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 일주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0
쥘 베른 지음, 정지현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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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겐 세계여행이란 먼 나라 이야기일지로 모릅니다. 하지만 때때로 꿈 속에서 세계 여행을 가보곤 하는데, 아는 나라라고는 고작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이곳 저곳 찾아보곤 합니다.

당분간 여행을 자제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펼쳐든 책, 책을 통해 실제로 세계 여행을 한 것처럼 느낄 수 있을까요?

1872년 영국, 막 근대화의 바람이 불어온 시기에 학술적 연구와 토론을 위해 만들어진

혁신클럽.규칙적인 생활로 유명한 영국의 신사 필리어스 포그는 어느날 혁신클럽의 친구들과 잉글랜드 은행의 도난사건을 두고 대화를 하던 중, 범인이 세계로 도망가서 잡힐 것인가, 쉽게 빠져나갈 것인가에 대해 논쟁을 벌이게 됩니다.

더이상 범인이 도망칠 곳이 없다는 친구의 반론에, 포그는 ‘80일이면 세계를 일주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답하고 결국 이 대화는 사상 초유의 내기인 '80일간의 세계일주'의 도화선이 됩니다. 포그는 혁신클럽 회원들에게 2만파운드라는 큰 돈을 걸고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어마어마한 내기를 하게 됩니다.

한편, 포그의 하인이 해고당한 직후, 프랑스인 장 파스파르투가 새로운 하인으로 들어오게된 시점이라 포그는 파스포르투와 80일의 일정을 목표로 세계를 일주하는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포그일행이 길을 떠난 후 잉글랜드 은행의 범인 몽타주가 포그와 흡사한데다가 포그가 때마침 세계일주를 하기위해 영국을 떠난다는 사실을 입수한 영국경찰의 픽스형사가 포그를 은행절도 용의자로 확신하고 그의 뒤를 쫓아 세계를 돌게 되면서 벌어지는 각국의 이야기와 헤프닝들이 작품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당시 기준으로는 혁신적인 스토리지만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나 일부 국가들만 중심으로만 주인공들이 다녀가서 사실상 전체적인 '세계'가 묘사되지 않았다는 점은 좀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시대를 앞서간 상상력과 뛰어난 필력, 묘사력은 정말 전설적이었습니다. 당시 배경이 되는 시대가 1800년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세계를 '일주'한다는 것만 해도 굉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서로 교류하고 있고 210개국도 넘는 나라들이 서로들 간의 존재를 알고 회합을 맺어가고 있고, 우주, 심해 등 제 3세계를 향한 끝없는 개척정신과 도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혹은 '세계화'의 도전을 다시한번 되새겨보는 좋은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세계 일주 코스는 런던을 출발해 파리-이집트 수에즈 -예멘 아덴-인도 뭄바이, 캘커타-싱가포르-홍콩-일본 요코하마-미국 샌프란시스코, 뉴욕으로 갔다가 다시 영국의 리버풀을 거쳐 런던으로 되돌아오는 긴 여로였습니다. 그들의 여행에는 끊임없이 뜻밖의 변수들이 끼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변수는 포그를 은행 강도로 의심하여 여행 기간 내내 쫓아다닌 픽스 형사였죠

또 다른 큰 변수는 언론의 오보였습니다. 영국에 보도된 인도 횡단 철도의 완공 기사가 실은 잘못된 정보였던 것입니다. 할 수 없이 코끼리를 타고 정글을 지나던 포그 일행은 남편이었던 늙은 추장의 장례식에서 산 채로 화장을 당하게 된 여인 아우다를 구해주게 된다. 이후 아우다는 끝까지 여행에 동행합니다.

그 밖에도 돌발변수들이 계속 일어납니다. 미국 횡단 중에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대륙횡단 기차를 습격하고, 기차를 놓친 포그 일행은 돛 달린 썰매를 타고 이동하기도 합니다.

