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지는 뇌 과학 독서법 - 뇌과학자가 밝히는 독서를 통한 두뇌 개발법
김호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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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해 발표한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인 중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10명 중 4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독서를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 그리고 ‘스마트폰 이용’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요즘과 같은 인터넷에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왜 굳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는 것일까요? 손쉽게 인터넷으로 원하는 키워드만 검색을 해도 그에 관련된 정보가 엄청나게 나옵니다. 꼭 필요한 정보만을 찾아내는 것은 책보다 오히려 인터넷 검색이 더 빠르고 정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항상 책을 읽어야 한다고 얘기를 합니다.

뇌교육전문가인 저자 김호진 박사는 36년 동안 교육 현장에 몸담은 교육자로 장학사, 장학관을 역임하고 현재 선산초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교육학을 전공하면서 뇌과학과 신경생리학, 인지심리학을 공부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책의 도입부분부터 언급하고 있습니다. 독서가 뇌를 깨우고, 뇌를 변화시키는 최고의 비법이며 운동을 통해 근육을 단련시키듯, 뇌 근육을 강하게 단련시킬 수 있는 방법은 독서뿐임을 힘주어 강조하고 있습니다.

p6 결론은 이것이다. 독서를 하면 정말 뇌가 좋아진다. 많은 학자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고, 실제로 독서를 통해 뇌를 좋게 만든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책의 구성은 총 8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잠자는 뇌를 깨우기, 독서에도 시기가 있다, 독서로 뇌를 활용하라 등 독서가 어떻게 뇌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2장에서는 세종대왕, 레오나르도 다빈치, 정약용 등 독서로 천재가 된 사람들에 대해 소개합니다.

p67 초서는 입으로 읽고 눈으로 읽은 다음에 손으로 읽는 독서법이다. 초(抄)는 '노략질한다'라는 뜻으로 '초서'란 '책을 노략질하다'는 의미이다. 즉, 책의 중요한 부분만 노략질하듯이 베껴가며 읽는 방법을 말한다. 필사와 다른 점은 단순히 베끼기보다 자신이 목표하는 것과 찾고자 하는 것을 책에서 발견하고 그것을 옮겨 적는 독서법이다. 다산 정약용은 복잡하게 얽힌 방대한 지식과 학문을 초서 독서법으로 일목요연하게 융합하고 정리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였다.

 

독서로 천재가 된 사람들로 세종대왕,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정약용, 에디슨, 최한기, 이덕무가 소개되고 있는데 8가지 주제들 중 개인적으로 제일 와 닿았습니다. 특히 세종대왕과 정약용이 독서를 하며 개인적으로 쓰기까지 함께 한 독서법은 이 시대의 우리가 따라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앞서가는 독서법입니다. 책 1권을 100번 읽고 100번 쓴 세종대왕, 읽은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융합하고 정리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낸 정약용의 독서법은 다독을 비롯해서 초서 독서법까지 두루 아우르는 독서법의 최고 경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p111 책읽기는 아이들에게 어휘력, 사고력, 표현력, 창의력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가지게 한다. 내면 세계를 굳건히 하고 당당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리고 뇌를 활성화시켜 똑똑한 뇌로 바꾼다.

 

3장에서는 핀란드, 영국, 독일, 일본 등 독서를 통해 강대국이 된 나라들에 대해, 4장에서는 소리 내어 읽기의 비밀, 책 읽기와 뇌의 비밀, 책 읽어 주기의 힘, 천재를 키우는 독서법 등 천재를 만드는 독서의 비밀에 대해, 5장에서는 똑똑한 뇌 만들기, 질문하며 읽는 독서의 기술, 삶의 비전과 목표를 위한 독서의 기술 등 독서 두뇌 혁명에 대해 소개합니다.

