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You Trap a Tiger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 2021 뉴베리 수상작,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원서
Tae Keller / Random House USA Inc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어릴 때 읽었던 전래동화 ‘해님 달님’을 대표하는 문장입니다. 삯바느질과 허드렛일로 어린 두 남매의 생계를 겨우 꾸리는 홀어머니가 하루 삯일의 대가로 받은 떡과 누더기 옷마저 빼앗기고도 거짓말쟁이 호랑이의 먹이가 된 대목에서는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배은망덕한 호랑이에게는 벌 대신 썩은 동아줄을 내려 주고, 마음씨 착한 두 오누이에게는 든든한 동아줄을 내려 주어 죽음의 위기에서 구출된 해피엔딩 장면에 안도의 한숨을 내기도 했었습니다. 이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너무나 아름답게 쓰여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인공 Lily는 할머니 집으로 이사는 오늘 길에 엄마는 언니는 논쟁을 하고 빗속에서 호랑이 한 마리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차안에 함께 있는 그 누구도 싸우느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호랑이를 치였다고 생각하고 뒤돌아보지만 도로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할머니의 집에 도착해서 빗속을 뚫고 문 앞에 다다랐더니, 엄마가 자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댁에 안 계신다고 하고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엄마는 마치 어렸을 적에 많이 했던 것처럼 창문 중 하나를 열고 집안으로 들어갑니다. 엄마가 집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어 주고 집안을 살펴보는 중 상자들이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을 막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엄마는 할머니가 없음을 확인하고 우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웃지만 서글픔이 묻어 있습니다.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니와 Lily는 이제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아닙니다. 할머니가 돌아오셨습니다. 엄마는 지하실을 가로막는 상자들을 치우려고 하지만 할머니는 길일이 아니라며 그냥 두라고 하시고 고사를 준비합니다. 언니는 다락방으로 가고 엄마는 짐을 가지러 차로 가고 lily는 할머니 곁에 남아서 길에서 호랑이를 만난 이야기를 합니다. 할머니는 잠시 주저하시더니 자신이 호랑이에게서 훔친 것을 찾아 온 것 같다고 말씀하시고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 앞에 호랑이가 나타납니다. 할머니는 호랑이에게 떡을 주고 달아났지만 여전히 배가 고픈 호랑이는 할머니를 잡아 먹고 언니와 동생이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갑니다. 할머니로 변장한 호랑이가 의심스럽긴 했지만 할머니가 너무 그리운 애기 동생은 문을 열어주고 땅 끝까지 도망갑니다.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순간에 하늘에서 동아줄과 계단이 내려와 무사히 하늘나라로 올라갔지만 언니는 해님이, 애기는 달님이 되었습니다. Lily는 이 이야기를 할머니로부터 여러차례 들었지만 단 한번도 호랑이가 해 줄 이야기가 무엇인지, 호랑이가 만약에 되돌아 온 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에 대해 한번도 궁금해 해 본적이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허기에 잠이 깬 Lily는 아래층으로 내려 갑니다. 지하실을 막고 있던 상자들이 치워져 있고 문이 살짝 열립니다. 지하실을 내려갔고 어릴 적 기억과는 달리 좁기만 하고 홍수의 흔적은 없습니다. 할머니는 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갑작스런 동물의 괴로워하는 신음소리에 놀라 위로 올라간 Lily는 황급히 문을 닫습니다. 소리가 나는 곳은 화장실이었고 문틈으로 엿보니 동물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다시 보니 괴로워하는 할머니 입니다. 할머니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 게 분명합니다. 상황이 이해는 되지 않지만 구토를 하고 있는 것은 할머니 입니다. 할머니를 도와주고 싶지만 몸이 꼼작하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문밖에 있는 나를 알아채시고 조금 아프다고 말씀하십니다. 호랑이 생각으로 잠들 수 없는 나에게 할머니는 자신이 훔친 것에 대해 이야 해주겠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시작 됩니다. 아주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사람처럼 서서 다닐 때 저녁은 칠흑처럼 깜깜했습니다. 하늘에 사는 공주가 이야기를 시작했고 하늘을 빛으로 채웠습니다. 사람들은 물론 호랑이도 모두 좋아 했고 호랑이는 높은 산에 올라 별들을 지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슬픈 이야기를 싫어했으므로 호랑이들이 동굴에서 자는 동안 슬픈 이야기를 모두 별에 담고 동굴을 돌로 막아 호랑이를 가뒀습니다. 할머니는 나쁜 이야기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작은 마을을 떠나 바다를 건너 새로운 세상으로 왔지만 호랑이가 할머니를 찾아 나섰다고 잠결에 말씀하십니다.

호랑이 꿈을 밤새 꾸고 일어나니 엄마는 인터뷰 준비를 하려고 이미 옷을 입고 계셨습니다. 엄마는 Lily가 싫어하는 차를 굳이 타주고 도서관에 가서 친구를 사귀라고 말씀하십니다. Lily는 할머니를 쫓는 호랑이로부터 우리 가족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도서관에 가려고 합니다.

호랑이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 간 도서관에서 같은 십대이지만 언니와는 너무 다른 Jensen을 만나게 됩니다. Jensen과 이야기 하는 도중 곁눈으로 주황색과 검정색이 섞인 호랑이 꼬리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그 뒤를 따르게 됩니다. 호랑이 꼬리라고 생각했는데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Lily와는 달리 한 눈에 봐도 친화력이 좋은 애입니다. Ricky의 할아버지는 호랑이 사냥꾼이었다고 합니다. Lily만 남겨 놓고 Jensen과 Ricky는 수업을 위해 떠났습니다. 주무시고 계시는 할머니를 깨워 호랑이를 다시 봤기에 고사 말고 다른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운전을 하지 말라는 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언니, 할머니와 함께 가게로 갑니다. 가게에서 아빠의 관심을 끌려는 Ricky와 Ricky가 귀찮아서 그만 입을 다물라는 Ricky 아빠의 다툼을 간판 뒤에서 몰래 지켜보다 Lily는 그만 물건을 무너뜨리고 넘어집니다. 저 멀리 계시던 할머니도 다가오셔서 Ricky 아빠에게 도움을 구하며 Ricky와 Ricky 아빠가 어려운 순간을 보내는 것은 잘 알지만 서로 도와야 한다고 일장 훈계를 하십니다.

가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할머니가 몸을 떨기 시작했고 차도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다 마침내 멈췄고 할머니는 기침을 하시다가 길가에 구토를 했습니다. Sam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내게 무슨 조치를 해야 하냐고 물었지만 Lily도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할머니가 엄마에게 전화하라고 말씀하셨고 엄마는 인터뷰 복장 그대로 와서 운전을 겁내 하는 언니와 Lily 그리고 할머니를 태우고 집으로 향합니다. 하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별에게 무얼 해야 할지 물었고 별은 Lily에게 그 문제를 해결하라고 답하는 것 같습니다.

한밤중에 일어난 Lily는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할머니는 다행히 방에 계십니다. 목소리가 집안을 울리고 그림자가 호랑이로 변합니다. 할머니가 별들을 병에 가두어서 아픈 거라고 이야기찾는 것을 도와주면 할머니는 괜찮아 질 거라고 호랑이가 말합니다. 호랑이는 거짓말을 잘하니 조심하라는 할머니의 말이 떠오르고 머뭇거리는 사이 호랑이는 사라집니다.