리버풀로 갈 땐 배의 연료가 떨어지자 타고 가던 화물선의 나무란 나무는 죄다 석탄 대신 때어가며 항해해야 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세계 일주를 다 마치고 리버풀에서 런던으로 가는 기차를 막 타려 할 때였다. 그 마지막 순간에 그만 픽스 형사가 포그를 은행강도 혐의로 체포하고 만 것입니다. 그러나 잠시 후 진범이 3일 전에 이미 잡힌 것으로 밝혀지고 풀려나긴 했지만 기차를 놓치는 바람에 런던에 5분 늦게 도착합니다. 포그는 이로써 내기에서 지게 된 것이죠 그러나 여기서 마지막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반전의 계기는 여인 아우다인데, 그녀는 내기에 져서 재산을 몽땅 잃게 된 포그에게 오히려 청혼을 했습니다. 돈이 아니라 포그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파스파르투가 목사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갔을 때, 목사는 다음날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주례를 해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때서야 파스파르투는 자신들이 동쪽으로 날짜변경선을 넘어오는 바람에 하루를 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파스파르투에게서 그 얘기를 들은 포그는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달려가 극적으로 약속시간 3초 전에 리폼 클럽에 들어가고, 마침내 그는 내기에서 이겼을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까지 얻게 됩니다.

주인공 포그는 인간으로서 최고 수준의 치밀함과 정확성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이를 타개하는 담대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러나 ‘80일간의 세계 일주’란 목표는 그런 포그조차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론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자는 도처에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이 도사리는 여행길에서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단 3초의 차이로 성취해내게 이끕니다.

이 작품은 겉으로만 보면 돈이 여행을 이끌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돈내기로 시작된 세계 일주 여행이 위기 때마다 돈에 의해 난관이 돌파되다가 마침내 포그가 내기에 이김으로써 여행 중에 썼던 막대한 돈을 되찾게 되는 단순한 내용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사실 여기엔 돈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본질적 가치가 숨겨져 있습니다.

작품이 쓰여진 시대의 유럽인들이 가진 사고방식의 한계 때문에 곳곳에 보이는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이 좀 거슬리기는 하지만, 흥미와 긴장감만큼은 역시 최고였습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홀로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 증명한 포그씨의 용기와 추진력은 큰 자극이 됩니다.

책을 통한 세계 일주가 훗날 내가 배낭 여행이나 세계 여행을 할 때 좋은 여행 길잡이가 되어주길 기대해봅니다.

 

‘명망 있는 신사‘가 이제 ’은행 강도‘ 신세로 전락했던 것이다. 경찰은 다른 회원들과 함께 개혁 클럽에 보관되어 있던 필리어스포그의 사진을 철저하게 살폈다. 그것은 경찰 수사 결과에서 밝혀진 은행 강도의 인상착의와 하나에서 열까지 똑같았다
- P52

"픽스씨, 그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 해도...우리 주인어른이 정말 당신이 쫓고 있는 강도라고 해도...저는 전혀 믿지 않지만... 난 그분을 위해 일하는 하인이고...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이 얼마나 친절하고 너그러운 분인지는 내가 잘 압니다. 그러니 절대 그분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세상의 돈을 전부 다 준다고 해도요."
- P201

비록 겉으로는 냉정해보이지만 매일 온갖 정성을 다해 자신을 보살펴주는 포그씨에게 그녀는 정을 느끼고 있었다. 포그 씨에게 느끼는 감정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스스로도 잘 모른채 그저 감사의 마음이라고 생각할 뿐이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포그 씨에 대한 감정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 P294

필리어스 포그는 내기에서 이겼다. 그는 80일 만에 세계를 일주했다. 80일간 세계 일주를 위하여 온갖 이동 수단을 활용했다. 증기선, 기차, 마차, 배, 상선, 썰매, 코끼리까지. 이 괴짜 신사는 여행 내내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 정확한 모습을 보였다. 과연 그가 세계 여행에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이 여행이 그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었을까?
아무것도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어 준 아름다운 아내를 얻은 것을 제외하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세계 일주에서 얻을 수 있는 충분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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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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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적확한 표현으로 해야할 말을 하는 작가. 인간의 내면에 대해 이리도 솔직하고 과감하게 말할 줄 아는 작가. 각각 뚜렷하고 가면마저 투명한 군상 이야기. 은희경 작가의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왜 이 작가를 이렇게 좋아하나 매번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본 게 ‘새의 선물’,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이니 꽤 오랜만에 그녀의 신간을 읽게 되었습니다.

