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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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빅 엔젤은 일흔의 노인으로 암을 진단받고 남은 시간은 고작 한 달 정도임을 통보받습니다. 그 와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장례식을 치르고 이어 자신의 마지막 생일 파티를 열기로 합니다. 자신의 생일잔치에 참석하는 가족들의 편의를 위해 어머니의 장례식을 일주일이나 미루었다는 것도 우리 문화에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흩어져있던 형제, 자식 그리고 손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고, 서로를 향해 신랄한 독설을 내뱉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서로를 향한 서툴고 투박한 진심들을 느끼게 됩니다.

죽음을 소재로 했지만, 대가족의 해프닝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었습니다.

빅 엔젤, 페를라, 돈 안토니오, 리틀 엔젤, 레오, 파스, 엘 인디오 등 등장인물이 워낙 많다보니 이름도 헷갈리곤 했지만, 책 뒷편에 등장인물 관계도가 있어서 읽기에 수월했습니다.

노골적인 19금농담, 비속어사용은 자칫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죽음이라는 슬프고 무거운 소재를 담담하고 유쾌하게 다루었다는 것이 독특하게 다가왔습니다.

빅엔젤과 그의 가족들의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생각이나 문화는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는데, 가족간의 사랑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조금 낯설은 분위기의 멕시코 소설이지만 낙천적이고 유머스러운 가족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죽음을 앞두고 인생의 끝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후회들을 보여주며 서로에 대한 오해와 미안함이 결국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되고, 죽음을 앞두고 가족이 모두 모여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는 모습을 통해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본 포스팅은 다산책방 사전리뷰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책만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인생이 그런 거라고, 멍청아. 너말이야. 물결은 처음에 세차게 시작하지만, 해안으로 갈수록 점점 약해지지. 그러다 다시 안으로 돌아오고, 돌아오는 물결은 눈에 보이지 않아. 하지만 분명히 존재해서 세상을 바꾸는 법이야. - P41

빅 엔젤은 하느님과 협상 중이었다. ‘생일을 한 번만 더 보내게 해주세요. 제가 그 생일을 잘 보낼게요. 누구도 잊지 못할 생일을 만들 거랍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을 영원히 기억하겠죠. 하느님께서 베푸신 그 모든 기적을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그렇죠? 저처럼요 그러니 저에게 하루만 더 주십쇼. - P116

죽음이라. 참으로 우습고도 현실적인 농담이지. 노인들이라면 어린 애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 하는 촌철살인의 한마디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모든 수고와 욕망과 꿈과 고통과 일과 바람과 기다림과 슬픔이 순식간에 드러낸 실체란 바로 해질녁을 향해 점점 빨라지는 카운트다운이었다. - P149

"나는 가치 있는 놈이야. 난 가치 있는 놈이야." ​ - P244

하루 중에는 아주 특별한 1분이 있다. 사람들 대부분은 정신이 딴 데 팔려서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그 특별한 1분이 있다. 마치 생일 선물처럼 이 세상에 오는 1분이다. 매일 오는 그 1분은 모든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황금 거품을 창조하는 것과 같다 - P369

모든 사람은 비밀을 품고 죽는다. 빅 엔젤은 분명히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가장 끔찍한 사실을 안전하게 숨긴 채로 죽을 테니까. 삶이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한, 또한 타인으로부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긴 투쟁이다. 이것이 그의 가장 은밀한 비밀이었고, 그건 결코 죄가 아니었다. 다만 그가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없었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것 뿐이었다. - P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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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ci Suarez Changes Gears (Hardcover) - 2019 뉴베리 메달 수상작
메그 메디나 지음 / Candlewick Pr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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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서 이민온 6학년 소녀 머시와 그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공동체 의식을 중요시 여긴다는 쿠바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가족이라서인지 미국에서도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모가족 그리고 머시가족이 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 도우며 살아갑니다.