엄마와 할머니의 대화를 엿들은 Lily는 할머니의 병이 위중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Lily를 발견한 엄마는 할머니가 뇌종양에 걸린 사실을 밝히고 할머니의 이상행동들에 대해 설명 해 줍니다. Lily는 호랑이가 할머니의 병을 치료 할 수 있다고 믿고 호랑이와 거래를 하기 위해 호랑이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합니다. 도서관으로 Ricky를 찾아 간Lily는 호랑이를 잡는 방법을 Ricky 할아버지의 경험을 통해 배우려고 합니다. 멸종 위기의 동물을 사냥하는 것이 부끄러운 과거이므로 Ricky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호랑이를 잡는 일에 Ricky도 간절히 참여하기를 원합니다. Lily는 망설이다가 Ricky도 함께 하기로 하고 연락처를 받으려는 순간 푸딩을 가지러 갔던 Jensen이 돌아옵니다. 나와 Ricky가 뭔가 숨기는 것을 알아챈 Jensen이 우리를 추궁하려던 순간 Jensen의 눈길이 내 등뒤로 향합니다. 눈길이 향하는 곳에는 화가 난 채 서있는 Sam이 있습니다.

Jensen과 언니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언니가 대화 도중에 자리를 뜬 나를 몰아세우는 순간 Jensen이 초등학교에서 본적이 있는 걸 기억해내고 전화번호까지 서로 교환하는 등 언니의 관심은 이제 Lily에게서 떠납니다. Sam은 마치 할머니 집이 감옥처럼 느껴지고 도망치고 싶어진다고 합니다. Lily는 할머니 집이 자신들을 지켜주는 안전한 집이고 심지어 마치 호랑이를 잡을 덫처럼 보입니다.

엄마가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간 동안 Ricky가 집으로 찾아오고 지하실을 막고 있는 상자들을 이용하여 덫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Sam은 자신을 이 일에 끌어 들이지 말라고 하여 Lily는 서운함을 느낍니다. 상자들을 옮기다가 Ricky가 상자를 놓치는 바람에 부서지는 소리가 나서 상자 안을 살펴 보는 순간 항아리 안에서 뽁뽁이에 싸인 세개의 물건을 찾습니다. Ricky는 보물을 발견했다고 좋아 하지만 그것들은 병들이었습니다.

별들이 담긴 병에 대해 진실을 말할 수 없는 나는 병들이 할머니 것이라고 둘러댑니다. 덫을 다 만들고 Ricky는 생고기를 미끼를 두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가상의 호랑이를 잡는 것이므로 필요 없다고 Lily는 말을 합니다. 빛나는 병들을 언니가 씻는 동안 몰래 침대 밑에 넣어두고 병을 보다 보니 뭘 미끼로 써야 할지 Lily는 알아챘습니다.

병들을 보고 있을 때 Sam이 들어와 나는 화들짝 놀랍니다. 언니와 Lily가 기억하는 해님 달님의 이야기가 다르고 언니는 자매가 하늘나라에서 안전하게 사는 행복한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헤어져서 잠깐 씩 마주치는 슬픈 이야기라고 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언니라면 호랑이가 들이 닥치면 도망칠 것인지 마주할 것인지를 묻자 언니는 또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며 언짢아하며 대화를 끝내는 가 싶다가 몇 분 뒤에 말을 이어 갑니다. 자신이 이야기 속 주인공이라면 용감한 행동을 할 텐데 도망가는 것이 용감한 행동인지 호랑이를 마주하는 게 용감한 행동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합니다.

Lily는 별이 담긴 초록 네모병을 들고 말린 쑥, 할머니가 주신 목걸이, 리키가 준 모자를 쓴 채 살금살금 지하실로 내려갔습니다. 잠결에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떠 보니 덫 안에 호랑이가 있었습니다. 호랑이는 덫에 갇힌 것이 아니라 시험 해 보는 것이라며 어느 샌가 계단 꼭대기에서 나를 지하실 밑으로 몰아 붙였습니다. 그리고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내게 한번 더 기회를 줄 테니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런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할머니의 경고도 떠올랐습니다. 호랑이가 이야기를 들어주면 할머니가 나을 것이라는 말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해야만 했다. 나는 병을 열었습니다.

병에 담긴 별을 들이킨 호랑이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늘에 해와 달 그리고 별이 생기기전 한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소녀는 낮에는 사람으로 밤에는 호랑이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 어느 세계에도 속하지 못하고 비밀을 간직한 채 살던 그녀가 임신을 했습니다. 아기가 태어났고 마법인지 저주인지 모르지만 그 아기도 사람과 호랑이의 두 세계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이 저주를 풀기 위해 엄마는 옥황상제에게 빌고 또 빌어서 자신의 딸이 사람이 되는 대신 자신은 옥황상제의 뒤를 잇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야 했습니다. 하늘로 떠나기 전 마지막 날 엄마의 눈물은 보석이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두 번째 얘기를 해줄 테니 떡을 준비해서 오라고 합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면 할머니는 낫을 것이라고 자신을 믿으라고 합니다.

떡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식을 하자고 하여 중식당으로 갑니다. 할머니가 아빠에게 진흙이 든 밀크셰이크를 먹이고 엄마의 옛날 이야기를 듣다가 음식이 나오자 갑자기 할머니가 돌아가신 아빠를 찾고 고사를 치루어야 한다며 옆 테이블에서 접시를 가지고 오고 음식을 흘리는 등 식당 안이 너무 어수선해져서 할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가기로 합니다. 엄마가 지갑을 식당 안에 두고 와서 찾으러 갔는데 서빙하던 언니가 자신의 할아버지도 알츠하이머에 걸려서 모든 상황을 이해한다고 위로합니다. 할머니는 그 할아버지와는 달리 우리 가족을 절대 잊지 않을 거라고 곧 괜찮아 질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서빙언니의 위로가 고맙기도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할머니는 뒷좌석에서 주무시고 엄마는 할머니가 그리 오래 사시지 못 할 것 같다고 말씀합니다. 할머니가 다른 치료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기에 이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생각하지 못하는 그리고 언니는 믿으려 하지 않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 믿고 엄마에게 떡을 만들자고 요청했지만 그건 할머니를 속상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엄마가 할머니를 상태를 확인하러 방에 갈 때 나는 리키에게 전화하여 집으로 가도 되는지 묻습니다.