인물 심리묘사가 가득한 여리여리한 감정을 건드리는 내 기억 속 은희경 그대로다. 기숙사 같은 건 살아본 적도 없고, 70년대에 대학을 다니지도 않았지만, 작품 속 등장인물이 된 듯 소설에 푹 빠져 읽었습니다. 은희경 작가의 실제 이야기인지 내 이야기인지 소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푹 빠져들었죠

1977년, 한 여대의 기숙사에서 만난 여성들의 섞임과 다름의 이야기이자, 서로 다른 기억과 각자의 인생이야기입니다. 한정된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관계에 대한 미묘하고도 복잡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학교 기숙생활의 경험은 없지만 그 시절 주인공인 것처럼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40년 전 1977년 지방에서 올라온 김유경은 서울 여자 대학교에 입학 하여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됩니다. 네 명이 한방을 쓰는데 국문과 1학년 김유경이 배정 받은 322호는 3학년 최성옥, 2학년 양애란, 1학년 오현수가 있습니다. 최성옥과 절친인 송선미의 417호는 2학년 곽주아, 1학년 이재숙, 불문과 김희진. 두 방 사람들은 종종 모이기도 합니다. 최성옥과 친구인 산업미술과 송선미의 방은 417호로 식품영양학과인 이재숙, 불문과 김희진, 현모양처가 되겠다는 곽주아가 한 방을 써 서로 왕래를 하며 지냅니다. 나중에 김희진이 소설가가 되어 기숙사에 있었던 일들을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데뷔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아닌, 가장 오래된 친구인 김희진이 기숙사에 있었던 인물들을 소설로 썼지만 나(김유경)은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대학원을 수료하고 취직했을 때 자신의 상사였던 김희진은 구설수에 오른 후 소설가로 데뷔하였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연락이 끊이지 않고 이어오며 함께 술을 마시며 밥을 먹으며 지내온 기간이 벌써 40년이 되었습니다.

시대가 다르고, 배경이 다르더라도, 이것은 오늘날 우리의 이야기가 됩니다. 미래의 어느 순간에, 나와 한 시기를 공유했던 사람들은 지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저를 포함한 여성들이 은희경 소설에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 그녀가 작가로서 무한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녀의 소설은 세심한 관찰과 심리묘사, 완벽한 구성으로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있으며 경쾌하고 밝은 문체, 소설적 반전, 농담과 해학으로 순간순간 즐거움을 줍니다. 또한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탈의 시도가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므로 무엇보다 소설 읽는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벌써부터 그녀의 다음작품이 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기계발서, 경제경영서만 읽기에도 바쁜 시대가 되었습니다. 소설이나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사치에 지나지 않는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문학작품(소설)을 계속 읽게 되는 이유는 소설은 실패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인간이란 시키는 대로만 정해진 대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불편한 질문들을 통해 조금 다르게 살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일이겠죠. 늘 정답이라 여겼던 것을 조금 다른 입장에서 보게 되고 이를 통해 삶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것이 계속 소설을 펼치게 하는 이유가 되는 듯 합니다.

며칠 사이 깨친 사실이지만 공동생활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고립이었다. 정보를 얻지 못하면 뒤처지고 다수에 끼지 못하면 손해를 봤다. 이곳은 숨을 곳이 없는 공동 공간이었다. 그런 점에서 고립은 차별보다 더 눈에 띄었다.
- P47

약점이 있는 사람은 세상을 감지하는 더듬이 하나를 더 가진다. 약점은 연약한 부분이라 당연히 상처 입기 쉽다. 상처받는 부위가 예민해지고 거기에서 방어를 위한 촉수가 뻗어 나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약점이 어떻게 취급당하는가를 통해 세상을 읽는 영역이 있다. 약점이 세상을 정찰하기 위한 레이더가 되는 셈이다.
- P112

약점을 숨기려는 것이 회피의 방편이 되었고 결국 그것이 태도가 되어 내 삶을 끌고 갔다. 내 삶은 냉소의 무력함과 자기 위안의 메커니즘 속에서 굴러갔다.
- P181

시간이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곁을 스쳐 가며 갖가지 슬픔과 기쁨의 무늬를 새기지만 결국은 모두를 소멸로 이끄니까.
- P199

기숙사는 거대한 깔때기처럼 이야기가 모이고 섞인 뒤 흐름을 만드는 곳이었다. 모두가 공동 관심사를 가진 청춘의 밀집 지역인 데다 저녁 9시 이후에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한 공간에 있으며 언제든지 서로 찾아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출신지와 같은 과와 같은 고교 출신과 같은 방끼리 말이 넘나들다 보면 수많은 교집합이 생긴다. 이야기는 서로 뒤섞이고 보완되면서 빠르게 공유의 물살을 타고 흘러갔다.
- P217