주인공 머시는 정말 뭐하나 나무 랄 데가 없는 소녀입니다. 집에서도 아버지의 페인트 칠하는 일도 돕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축구의 선수로도 뛰어서 점수도 낼 수 있게 하고, 쌍둥이도 돌보고 기억이 점점 줄어드는 할아버지를 위해 앨범을 만드는 마음도 따듯한 효녀입니다. 애드너가 얄미운 일을 벌이고 교장선생님 앞에서 머시를 모함하고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데도 나중에 자신의 실수에 대해 다시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을 보면 심성이 바르고 건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민자의 삶이란 고단하고도 힘들겠지만, 남미 특유의 가족중심적인 생활과 그들의 끈끈한 사랑, 힘들 때 서로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주는 모습, 서로의 부족함을 메꾸어 주며 배려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참 따듯해 보였습니다. 또, 아이들에게 머시 할아버지 같은 존재가 한 명씩 꼭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자전거를 배워보신 분들은 모두 잘 아실 테죠. 처음에는 세발 자전거로 시작해서 익숙해지면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로, 그 다음에 보조바퀴가 없는 일반 자전거라는 단계를 거칩니다. 일반 자전거는 균형잡기가 힘들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탈 수 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머시가 성장하는 모습은 자전거의 기어를 바꾸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는 머시를 보며, 다시 한번 인생이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변화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항상 두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 같습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편안하기 때문에 크고 작은 변화의 신호를 무시하거나 거부합니다.

인생에서 변화와 성장은 밧줄타기에 비유되곤 합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손에 쥐고 있던 밧줄을 놓고 새로운 밧줄을 잡아야 하는 것이죠

앞으로 어떤 일을 만나든지 숨 한번 쉬고, 힘차게 페달을 밟아 나가면 그 길도 지나갈 것이라는 것, 비록 그것이 힘든 오르막 같을지라도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 우리의 인생에서도 이런 마음가짐이 필요할듯해요

뉴베리상 수상작은 거의 찾아보는 편인데요 이번 책도 기대만큼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읽어야할 성장소설로 분류되겠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연령대가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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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철학자의 인생, 희망 이야기 - 젊은 세대와 나누고 싶은 100세 철학자 이야기
김형석 지음 / 열림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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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평균이 70세이던 기대수명이 이제는 80을 넘어 100세가 당연시되어있으며 사람들은 ‘100세시대’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곤 합니다.

올해 100세가 되신 저자는 인생의 선배로서 일방적인 가르침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지혜가 들어있는 인생철학을 마치 독자와 대화하듯 들려주고 있습니다.

친근한 동네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를 염려하는 지극한 마음을 담아 조용히 걱정해주시는 진심이 행간마다 가득합니다. 걱정하되 야단치지 않으며 많이 알되 잔소리가 아닌 대책을 살짝 보여주는 지혜가 느껴집니다.

인생을 살아보니 이런 점이 아쉬웠노라고, 자신의 이야기는 물론, 친구와 지인들의 아픈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소개하면서도 그 속에는 눈물과 배려가 담겨있습니다.

과거는 우리 사회에 ‘존경받는 어른’들이 많았습니다. 극한 대결과 갈등을 빚다가도 어른의 한마디에 수긍하며 일을 수습하는 미덕이 있었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미덕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존경할 만한 ‘진정한 어른’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씁씁해지곤 했습니다. 어느 사회나 아랫사람들은 어른의 가르침을 받으며 분별력을 키우고 성숙되어 갈 수 있습니다. 인생의 가르침을 주실 존경할 만한 어른, 우리에겐 가르침을 주고, 위로해 줄 시대의 어른을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10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보다 인간적인 깊이가 더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철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지만, 짧은 지식으로 많은 책을 접하기는 어려웠는데, 철학교수의 인생이 녹아있는 책 덕분에 하루하루 살아내기에 급급했던 삶의 이정표가 하나 생긴듯합니다.

바쁘게, 치열하게, 빠르게 살아야하는 현대인들에게 저자의 이야기는 깊은 생각의 물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장수하셔서 좋은 이야기와 가르침을 계속 남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행복을 구한다. 그래서 행복이 목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일을 한다는 생각은 할 수 있다. 그러나 행복이 먼 날에 있는 것은 아니다. 행복이 미래에만 있다면 인간은 행복해 질 수가 없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행복이 머무르는 곳은 언제나 현재뿐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행복이 행복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행복이 행복이다. 그런데 현재라는 시간은 하나의 과정이며 흐름이다. 미래에서 현재를 거쳐 과거로 가는 것이 시간이라고 해도 현재는 지나가는 과정이며, 시간이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로 간다고 해도 현재는 지나가는 순간순간이다

*인생의 층층대를 걸어 올라가는 사람은 그 층계 하나하나에 인생의 뜻을 두면서 오르는 것이다. 그때그때의 의미와 감사를 모른다면 결국은 마지막 층계에 오른 즐거움밖에는 남을 바가 없지 않겠는가.