리키 아빠와 통화 후 엄마는 Lily를 리키의 집으로 데려 갑니다. 작고 편안한 할머니 집과 달리 리키의 집은 크고 어지르면 혼날 것만 같은 집이었습니다. 떡을 만들 재료 중 팥이 없어서 젤리로 대신 했고 다 만들고 보니 할머니의 떡과 비교하여 너무나도 볼품이 없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리키는 자기 엄마도 레시피 없이 음식을 만들다 보니 매번 새로운 요리가 된다며 할머니가 만든 떡처럼 완벽하지 않더라도 괜찮을 거라고 안심을 시켜줍니다. 리키의 말대로 떡이 쪄지기를 기다리니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호랑이에게 줄만큼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 두 시에 알람이 울려 침대 밑에 숨겨준 병과 떡을 가지고 지하실로 내려가려는 순간 Lily는 언니가 호랑이 덫을 묶으려던 밧줄을 통해 창 밖으로 몰래 빠져 나가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언니와 Lily는 서로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내려는 동시에 자신이 하려는 것을 숨깁니다. 엄마에게는 비밀로 하자고 약속을 하고 언니는 창 밖으로 Lily는 아래층으로 내려 갑니다. 이야기 속에서 자매는 호랑이를 피해 하늘로 올라갔는데, 우리 자매는 호랑이가 기다리는 밑으로 그것도 서로 떨어져 내려가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호랑이는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 입니다. 어느 날 손녀는 저주로 인해 호랑이로 변하고 엄마 이야기의 향기를 따라 멀리 사라지고 맙니다. 할머니는 매월 보름달이 뜰 때마다 빈 병에 손녀에 대한 사랑을 담아 손녀가 병을 발견하고 돌아오기를 바라며 바다에 띄웁니다. 호랑이는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강조하며 이제 다음날 새벽 마지막 병과 떡을 가져오라고 Lily에게 요구합니다.

엄마 몰래 빈 접시를 내려 놓고 별이 담겨있던 병을 바라보는 순간 잠에서 깬 엄마가 Lily를 부릅니다. 엄마는 그 병은 무엇이냐, 이 시간에 왜 깨어 있느냐, 이런 시기에 충분한 잠을 자는 것이 중요하다는 잔소리를 하는 대신,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찾는다는 Lily에게 김치를 건내 줍니다. 엄마는 병을 발견하고는 놀라는 눈치이지만 엄마가 어렸을 때 봤던 병이라고 생각하고 이내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잠을 잔 Lily가 1층으로 내려가니 모두 아침 준비중입니다. 이상하게 계단에서 생쌀들이 밟힙니다. 오랜만에 분위기가 밝고 행복하기만 합니다만, 할머니는 자신이 준 보석 목걸이가 내 목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어디서 났냐고 추궁을 하고 심지어 Lily를 알아보지 못하자 엄마는 황급히 할머니를 방으로 모십니다. Sam은 도서관으로 함께 가자고 Lily에게 요청하지만 도서관에서 아무 일 없는 듯이 행복해 할 사람들을 떠올리며 Lily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닫힌 할머니의 방문을 보는 순간 이 집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니와 도서관에 도착하여 언니는 이 내 Jensen과 함께 하고 나는 홀로 남았다. Joe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자 후련해지기도 하고 Joe의 말을 듣다 보니 지금껏 그를 아주 조금밖에 알지 못했지만 그게 모든 것 일거라고 생각한 자신이 떠올랐습니다. Ricky의 친구가 할머니를 미치광이 마녀라고 부르지만 Ricky는 할머니를 변호 해 주지 못하고 오히려 할머니의 모든 것이 병인 마냥 말을 하여 나는 울음을 참기 위해 애를 썼다. 분위기가 이상해 진 것을 알아챈 Ricky의 친구가 푸딩 이야기를 꺼내자 나는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 자원해서 푸딩을 가지고 오겠다고 합니다. 냉장고에서 푸딩을 꺼낸 순간 할머니를 대변해 주지 못한 Ricky에게 푸딩을 가져다 주는 내가 한심스럽게 느껴졌습니다. Lily는 비속에서 푸딩을 약간 덜어내고 진흙을 담았습니다. 할머니가 아빠에게 했던 것처럼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을 잘하라는 교훈을 리키에게 주고 싶었습니다. Jensen이나 Joe에게 들킬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켜보는 호랑이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도서관은 호랑이가 좋아하는 장소라고 하며 조용한 아시아 소녀가 아닌 다른 면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Lily는 호랑이에게 혼자 두라고 요청하고 도서관으로 돌아가 푸딩을 리키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푸딩을 한 입목은 리키는 맛이 약간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Lily는 진흙을 조금 넣었을 뿐이라고 말 해 주고 언니의 부름에도 대꾸하지 않고 남자애들이 마녀의 집이라고 부르는 할머니 집으로 급히 향했습니다.

Sam이 집으로 와서 고자질 하는 바람에 엄마도 Lily가 Ricky의 푸딩에 진흙을 넣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Lily가 단둘이 이야기하는 동안 그녀의 행동이 결코 할머니를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달습니다. 결국에는 할머니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결심을 합니다.

방으로 돌아가자 Sam은 끊임없이 잔소리를 했지만 Lily는 마치 언니가 했던 것처럼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Sam이 이 모든 일이 빨리 끝났으면 한다고 말을 할 때 Lily는 이불 속에서 나와 그 말을 취소하라고 언니에게 요구했지만 이번에는 언니가 못들은 척하고 잠에 듭니다. 지하실로 내려갔지만 더 이상은 호랑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을 혼자 내려버두라"는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나고 Lily는 이 말을 되돌렸으면 합니다.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Ricky의 집으로 사과를 하러 갑니다. 기대를 하지 않았던 Ricky의 사과를 받고 둘은 화해를 하고 호랑이를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지 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화장실에서 소리가 나길래 가보니 할머니 였습니다. 할머니에게 별이 담긴 병과 호랑이를 만난 사실과 할머니를 고칠 수 있다고 말을 했지만, 할머니는 그 병은 벼룩시장에서 산 단순한 병이며 더 이상 할머니를 위해 노력하지 말라고 합니다.

다락방으로 돌아가 보니 언니는 또 나가고 없습니다. 호랑이가 떠나버린 것에 대한 화와 할머니를 위해 더 이상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사실들이 Lily를 걷잡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들을 Lily는 꿈을 꾸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무엇에 사로잡힌 것처럼, 또는 저주에 걸린 것처럼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병 세 개 모두를 벽에 던져 산산조각을 냅니다.

모든 두려움, 화, 그리고 절망을 담아 둘 수 없는 Lily는 초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초신성처럼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다락방으로 와서 그녀를 안아줍니다. 할머니도 올라 오셨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고, 떨고 계셨으며 "얘들아"하고 속삭이시곤 쓰러지셨습니다.

할머니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떠나고 두 자매만 남아 서로의 잘못으로 인해 할머니가 악화되었다고 자신들을 원망합니다. 언니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바로 주워담지 않았지만 그동안 나쁜 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Jensen과 함께 쌀을 뿌리러 다닌 것을 Lily는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말을 어기고 자매는 병원으로 찾아가기 위해 계단을 뛰어 내려갑니다.

Sam은 할머니 집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빠의 사고 기억으로 운전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언니가 아빠를 기억하기 위해 썼던 목록을 듣는 순간 Lily는 자신도 모르게 아빠가 읽어 주었던 책의 내용들과 아빠의 목소리가 기억났습니다. 언니는 호랑이를 만나면 도망칠 것인지 혹은 마주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며 어떠한 상활에서도 나와 함께 하겠다는 말을 합니다. 차에 꼼작 없이 갇혀버린 순간 Lily는 계획이 떠오릅니다.

