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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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식물에 관한 스토리입니다.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 등 13가지 식물들이 나옵니다.

p12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위대한 식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 식물들은 어떻게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오늘의 세계지도를 만들었을까? 물론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식물들 하나하나가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평범한 식물들이 인류 역사의 큰 흐름을 만들고 바꿀 수 있었던 까닭은 '후추'처럼 특정 시대마다 특정 식물에 인간의 들끓는 욕망이 모이고 강하게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으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의외의 즐거움과 인문학적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감자

감자는 안데스 지역에서 유럽에 전파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요리법을 몰라 악마의 작물로 불리기도 했지만 결국 유럽의 식량문제를 해결해 줬을 뿐만 아니라 돼지들의 먹이문제도 해결하면서 다양한 돼지이용 상품들이 유럽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유럽의 인구가 크게 증가하였고, 인구의 증가는 노동력의 증가로 결과적으로는 산업혁명을 통한 유럽의 공업화를 이끌었습니다.

반면 감자를 주산업으로 하던 19세기 아일랜드에서는 감자역병으로 인해 대기근이 닥쳤고, 기근을 피하기 위해 400만명의 국민들이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은 미국의 성장과 세계패권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p26 베르사유의 장미는 프랑스 혁명을 그린 만화이다. 이 만화는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궁전에 핀 고고한 장미 한 송이에 비유했다. 하지만 왕비가 실제로 사랑한 꽃은 만화 제목에 있는 장미가 아니었다. 흥미롭게도 그녀가 사랑한 꽃은 감자꽃이었다. 고귀한 왕비 신분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왜 장미나 백합같은 화려한 꽃이 아니라 감자꽃을 사랑했을까?

p31 서양인들은 흔히 성서가 언급하지 않는 식물을 사악한 존재로 여겨 꺼리고 피했다. 그런 이유로 감자는 결국 한동안 ‘악마의 식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후추

육식 중심의 유럽에서는 고기가 중요한 식량이었으나 부패가 쉬워 오래 보존하기 어려웠습니다. 후추는 소금에 절이거나 말리는 등 여러 방식으로 저장된 고기를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마법사였습니다.

한 상류층이 지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해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추를 확보하는 것은 막대한 이익과도 결부되었습니다.

후추는 아열대 식물로 인도에서만 재배되었으므로 멀고 험한 육로를 상인들이 걷고 걸어 유럽에 들여왔습니다. 포르투갈, 스페인 등이 육로가 아닌 해로를 개척해 인도에서 후추를 대량으로 들여올 궁리를 했는데 콜럼부스도 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포르투갈은 후추와 같은 향신료무역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축적하게 되었고,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해상무역에 뛰어들면서 대교역(대항해)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p76 향신료가 있다면 고기를 어느 정도 양호한 상태로 보존할 수 있었다. 조금 과장하면 향신료는 '언제나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해주고 풍요로운 식생활을 구현해주는 마법의 약이었다

p90 사치스러운 식생활을 즐긴 귀족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귀족이나 상류층에서 후추의 인기가 치솟은 것은 실용적인 목적보다 자신의 높은 지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성이 컸다. 이것은 설탕이 귀하던 시절 사람들이 설탕을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겼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양파

중앙아시아에서 기원한 양파는 중세유럽에서는 드라큘라, 마녀 퇴치용 등으로 사용하는데 그쳤으나 이집트 등에서는 피라미드 건설현장 인부들의 보양강장제로 쓰이는 등 에너지원으로서 인정받았습니다.

p129 양파를 세로 방향으로 반으로 자르면 가장 안쪽에 '심' 같은 게 들어 있는데, 그 부분이 바로 양파의 줄기다. 그 줄기에서 차곡차곡 포개지며 잎이 나온 것이다. 양파는 건조지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 잎 부분을 두툼하게 만들어 영양분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마트에서 사다 반찬으로 해 먹고 즙을 짜서 먹는 양파는 줄기와 잎으로 구성된 먹을거리인 셈이다

