그렇게 신화와 같은 존재로 회자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태라 생소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 가문이름과 지역이름이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검술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병법의 마음가짐 뿐만 아니라, 몸가짐, 다치(큰 칼)를 드는 방법, 검술의 기본자세를 사진과 함께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일본의 문화적 정서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다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느 정도 일본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지식이 있으신 분들이 읽으면 흥미롭게 읽으실 듯 합니다.

내용이 방대하고 심오하여 한번 읽어서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도 없지만,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책을 읽는다면 더욱 이해하기 쉬울 듯 합니다.

*본 포스팅은 AK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대개 도심에서 살지만 ‘자연’, ‘유기농’, ‘천연’ 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합니다. 또 여유가 생기면 ‘자연’으로 떠나 휴식을 즐기자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또, 자연이 우리에게 좋다는 것이 점점 널리 인식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자연과 동떨어져 살면서 이처럼 우리는 자연을 그리워하게 됐지만, 정작 자연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는 서툴기만 합니다. 도시의 삶은 편리하고 안락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저자는 지난 25년 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녀는 오두막을 둘러싼 들판과 삼림 지대를 정기적으로 산책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의 자연계 표본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수집하는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녀의 눈을 통해 우리는 야생 꽃, 새와 야생 동물, 벌과 곤충을 봅니다. 그녀의 글은 마치 친구와 산책하며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야생 동물 자체에 대한 것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그것이 그녀의 마음 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입니다.

p25 숲속이나 들판을 산책하는 것은 삶이 대체로 괜찮게 느껴질 때도 할 수 있는 일이며, 일상적 우울감과 언젠가 닥쳐올 까칠하고 고된 나날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인생이 한없이 힘들게 느껴지고 찐득거리는 고통의 덩어리에 두들겨 맞아 슬퍼지는 날이면, 초목이 무성한 장소와 그 안의 새 한 마리가 기분을 바꿔주고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다

자연이 계절마다 변화를 일으키지만 매년 알아볼 수 있는 패턴을 따른다는 사실은 모든 도전을 통해 우리가 진화하고 적응할 수 있으며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줍니다.

특유한 위트와 솔직함으로 글을 쓰고, 그녀의 아름다운 그림과 사진으로 가득한 이 책은 자연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궁금해 했던 모든 사람에게 특별하게 다가갈 것입니다.

p112 해가 지평선에 가 닿는 동안 올빼미는 먹이를 물어 뜯고, 나무와 산울타리에는 황금빛 후광이 내려앉는다. 평생 목격한 것 중에서도 손꼽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새삼 내가 얼마나 우울증에 지치든, 얼마나 기만당하고 무기력해지고 황폐해지든 간에 이런 광경과 만나고, 그에 따른 치유 효과로 머리를 채울 수만 있다면 계속 싸워나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숲에 가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해지고 건강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낙엽의 폭신함, 모양과 색깔도 다른 나뭇잎, 희한하게 생긴 애벌레, 싸르락 거리는 나뭇잎 소리에 섞여 들리는 다양한 곤충과 새들의 울음소리까지…, 그간 눈에 보이지 않았고 듣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제는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예쁜 꽃이 피어있기도 하고 싱그러운 향도 납니다.

갈수록 개인의 편의만 생각하고, 남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 인생의 최대 가치인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 속에서 저마다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받지 못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결국에는 타인은 물론 자신의 마음까지 좀먹게 됩니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욕심내지 않고, 괜히 다투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잠시 멈추고, 우리를 바라보고, 단순한 것들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새들을 보고, 매끄러운 돌을 집습니다. 간단하고 쉬운 일이지만, 어떤 약보다 그 효과는 강합니다. 자연을 느끼고 이해하는 일은 곧 나와 내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저 집 밖으로 나가 오두막 맞은편의 가시자두나무와 보리수를 보는 것 만으로도 내면에서 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반응이 일어난다.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는 내 뇌의 화학작용이 나에게 위안과 동시에 치유를 가져다준다
- P14

음울한 계절이면 내가 찾아다니는 이런저런 사소한 광경이 있다. 미세한 식물학적 지표들, 결국에는 봄이 오고 말 거라며 나를 안심시켜 주는 기분 좋은 신호들이다. 지난달에 나타난 사양채와 갈퀴덩굴 새순처럼 이 꽃차례 배아도 그런 신호 중 하나다. 봄은 오고야 말 것이다. 밤은 짧아질 것이며 내 생각들도 다시금 밝아지고 가벼워지리라.
- P60