지난번 호랑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가 도서관임을 떠오른 Lily는 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 호랑이를 만나고 자신들을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호랑이가 앞장서는 곳은 빗줄기가 줄어들고 보이지 않는 호랑이의 존재를 믿고 언니는 운전하기로 결심합니다. 호랑이를 따라 무사히 병원에 도착하고 할머니는 언니부터 따로 이야기하기를 원하십니다. 할머니의 죽음이 무서운 Lily는 할머니와 엄마를 멀리한 채 병원 밖으로 향합니다. Lily를 기다리고 있던 호랑이로부터 할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듣습니다. 바로 호랑이가 할머니의 엄마라는 사실입니다. 한 간호사가 Lily를 찾으러 오고 호랑이는 예상했듯이 사라집니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자신을 떠난 엄마를 찾았다고 말씀하십니다. 할머니는 호랑이가 무섭지 않고 죽음도 무섭지 않다고 하십니다. Lily는 할머니의 얼굴에서 다음 생을 용감하게 맞이 할 준비가 된 것을 발견합니다. 가족들이 모두 할머니 곁에 모이자, 할머니는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합니다. 언니는 별을 따서 Lily에게 건네주는 시늉을 하고 Lily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예전에 딸이 호랑이가 되려는 걸 막기 위해 하늘로 올라간 호랑이-엄마가 이제는 옥황상제가 되어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위기에 처한 그녀의 증손녀를 구하기 위해 밧줄과 계단을 내려 보냅니다. 그리고 옥황상제의 요청대로 병 안에 담긴 이야기를 꺼냅니다. 어떤 이야기는 슬프고 어떤 이야기는 무서웠지만 그 이야기들은 자신 가족들의 이야기였기에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두 자매는 할머니가 얼마나 자신들을 아꼈는지,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게 가르쳤는지를 이야기 합니다. 두 자매가 이야기 할 때 하늘은 별로 찼고 세상을 밝혔으며 집으로 돌아갈 길도 비추었고 자매는 혼자가 아님을 보게 됩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할머니는 웃으셨습니다. Lily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들이 할머니를 살렸어야 한다고 되뇌었고 엄마는 그 이야기들이 할머니를 살렸고 할머니는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었고 우리에게 할머니는 모든 것이었음을 다시 한 번 알려 주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는 죽음을 맞이할 준비와 용기가 있었음을 나는 압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집은 생기를 잃어 버립니다. 리키는 Lily를 위로하기 위해 계속 문자를 보내고 어느 날인가 "떡"이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잊고 있던 도서관 바자 행사가 기억이 나고 Lily는 부엌으로 내려가서 온 집안을 깨웁니다. 할머니가 예전에 도서관 칠을 하는 등 봉사를 하셨다는 걸 난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기억을 더듬어 떡을 함께 만듭니다. 리키와 젠슨이 소문을 내서 할머니를 알고 지내던 많은 분들이 도서관으로 옵니다. 리키가 준 머핀을 갖고 도서관 계단에 홀로 앉아 있는 데 목소리가 들립니다. 호랑이의 목소리였으면 하지만 Lily는 호랑이는 이미 멀리 떠난 것을 압니다. 그것은 언니의 목소리 입니다. 언니가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합니다. Lily는 이야기의 끝은 알 수 없지만 이야기가 변하고 자라는 것을 이젠 마주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로 인해 그녀는 용감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습니다. Lily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더 이상 투명인간은 아닙니다.

저자가 한국계 작가라고 들었지만 내용이 이렇게 한국적인 것들을 많이 품고 있을 줄 몰랐습니다. 읽는 내내 정겹고 추억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소녀와 사랑하는 조부모에 대한 평범하고 표면 수준의 이야기이지만, 소녀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야기인 동시에, 연민, 공감, 치유 및 가족 사랑과 같은 가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힘과 그것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할머니가 들려준 한국 전래동화와 함께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자매들은 죽어가는 할머니를 슬퍼하며 아버지의 추억을 나누었습니다. 할머니는 딸들과 함께 어렸을 때 어머니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할머니가 딸과 손녀에게 전한 이야기는 다음 세대에 이어질 것입니다. 결국 호랑이를 믿든 말든, 전래동화 이야기를 믿든 말든,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 자체와 그 마법을 믿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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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3년 8월 조선에도 아주 사소한 ‘뜻밖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스페르베르호가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다가 제주도 해안에서 폭풍우로 난파되었습니다. 선원 64명 가운데 선장을 포함하여 28명이 사망하고 36명이 살아남아 가까스로 뭍에 표착합니다. 그 이후 이들은 무려 13년 동안 억류 생활을 하다가 생존자들이 탈출해 귀향합니다. 이 중에는 그 배의 서기였던 헨드릭 하멜(Hendrick Hamel· 1630~1692)도 끼여 있었습니다. 그는 1666년 9월 조선을 탈출해 이듬해까지 나가사키에 머물렀습니다. 그때 그는 회사에 밀린 급료를 요구하기 위해 그동안 일행이 공무를 수행하다 겪은 재난을 연도별로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이 책이 바로 ‘하멜 표류기’라고 부르는 책입니다.

하멜 일행은 표착 직후 체포되어 제주도에 억류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조정이 통역 겸 조사관으로 파견한 사람이 바로 박연이었습니다. 그 역시 1627년 조선 해안에 표착했다가 붙잡힌 네덜란드인이었습니다. 그는 조선에 귀화하여 훈련도감의 장교로 있었습니다. 하멜은 당시 박연의 나이를 57~58세로 추정했습니다.

이듬해 5월, 조정은 그들을 한양으로 올려보내라고 명령합니다. 호송 도중에 한 명이 사망하여 한양에 도착한 것은 35명이었습니다. 며칠 후 그들은 국왕(효종) 앞에 불려 나가 고국으로 송환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국왕은 이를 거부하면서 대신 “죽을 때까지 부양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튿날 그들은 박연이 소속된 훈련도감에 배치되어 호패와 화승총을 지급받았습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대항해 시대를 주도하던 나라였습니다. 하멜 일행도 항해사, 조타수, 포수, 갑판원, 선의, 서기 등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의 배에는 대포만 수십 문이 있었습니다. 1666년 조선을 탈출할 당시의 생존자(16명) 중에도 포수만 4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이 그들의 근대적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시도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p53 저희들은 날마다 여러 귀족들의 잔치에 초대받았는데, 그것은 저희들의 검술과 춤추는 것 등 노는 솜씨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들과 그들의 처자들은 저희들을 구경하고 싶어 했는데 그것은 제주도 사람들이 저희들을 괴물로 본다든가, 무엇을 마실 때는 코를 귀의 뒤똑에 돌리고 마실 것이라든가, 머리카락이 갈색이기 때문에 사람이라기보다는 물속의 헤엄쳐 다니는 새처럼 보인다든가 하는 소문이 돌았고, 또 그들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그들을 처음 접견한 국왕은 그들에게 ‘네덜란드 식으로’ 춤을 추게 하고 노래도 부르게 했습니다. 이어서 그들은 ‘매일 고관들의 집을 방문하도록 명령을 받고’ 그 집 식솔들 앞에서 광대 노릇을 해야 했습니다. 큰 코, 붉은 머리, 흰 피부를 가진 ‘남만인’들은 당시 한양 사람들에게 대단한 볼거리였습니다.