*차

산업혁명시기 공장 노동자들은 홍차에 열광했습니다. 끓이기 쉬운데다 항균성이 있고, 카페인은 졸음을 쫓아 머리를 맑게 해주었습니다. 영국은 식민지였던 미국에 홍차를 비싼 값에 팔아 또 다른 식민지 개척 비용으로 충당했습니다. 그러자 미국인들이 네덜란드에서 홍차를 싼 값에 밀수를 했는데 영국이 이를 강력하게 단속하자 미국인들이 보스턴 항구의 영국 상선을 기습해 차를 모두 바다에 버리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른바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이다. 이 충돌이 결국 1775년 미국의 독립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영국(서양)과 청나라(동양)가 정면으로 맞붙었던 1840년 ‘아편전쟁’도 홍차가 원인이었습니다.

*사탕수수

사탕수수(설탕)은 인도에서 십자군 원정대를 통해 유럽에 전파되었습니다. 인류의 필수품인 당분은 설탕을 통해서 섭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설탕은 사탕수수를 통해 추출하게 됩니다. 특히 홍차의 유행으로 유럽에서의 설탕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목화

인도에서 영국으로 유입된 목화는 유럽에서의 면직산업을 발전시키게 되었습니다. 면직산업의 발전을 위해 증기기관을 이용한 산업화가 진행되었고, 이것은 결국 산업혁명이라는 인류사의 대전환기를 촉발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도산 면화가 부족하게 되면서 미국에서의 목화산업이 도입되고 폭발적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목화산업 발전은 역시나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아프리카노예무역은 더 성행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콩

콩(대두)은 동아시아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전파되었습니다. 대공황을 거치면서 값비싼 옥수수 식용유의 수요가 감소하고 대신 가격이 저렴한 대두식용유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미국은 대두산업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식물과 그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이런 테마의 책을 만났었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재미없게 무조건 외우기만 하고 시험끝나면 머리속에서 깨끗하게 사라지던 지리, 세계사의 내용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어, 지식이 한뼘정도 자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p284 만약 지구 밖에서 온 생명체가 지구를 관찰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의 눈에 비친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는 누구일까? 어쩌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식물'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한발 더 나아가 그 외계인은 인류를 '지배자인 식물의 시중을 드는 가엾은 노예'로 자신의 별에 보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이 당신의 통념을 깨고 사고의 틀을 넓히는 유용한 도구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세계사는 반드시 알아야할 필수 지식입니다. 세계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가 아닌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식물들에 대한 지식은 현재의 우리에게 유용한 것들입니다. 세계사에 대해 알고 싶지만 방대한 양에 시작하기가 두려운 사람들, 쉽게 기억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우리 몸이 캡사이신의 독성을 중화해서 배출하려고 다양한 기능을 총동원하면 순간적으로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갑작스러운 캡사이신의 침투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한 뇌는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을 배출한다. 다시 말해 캡사이신으로 통각자극을 받은 뇌가 몸이 고통을 느끼는 것을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판단해 완화하려고 앤도르핀을 분비하는 것이다.
- P110

당나라 시대의 어느 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첫 모금은 목과 입을 넉넉히 적시고, 두 번째 모금은 외로움을 말끔히 녹여주고, 세 번째 모금은 시심을 깨워주고, 네 번째 모금과 다섯 번째 모금은 일상의 불평불만을 깨끗이 씻어내 주고 몸을 정화해준다. 그리고 여섯 번째 모금을 마시면 신선의 경지에서 노닐게 된다."
- P134

문 뒤에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 씨앗은 인간에게 식량이 되어준다. 그리고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작물의 밑동에서 씨앗을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심으면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성질을 지닌 밀을 얻는 길이 열린다. 이는 운이 따라준다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농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P207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문명에 힘입어 작물이 발달했을까, 아니면 작물이 문명 발달에 기여했을까?’ 단언할 수는 없다. 여하튼 분명한 것은 세계 문명의 기원이 작물의 존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 P268