독서로 인하여 강대국이 된 나라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핀란드의 가정에는 어느 집이나 도서관처럼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책보다는 문제집이 점점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성인이 되어서는 책을 멀리하게 됩니다. 또한, 아기에게 책을 선물하고 아빠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질문으로 대화한다는 영국의 경우도 참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6장에서는 독서로 천재가 된 교사들, 벤저민 블룸의 대담한 상상, 미래학자들이 말하는 복합사고력 개발법 등에 대한 독서 두뇌 혁명을, 7장에서는 평생 독서 시간 10개월 뛰어넘기, 뇌를 변화시키는 위대한 부모,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부모 독서법 등 독서 두뇌 혁명을, 마지막 8장에서는 미라클 모닝 독서, 숙력된 독서가의 뇌, 뇌가 좋아하는 것 등 뇌를 춤추게 하는 미라클 모닝 독서에 대해 소개합니다.

p175 또 남들이 다 읽는 책만 읽는 사람은 절대로 남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위대한 천재들이 쓴 책을 통해 그들과 대화하는 독서가 필요하다. 자신의 뇌를 혁명적으로 변화시켜서 능력자가 되고 싶다면 남다른 독서를 해야 한다.

 

다양한 독서법 외에 독서강국이 된 여러 나라들의 독서비법, 효과적인 독서방법, 교사로서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지도할 수 있는 독서법 등 이 책에서는 다양한 독서법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꾸준한 독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성장시킵니다. 그 성장은 바로 의식이 확장되고 통찰력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독서는 우리의 뇌를 지적으로 탁월하고 창의적인 뇌로 바뀌게 하고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흔히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길은 강요되고 강제되는 행위로서는 잘 보이지 않는 길입니다. “책을 읽으니 좋더라” “책을 읽으니 재밌더라”는 식의 단순한 호기심과 즐거움에서 비롯된 행위여야 비로소 그 길이 보입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범국민적인 독서운동, 교육자나 부모로부터 강요되는 독서가 아닌 책을 읽는 환경에 의해 자발적으로 추인되고 자극되는 독서가 지속적이고 수준 높은 독서 강국으로 가는 길일 것입니다. 좀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며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아인슈타인, 세종대왕과 같은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책을 읽어야 합니다.

p191 뇌의 뉴런과 시냅스 연결 상태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평생 유동적이다. 생각만 바꾸어도 뇌 구조는 변한다. 책을 읽으면 청각, 시각과 같은 감각기관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상상과 추론 등 고등정신을 담담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반복하는 훈련과 연습을 하고 매일 독서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은 뇌의 구조도 물리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은 독서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뇌도 변하게 하고 더 똑똑한 뇌로 바꿀 수 있는 비밀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결국,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질 위대한 인재 탄생은 뇌를 똑똑하게 만드는 독서가 답입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뇌가 좋아진다는 것은 뇌 신경세포들이 연결되는 부위인 시냅스의 연결이 강화되거나 새로운 연결망이 형성되는 방식으로 재배선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뇌는 새로운 것을 학습하거나 도전할 때 더 활성화된다. 이러한 뇌 기능의 변화와 활성화를 ‘뇌가 성장했다‘, ‘뇌가 발달했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 P15

학습이라는 것은 외부 환경에서 주어지는 다양한 정보를 뇌에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시냅스의 물리적 구조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즉, 시냅스의 연결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끊어지기도 하고 연결되어 강화되기도 한다. 이같이 뇌세포와 뇌부위가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을 뇌가소성이라고 한다.
- P42

창의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뇌를 변화시키고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지적 호기심이 풍부하여 늘 책을 통하여 의문을 해결하곤 하였다.
- P138

교육학자들은 천재가 가져야할 역량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끈기와 인내라고 말한다. 실패에 대하여 끊임없이 다시 도전하여 끝까지 해내려는 끈기가 바로 천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 P149

고전을 읽을 때마다 배우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 여러 번 읽어야할 책이다. 항상 곁에 두어야할 책인 것은 분명하다. 고전은 수천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위대한 책으로 사랑받고 있다
- P216

역사상 거장들의 독서법과 독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독서법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도 좋지만, 책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맞는 독서법을 스스로 찾아내서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독서법이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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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Women (Paperback)
Alcott, Louisa May / Penguin Classics / 198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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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영화로 개봉된다는 소식을 우연히 들었습니다. 영화로 표현된다고 하니 책으로 먼저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 읽었던 이야기가 희미하게 기억이 났습니다. 예쁜 치마를 입고 엄마 옆에서 앉아있던 4명의 자매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을 보니, 그당시에도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던 듯합니다.