훈육과 세뇌에는 탈출구가 없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뀔 수도 없으며, 끝없이 반복되는 그 틀의 궤적에 부딪히고 상처입고 위축되며 계속해서 눈치껏 나를 속이며 살아야 하는 걸까.
- P245

젊고 희로애락이 선명하고 새로 시작하는 일도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의 인생이 더 나았을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욕망이나 가능성의 크기에 따라 다른 계량 도구를 들고 있었을 뿐 살아오는 동안 지녔던 고독과 가난의 수치는 비슷할지도 모른다. 일생을 그것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해도 나에게만 유독 빛이 들지 않았다고 생각할 만큼 내 인생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제 세상이 뭔가 잘못됐다면 그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으려 했던 나의 수긍과 방관의 몫도 있다는 것을 알 나이가 되었다.
- P278

짓궂은 운명에 휘둘린 게 아니라 회피라는 선택의 한 기착점이었을 뿐이었다.
- P300

김희진은 여전히 욕망과 그 박탈에 예민했고 깨어지는 순간에도 소란스럽게 남에게 고통을 전시하며 에너지를 얻었다.
그리고 잊혀져가는 소설가가 된 김희진(꼭 성을 붙여서 불러줘야 주인공과의 관계가 명확해진다)이 붙들려고 하는 그때 그 시간, 자기만의 장면들은 나ㅡ김유경이 기억하는 파편들의 틈새를 메워주는가, 아니면 깨트리고 벌어지게 만드는가.
- P325

그런 식으로 자신의 사는 모습을 드러내 모이며 살 수 있는 사람은 소수였다. 안 보이는 대다수는 어딘가에서 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오래전 국사 강사의 말을 조금 바꿔보자면 행동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불만스러운 세상에 적응하려고 애쓰면서 말이다. 나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 P331

인간들은 다 자기를 주인공으로 편집해서 기억하는 법이거든.
- P333

기억이란 다른 사람의 기억을 만나 차이라는 새로움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한 사람의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차이 나는 것만이 반복되어 돌아온다"라는 말처럼.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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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탕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7
이승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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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증에 고통받던 한중수는 ‘아무 계획도 없이 낯선 곳을 향해 훌쩍 떠나라’는 정신과 의사 J의 조언에 형기를 마친 듯이 진짜로 떠납니다. 유년 시절 소설 ‘모비 딕’ 미쳐 바다를 떠돌다 배가 정박한 항구 캉탕에 ‘피쿼드’란 이름의 선술집을 열고 정착해버린, J의 외삼촌 거주지 캉탕에 한중수는 도착합니다. 한중수와 J의 외삼촌 ‘핍’, 그리고 실패를 글로 쓰는 선교사 타나엘이 캉탕에서 이야기는 펼쳐집니다.

홀수 장은 3인칭으로, 짝수 장은 1인칭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 독특한 구성이었습니다.

한중수는 캉탕에서 오로지 걷고 보고 쓰는 것 이외에는 다른 일을 하지 않습니다. 걷다가 본 것들을 습니다. 쓰는 행위는 단순히 언어로 표현하는 것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말하여 지는 것에 말할 수 있는 것도 쓰는 행위가 됩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고통과 과거를 묻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인물들은 모두 우리와 닮아 있습니다. 독자들은 절망 속에서 좌절하는 인물, 그런데도 다시 일어나는 인물 등 많은 인물들 속에서 자신과 닮은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결국에는 그 인물을 위로합니다. 그 인물을 위로하는 동시에 독자자신도 위로하게 됩니다.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한 작가는 그동안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인간의 양면성을 냉철히 분석하는 글을 써왔습니다. 이번 작품도 그런 작가의 세계관이 분명하게 투영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부재하게 했거나 부재 상태로 놔둔 세 인물은 언어를 잃어버리려 캉탕에 모이지만, 결국 저자는 자기 언어를 복원하며 상실을 견디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바다 자체가 거대한 배인 사람에겐 삶이 곧 여행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나는 아무 데도 갈 곳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데도 갈 수 없었다. 아무 데나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아무 데나 갈 수 있는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라 무능한 사람이다. 허용된 것이 아니라 내버려두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 P18

정차할 때까지는 이 세상에서 내리지 않는다.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바다는, 이 세상은 어디로 가는 중일까?
- P27

낯선 언어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것은 자기를 객체로, 남으로, 낯선 이로 만드는 것과 같다. 그것은 있던, 익숙한 세계로부터 자기를 숨기는 행위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기를 숨기는 행위이기도 하다.
- P66