*우리의 멋이란 입체적이기보다는 평면적이며, 다양성이 있기보다는 내용의 느낌이 풍부하며, 형태적이기보다는 향취적인 감이 짙다. 본래 신으로 향하는 종교, 인간적 경쟁에서 얻은 발전은 입체적인 경우가 많다...그러나 우리의 예술과 멋은 어디까지나 자연과의 일치를 잃지 않고 있으므로 꾸준히 평면적이다.

*사람이 나와 내 가족만을 생각하면서 산다면 그 사람은 그 가정만큼 커질 수 있다.

사람이 직장과 이웃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직장과 지역사회의 지도자 만큼 자라게 된다.

그러나 항상 민족과 국가를 위해 애쓰는 사람은 그 민족과 국가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내가 백세가 된 지금, 오늘도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하면 못할 것이 없고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일곱 번이 아니라 열 번이라도 좋다. 이 시대의 청년이라면 무한의 가능성을 개척해 가는 세대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저 주어야 하는 것은 그들의 인격적 성장과 인간적 능력의 향상이다. 경제는 그 일을 뒷받침하는 수단과 방편에 그쳐야 한다. 돈의 가치를 알고 정당한 사회의식을 갖추게 된다면 재물 때문에 오는 개인이나 사회의 불행은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돈을 포함한 모든 경제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적인 데 있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개인에게 돈이 생활의 기초 조건이 되었듯이 인간의 사회적 삶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전한 경제적 활동이 필수 조건이 되는 것이다.

*본래 동양의 부자 관계는 효(孝)보다도 친(親)이었다. 상하 관계이기보다는 평등 관계였다. 그것이 유교의 전통으로 굳어지면서 부모를 위한 자녀의 효(孝)라는 성격으로 굳어진 것이다.

*‘사회적 성장이 없다면 감사를 모르며 남을 위할 줄 모른다. 예절을 깨닫지 못하며 상대방의 기분이나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를 잃고 있다. 어딘가 사람을 대하는데 거칠고 딱딱하며 정중함이 없다. 항상 이기적이어서 남의 도움만 받으려고 한다. 그런 사람은 친절을 베풀지 못함은 물론 예절까지도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에서 항상 실패하게 된다.

*유머는 취미도 아니고 오락에 속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아주 쉽게 우리의 피곤과 긴장을 풀어주는 정신적 기능을 갖고 있다. 오늘과 같이 스트레스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회에서는 유머가 오락 못지않게 값진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오래 살 욕심만 가졌지, 많이 살아야겠다는 뜻을 가져보지 못했다. 나의 1년으로 다른 사람의 3년을 살 수도 있으며, 나의 3년이 남의 반년도 못 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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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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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를 제일 처음 접한 것은 아마도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서입니다.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라는 키팅선생이 제자들에게 한 대사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사실 라틴어는 한국에서 제 2외국어 대열에도 속하기 힘든 언어입니다. 실제로 배울수 있는 곳도 매우 적고,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라틴어를 사용할 일도 매우 드물기 때문에 라틴어 교육은 주로 서양 고전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신학(기독교)을 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틴어는 오랜 세월 서양의 철학, 문학, 음악, 역사, 예술,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이 된 만큼, 라틴어에는 서양의 역사와 학문이 담겨있습니다

책의 제목만 본다면 라틴어에 관한 책이거나 라틴어 공부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일 것이라 지레 짐작했다면 잘못 판단한 것일 것입니다. 이 책은 라틴어의 체계, 라틴어에서 파생한 유럽의 언어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 사회제도, 법, 종교 등에 대한 설명과 오늘날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즉, 라틴어에 대한 설명과 유래를 소개하고 저자가 하고픈 이야기들을 접목해서 진술하고 있는 것이죠. 저자의 라틴어를 통해 사회,문화,종교 등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통찰력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특히 라틴어에 관한 친근한 개론적 설명, 라틴어와 얽힌 유럽의 역사, 그리고 수많은 라틴어 명언들 모두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작가의 문체였습니다. 직접적인 따뜻한 위로의 말은 없었지만, 글을 읽다보면 저자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저자가 유학 시절 경험했던 일들, 만난 사람들, 공부하면서 겪었던 좌절과 어려움, 살면서 피할 수 없었던 관계의 문제, 자기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성찰 등을 읽다보면, 젊은 시절의 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공부와 인생의 지혜까지 배워갈 수 있었고, 내용은 딱딱하지 않고 읽기 쉬울 정도로 부드럽고, 독자를 다독이고 위로해주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여유를 찾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잠시 머리를 식히고 쉬어가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천재라고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처음부터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서른 여섯에 라틴어를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이탈리아어로 번역되지 않은 문학, 철학, 역사 고전을 읽기 위해서였습니다. 인문학을 통해 자신의 두뇌를 새롭게 바꾸고 싶어했어요. ~인문학 고전들을 라틴어 원전으로 읽으면서 묻혀 있던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었죠.