경제적으로는 파산했지만, 고결하면서도 엄격한 청교도 정신의 소유자인 아버지가 1년동안 남북전쟁에 나가 있는 사이에 일어나는 네 자매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이들은 부유한 이웃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꾸려나갑니다. 아름답고 차분하면서도 허영기가 있는 맏딸 메그, 지나칠 정도로 남성적이고 활달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작가 지망생 둘째 조, 수줍음을 많이 타지만 헌신적이고 단정한 셋째 베스, 귀엽고 상냥하지만 멋내기를 좋아하는 넷째 에이미는 모두 여성으로서 갖추어야할 미덕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 자매는 아버지가 전장에 나가 있어 경제적으로 몹시 어려운 가운데서도 헌신적이고 자상한 어머니의 가정교육과 아버지의 도덕적 가르침을 통해 씩씩하고 당당하게 어려움을 극복해갑니다. 이웃집 로리와의 따뜻한 우정과 로렌스 할아버지 등 이웃들 사이에 오가는 잔잔하고 감동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작품 곳곳에 펼쳐집니다. 그들의 일상은 이따금 날아드는 편지와 연극, 친절과 심술, 꿈과 야망으로 지루할 새가 없습니다. 메그가 결혼하여 떠나고 조는 글쓰는 공부에 여념이 없고, 베스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에이미가 예기치 못한 사랑에 빠지면서, 네 자매는 소녀 시절을 마감하고 여인으로 한걸음씩 나아가게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작품이니까, 고전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도 완전 옛날 이야기였습니다. 여자들은 모두 사치와 허영을 가진 존재이고, 도덕적으로 가르쳐야만 하는 존재 남성들은 모두 단호하지만 포용심과 인내심을 가진 존재로 등장합니다.

딸들이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들을 보면서 굉장히 기독교적이고 사회적으로 당시에 여성들에게 기대하던 도덕, 절제, 희생, 봉사 등의 미덕들을 강요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내용이 교훈적이고 훌륭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너무 많은 도덕적 굴레는 읽는 내내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비록 그녀 자신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고 조가 루이자 메이 올콧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작품 속에선 그토록 여성성을 강조하고, 후일 그녀 자신 페미니스트가 되었다 하니 아이러니하네요 어쩌면, 그녀의 모습이 투영된 ‘조’의 모습에서 그걸 예견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서 열심히 앞으로 나가는 작은 아씨들이 대단하고 부러웠습니다. 또한 이렇게 자식들을 잘 키운 마치 부부는 존경스럽습니다.

고전 중에서도 소녀들의 필독서로 불린다는 점과 감성과 어휘력을 키워주는 소녀들의 바이블이라는 점에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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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0
쥘 베른 지음, 정지현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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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겐 세계여행이란 먼 나라 이야기일지로 모릅니다. 하지만 때때로 꿈 속에서 세계 여행을 가보곤 하는데, 아는 나라라고는 고작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이곳 저곳 찾아보곤 합니다.

당분간 여행을 자제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펼쳐든 책, 책을 통해 실제로 세계 여행을 한 것처럼 느낄 수 있을까요?

1872년 영국, 막 근대화의 바람이 불어온 시기에 학술적 연구와 토론을 위해 만들어진

혁신클럽.규칙적인 생활로 유명한 영국의 신사 필리어스 포그는 어느날 혁신클럽의 친구들과 잉글랜드 은행의 도난사건을 두고 대화를 하던 중, 범인이 세계로 도망가서 잡힐 것인가, 쉽게 빠져나갈 것인가에 대해 논쟁을 벌이게 됩니다.

더이상 범인이 도망칠 곳이 없다는 친구의 반론에, 포그는 ‘80일이면 세계를 일주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답하고 결국 이 대화는 사상 초유의 내기인 '80일간의 세계일주'의 도화선이 됩니다. 포그는 혁신클럽 회원들에게 2만파운드라는 큰 돈을 걸고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어마어마한 내기를 하게 됩니다.