청나라 사신이 올 때마다 그들은 가택에 연금되거나 남한산성으로 격리되었습니다. 그런데 1655년 3월 그들 중 두 명이 몰래 숨었다가 사신의 행렬로 난입하는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조정은 사신에게 뇌물을 주어 사건을 무마하고도 상당 기간 청나라의 트집을 염려했습니다. 두 명은 투옥되었다가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돌발적 사건을 계기로 조정은 이들의 존재에 부담을 갖게 되었습니다. 청나라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도 문제였습니다. 임진왜란 후 양국은 외국인의 표착을 상호 통보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강경파들은 아예 이들을 처형해서 없애자고 주장했으나 국왕은 호남으로 보내도록 조치했습니다. 호남은 청나라와 일본의 눈길로부터 가장 먼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1656년 봄, 생존자 33명은 전라병영(강진 소재)으로 이송되었습니다. 그들은 잡다한 부역에 시달리며 땔감을 구하고 심지어 구걸까지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5~6년 동안 그들 중 무려 11명이 죽고 1662년에 생존자는 22명으로 줄었습니다. 재정이 피폐해진 전라병영의 요청으로 그들은 다시 여수(12명)·순천(5명)·남원(5명)으로 분산배치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가뭄·혹한과 같은 자연재해가 잇따라 그들뿐만 아니라 조선 민중 전체가 도탄에 빠졌습니다. 더구나 임진왜란·병자호란을 겪은 조선 사회는 피폐하여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했습니다. 주자학도 이미 순기능을 다했습니다. 그럼에도 엘리트들은 시대 변화를 외면한 채 수구적인 예학을 통해 기득권을 강화하려고 했습니다. 다시 3~4년이 흘러 생존자는 불과 16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들은 ‘배를 구하려고 온갖 수단을 다한’ 끝에 1666년 9월 웃돈을 주고 산 배를 타고 8명이 일본으로 탈출했습니다. 1668년에 잔존자 7명이 일본을 통해 송환되었습니다. 잔존자 8명 중 1명은 그 사이 사망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리하여 최후의 생존자 15명은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조선은 항해술, 조선술, 포술과 같은 그들이 보유한 선진적 기술을 별로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돌발적 사건을 겪고 나서야 그들의 신병 처리를 고민했습니다. 아울러 사건의 대목마다 늘 온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조선은 이 사건을 둘러싸고 피상적인 호기심, 무전략, 온정주의 등으로 일관했습니다. 아쉽게도 세계사적 흐름에 대한 안목은 전무했습니다. 조선을 탈출해 규슈 해안에 표착한 하멜 일행은 일본의 개항장인 나가사키로 압송되었습니다. 그들이 도착하자 그곳의 일본 행정 책임자는 그들에게 난파선 규모 및 항해 목적, 조선의 군사·경제·풍습·종교, 탈출 경위 등을 비롯해 5개 분야 총 54개항을 집중적으로 심문했습니다. 조선 측이 이렇게 그들을 체계적으로 조사했다는 이야기는 ‘하멜 표류기’나 조선 측 기록 어디에도 없습니다. 조선이 13년 동안 하지 않은 일을 일본은 단 하루 만에 한 셈입니다.

p149 국왕에게 반항한 사람과 이 왕국을 배반한 사람은 그 일가친척까지 모두 사형을 당합니다. 그들의 집은 주춧돌에 이르기까지 헐리며 그 자리에는 아무도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그들의 재산과 노예는 국가 재산으로 몰수되던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국왕이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복종하지 않은 사람 역시 사형됩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볼 때 조선의 형벌제도는 가혹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하멜의 시선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지만 객관적이고 정확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적잖게 충격을 받은 점은 각 마을마다 거북선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또, ‘조선 사람들은 대체로 선량하며 성품이 좋으나 남을 속이고 훔치는 일이 많으며, 피를 보기 싫어한다’ 는 기록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한편, 사대주의적인 조선인의 시각에 대한 기록도 있었는데 ‘조선인들은 세상에 12개의 국가만 있으며 모두 중국 황제에게

공물을 바친다‘는 기록도 있었습니다.

이 책 가운데에는 일부 잘못 관찰된 내용이나 피상적으로 서술된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억류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겠지만 그의 눈에 비친 조선의 단면이어서 씁쓸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17세기중엽 우연히 조선에 표착했던 외국인 관찰자가 최선을 다하여 기록할 수 있었던 내용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그의 기록에서 당시의 서양인들에게 뿐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흥미 있는 여러 부분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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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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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 일뿐만 아니라 살기 좋은 곳, 여성이 될 곳, 나이가 들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반복해서 불려왔습니다. 이 국가들이 과연 살기 좋은 곳으로 불릴 만큼 완전한 사회의 집합체일까요?

저자 마이클 부스는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북유럽에 대한 설명을 시작합니다. 북유럽인들이 교육에서 양성 평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는 것을 실제로 확인하는 수많은 연구, 여론 조사 및 설문 조사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각 국가별로 하나씩 총 5개의 부분으로 나뉩니다. 예절과 관습에서 정치와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살펴 보며, 현재 국가 생활의 즐거움을 과대 평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가에서의 경험과 현지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흔히 알려져 있는 밝은 면 뿐만 아니라, 가려져있는 어두운 비밀들을 낯낯이 파헤칩니다

 

p136 덴마크의 인류학자 예페 트롤레 린네트는 언젠가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휘게를 할 때 경쟁과 사회적 평가의 부담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한다." 이런 식으로 휘게는 스스로 무는 사회적 재갈처럼 보이며, 유쾌한 분위기를 공유한다는 개념보다는 자기만족의 느낌이 더 강하다. 또한 린네트는 휘게가 "사회 통제의 수단 역할을 하고 고유한 태도의 위계를 만들어 휘게를 할 수 없다고 간주되는 사회집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암시한다"고 이야기한다

덴마크는 엄마들이 아기를 카페 밖에서 잠들게 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한 나라입니다. 72%까지 세금이 부과(자동차, 가스, 도로, 재산, 교회, 부가가치세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소득세 42-56% 사이)되어 세금이 가장 높다는 악명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휘게의 일환으로 다양한 사회, 경제적 지위의 친구들이 모여서 먹고 마시고 노래를 부릅니다. 이러한 아늑한 모임은 미국이나 영국의 일중독과 기술적 고립에 대한 사회적 유향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p422 '라곰'은 스웨덴 사회의 다양한 행동 양상을 규정한다. 한결같이 비과시적인 소비 패턴부터 타협, 온건, 합의에 주로 의지하는 정부 체제까지, '라곰'은 덴마크의 허구적인 사회 선언문이자, 덴마크 이상은 아니더라도 스웨덴 사회를 규정하는 얀테의 법칙과 확실히 관련이 있다. 스웨덴인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더 무서워하고,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거나 뽐내는 것을 더 싫어하며, 더 절제된 표현을 쓰고 겸손한 경향이 있다

한 나라와 국민은 자신의 이상에 따라 진정으로 가장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지에 관계없이 자신의 필요가 충족되거나 초과 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평가됩니다.

스웨덴은 여성에게는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유아의 8%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인 스웨덴 탁아소에 있지만 탁아소를 이용하고 즉시 직장에 복귀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있습니다.