인류에게 식물은 어떤 존재일까? 인간은 언제나 식물을 자기 욕망을 충족하는 도구로 여기며 이용해왔다. 동물처럼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거부하지 못하며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살아야 했다.... 과연 식물은 인류에게 이용당하는 피해자로만 살아왔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 번쯤 식물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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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 욕망과 결핍, 상처와 치유에 관한 불륜의 심리학
에스터 페렐 지음, 김하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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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배우자가 생긴 순간부터 생기는 의무가 있습니다. 바로 ‘정조의 의무’입니다.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는 성적 순결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말합니다. 그런데도 많은 이가 잘못된 사랑에 빠져 배우자의 가슴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왜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금지된 유혹에 빠지고 마는 것일까요? 요즘 방송되고 있는 ‘부부의 세계’는 불편한 소재이지만 이런 면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계적인 심리치료사인 저자 에스터 페렐은 가장 독창적인 시선으로 현대인들의 인간관계를 통찰하는 인물로 꼽힙니다. 저자는 외도로 인해 결혼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커플들이 서로의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함께 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지난 10년간은 외도로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과 상담을 진행하며 이 주제에 몰두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그녀에게 찾아와 문제를 털어놓고 치유를 모색한 내담자들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책의 구성은 4부로 나뉘는데 1부는 불륜의 정의와 경계, 역사와 문화의 맥락, 오늘날 관계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하는 서두입니다. 2부는 바로 본론에 들어가서 불륜이 드러난 이후 관계에 닥치는 위기와 감정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다룹니다. 3부에서는 다시 본질로 돌아가 사람들이 왜 바람을 피우며 무엇을 얻는지, 그 의미와 동기에 관해 파헤칩니다. 마지막 4부에서는 살짝 도발적이게도 폴리아모리를 비롯해 오늘날 등장하는 새로운 관계의 형태를 들여다봅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는 이 책의 저자가 하는 일인 불륜으로 상처 받은 사람들을 만나는 심리치료자의 입장에서 지켜보았던 '외도가 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 혹은 불륜을 딛고 앞으로 다시금 나아가고자 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에서의 '관계회복'의 문제를 다룹니다.

불륜의 이면-외도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으며 외도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가져오는지-을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불륜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했다고 불륜의 합리화나 어쩔 수 없는 심리학적 요인으로 합리화하는 책은 아닙니다. 또한, 외도를 막고자 하는 지침서나 극복하기 위한 치유서도 아닙니다.

불륜은 한 사람의 세계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관계와 행복, 정체성을 전부 앗아갈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기대 수명, 간통죄 폐지 등 사회적인 요인 또한 불륜의 가능성을 높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외도란 없습니다. 그러나, 바람이라고 부르지만 그 상처는 바람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몹시 치명적이지만 늘 터부시되고 금지된 ‘불륜’에 대해, 한때 지나가는 바람이 아닌 현실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왜 외도가 발생했고 외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과정일 될 것입니다.

불륜을 그냥 나쁘다고만 비판할 게 아니라 어떻게 일어나고 어떤 상처와 치유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는지 다수의 경험을 들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남자는 친밀한 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지루함 때문에 바람피우고, 여자는 친밀한 관계에 대한 갈망과 외로움 때문에 바람을 피운다.
- P24

사람들은 대개 외도를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트라우마로 여긴다. 실제로 어떤 외도는 관계에 치명적 타격을 입힌다. 하지만 어떤 외도는 꼭 필요했던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외도는 마음을 갈가리 찢어 놓지만 상처는 치유될 수 있다. 외도는 커플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 P27