우리가 걸어서 거기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걸으면, 걸은 만큼 거기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가 두 다리로 부단히 걸어 그 시간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부단한 걸음에 의해 그 시간이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여섯 시간을 걸었다. 나는 오늘 여섯 시간만큼 나를 밀어낸 것이다.
- P134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 무슨 일이든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다. 무슨 일이든 일어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안에 있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것이 또 인생이다.
- P192

핍은 『모비 딕』에 나오는 겁쟁이 흑인 소년의 이름이다. 손을 삐어서 노를 저을 수 없게 된 노잡이를 대신하여 보트에 탄 그는 고래를 쫓던 도중 바다에 빠진다. 그런 일이 전에도 있었기 때문에, 물에 빠진 그를 구하느라 다시 또 고래 잡는 걸 포기하고 싶지 않은 그의 상사는 그를 구해주지 않는다. 보트는 그를 물속에 내버려두고 달린다. 불쌍한 핍은 무정하고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허우적거린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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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력 - 스토아 철학에서 배우는 '스스로 운명을 바꾸는 힘'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안종설 옮김 / 심플라이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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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의 인생에는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과 고난이 있습니다. 이 때, 두려워서 뒤로 물러서면 실패자가 되지만, 담대히 나아가 고난을 극복하면 더 큰 성공자가 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인생의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루는 것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고난을 극복하고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처음 책을 읽으면서 스토아 철학에 관련된 내용이라는 책의 표지를 보고, 딱딱하고 재미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읽다보니 오히려 가슴 깊게 와닿는 부분들이 많은 내용들이었습니다.

어떠한 역경이나 문제가 있을 때, 그것에 굴복하는 것이 아닌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그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면들을 둘러보며 해결해 나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만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고 견디고 이겨내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위기를 돌파하는 힘과 방법에 대해 인식, 행동, 의지라는 세 단계의 원칙을 설명합니다.

1장 ‘인식 단계’에서는 상황에 감정적으로 압도되지 않고 냉철하게 인식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70년대 경기침체 이후, 링크트인은 2002년 닷컴 거품 이후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심각한 불경기나 경제위기의 파고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했기 때문에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2장 ‘행동 단계’에서 저자는 막연한 고민과 생각을 지양하고 일단 행동하라고 강조합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08년 봄 후보 시절, 그가 다니던 교회의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가 인

종 차별 발언을 하면서 백인 유권자의 표를 잃을 위기에 처합니다. 하지만 오바마는 위기를 획기적인 기습 공격의 계기로 바꿨습니다. 저자는 어떤 좋지 않은 상황, 기대하지 않는 순간에도 신속하고 기발한 대응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마지막 3장 ‘의지 단계’에서 저자는 강력한 내면의 힘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누구나 시련

을 겪지만 그 시련을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해 돌파해나가는지에 따라서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고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저자는 각 인물들에서 발견한 가치와 철학을 자신만의 목소리로 담아냈습니다. 이밖에도 맨바닥에서 시작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 모두가 두려워하던 길을 걸어간 개척가, 발상을 전환해 성공을 거머쥔 기업가, 불굴의 의지로 승리를 거머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작은 것에 일희일비하고 환경을 탓하던 저와는 다른 위인들의 모습을 보며 저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어렵고 힘든 상황일수록 그 상황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강한 내면을 바탕으로 돌파해야겠다는 강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편으로는 독한 일침을 가하기도 하지만, 내면을 치유받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울러, 명상록 원전과 더불어 스토아 학파 자체에 관심이 생기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발목을 붙잡고 있는 장애물을 거꾸로 세워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 가운데 하나다
- P19

우리는 환상을 걷어내고 다른 사람들이 믿는 것, 혹은 두려워하는 것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앞에 가로놓인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관이 아니라 본질에 초점으로 맞춰야 한다.
- P32

주어진 모든 상황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결정하는 사람은 우리 자신이다. 이대로 무너질지, 끝까지 맞서 싸울지를 결정한다. 동의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사람도 우리 자신이다.
- P37

우리는 잠재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봐야 한다. ‘내가 이런 일로 꼭 좌절할 필요가 있나’
- P57