북유럽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그 환상을 깨보고 싶었고, 북유럽국가들 사이의 차이점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인종차별, 너무나 높은 세금, 서서히 약화되는 사회적 평등 등 각 국가가 가진 사회적 문제는 결코 가볍게 지나칠만한 문제들은 아니었습니다. 한국과 비교하여 너무나 따분한 삶과 단일주의도 꽤나 숨막혀 보이기도 했습니다.

p239 중립국 스웨덴은 핀란드과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동안 과거 영토였던 핀란드를 거의 지원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전쟁 초반에 국제연맹과 연합국이 핀란드를 지원하러 오는 길도 막았다. 당연히 일부 핀란드인에겐 앙금이 남아 있다... 한 핀란드인은 이렇게 말했다 "스웨덴은 핀란드가 소련과 맞서 싸우는 동안 기회를 한껏 이용했습니다."

결국 책을 읽고나면 북유럽에 대해 다소 모순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들은 지루함, 너무 만연한 인종 차별, 엄청나게 높은 세금, 과도하게 늘어난 공공 부문의 국가들입니다.

 

p538 나는 서양 언론이 북유럽 지역에 대해 늘어놓는 불균형한 장밋빛 보도를 바로잡고 마음에 담아둔 몇 가지 불만을 털어놓으려고 이 책을 시작했지만, 스칸디나비아의 몇 가지 더 긍정적인 측면, 즉 신뢰, 사회적 결속, 경제평등과 남녀평등, 합리주의, 겸손, 균형이 잘 잡힌 정치제도 등에 관한 새로운 정보도 같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북유럽, 훌륭한 곳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책 어디에도 이처럼 노골적으로 북유럽 나라의 제도와 문화와 사회와 북유럽인들을 칭찬하는 문장은 없습니다. 저자는 이 책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에둘러서, 때로는 음흉하게 북유럽 나라들을 비꼬고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이 책은 ‘머리말’부터 ‘감사의 말’까지 거의 55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두껍다면 두꺼운 책입니다. 그동안 알고 있는 사실보다 몰랐던 사실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동안 북유럽 국가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던 것도 있지만, 왜곡되어 잘못 전달되어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도 적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북유럽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께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물론 수많은 요인이 합쳐져 국민 정서를 만든다. 내가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고립성을 향한 이 같은 편협주의 적 충동과 그에 수반되는 민족낭만주의 성향은 덴마크스러움의 결정적 요소다. 이는 모든 덴마크인이 지금도 외우는 다음의 말로 요약된다.
"밖에서 잃은 것은 안에서 찾을 수 있다."
- P40

거의 의심할 여지 없이 덴마크는 두 계급으로 양분된 양극 사회가 되고 있다. 여유 있는 덴마크인이 점점 더 개인 의료보험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며, 최근 집계로는 이런 사람이 85만명에 이른다.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 덴마크는 1인당 공공 부문이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복지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급격히 떨어지는 중이다. 덴마크 국민이 내는 세금을 생각하면 특히 기대치가 높겠지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덴마크인 중 불과 22퍼센트만이 공공 부문이 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 P81

노르웨이는 우익 백인 우월주의 집단 KKK단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설명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가령 노르웨이는 덴마크나 스웨덴보다 훨씬 적은 이민자를 수용했으며, 최근에는 거부된 망명 신청자들을 한 해 약 1500명씩 본국으로 송환했다. 브레이비크 테러 사건을 다루는 언론 보도 역시 수많은 노르웨이 우익 단체와 활동가, 블로거를 언급했고, 노르웨이에서 이슬람 공포의 불온한 하위문화처럼 보이는 현상을 소개했다
- P347

노르웨이에서 일하는 스웨덴인은 3만5000명으로, 시간당 최고 47달러의 보수에 혹해서 노르웨이 가게 등에서 반숙련직으로 일한다). 특히 많은 덴마크인이 즐거워한 이야기는 몇몇 스웨덴인이 노르웨이 가공 공장에서 바나나 껍질 까는 일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사실이다! 내가 확인한 결과 바나나는 유명한 노르웨이 샌드위치용 스프레드에 들어갈 재료였다. 게으른 노르웨이인과 착취당하는 스웨덴인이 한 일화에 다 등장한다. 덴마크 사람들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다.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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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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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일리아스』는 우리에게 트로이 전쟁을 다룬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불화의 신 에리니스는 펠레우스와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에 자기만이 불청객임을 알고는 부아가 나서 신들도 참석한 피로연의 많은 손님들 앞에서 황금의 사과를 던지며 최고의 미인에게 주라고 외치고 사라집니다.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와 딸들인 아테네, 아프로디테가 모두 이것을 차지하려고 만만치 않게 경쟁합니다. 거북해진 주신 제우스는 최고의 미인을 스스로 지명하지 않고 프리아모스 왕의 미남 아들 알렉산드로스(파리스)에게 심판하도록 합니다. 헤라는 그에게 재물을 약속하고 아테네는 무사의 영광을, 또한 아프로디테는 미모의 여인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결국 알렉산드로스는 아프로디테에게 유리한 심판을 내려 그녀에게 황금의 사과를 주었습니다. 실제로 천하제일의 미모를 가진 여인은 이미 아가멤논 왕의 동생인 스파르타 왕자 메넬라오스에게 시집간 헬레네였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황금의 사과의 대가로 그녀를 원했고 아프로디테 여신은 약속대로 그를 헬레네가 살고 있는 집으로 안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힘을 얻은 알렉산드로스는 메넬라오스의 집에서 귀한 손님으로 대접을 받으면서 머물다가 헬레네를 납치하여 트로이로 데려갔습니다.

아내를 잃고 분개한 메넬라오스는 형인 아가멤논 왕과 의논하여 트로이 원정군을 편성합니다. 원래 만약 헬레네를 남편에게서 뺏는 자가 있으면 힘을 합하여 복수하기로 맹세했던 그리스 여러 영주들 -예를 들면 아킬레우스, 오딧세우스, 디오메데스, 아이아스 등 기라성 같은 영웅들 -은 이제 유괴당한 헬레네를 찾아오기 위해 각기 자기의 부대를 이끌고 참가한다. 총사령관 아가멤논 휘하의 10만 대군이 원정길에 오르기 위해 아울리스에 집결했습니다. 그러나 때마침 아가멤논 왕이 사냥 중에 아르테미스 신의 사슴을 죽인 탓으로 갑자기 바람이 자버려 그리스 함대는 출항할 수 없게 됩니다. 예언자의 말에 의하면 아가멤논 왕의 맏딸 이피게니아를 제물로 바치기 전에는 아르테미스의 노여움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가멤논은 오딧세우스에게 시집을 보낸다는 구실로 맏딸을 보내어 희생시키자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합니다. 아가멤논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이 잔인한 희생을 알고는 영영 남편을 용서하지 않습니다.

p249 나의 어머니 은족의 여신 테티스께서 내게 말씀하시기를, 두 가지 상반된 죽음의 운명이 나를 죽음의 종말로 인도할 것이라고 하셨소. 내가 이곳에 머물러 트로이아인들의 도시를 포위한다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막힐 것이나 내 명성은 불멸할 것이오. 하나 내가 사랑하는 고향 땅으로 돌아간다면 나의 높은 명성은 사라질 것이나 내 수명은 길어지고 죽음의 종말이 나를 일찍 찾아오지도 않을 것이오