외도는 섹스보다는 욕망에 관한 문제일 때가 많다.
- P54

개인주의 사회는 이상한 모순을 낳는다. 서로 간의 신의가 더욱 필요해지는 동시에 불륜의 매력 또한 더욱 강렬해진다. 감정적으로 파트너에게 크게 의존하는 시대에 외도는 전례 없는 파괴력을 갖는다. 하지만 개인의 성취를 강조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약속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문화에서 바람 피우고 싶은 충동 또한 전례 없이 커진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람을 많이 피우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가차 없이 불륜을 비난한다
- P86

외도는 우리의 심리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과거의 기억에 직격탄을 날린다. 외도는 커플의 희망과 미래 계획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둘의 역사에 물음표를 찍기도 한다 확신 속에서 과거를 돌아볼 수 없고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도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심리학다 피터 프랭켈은 "배신당한 파트너는 끝없이 이어지는 충격적 사실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현재에 갇혀 버린다"라고 강조한다
- P101

에우피리데스, 오비디우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레프 톨스토이, 마르셀 푸르스트, 귀스타브 플로베르, 스탕달, D.H, 로런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마거릿 애트우드. 셀 수 없이 많은 문학의 거장이 불륜이라는 주제를 깊이 파고들었다.
- P141

똑같이 잘못을 저지르면 바람피운 파트너를 더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정의를 판단하는 자기만의 저울을 갖고 있어서, 자신이 당한 일이 자신이 저지른 짓보다 훨씬 나쁘다고 확신한다.
- P176

외도에는 가슴 아픈 아이러니가 있다. 바로 가장 소중한 것에 반기를 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겪는 이 고충은 우리 내면의 실존적 갈등을 보여준다. 우리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원하며, 이 2가지 속성은 우리가 한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도록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움과 다양성 또한 즐긴다. 정신분석가 스티븐 미첼이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우리는 안정을 갈구하는 ‘동시에‘ 모험을 갈구한다. 하지만 이 2가지 기본 욕구는 완전히 다른 동기에서 나오며, 한평생 우리를 정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긴다.
- P259

남성과 여성 모두 거부된 욕망이 그들을 잘못된 침대로 이끌었을 때 상담실을 찾아온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래된 이름표를 붙여 버린다면(남자는 사기꾼이자 섹스 중독자고, 여성은 외로움을 타고 늘 사랑에 목마르다), 이들의 진짜 동기와 갈망은 더 깊은 곳으로 숨어 들어갈 수 있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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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몸에 밴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심리학
다미 샤르프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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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 시절의 일들은 보통 잊혀 지거나, 미화되는 것으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깊이는 기억의 공간 이상으로 깊습니다. 살아가며 기억할 것들이 많기에 자리를 내줄 뿐, 상처들은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바닥에 침잠하여 감정으로, 생각으로, 행동으로 삶에 영향을 미친다. 더군다나 그 상처가 생존을 위협하고, 살아가는 것조차 두렵게 만들 정도였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어린 시절 기억을 전부 생각해낼 수는 없지만,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몇몇 기억이 있을 겁니다. 특히 힘들고 두려웠던 일일수록 더 잘 기억나기 마련입니죠. 어린 시절 겪는 힘든 일들은 아이들로 하여금 정신적인 상처를 받게 만듭니다.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극심한 심리적 외상을 입는 것입니다. 여기서 트라우마는 시험에서 낙제하거나, 운동경기에서 졌을 때 경험하는 정도의 수준이 아닙니다.

p24 트라우마는 일반적인 슬픔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즉,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어른들에 의한 학대와 방치, 무관심, 정신적인 문제가 있거나 알코올·약물에 의존하는 부모에게서 자라는 것처럼 극심한 위협들입니다. 이러한 위협에 맞닥뜨렸을 때 입는 심리적 외상은 전 인생에 걸쳐 영향을 줍니다.