딱히 목적지도 없이 차를 몰고 다니는 게 생태학적으로 건전하지 못한 일이란 걸 알기에 죄책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앙상하게 서 있는 나무들, 길가를 선회하는 황조롱이, 들판에서 꽥꽥 울어대는 굳센 뇌조 무리를 발견한다면 내 마음속에 미묘하지만 거대하고 간절한 전율이 일어나리라는 것도 잘 안다. 마치 은신처로부터 날아오르는 찌르레기 몇 마리를 보았을 때처럼.
- P79

새 떼 자체도 장관이고 경이로운 광경이지만, 그들 사이에서 먹잇감을 찾는 송골매의 모습은 내게 더욱 또렷한 인상을 남긴다. 겨우내 무거운 생각에 짓눌려 심신을 까딱하지 못했던 내게 춤추는 찌르레기 수만 마리 사이에서 먹이를 사냥하는 맹금을 바라본 장대하고 야성적인 몇 분의 시간은 머릿속의 암담함을 몰아내고 한숨 돌릴 여유를 준다.
- P125

내 마음은 우울증이 갈망하는 자기소멸을 향해 비틀비틀 나아간다. 나는 그것을 실행에 옮길 방법들을 생각한다. 그 생각이 어찌나 강렬한지, 일 년의 대부분을 절벽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해주던 이런저런 기분 전환 요령들도 떠오르지 않는다. 조그만 뗏목 하나에 의지해 나이아가라 폭포 꼭대기에 놓여 있는 기분이다.

- P1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무튼, 식물 - 그들에게 내가 꼭 필요하다는 기분이 소중하다 ㅣ 아무튼 시리즈 19
임이랑 지음 / 코난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단에 식물을 키운다거나 난을 가꾸는 모습은 어느 가정에서나 예전부터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달라진 것은 식물을 키우는 행위보다 ‘반려식물’이라고 부를 만큼 애정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반려식물의 인기가 식물에게 마음을 주고 의지하는 현대인들의 ‘고독과 외로움’이 잘 반영된 모습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자연을 그리워하고 가까이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합니다. 실내에서 ‘굳이’ 식물을 키우는 건 다 이런데서 비롯되었을 듯합니다. 식물을 키우면 심리적 안정감은 물론이고 식물 자체의 아름다움과 편안함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p41 가드닝도 자기를 알아가기 위한 끝없는 여정이다. 내 집에 맞는 식물, 나에게 맞는 흙, 내가 좋아하는 수형,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질감이 존재한다. 각자의 기질에 가장 잘 맞는 흙과 화분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키울지 결정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스스로를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돌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시도 때도 없이 흙을 만지고, 한낮의 햇살 아래 매일같이 물을 주러 나가 있다 보니 팔다리는 새까맣게 그을었지만 마음은 훨씬 더 비옥해진다. 식물들이 내 정신건강에 비료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막상 책을 읽어보니 식물에 관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잘못은 물 주기에 대한 오해. 사람들은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세요’라고 들으면 식물의 상태와 관계없이 정해진 시기에 물을 줍니다. 그러나 식물이 놓인 환경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일률적으로 물을 주다간 죽이기 십상입니다. 얇고 하늘하늘한 줄기와 잎을 가진 식물은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같은 식물이라도 풍성하게 자라 잎이 많은 경우, 화분이 작아 흙이 적어 물이 금세 마를 경우,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장소에 둔 경우에도 물을 더 자주 줘야 합니다. 농사를 짓거나 식물을 키울 때 물 주기를 잘하려면 3년이 필요하다는 말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잘못은 햇볕에 대한 착각. 햇볕 없이도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해서 실내에만 뒀더니 웃자라고 맙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잘못은 햇볕과 물만 주면 식물이 잘 자란다고 단순하게 생각한 점입니다. 그동안 가장 간과한 사항은 바로 통풍입니다. 창을 열어 환기를 자주 시키고 식물 배치 간격을 떨어트려 식물 잎 사이사이로 바람이 통하게 해야 건강하게 자라고 병충해도 옮지 않습니다. 잎이 무성하다면 눈물을 머금고 가지치기와 잎을 솎아내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분갈이와 비료 주기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실내 화분식물들이 삭막한 집안 풍경을 아름답게 장식해 주고,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역할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만큼 진정으로 그들을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꽃 한 송이는 내게는 너희들 모두보다도 더 중요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불평하거나 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또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귀 기울여 들어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어린왕자 중

나는 이제 이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다시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때와 영영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예전의 나는 예전의 나로서,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로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혐오한다. 그 커다란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 P114