트로이 섬에 도착한 그리스 군은 해안에 진을 치고 트로이 성을 공격하기를 9년, 트로이 성주 프리아모스 왕은 이미 늙었으나 그의 용맹한 아들 헥토르의 분투와 이웃 나라 동맹군의 응원으로 끈질기게 대항합니다. 그들은 그리스군의 으뜸가는 영웅 아킬레우스를 두려워하여 성문을 굳게 잠그고 들판에 나와 싸우기를 꺼려했으며 한편 신들은 변덕스럽게 이편을 도왔다 저편을 도왔다 합니다. 그리하여 사상자는 헤아릴 수 없고 기나긴 혈전이 계속되었으나 트로이 성의 함락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언 원정한 지 10년째 되는 해를 맞이하는 그리스 군 내부에 영웅간의 불화가 생기는 데서부터 일리아스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p354 우리 중에 가장 용감한 자들이 모두 복병으로 뽑혔다고 한다면-그럴 때 전사들의 용기가 가장 잘 구별되지요. 누가 겁쟁이고 누가 용감한지 금세 드러나니까요. 비겁한 자는 수시로 안색이 변하고, 그의 기개도 마음속에 태연자약하게 앉아 있지 못하오. 그래서 그는 자꾸만 옮겨 앉고 앉은 채 발을 바꾸며, 또 죽음의 운명을 생각할 때마다 그의 가슴속에서는 심장이 마구 뛰고 이빨이 덜덜 떨리니까 말이오. 하나 용감한 자는 일단 전사들의 복병에 참가하고 나면 안색이 변하지 않을뿐더러 그리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한시라도 빨리 참혹한 전투에 뛰어들기를 원하지요

이 책에서는 트로이 전쟁의 10년과 마지막 해에 약 51일만을 다룹니다. 전편 부분에서는 그리스 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 왕이 아킬레우스에게 점령한 도시에서 데려온 여인 브리세이스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자, 아킬레우스는 전공과 명예에 대한 모욕으로 생각하고 몹시 분노합니다. 그는 부하들과 같이 자기 함선에 틀어박혀 싸움터에 나가지 않는다. 따라서 전쟁은 아킬레우스 없이 계속됩니다. 발 빠르고 용맹한 그를 겁내어 아직까지 성 밖으로 나오지 않던 트로이군은 총사령관인 헥토르의 지휘하에 들판으로 쏟아져 나와 일대 공세를 취한다. 그리스군도 이아이스, 디오메데스, 오딧세우스 등이 선전하지만 후퇴를 거듭하지 않을 수 없어 병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진다. 이때 비로소 아가멤논은 자기의 경솔을 후회하고 아킬레우스에게 사자를 보내 많은 선물로 보상할 뜻을 전하며 출진을 간청하나 그는 단호히 거절한다. 선진 가까이까지 밀린 그리스군은 방루와 참호에 의지하여 버티어 보려 하나 이미 많은 장병들이 쓰러지고 함선이 모두 불타 버릴 듯 거의 절망적인 상태에 이릅니다. 이 때, 아킬레우스의 가장 친한 전우 파트로클로스가 이 곤경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아킬레우스에게 다시 한번 출진하도록 권해보는 데서부터 중편 부분이 시작됩니다. 아킬레우스는 여전히 완강하게 거부합니다. 파트로클로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의 갑옷과 투구를 빌려 입고 나가 싸웁니다. 그는 적병을 무찌르며 전진하다가 너무 적진 깊숙이 들어가 처음에는 그를 아킬레우스인 줄 알고 두려워했던 트로이군의 반격을 받아 헥토르는 그를 죽이고 갑옷을 벗깁니다.

p528 이건 헥토르의 말이다. 이런 헥토르도 동생 파리스에게는 엄청나게 비난을 퍼붓는다. 하기야 파리스가 데려온 여자 하나로 인해서 나라가 망하고 망한 나라의 백성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책임은 나에게 있지 않고 제우스와 운명의 여신과 어둠 속을 헤매는 복수의 여신에 있소이다. 아킬레우스에게서 내가 손수 명예의 선물을 빼앗던 그날 바로 그분들이 회의장에서 내 마음 속에 사나운 광기를 보내셨기 때문이오. 신이 모든 일을 이루어놓으셨는데 난들 어쩌겠소?

전우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알게 된 아킬레우스는 눈물을 흘리며 분개합니다. 여기서부터가 이야기가 종말되기 시작하는 후편 부분입니다. 복수하기로 결심한 아킬레우스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토스가 만든 새 갑주로 무장하고 싸움터로 나가 종횡무진으로 적병을 무찌릅니다. 몰린 트로이군은 성 안으로 쫓겨가고 헥토르만이 홀로 남았으나, 아킬레우스는 그를 쳐서 죽이고 그 시체를 수레에 매달아 끌고 갑니다. 파트로클레스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그 밖에도 포로 열 두 명의 목을 베고 성대한 장례식을 올리기로 합니다. 이때 트로이의 프리아모스가 신의 도움을 얻어 남몰래 아킬레우스의 막사로 찾아가 아들의 시체를 돌려달라고 간청합니다. 증오의 화신처럼 분노했던 아킬레우스도 가엾은 노왕의 모습을 보자 늙은 자기 아버지의 생각이 나서 배상을 받고 시체를 돌려준다. 약속대로 양군은 장례식을 위해 일시 휴전했으나 이미 헥토르를 잃은 트로이군의 패배는 명백해집니다.

p503 불화는 신들과 인간들 사이에서 사라지기를! 그리고 현명한 사람도 화나게 하는 분노도 사라지기를! 분노란 똑똑 떨어지는 꿀보다 더 달콤해서 인간들의 가슴속에서 연기처럼 커지는 법이지요. 꼭 그처럼 저는 인간들의 왕 아가멤논에게 분노했지요. 하지만 아무리 괴롭더라도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필요에 따라 가슴속 마음을 억제해야지요. 이제 저는 나가겠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헥토르를 만나기 위해. 제 죽음의 운명은 제우스와 다른 불사신들께서 이루기를 원하시는 때에 언제든 받아들이겠어요

책의 주요 내용은 전쟁에 관한 내용이지만, 오히려 ‘아킬레스의 분노’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그리스 군대가 미케네의 왕이자 그리스 군대의 지도자 인 아가멤논이 전쟁의 전리품으로 납치 한 아폴로 사제의 딸을 돌려주지 않기 때문에 그리스 군대가 아폴로가 보낸 전염병에 휩싸이면서 일리아드가 열립니다. 결국 아가멤논은 항복하지만 테살리아의 동맹군 인 미르 미돈의 왕 아킬레스에 속한 여성을 대신합니다. 이것은 그의 분노로 싸움에서 철수하는 위대한 영웅인 아킬레스의 분노를 촉발했습니다. 아킬레스는 야만적이고, 복수하며, 무자비하며, 회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도 아름답고, 매우 용감하고 맹렬하게 충성하며, 억누를 수 없는 사랑과 은혜, 친절과 공감 능력이 있습니다.