*라틴어는 여러 상징성을 지닌 언어입니다. 로마 제국의 확장과 더불어 제국의 공용어로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제국의 패망 이후에도 여전히 유럽 사회의 학술과 외교 전반에서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로마 제국의 행정과 법률 체계를 그대로 물려받은 가톨릭 교회의 공식 언어이기도 하고요.

*라틴어로 성적을 매기는 표현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적 평가에 쓰이는 표현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Summa cum laude 숨마 쿰 라우데 최우등

Magna cum laude 마그나 쿰 라우데 우수

Cum laude 쿰 라우데 우등

Bene 베네 좋음, 잘했음

*Post coitum omne animal triste est. 포스트 코이툼 옴네 아니말 트리스테 에스트.

모든 동물은 성교후에 우울하다. /인간이 원하고 목표하던 사회적 지위나 명망을 취한 뒤 느끼는 감정은 만족이 아니라 우울함이다 라는 뜻.

*Si vales bene est, ego valeo. 시 발레스 베네 에스트, 에고 발레오.

이 문장은 로마인들이 편지를 쓸 때 애용한 첫 인사말입니다.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저는 잘 있습니다...라는 뜻.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로마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진 문장으로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뜻의 문구.

*Carpe diem. 카르페 디엠. 가장 유명한 라틴어. 현재에 충실하게 살라, 매순간 충만한 생의 의미를 느끼며 살아가라는 뜻.

*정원과 달리 자연에는 잡풀과 잡목이 따로 없습니다. 다 제각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구성원이요. 정원 안에서는 각각의 생각과 가치관에 어울리지 않는 식물들을 뽑아내야 할 잡초에 불과하지만 더 넓은 자연에서는 그 어느 것도 잡풀, 잡목인 것이 없습니다. 제각각의 정원들이 자기들이 ‘진리’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더 넓은 자연에서는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라는 것, ‘틀린 존재’가 아니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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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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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자체에서 풍기는 분위기도 그렇고, 사건을 다루는 시각도 무거운 작품이라 단숨에 읽어낼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종교, 개인의 양심, 국가관 등이 서로 맞물려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대학 강사를 지낸 이 대위는 육군특무대로 평양에 파견되어, 육군본부 파견대 정보국장 장 대령의 휘하에서 근무합니다. 그러던 중 6.25 당시 12명의 목사가 평양에서 순교한 사실을 조사하게 됩니다. 전쟁 직전 평양에서 14명의 목사가 체포되었는데 그중 12명은 총살당했고, 살아남은 자는 단 2명뿐이었습니다. 1950년 11월, 국군의 평양 입성 후 육군본부 정보처 평양 파견대의 장 대령은 이대위와 함께 순교자들에 관한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나(이대위)에게 맡겨진 임무는 생존자 중 한 명인 신 목사를 찾아가 사건의 진상을 알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신목사는 그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며 대답을 회피합니다.

이와는 달리, 장 대령은 공산당에게 희생당한 12명의 순교자를 애국적인 관점에서 추모식을 거행하여 평양의 신도들과 시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과 정신적 승리를 알려주려고 합니다. 목사 살해 사건을 정치선전의 목적으로 이용하려던 장대령은 살해된 12명의 목사들을 ‘순교자’로 규정하고 추도예배를 계획하는데, 신목사가 자신이 처형현장에 있었다고 발표하면서 사건관련자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신목사와 한목사는 생존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이 대위는 이 두 명을 찾아가 순교자들의 최후의 모습과 그 진실성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이 대위의 친구인 박대위는 그의 아버지가 지나치게 신앙에 충실한 독선적 광신자였고 사실상 두 부자는 의절한 상태로 서로 떨어져 지냈음이 밝혀집니다. 박대위는 12명의 순교자 속에 그의 아버지가 들어있음을 듣고도 존경심보다는 광신적인 신자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신목사의 편지에 박목사가 아들을 지극히 사랑했던 것과 자신이 추구하는 신앙의 궁극적 의미에 대해 말한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리고 최후로 처형되면서 ‘기도할 수 없다’고 말한 아버지의 인간적인 고뇌를 깨닫고 박대위는 아버지와 정신적 화해를 합니다.