한편, 포그의 하인이 해고당한 직후, 프랑스인 장 파스파르투가 새로운 하인으로 들어오게된 시점이라 포그는 파스포르투와 80일의 일정을 목표로 세계를 일주하는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포그일행이 길을 떠난 후 잉글랜드 은행의 범인 몽타주가 포그와 흡사한데다가 포그가 때마침 세계일주를 하기위해 영국을 떠난다는 사실을 입수한 영국경찰의 픽스형사가 포그를 은행절도 용의자로 확신하고 그의 뒤를 쫓아 세계를 돌게 되면서 벌어지는 각국의 이야기와 헤프닝들이 작품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당시 기준으로는 혁신적인 스토리지만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나 일부 국가들만 중심으로만 주인공들이 다녀가서 사실상 전체적인 '세계'가 묘사되지 않았다는 점은 좀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시대를 앞서간 상상력과 뛰어난 필력, 묘사력은 정말 전설적이었습니다. 당시 배경이 되는 시대가 1800년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세계를 '일주'한다는 것만 해도 굉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서로 교류하고 있고 210개국도 넘는 나라들이 서로들 간의 존재를 알고 회합을 맺어가고 있고, 우주, 심해 등 제 3세계를 향한 끝없는 개척정신과 도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혹은 '세계화'의 도전을 다시한번 되새겨보는 좋은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세계 일주 코스는 런던을 출발해 파리-이집트 수에즈 -예멘 아덴-인도 뭄바이, 캘커타-싱가포르-홍콩-일본 요코하마-미국 샌프란시스코, 뉴욕으로 갔다가 다시 영국의 리버풀을 거쳐 런던으로 되돌아오는 긴 여로였습니다. 그들의 여행에는 끊임없이 뜻밖의 변수들이 끼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큰 변수는 포그를 은행 강도로 의심하여 여행 기간 내내 쫓아다닌 픽스 형사였죠

또 다른 큰 변수는 언론의 오보였습니다. 영국에 보도된 인도 횡단 철도의 완공 기사가 실은 잘못된 정보였던 것입니다. 할 수 없이 코끼리를 타고 정글을 지나던 포그 일행은 남편이었던 늙은 추장의 장례식에서 산 채로 화장을 당하게 된 여인 아우다를 구해주게 된다. 이후 아우다는 끝까지 여행에 동행합니다.

그 밖에도 돌발변수들이 계속 일어납니다. 미국 횡단 중에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대륙횡단 기차를 습격하고, 기차를 놓친 포그 일행은 돛 달린 썰매를 타고 이동하기도 합니다.

리버풀로 갈 땐 배의 연료가 떨어지자 타고 가던 화물선의 나무란 나무는 죄다 석탄 대신 때어가며 항해해야 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세계 일주를 다 마치고 리버풀에서 런던으로 가는 기차를 막 타려 할 때였다. 그 마지막 순간에 그만 픽스 형사가 포그를 은행강도 혐의로 체포하고 만 것입니다. 그러나 잠시 후 진범이 3일 전에 이미 잡힌 것으로 밝혀지고 풀려나긴 했지만 기차를 놓치는 바람에 런던에 5분 늦게 도착합니다. 포그는 이로써 내기에서 지게 된 것이죠 그러나 여기서 마지막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반전의 계기는 여인 아우다인데, 그녀는 내기에 져서 재산을 몽땅 잃게 된 포그에게 오히려 청혼을 했습니다. 돈이 아니라 포그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파스파르투가 목사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갔을 때, 목사는 다음날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주례를 해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때서야 파스파르투는 자신들이 동쪽으로 날짜변경선을 넘어오는 바람에 하루를 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파스파르투에게서 그 얘기를 들은 포그는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달려가 극적으로 약속시간 3초 전에 리폼 클럽에 들어가고, 마침내 그는 내기에서 이겼을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여인까지 얻게 됩니다.

주인공 포그는 인간으로서 최고 수준의 치밀함과 정확성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이를 타개하는 담대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러나 ‘80일간의 세계 일주’란 목표는 그런 포그조차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론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자는 도처에 통제 불가능한 변수들이 도사리는 여행길에서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단 3초의 차이로 성취해내게 이끕니다.

이 작품은 겉으로만 보면 돈이 여행을 이끌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돈내기로 시작된 세계 일주 여행이 위기 때마다 돈에 의해 난관이 돌파되다가 마침내 포그가 내기에 이김으로써 여행 중에 썼던 막대한 돈을 되찾게 되는 단순한 내용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사실 여기엔 돈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본질적 가치가 숨겨져 있습니다.

작품이 쓰여진 시대의 유럽인들이 가진 사고방식의 한계 때문에 곳곳에 보이는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이 좀 거슬리기는 하지만, 흥미와 긴장감만큼은 역시 최고였습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홀로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겨 증명한 포그씨의 용기와 추진력은 큰 자극이 됩니다.

