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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식물 - 그들에게 내가 꼭 필요하다는 기분이 소중하다 ㅣ 아무튼 시리즈 19
임이랑 지음 / 코난북스 / 2019년 3월
평점 :
화단에 식물을 키운다거나 난을 가꾸는 모습은 어느 가정에서나 예전부터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달라진 것은 식물을 키우는 행위보다 ‘반려식물’이라고 부를 만큼 애정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반려식물의 인기가 식물에게 마음을 주고 의지하는 현대인들의 ‘고독과 외로움’이 잘 반영된 모습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자연을 그리워하고 가까이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합니다. 실내에서 ‘굳이’ 식물을 키우는 건 다 이런데서 비롯되었을 듯합니다. 식물을 키우면 심리적 안정감은 물론이고 식물 자체의 아름다움과 편안함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p41 가드닝도 자기를 알아가기 위한 끝없는 여정이다. 내 집에 맞는 식물, 나에게 맞는 흙, 내가 좋아하는 수형,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질감이 존재한다. 각자의 기질에 가장 잘 맞는 흙과 화분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키울지 결정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스스로를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돌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시도 때도 없이 흙을 만지고, 한낮의 햇살 아래 매일같이 물을 주러 나가 있다 보니 팔다리는 새까맣게 그을었지만 마음은 훨씬 더 비옥해진다. 식물들이 내 정신건강에 비료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막상 책을 읽어보니 식물에 관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잘못은 물 주기에 대한 오해. 사람들은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세요’라고 들으면 식물의 상태와 관계없이 정해진 시기에 물을 줍니다. 그러나 식물이 놓인 환경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일률적으로 물을 주다간 죽이기 십상입니다. 얇고 하늘하늘한 줄기와 잎을 가진 식물은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같은 식물이라도 풍성하게 자라 잎이 많은 경우, 화분이 작아 흙이 적어 물이 금세 마를 경우,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장소에 둔 경우에도 물을 더 자주 줘야 합니다. 농사를 짓거나 식물을 키울 때 물 주기를 잘하려면 3년이 필요하다는 말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잘못은 햇볕에 대한 착각. 햇볕 없이도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해서 실내에만 뒀더니 웃자라고 맙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잘못은 햇볕과 물만 주면 식물이 잘 자란다고 단순하게 생각한 점입니다. 그동안 가장 간과한 사항은 바로 통풍입니다. 창을 열어 환기를 자주 시키고 식물 배치 간격을 떨어트려 식물 잎 사이사이로 바람이 통하게 해야 건강하게 자라고 병충해도 옮지 않습니다. 잎이 무성하다면 눈물을 머금고 가지치기와 잎을 솎아내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분갈이와 비료 주기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실내 화분식물들이 삭막한 집안 풍경을 아름답게 장식해 주고,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역할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만큼 진정으로 그들을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꽃 한 송이는 내게는 너희들 모두보다도 더 중요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불평하거나 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또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귀 기울여 들어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어린왕자 중
나는 이제 이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다시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때와 영영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예전의 나는 예전의 나로서,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로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혐오한다. 그 커다란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 P114
식물을 건강하게 잘 키워내는 공간들은 커피를 아주 잘한다. 돌보는 마음과 커피를 내리는 마음이 같은 것일까. 식물의 변화를 눈치채는 섬세함을 지닌 바리스타라면 핸드드립도 더 섬세하게 만드는 걸까? 그냥 단순히 이파리가 더 건강하고 통통한 식물을 키우는 카페의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는 법이니까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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