한편, 박목사의 신앙심에 감동하고 따르던 한 목사는 마지막 처형장에서 박목사가 기도를 거부한 사실에 충격을 받고 정신이상자가 되어 사형은 면하였지만 폐인이 됩니다. 순교자들에 관한 진실과 목회자로서 사명감 사이에 갈등하던 신목사는 마침내 사실을 밝힙니다. 12명의 처형을 목격한 공산군 정 소좌가 체포되면서 목사들이 비굴하게 죽었으나 오직 신목사만이 당당하게 저항하여 오히려 죽음을 면했고 오히려 죽임을 당한 목사들이 배반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와 군더더기없는 문장들이 인상적이었지만, 깊은 뜻을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난해해 하나같이 이야기들이 깊은 철학적 사색의 결과로 나온듯한 깊이와 무게로 점철되어 있어 읽어내기 어려웠습니다.

한국전쟁을 다룬 작품들과는 달리, 신앙적인 구원, 인간의 고통과 양심의 문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이중성 등을 다루고 있다는 것도 독특했습니다.

소설 속에서 신목사는 참된 신앙인의 모습으로 신앙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마치 저에게

‘순교란 무엇인가?’

‘신앙때문에 혹은 신앙을 위해 반드시 죽어야만 순교인가?’

‘누가 진정한 순교자인가?’

‘신앙이란 과연 무엇인가?’

대해 계속 질문하는 듯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난 지금도 질문이 머릿속에 맴도는 듯합니다.

한국인으로서 대문호인 도스토옙스키에 비유되며 노벨상 수상 후보로까지 올라가게 만든 작품으로, 긴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목사님의 신-그는 자기 백성들이 당하고 있는 이 고난을 알고 있을까요? - P37

그는 열두 명의 순교를 미화하기 위해 큰 거짓말을 하느니 차라리 작은 거짓말을 하기로 작정했던 거야. 아니면 열두 명 중 몇몇의 부끄러운 허약함과 배반을 폭로하느니보다는 작은 거짓말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던 게지 - P145

자네 말대로 순교자를 날조해내는 일이 자네의 신께서 반드시 원치 않는 일이란 건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그 목사들의 신성한 복장 밑에 더러운 속옷이 숨겨져 있었다고 폭로하기보다는 열두 명 순교자들의 영광을 드러내어 보이는 것이 자네들 기독교에 더 큰 봉사가 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어? - P149

진실은 묻어두어도 여전히 진실이야 - P152

우린 절망에 대항해서 희망을 가져야 하오. 절망에 맞서서 계속 희망해야 하오. 우린 인간이기 때문이오 - P255

우린 절망에 대항해서 희망을 가져야 하오. 절망에 맞서서 계속 희망해야 하오. 우린 인간이기 때문이오 - P257

그 때 난 속으로 다짐했소. 앞으로 다시는 나의 그 잘난 진리. 남들이 모르는 내 진실, 하나님의 종에게 숨겨진 그 무서운 진실을 결코 드러내지 않겠다고 다짐한 거요. - P263

나는 인간의 희망을 잃을 때 어떻게 동물이 되는지 약속을 잃을 때 어떻게 야만이 되는지를 거기서 보았소. 그렇소. 당신이 환상이라 부른 그 영원한 희망 말이오. 희망 없이는, 그리고 정의에 대한 약속 없이는 인간은 고난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그 희망과 약속을 이 세상에서 찾을 수 없다면(하긴 이게 사실이지만) 다른 데서라도 찾아야 합니다. 그래요. 하늘나라 하나님의 왕국에서라도 찾아야 합니다. - P271

인간을 사랑하시오, 대위. 그들을 사랑해주시오! 용기를 갖고 십자가를 지시오. 절망과 싸우고 인간을 사랑하고 이 유한한 인간을 동정해줄 용기를 가지시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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