책을 통한 세계 일주가 훗날 내가 배낭 여행이나 세계 여행을 할 때 좋은 여행 길잡이가 되어주길 기대해봅니다.

 

‘명망 있는 신사‘가 이제 ’은행 강도‘ 신세로 전락했던 것이다. 경찰은 다른 회원들과 함께 개혁 클럽에 보관되어 있던 필리어스포그의 사진을 철저하게 살폈다. 그것은 경찰 수사 결과에서 밝혀진 은행 강도의 인상착의와 하나에서 열까지 똑같았다
- P52

"픽스씨, 그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 해도...우리 주인어른이 정말 당신이 쫓고 있는 강도라고 해도...저는 전혀 믿지 않지만... 난 그분을 위해 일하는 하인이고...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분이 얼마나 친절하고 너그러운 분인지는 내가 잘 압니다. 그러니 절대 그분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세상의 돈을 전부 다 준다고 해도요."
- P201

비록 겉으로는 냉정해보이지만 매일 온갖 정성을 다해 자신을 보살펴주는 포그씨에게 그녀는 정을 느끼고 있었다. 포그 씨에게 느끼는 감정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스스로도 잘 모른채 그저 감사의 마음이라고 생각할 뿐이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포그 씨에 대한 감정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 P294

필리어스 포그는 내기에서 이겼다. 그는 80일 만에 세계를 일주했다. 80일간 세계 일주를 위하여 온갖 이동 수단을 활용했다. 증기선, 기차, 마차, 배, 상선, 썰매, 코끼리까지. 이 괴짜 신사는 여행 내내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 정확한 모습을 보였다. 과연 그가 세계 여행에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이 여행이 그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었을까?
아무것도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어 준 아름다운 아내를 얻은 것을 제외하면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세계 일주에서 얻을 수 있는 충분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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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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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적확한 표현으로 해야할 말을 하는 작가. 인간의 내면에 대해 이리도 솔직하고 과감하게 말할 줄 아는 작가. 각각 뚜렷하고 가면마저 투명한 군상 이야기. 은희경 작가의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왜 이 작가를 이렇게 좋아하나 매번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본 게 ‘새의 선물’,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이니 꽤 오랜만에 그녀의 신간을 읽게 되었습니다.

인물 심리묘사가 가득한 여리여리한 감정을 건드리는 내 기억 속 은희경 그대로다. 기숙사 같은 건 살아본 적도 없고, 70년대에 대학을 다니지도 않았지만, 작품 속 등장인물이 된 듯 소설에 푹 빠져 읽었습니다. 은희경 작가의 실제 이야기인지 내 이야기인지 소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푹 빠져들었죠

1977년, 한 여대의 기숙사에서 만난 여성들의 섞임과 다름의 이야기이자, 서로 다른 기억과 각자의 인생이야기입니다. 한정된 공간안에서 벌어지는 관계에 대한 미묘하고도 복잡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학교 기숙생활의 경험은 없지만 그 시절 주인공인 것처럼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40년 전 1977년 지방에서 올라온 김유경은 서울 여자 대학교에 입학 하여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됩니다. 네 명이 한방을 쓰는데 국문과 1학년 김유경이 배정 받은 322호는 3학년 최성옥, 2학년 양애란, 1학년 오현수가 있습니다. 최성옥과 절친인 송선미의 417호는 2학년 곽주아, 1학년 이재숙, 불문과 김희진. 두 방 사람들은 종종 모이기도 합니다. 최성옥과 친구인 산업미술과 송선미의 방은 417호로 식품영양학과인 이재숙, 불문과 김희진, 현모양처가 되겠다는 곽주아가 한 방을 써 서로 왕래를 하며 지냅니다. 나중에 김희진이 소설가가 되어 기숙사에 있었던 일들을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데뷔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가 아닌, 가장 오래된 친구인 김희진이 기숙사에 있었던 인물들을 소설로 썼지만 나(김유경)은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대학원을 수료하고 취직했을 때 자신의 상사였던 김희진은 구설수에 오른 후 소설가로 데뷔하였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연락이 끊이지 않고 이어오며 함께 술을 마시며 밥을 먹으며 지내온 기간이 벌써 40년이 되었습니다.