세상은 당신이 저지른 실패, 행동에 대해 그 때마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는 점을 명심하라. 그것은 일종의 피드백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좀더 발전할 수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정확한 지침서와도 같다
- P120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를 마음 속으로 미리 리허설해본 사람은 뒤통수를 맞지 않는다. 실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실망시킬 재간이 없다. 그들에게는 실망을 돌파할 힘이 있다
- P189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욱 강해지고 날카로워진다. 이런 느낌을 억누를 이유가 없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미리 느껴도 좋았으련만, 지나고 나서야 뒤늦게 그것이 최고였음을 인정하게되는 경우가 많다.
- P205

우리는 특별하지도, 도극하지도 않은 존재다. 누구든 삶의 이런저런 단계에서 무작위적이고 때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사건의 주체가 될 뿐이다. 스스로가 이런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조금 덜 이기적인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
- P218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
지금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라면 감내하고 인내하라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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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의 기술 - 추락하는 의지를 상승시키는 심리 스프링
제이슨 워맥.조디 워맥 지음, 김현수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매년 새해만 되면 유난히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가 있습니다. 헬스장과 어학원이 대표적입니다. 1월초의 헬스장은 발 디딜 틈새가 없을 정도로 북적거립니다. 그러나 한 달, 두달 후가 되면 썰물 빠지듯 원래 모습을 찾습니다.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 하고 싶은 일이나 공부가 있을 때, 계획을 세울 때 남못지 않게 의욕과 의지, 열정이 불타오르곤 합니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금세 시들어버리거나, 언제 그랬냐는듯이 무기력해지고, 기운이 빠져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몰랐고, 답답했으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고 싶었고, 궁금했었습니다. 이 궁금증에 대해 해답을 주는 책이 있습니다.

왜 우리는 열의가 하루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는지에 대해 저자는 알려줍니다.

추진력(모멘텀)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힘을 빼고 제일 쉬운 것부터 시작하고 작은 승리를 만들라고 합니다.

또, 일을 하면서 자신을 너무 다그치지 말라고 말합니다. 먼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완수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그 후 문제점을 파악하고 천천히 계획을 세워 정리해 나갑니다. 저자는 혼자 힘으로 해낼려고 애쓰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자신에게 멘토가 될 사람들을 찾아보고 틈틈히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합니다.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루려고 하면 어느 순간 스트레스와 힘겨움에 금방 지치게 되니, 그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30일 계획, 90일 계획 등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대로 실천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합니다.

책 내용 대부분이 전세계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직접 실천하며 증명해 보인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뜬구름 잡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시도해볼 수 있는 행동들이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각 챕터가 끝날 때마다 다루었던 핵심 개념을 설명해주는데, 시간이 부족한 분들은 이 핵심 부분만 꼼꼼하게 읽어도 실천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의욕이 있음과 없음에 대한 차이는 결과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의욕이 행동력이 되고 그 행동이 결과가 되고 경험이 되기 때문에, 이런 일련의 일들을 반복하다 보면 더 나은 일상생활과 결과를 얻을 것이고 이 모든 것들은 긍정적인 인생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솟구치던 의욕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 하기 싫은 일에 뛰어들어야 할 때, 우리는 마음속 스프링에 탄력을 주어야 한다. 먼저 당신이 시작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 P26

책을 쓴다거나 사진 공부를 하는 것처럼 창조적인 일은 ‘중요하지 않은‘ 목록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바로 행복과 충만한 인생에 직결되는 중요한 프로젝트들이다. 이런 일들이야말로 진정한 자아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 P29

일과 삶의 균형에 집착하지 마라. 일과 삶의 ‘완벽한 균형‘같은 건 없다.
- P36

완수할 프로젝트를 딱 하나만 고르자. 하나의 프로젝트를 골라 그 1가지에만 집중한다면 모멘텀을 만드는 것 이상을 얻을 수 있다.
- P44

그간 당신은 정말 많이 애썼고 노력도 많이 했다. 수고한 당신은 이제는 다음 단계로 올라갈 때다. 나는 잘못해왔다, 자그마치 800번이나. 나는 계속, 계속, 계속해서 실패했고 바로 그 실패들이 나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 P229

너무 많이 너무 빨리‘가 당신을 주저앉게 만든다. 더 많이, 더 잘, 더 완벽하게 해내야만 한다는 ‘더, 더, 더의 함정‘이 당신의 의욕을 꺾는다. 진전이 없을 때는 속도를 늦춰야 다시 질주할 수 있다.
- P232

‘계속 전진하기 위해 내가 만들 수 있는 1가지 변화는 무엇인가?‘는 모멘텀을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내가 좀 더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내가 줄여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항상 마음에 담아둔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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