식물을 건강하게 잘 키워내는 공간들은 커피를 아주 잘한다. 돌보는 마음과 커피를 내리는 마음이 같은 것일까. 식물의 변화를 눈치채는 섬세함을 지닌 바리스타라면 핸드드립도 더 섬세하게 만드는 걸까? 그냥 단순히 이파리가 더 건강하고 통통한 식물을 키우는 카페의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는 법이니까
- P12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The Secret Garden (Paperback) ㅣ Collins Classics 38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 HarperPress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메리 레녹스는 버릇없고 고집스러운 10살 소녀입니다. 영국 총독부 관리인 아빠는 일 때문에 집에 늘 안 계시고 엄마는 사교계 사람들과 어울려 메리는 유모의 손에서 자랐습니다. 유모는 메리가 울면 혼날까봐 두려워 뭐든지 다해주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메리는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고집불통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도에 콜레라가 돌게 됩니다. 메리부모님도 자신을 키워준 유모도 모두가 이 병으로 죽었습니다. 한순간에 고아가 된 메리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모부가 계시는 영국으로 갑니다. 고모부 댁에는 시중들 유모도 하인도 없었습니다. 그저 그 집 하녀인 마사가 식사 준비를 해 줄뿐 옷을 갈아 입혀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메리는 수다스럽지만 착한 마사가 점점 좋아졌습니다. 메리는 마사에게 10년 동안 꼭꼭 문이 잠겨 있는 비밀의 화원에 대하여 듣습니다. 메리는 이 사실을 마사동생 디콘에게 알려 함께 정원을 꾸밉니다.

화원을 가꾸면서 고집불통이 마음 넓은 아이로 자라기 시작합니다. 어느 폭풍우가 치던 날 메리는 복도를 지나가다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 울음소리의 주인공은 고모부 아들 콜린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무관심과 자신도 곧 아버지처럼 곱사등이가 될 거라는 불안감으로 다른 사람과 벽을 쌓고 나오지 않는 소년입니다. 그러나 콜린은 점점 메리에게 문을 열고 친구가 됩니다.

드디어 메리와 디콘은 콜린을 밖으로 나오게 하는데 성공합니다. 콜린은 어머니가 사랑했던 화원을 가꾸며 건강이 좋아지더니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게 됩니다.콜린의 아버지는 디콘의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아들이 잘못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부랴부랴 집으로 온 크레이븐씨는 꽃이 아름답게 핀 화원과 그 속에서 뛰어나오는 아들을 보게 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읽었지만 전체를 기억하지 못했던 소설 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야기의 시작을 잘 기억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끝났는지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전 세계로 번역되어 수많은 독자들에게 소개되었으며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사랑과 지지를 받아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연극, 뮤지컬, 만화 등 다양한 장르로 수차례 제작되어 원작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을수록 더 읽고 싶어지는 감동이 있고 왜 고전으로 여겨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물질주의적 부를 통해 가장 큰 만족을 얻는 오늘날의 사회와는 달리, 독자들에게 가장 단순한 것들에서 풍성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 아이들의 몸과 영혼이 거의 마법 같은 정원을 깨울 때 치유된다는 개념은 거의 신화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그러나 흔히 우리는 닫혀진 문을 오랫동안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는 문을 보지 못한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헬렌 켈러가 한 말입니다.

이렇듯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내 마음 한 켠에 있는 ‘비밀의 화원’의 문이 행복의 문일 수 있습니다.

‘비밀의 화원’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 독자들은 가슴속 깊은 곳에 굳게 잠겨 있던 무언가가 활짝 열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으로 발을 들이면 잃어버렸던 것보다 더 많은 것, 희망과 긍정의 기운은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보이지 않는 여자들 -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날 지구상에는 77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여성입니다. 그러나 국가 원수, 정부, 기업의 총수는 거의 항상 남성입니다. 왜 세계와 그 자원은 여전히 ​​남성에 의해 운영되는 걸까요? 왜 여성들이 노동, 지적 능력, 꿈의 결실을 똑같이 누리지 못할까요?

일상생활 속에서, 자동차 충돌 인형은 남성의 평균 체중과 키를 기준으로 설계되었으며 안전 벨트는 임산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저자는 기술, 노동, 의료, 경제, 정치 등 16가지 삶의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데이터 공백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과 차별을 일으키는지 면밀히 분석합니다.