시대가 다르고, 배경이 다르더라도, 이것은 오늘날 우리의 이야기가 됩니다. 미래의 어느 순간에, 나와 한 시기를 공유했던 사람들은 지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저를 포함한 여성들이 은희경 소설에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 그녀가 작가로서 무한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녀의 소설은 세심한 관찰과 심리묘사, 완벽한 구성으로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있으며 경쾌하고 밝은 문체, 소설적 반전, 농담과 해학으로 순간순간 즐거움을 줍니다. 또한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탈의 시도가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므로 무엇보다 소설 읽는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벌써부터 그녀의 다음작품이 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기계발서, 경제경영서만 읽기에도 바쁜 시대가 되었습니다. 소설이나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사치에 지나지 않는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문학작품(소설)을 계속 읽게 되는 이유는 소설은 실패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인간이란 시키는 대로만 정해진 대로만 사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불편한 질문들을 통해 조금 다르게 살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일이겠죠. 늘 정답이라 여겼던 것을 조금 다른 입장에서 보게 되고 이를 통해 삶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것이 계속 소설을 펼치게 하는 이유가 되는 듯 합니다.

며칠 사이 깨친 사실이지만 공동생활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고립이었다. 정보를 얻지 못하면 뒤처지고 다수에 끼지 못하면 손해를 봤다. 이곳은 숨을 곳이 없는 공동 공간이었다. 그런 점에서 고립은 차별보다 더 눈에 띄었다.
- P47

약점이 있는 사람은 세상을 감지하는 더듬이 하나를 더 가진다. 약점은 연약한 부분이라 당연히 상처 입기 쉽다. 상처받는 부위가 예민해지고 거기에서 방어를 위한 촉수가 뻗어 나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약점이 어떻게 취급당하는가를 통해 세상을 읽는 영역이 있다. 약점이 세상을 정찰하기 위한 레이더가 되는 셈이다.
- P112

약점을 숨기려는 것이 회피의 방편이 되었고 결국 그것이 태도가 되어 내 삶을 끌고 갔다. 내 삶은 냉소의 무력함과 자기 위안의 메커니즘 속에서 굴러갔다.
- P181

시간이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곁을 스쳐 가며 갖가지 슬픔과 기쁨의 무늬를 새기지만 결국은 모두를 소멸로 이끄니까.
- P199

기숙사는 거대한 깔때기처럼 이야기가 모이고 섞인 뒤 흐름을 만드는 곳이었다. 모두가 공동 관심사를 가진 청춘의 밀집 지역인 데다 저녁 9시 이후에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한 공간에 있으며 언제든지 서로 찾아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출신지와 같은 과와 같은 고교 출신과 같은 방끼리 말이 넘나들다 보면 수많은 교집합이 생긴다. 이야기는 서로 뒤섞이고 보완되면서 빠르게 공유의 물살을 타고 흘러갔다.
- P217

훈육과 세뇌에는 탈출구가 없다.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뀔 수도 없으며, 끝없이 반복되는 그 틀의 궤적에 부딪히고 상처입고 위축되며 계속해서 눈치껏 나를 속이며 살아야 하는 걸까.
- P245

젊고 희로애락이 선명하고 새로 시작하는 일도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의 인생이 더 나았을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욕망이나 가능성의 크기에 따라 다른 계량 도구를 들고 있었을 뿐 살아오는 동안 지녔던 고독과 가난의 수치는 비슷할지도 모른다. 일생을 그것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해도 나에게만 유독 빛이 들지 않았다고 생각할 만큼 내 인생이 나빴던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제 세상이 뭔가 잘못됐다면 그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으려 했던 나의 수긍과 방관의 몫도 있다는 것을 알 나이가 되었다.
- P278

짓궂은 운명에 휘둘린 게 아니라 회피라는 선택의 한 기착점이었을 뿐이었다.
- P300

김희진은 여전히 욕망과 그 박탈에 예민했고 깨어지는 순간에도 소란스럽게 남에게 고통을 전시하며 에너지를 얻었다.
그리고 잊혀져가는 소설가가 된 김희진(꼭 성을 붙여서 불러줘야 주인공과의 관계가 명확해진다)이 붙들려고 하는 그때 그 시간, 자기만의 장면들은 나ㅡ김유경이 기억하는 파편들의 틈새를 메워주는가, 아니면 깨트리고 벌어지게 만드는가.
- P325