이 책의 저자는 32년 동안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로 활동한 독일의 심리치료사, 다미 샤르프는 평생 동안 이 질문에 대한 임상 치료와 연구를 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몸’이 그 사람의 과거 비밀을 푸는 열쇠일 뿐만 아니라 해결사 역할까지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느낌, 감정뿐 아니라 사고방식과 삶 자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정신’이 아니라 ‘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경험들도 생애 초기 몸과 뇌의 구조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서 지금도 우리 삶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 발달 단계에서 거치는 인생 과제를 저자는 총 5가지로 분류합니다.

1. 나는 안전한가?

2. 나는 내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가?

3. 나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들이는가?

4. 나에게는 '자기효능감'이 있는가?

5. 나는 사랑과 성에 관대한가?

저자에 따르면 각 단계에서 인생과제에 긍정적인 경험을 하지 못하고 그것이 좌절되게 되면 '발달 트라우마'가 되어 이후 삶에 여러 제약이 생기게 된다고 합니다.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면 다섯 가지의 인생 과제에 대해 질문하고 긍정적인 답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자기객관화, 타인과의 교류(스킨십) 등을 통해 제대로 나(의 몸)를 발견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몸이 곧 나다'라는 것입니다. 몸이 감정뿐 아니라 생각까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몸 안에는 억압된 상처들이 들어있고, 어린 시절부터 축적되어 온 감정과 행동이 우리 몸의 일부가 됩니다.

p193 과거의 방식을 ‘금지’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새로운 말과 행동 방식을 개발해서 반복하고 결국은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점점 쌓여갈 때 다른 나로 바꿔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자신의 행동 패턴이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책을 읽고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그때의 두려움으로 눈물짓는 이가 있다면, 그때의 그(녀)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이제는 괜찮단다. 지금의 너는 너로서 충분하단다. 그리고, 그 아픔들은 결코 너의 잘못이 아니었단다."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 떠올리기조차 두려운 그때에 머무르며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 아이가 있으신가요? 조용히 어른이 된 지금의 모습으로 그 옆에 앉아 어깨를 다독여 주시길 바래봅니다.

상처는 과거에 벌어진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과 통합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좋은 경험을 만들어서 옛 상처가 더는 지금의 삶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유대감을 만드는 것이다.
- P12

몸 안에 억압된 상처들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해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심리치료는 부족한 능력을 습득하거나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내적 체험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의식적 경험을 통해 가능하다.
- P50

긴장 상태가 만성화되면 시간이 갈수록 몸의 자세가 굳어지고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 P52

만약 임신, 분만, 직후의 시간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면 이 경험들은 결핍감을 낳는다. 외로움, 단절, 무의미, 무가치 등의 감정이 생겨난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평생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세상이 낯설다는 느낌을 안고 살아간다. 환영받지 못한 기억이 불안감을 남긴 것이다
- P61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갖고 있는 것에 행복을 느끼면서 자기 자신을 잘 돌보고 배우는 것이다. 중독은 대부분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모호한 갈망을 만났을 때 나타난다. 완전한 내면의 만족과 충족을 갈망했을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고통을 없애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 P92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과거의 일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각하고 새로운 행동을 마련해서 다른 나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공적인 통합의 과정이다
- P128

모든 감정은 몸의 감각을 해석하면서 비롯된다. 그런데 몸의 감각은 지속되면 무뎌진다는 특징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도 견딜 만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몸의 감각은 발달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렇기 때문에 무뎌진 신체 감각을 다시 느끼는 것은 쉬우면서도 쉽지가 않다. 있는 그대로 신체 감각을 느끼고 그에 따르는 감정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 P169

우리의 뇌는 우리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의식을 통해 해석과정을 거친다. 이미 저장되어 있는 것들을 통해 해석하기에 새롭거나 다르거나 거슬리는 정보는 놓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로 심리치료는 자신의 몸을 지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몸을 더 잘 느끼고 감정 아래에 있는 감각의 영역에 이르는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 P190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관계를 느끼는 것이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임을 느끼지 못하면 삶의 의미를 잃고 만다.
- P211

