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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라틴어를 제일 처음 접한 것은 아마도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서입니다.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이라는 키팅선생이 제자들에게 한 대사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사실 라틴어는 한국에서 제 2외국어 대열에도 속하기 힘든 언어입니다. 실제로 배울수 있는 곳도 매우 적고,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라틴어를 사용할 일도 매우 드물기 때문에 라틴어 교육은 주로 서양 고전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신학(기독교)을 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라틴어는 오랜 세월 서양의 철학, 문학, 음악, 역사, 예술,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이 된 만큼, 라틴어에는 서양의 역사와 학문이 담겨있습니다
책의 제목만 본다면 라틴어에 관한 책이거나 라틴어 공부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일 것이라 지레 짐작했다면 잘못 판단한 것일 것입니다. 이 책은 라틴어의 체계, 라틴어에서 파생한 유럽의 언어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 사회제도, 법, 종교 등에 대한 설명과 오늘날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즉, 라틴어에 대한 설명과 유래를 소개하고 저자가 하고픈 이야기들을 접목해서 진술하고 있는 것이죠. 저자의 라틴어를 통해 사회,문화,종교 등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통찰력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특히 라틴어에 관한 친근한 개론적 설명, 라틴어와 얽힌 유럽의 역사, 그리고 수많은 라틴어 명언들 모두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작가의 문체였습니다. 직접적인 따뜻한 위로의 말은 없었지만, 글을 읽다보면 저자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저자가 유학 시절 경험했던 일들, 만난 사람들, 공부하면서 겪었던 좌절과 어려움, 살면서 피할 수 없었던 관계의 문제, 자기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성찰 등을 읽다보면, 젊은 시절의 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공부와 인생의 지혜까지 배워갈 수 있었고, 내용은 딱딱하지 않고 읽기 쉬울 정도로 부드럽고, 독자를 다독이고 위로해주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여유를 찾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잠시 머리를 식히고 쉬어가고 싶으신 분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천재라고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처음부터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서른 여섯에 라틴어를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이탈리아어로 번역되지 않은 문학, 철학, 역사 고전을 읽기 위해서였습니다. 인문학을 통해 자신의 두뇌를 새롭게 바꾸고 싶어했어요. ~인문학 고전들을 라틴어 원전으로 읽으면서 묻혀 있던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었죠.
*라틴어는 여러 상징성을 지닌 언어입니다. 로마 제국의 확장과 더불어 제국의 공용어로 자리잡았을 뿐 아니라 제국의 패망 이후에도 여전히 유럽 사회의 학술과 외교 전반에서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로마 제국의 행정과 법률 체계를 그대로 물려받은 가톨릭 교회의 공식 언어이기도 하고요.
*라틴어로 성적을 매기는 표현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적 평가에 쓰이는 표현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Summa cum laude 숨마 쿰 라우데 최우등
Magna cum laude 마그나 쿰 라우데 우수
Cum laude 쿰 라우데 우등
Bene 베네 좋음, 잘했음
*Post coitum omne animal triste est. 포스트 코이툼 옴네 아니말 트리스테 에스트.
모든 동물은 성교후에 우울하다. /인간이 원하고 목표하던 사회적 지위나 명망을 취한 뒤 느끼는 감정은 만족이 아니라 우울함이다 라는 뜻.
*Si vales bene est, ego valeo. 시 발레스 베네 에스트, 에고 발레오.
이 문장은 로마인들이 편지를 쓸 때 애용한 첫 인사말입니다.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 되었네요. 저는 잘 있습니다...라는 뜻.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로마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진 문장으로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뜻의 문구.
*Carpe diem. 카르페 디엠. 가장 유명한 라틴어. 현재에 충실하게 살라, 매순간 충만한 생의 의미를 느끼며 살아가라는 뜻.
*정원과 달리 자연에는 잡풀과 잡목이 따로 없습니다. 다 제각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구성원이요. 정원 안에서는 각각의 생각과 가치관에 어울리지 않는 식물들을 뽑아내야 할 잡초에 불과하지만 더 넓은 자연에서는 그 어느 것도 잡풀, 잡목인 것이 없습니다. 제각각의 정원들이 자기들이 ‘진리’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더 넓은 자연에서는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라는 것, ‘틀린 존재’가 아니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