그런 식으로 자신의 사는 모습을 드러내 모이며 살 수 있는 사람은 소수였다. 안 보이는 대다수는 어딘가에서 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자기 몫의 삶을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오래전 국사 강사의 말을 조금 바꿔보자면 행동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불만스러운 세상에 적응하려고 애쓰면서 말이다. 나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 P331

인간들은 다 자기를 주인공으로 편집해서 기억하는 법이거든.
- P333

기억이란 다른 사람의 기억을 만나 차이라는 새로움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한 사람의 기억도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차이 나는 것만이 반복되어 돌아온다"라는 말처럼.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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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탕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7
이승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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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증에 고통받던 한중수는 ‘아무 계획도 없이 낯선 곳을 향해 훌쩍 떠나라’는 정신과 의사 J의 조언에 형기를 마친 듯이 진짜로 떠납니다. 유년 시절 소설 ‘모비 딕’ 미쳐 바다를 떠돌다 배가 정박한 항구 캉탕에 ‘피쿼드’란 이름의 선술집을 열고 정착해버린, J의 외삼촌 거주지 캉탕에 한중수는 도착합니다. 한중수와 J의 외삼촌 ‘핍’, 그리고 실패를 글로 쓰는 선교사 타나엘이 캉탕에서 이야기는 펼쳐집니다.

홀수 장은 3인칭으로, 짝수 장은 1인칭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 독특한 구성이었습니다.

한중수는 캉탕에서 오로지 걷고 보고 쓰는 것 이외에는 다른 일을 하지 않습니다. 걷다가 본 것들을 습니다. 쓰는 행위는 단순히 언어로 표현하는 것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말하여 지는 것에 말할 수 있는 것도 쓰는 행위가 됩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고통과 과거를 묻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인물들은 모두 우리와 닮아 있습니다. 독자들은 절망 속에서 좌절하는 인물, 그런데도 다시 일어나는 인물 등 많은 인물들 속에서 자신과 닮은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결국에는 그 인물을 위로합니다. 그 인물을 위로하는 동시에 독자자신도 위로하게 됩니다.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한 작가는 그동안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인간의 양면성을 냉철히 분석하는 글을 써왔습니다. 이번 작품도 그런 작가의 세계관이 분명하게 투영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부재하게 했거나 부재 상태로 놔둔 세 인물은 언어를 잃어버리려 캉탕에 모이지만, 결국 저자는 자기 언어를 복원하며 상실을 견디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바다 자체가 거대한 배인 사람에겐 삶이 곧 여행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듯합니다.

 

나는 아무 데도 갈 곳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데도 갈 수 없었다. 아무 데나 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 데도 갈 수 없다. 아무 데나 갈 수 있는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이 아니라 무능한 사람이다. 허용된 것이 아니라 내버려두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 P18

정차할 때까지는 이 세상에서 내리지 않는다.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바다는, 이 세상은 어디로 가는 중일까?
- P27

낯선 언어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것은 자기를 객체로, 남으로, 낯선 이로 만드는 것과 같다. 그것은 있던, 익숙한 세계로부터 자기를 숨기는 행위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기를 숨기는 행위이기도 하다.
- P66

우리가 걸어서 거기에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걸으면, 걸은 만큼 거기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가 두 다리로 부단히 걸어 그 시간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부단한 걸음에 의해 그 시간이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여섯 시간을 걸었다. 나는 오늘 여섯 시간만큼 나를 밀어낸 것이다.
- P134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 무슨 일이든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다. 무슨 일이든 일어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안에 있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것이 또 인생이다.
- P192

핍은 『모비 딕』에 나오는 겁쟁이 흑인 소년의 이름이다. 손을 삐어서 노를 저을 수 없게 된 노잡이를 대신하여 보트에 탄 그는 고래를 쫓던 도중 바다에 빠진다. 그런 일이 전에도 있었기 때문에, 물에 빠진 그를 구하느라 다시 또 고래 잡는 걸 포기하고 싶지 않은 그의 상사는 그를 구해주지 않는다. 보트는 그를 물속에 내버려두고 달린다. 불쌍한 핍은 무정하고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허우적거린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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