이것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나 자신에게는 ‘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말이다. 경계선을 긋지 못하고 모든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예‘라고만 하면 결국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적절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한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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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 - 제2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화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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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과, 최근 이슈가 되는 여성혐오와 같은 민감한 소재를 다룬 작품입니다. 주인공 진아는 데이트 폭력과 관련한 재판에서 승소하고 자신이 겪은 일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주목과 응원을 받지만, 직장 동료 여성이 반박글을 올리면서 평판이 망가집니다. 그는 어느날 트위터에서 자신에 관한 이상한 글을 발견하고 대학 시절 친구 유리와 수진을 떠올리며, 그 글을 쓴 사람을 찾아 고향 안진으로 갑니다.

데이트 폭력, 사제 간의 성추행, 강간 등 여러 성폭력을 당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야기는 등장인물 간의 관계와 그들의 상처에 집중합니다. 등장하는 주인공은 직장상사이기도 한 남자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합니다. 주인공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맞아, 나는 그런 인간이야. 그래서 그가 나를 때린 거야’라고 자기 자신을 혐오합니다.

데이트 폭력과 온라인 댓글 테러로 상처입은 진아. 누구보다 사랑을 갈망했지만 무시당하고 이용당했던 유리. 성폭행으로 임신하고 아기를 지워야만 했던 수진. 그녀들을 이용하고 상처입혔으나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는 가해자들. 그들의 관계를 각자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폭력을 당하고 싸워야 했으나 싸우지 못한 기억은 결국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하고 병들게 만듭니다.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고 우습게 볼 수 없는 사람, 상처받지 않고 절대 강간당하지 않는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한 인물들의 모습은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성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소설 속의 그들과 진정 다른 사람일까요?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우리가 잊었다고 믿고 있던 불편한 진실에 대면하게 합니다. 그 진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있어왔고, 어쩌면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이야기입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진아와 수진, 유리와 이영을 이해하게 될 때, 더 이상 ‘다른 사람’일 수가 없게 됩니다. 이제 이 이야기는 주인공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야기를 끝낼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각자의 기억과 심리에 대해 잘 표현해서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책표지가 거꾸로 되어 있는 것이 독특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가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듯 했습니다.

 

댓글 중 그런 말이 있었다. 겨우 그 정도 표현에 자신을 잃어버리는 여자는 한심하다고 다들 이렇게 스스로에게 계속 확신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언젠가 예상치 못한 일을 마주한 순간, 더 쉽게 와르르 무너질 테니
- P19

본질을 감추고 외피를 만드는 데 언어만큼 적당한 건 없다
- P105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뭔가를 잘못한 것 같죠? 아이를 지웠기 때문인가요? 그런데 그게 정말 아이였나요?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생긴 세포를 반드시 아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나는요? 내 인생은요? 내 몸은요? 당신들은 어떤가요.
기사에는 어떤 대답도 나와 있지 않았다.
- P204

그래서 소설을 읽었다. 소설에는 많은 여자들이 있었다. 맨정신으로 원하지 않은 일을 당한 여자들도 있었고, 의식을 잃은 여자들도 있었다. 수진처럼 있었던 일을 없었던 것으로 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어떻게든 그걸 극복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도 있었다. 만일 수기나 인터뷰였다면 수진은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경험의 목소리를 읽는 건 겁이 났다. 만들어진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건 편했다. 누구도 그녀가 무엇을 읽는지 눈치 재지 못했다. 수업 시간에는 소설을 거대한 담론과 목표에 연결 지어서 이야기했지만 수진은 그런 것 따위 관심 없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중요했다. 오직 한 사람의 목소리. 자신만의 이야기. 그곳의 분노는 수진에게 위로였고 증오는 기쁨이었다. 그녀는 ‘매리앤‘들을 읽을 때 편안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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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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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개구장이처럼 할머니를 부른다는 것이 어쩌면 더 이상 흥분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할머니’를 정겹게, 그리고 자주 불러보고 싶습니다.