여성들은 임금이 적고, 집에서 훨씬 더 많은 무급 노동을 하고, 화장실 대기열이 더 길고,가정 폭력의 불균형적인 피해자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과 비참함을 수치화 할 수 있는 숫자를 갖는 것은 유용하고 냉정합니다. 불균형을 백분율로 보는 것은 이해하고 대처하는 과정을 중요한 차원으로 제공합니다.

p186 여자들은 늘 일해왔다. 무급으로, 저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보이지 않게 일해왔지만 일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그러나 오늘날의 일터는 여자를 위해 기능하지 않는다. 위치에서부터 근무 시간, 규제적 표준에 이르기까지 남자들의 생활을 기준으로 설계되어왔지만 그것은 더이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더 큰 문제는 성 균형 데이터가 부족하여 잘못된 디자인 결정으로 이어지고 공공 영역에서 여성의 존재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UN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 3명 중 1명이 안전한 화장실에 접근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전 세계 여성과 소녀들이 금고를 찾는 데 연간 970억 시간을 소비한다는 보고서를 인용합니다.

책에 제시된 예는 두 가지 범주로 나뉩니다. 첫째, 여성과 남성의 근본적인 차이로 인해 특히 여성에게 불리한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성용과 여성용 화장실의 디자인입니다. 둘째, 사무직을 가진 사람들과 가사를 돌보는 사람들의 차이 등 사회에서 여성의 기대로 인해 여성에게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가 의식적인 차별보다는 불완전한 데이터와 누락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다양성에 대한 명확한 주장을 제시합니다. 아마도 더 많은 여성과 다른 소수 집단의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위치에 있다면 그들의 요구가 더 잘 표현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볼 수 있듯이 이것은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미칩니다. 그림자에서 여성의 관점을 가져 오는 것은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충분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세계의 잘못된 점을 명확하게 보게 됩니다. 또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성차별 문제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읽기 어렵고 불편했는지도 모릅니다. 여성으로서 너무나 친숙한 사례들이었고, 사소한 불편함으로 보았던 것이 내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실제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p396 남자의 목소리와 남자의 얼굴로 가득한 문화 속에서 자란 어떤 남자들은 그들이 당연히 남자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권력이나 공간을 여자들이 빼앗아 갈까봐 두려워 한다. 그 공포는 우리가 문화적 젠더 데이터 공백을 메워서 남자아이들이 더이상 공공영역을 자기들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라지 않게 될 때까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는 빅 데이터가 모든 것에 대한 답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오만이 많습니다. 그러나 빅 데이터가 인구의 절반만 측정한다면 상황은 더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더 나빠질 것입니다.

평등한 세상은 변화가 있어야 이루어집니다. 즉, 사고 방식, 태도 및 행동의 변화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보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읽어야할 책입니다. 불평등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줄 것입니다.

젠더 데이터 공백은 침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공백은 결과를 초래하고 그 결과는 여자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친다. 그 영향은 상대적으로 사소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남성 표준 체온에 맞춘 사무실 온도 때문에 덜덜 떨기, 남성 표준 신장에 맞춘 맨 위 선반에 닿기 위해 까치발 하기처럼. 분명 짜증 나고 확실히 부당하다
- P14

여자는 공공장소를 두려워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남자의 2배 정도 두려워한다. 다른 경우들과 달리 이번에는 그것을 증명할 데이터가 있다. "세계각국의 범죄조사 및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의 여자들은 공공장소에 있을 때 폭력의 피해자가 될까봐 두려워한다. " 라고 에너스테이지아 루카이투스데리스는 말한다. 미국과 스웨덴의 범죄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양국 모두에서 유사한 상황에 남녀가 다르게 반응함을 알 수 있다. 여자는 위험신호, 사회적무질서, 낙서, 지저분한 폐건물에 남자보다 민감하다.

- P82

우리가 가진 데이터는 여자가 남자보다 무력 분쟁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음을 보여준다. 현대전에서는 전투원보다 민간인 사망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라우마, 강제 이주, 부상 및 사망은 남녀가 똑같이 겪지만 여자는 여성만이 겪는 피해까지 겪어야 한다.
- P361

데이터를 수집할 때 여자가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여성의 삶을 정의하는 두 번째 주제에서는 여체가 눈에 보인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 주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남성의 성폭력,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집계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것을 반영하여 세상을 설계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럼으로써 여성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사실이다. 여성의 생물학적인 몸은 여자가 강간당하는 이유가 아니다. 공공장소를 지나갈 때 여자가 위협당하거나 공격 당하는 이유가 아니다. 그 원인은 성별이 아니라 젠더, 우리가 남체와 여체에 부여하는 사회적 의미다
- P3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