아킬레우스의 열화 같은 분노가 빚어내는 잔인한 전쟁의 이야기이지만, 방대한 규모의 전투 장면과 용사들의 용맹이 독자들의 마음에 생생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분노를 터뜨리고 복수심에 불타고 혹독한 살육을 마구 하던 영웅도 마침내 고통을 통하여 연민에 도달하게 되고 인간의 고귀한 가치인 높은 품위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역사적 사실과 신화적 허구가 혼합되어 있습니다. 최초이자 가장 위대한 군사 서사시 중 하나 일지 모르지만, 실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는 두 발의 뒤쪽 힘줄을 뒤꿈치에서 복사뼈까지 뚫고 그 사이로 소가죽 끈을 꿰어서 헥토르를 전차에 매달아 머리가 뒤에서 끌려오도록 해놓았다. 그런 다음 그는 이름난 무구들을 전차에 올려놓고 자신도 올라 채찍을 휘두르며 말들을 모니 말들도 마다않고 나는 듯이 달렸다. 헥토르가 끌려가자 그 주위에서는 먼지가 일고, 그의 검푸른 머리털은 양쪽으로 흘러내려 전에는 그토록 곱던 그의 머리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었으니, 제우스가 이제 그를 적군에게 내주어 그 자신의 고향 땅에서 그를 모욕했기 때문이다
- P559

아무리 괴롭더라도 우리의 슬픔은 마음 속에 누워있게 내버려 둡시다. 싸늘한 통곡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게 신들은 비참한 인간들의 운명을 정해놓으셨소. 괴로워하며 살아가도록, 하나 그 분들은 자신은 슬픔을 모르지요. 제우스의 궁전 마룻바닥에는 두 개의 항아리가 놓여있는데 하나는 나쁜 선물이, 다른 하나는 좋은 선물이 가득 들었지요. 천둥을 좋아하시는 제우스께서 이 두 가지를 섞어 주시는 사람은 때로는 궂은 일을, 때로는 좋은 일을 만나지요. 하나 그분께서 나쁜 것만 주시는 자는 멸시의 대상이 되지요

- P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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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7
소포클레스 지음, 강대진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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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이디푸스의 일반적인 개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서와 같이)은 아마도 이 이야기보다 프로이트와 프로이트 정신 분석과 더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을 쓴 소포클레스는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3대 비극작가로 꼽힙니다. 괴테는 “소포클래스 이후 그 어떤 사람도 내게 호감을 주지 못한다. 그는 순수하고 고귀하고 위대하며 쾌활하다. 현존하는 소포클래스의 작품이 몇편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유감이다”라고 그를 극찬했습니다. 소포클래스의 <오이디푸스 왕>, <클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를 가리켜 테베 3극이라고 하며 오이디푸스를 출생부터 죽을 때까지 붙잡고 있던 비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p49 내 그대에게 이르노니, 그대가 진작부터 라이오스의 살해자라 선언하고 위협하며 찾는 그 사람이 바로 여기에 있소. 그는 명목상으로는 이방 출신의 거주자이지만, 나중에는 태생부터 테바이 사람임이 드러날 테고, 그 행운에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오. 그는 눈 뜬 자에서 장님이 되고, 부자에서 거지가 되어 이국 땅을 향해 지팡이로 앞으로 더듬으며 가게 될 것이오. 또 그는 자기 자식들의 형제이자 아버지로서 함께 살고 있으며, 자신을 낳은 여인의 아들이자 남편이고, 자기 아버지와 함께 씨 뿌린 자이자 그의 살해자임이 드러날 것이오. 그러니 들어가서 이것을 따져 보시오. 그대가 만일 내 말이 거짓임을 밝혀낸다면, 그때는 내가 아무 예언술도 모른다고 떠들어 대시오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인 아버지 라이오스와 어머니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왕은 이미 ‘아들에게 살해당한다’라는 신탁을 받고 있었으므로 아들이 태어나자 왕비에게 죽이라고 명령했고 왕비는 시종에게 그 일을 시킵니다. 차마 아기를 죽일 수 없었던 시종은 아이를 산속의 한 나무에 매달아 놓습니다. 아이가 발견되었을 때 그의 발은 퉁퉁 부어 있었고, 그 부은 발을 보고 아이의 이름을 오이디푸스라 했습니다. 아이는 마침 자식이 없던 고린도의 왕에게 바쳐집니다. 성장한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 그런 기괴한 일을 피하기 위해 고린도를 떠납니다. 테베를 여행하던 중 좁은 길을 서로 먼저 가려다 시비가 붙은 테베의 왕 라이오스를 죽입니다.

아울러 테베의 골칫거리였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테베를 구합니다. 테베의 왕으로 추대 받고 왕비 이오카스테와 결혼합니다. 그 사이에서 두 아들과 두 딸을 낳습니다. 그가 살해한 왕은 아버지였고 그가 결혼한 여인은 그의 어머니였습니다. 신탁은 정확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테베는 그의 선정 아래 평화와 번영을 누립니다. 그러나 오이디푸스의 범죄를 알고 있던 신들은 심판을 시작합니다. 테베에 역병이 돌자 오이디푸스는 델포이로 사람을 보내 신탁을 구합니다. 신탁은 선왕 라이오스를 죽인 자를 찾아 복수하면 역병이 물러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예언자 티레시아스는 살해자가 바로 오이디푸스임을 알려 줍니다. 친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했다는 사실에 몸서리치던 오이디푸스는 아내마저 자살하자 아내의 옷에 달려 있던 황금브로치로 자기 두 눈을 찌릅니다. 그리고 나라를 크레온에게 맡기고 유랑에 나섭니다. 딸들과 함께 오랜 세월 갖은 수난과 고초를 겪으며 세상을 떠돌다 마침내 클로노스에 자리잡습니다. 그리고 현명한 클로노스의 지배자 테세우스의 도움으로 숨을 거둡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운명은 신들도 거역할 수 없습니다. 운명은 한 마디로 거역할 수 없는 힘입니다. 그런데 그런 힘을 오이디푸스라는 개인이 거역하려고 합니다.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어떻게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나 결국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합니다.

오이디푸스는 결코 운명 앞의 단순한 제물은 아닙니다. 그는 모든 진실이 드러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의 인간적 존엄을 포기하면서 파멸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독자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오이디푸스는 진정한 의미의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신의 계획과 자신의 행동 사이에서 생겨난 괴리를 무한한 고통 속에서 극복해낸 영웅이었습니다.

당당하고 자신만만했던 한 인간의 삶이, 운명이라는 덫에 빠져 불행한 암흑으로 바뀌는 과정을 그들이 나누는 대사를 통하여 그 내면까지 통찰해 볼 수 있었습니다. 오이디푸스 왕은 자신이 선택한 결과가 파멸을 가져온다 할지라도,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스스로 진실을 추구하였으며, 그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진실을 숨긴 굴욕적인 삶 대신,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한 파멸적인 결과를 당당하게 받아들인 것입니다.

등장인물의 직접적인 행동이나 대사로서만 줄거리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글의 흐름이나, 혹은 각주 없이는 그 뜻을 파악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삶과 내 존재에 대한 가치, 그리고 미래에 대한 주체적인 자아상을 되새겨 볼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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