저마다 할머니에 대한 제각각의 추억들을 갖고 있겠지만 ‘할머니’에 깃든 모두에게 공통된 정서는 아마도 ‘여유로움’ 아닐까 싶습니다. 떡 한 번 하더라도 엄마가 하면 딱 우리 식구 먹을 만큼만 하고 말지만 할머니가 했다 하면 온동네 잔치가 벌어지곤 하던 것처럼, 엄마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삶에 대한 여유와 넉넉함이 할머니에게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의 존재는 참으로 크고 공고했으며 무한한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매년 명절이면 할머니는 십여명이나 되는 손자 손녀들의 세뱃돈과 설빔까지 일일이 챙기시곤 했습니다.

이 책은 여성 작가 6명이 '할머니'를 주제로 쓴 단편소설집입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저마다의 고유한 감각과 개성이 드러나있습니다. 때로는 대담함으로, 때로는 섬세함으로 나타납니다.

어제꾼 꿈

할머니는 남편의 제삿날에도 연락하지 않는 자식들에게 서운해 하면서도 손주가 태어나면 구연동화를 해주는 좋은 할머니가 되기를 빌어봅니다.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일상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위로해주는 듯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좋았습니다.

p33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빌었어. 손주가 태어나면 구연동화도 해주겠다고 지후가 올해 주문이 성공하면 내년에도 같이 하자고 말해서 나는 그러자고 했다

흑설탕 캔디

젊었을 때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할머니의 고독과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감정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마치 카메라로 사진을 찍듯이 생생하게 포착해내는 문체가 돋보였습니다.

p67 하지만 할머니는 이제 알았다. 퇴화하는 것은 육체뿐이라는 사실을.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어김없이 인간이 평생 지은 죄를 벌하기 위해 신이 인간을 늙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선베드

요양원에 입원한 할머니가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혼자 남겨질 노년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위대한 유산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집을 둘러싸고 겪게 되는 사건이 주된 내용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품위와 긍지를 잃지 않는 여성상을 잘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화자가 3인칭 시점으로, 다소 복잡한 구성을 편안한 문장으로 그려낸 것이 돋보였습니다.

11월행

할머니, 딸, 손녀딸 3대가 템플스테이를 하는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불교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리아드네 정원

멀지 않은 미래의 노인 문제와 세대 갈등, 이민자 문제 등을 꼬집고 있는 듯 했습니다. 우리도 곧 겪게 될 고령화 사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p199 오늘의 다음 날은 두근거리는 미지의 내일이었다. 노년은 하물며 떠올려볼 수조차 없었다

부모도 모두 아이들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상황이 힘들어서, 아니면 그 순간 아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혼내거나 화를 냅니다. 그러나 할머니의 사랑은 조금 더 여유가 있는 듯 합니다. 아마도 삶의 연륜에서 나오는 여유인 것 같습니다.

신이 모든 사람들 돌보지 못해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머니 위에 또 하나의 어머니, 할머니들 또한 신의 보살핌으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십니다.

소설 속의 할머니들도 그랬고, 제 기억 속에 떠오르는 할머니의 모습도 그랬습니다.

애지중지 사랑을 쏟아 주셨던 나의 할머니는 그리움만 남겨둔 채 60세를 넘기지 못하시고 먼길을 떠나셨습니다. 이제 어머니가 할머니의 자리를 물려 받으셨고. 또 그 빈자리는 제가 채우게 되겠지요.

저도 할머니처럼 살다가고 싶습니다. 자녀와 손자들에게 제게 기억되었던 그 할머니로 저도 남고 싶습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할머니는 나를 맡아 키우는 걸 기꺼이 선택했을까? 나를 사랑하긴 할까? 아니면 그저 책임감을 느끼는 걸까? 할머니는 나랑 사는 게 좋을까... - P89

그러나 미래는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고, 그 시점에서 돌아보는 과거는 아둔하고 순진해 보일 뿐이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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