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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8월
평점 :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식물에 관한 스토리입니다.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 등 13가지 식물들이 나옵니다.
p12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위대한 식물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자,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차, 사탕수수, 목화, 밀, 벼, 콩, 옥수수, 튤립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 식물들은 어떻게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오늘의 세계지도를 만들었을까? 물론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식물들 하나하나가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평범한 식물들이 인류 역사의 큰 흐름을 만들고 바꿀 수 있었던 까닭은 '후추'처럼 특정 시대마다 특정 식물에 인간의 들끓는 욕망이 모이고 강하게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으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의외의 즐거움과 인문학적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감자
감자는 안데스 지역에서 유럽에 전파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요리법을 몰라 악마의 작물로 불리기도 했지만 결국 유럽의 식량문제를 해결해 줬을 뿐만 아니라 돼지들의 먹이문제도 해결하면서 다양한 돼지이용 상품들이 유럽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유럽의 인구가 크게 증가하였고, 인구의 증가는 노동력의 증가로 결과적으로는 산업혁명을 통한 유럽의 공업화를 이끌었습니다.
반면 감자를 주산업으로 하던 19세기 아일랜드에서는 감자역병으로 인해 대기근이 닥쳤고, 기근을 피하기 위해 400만명의 국민들이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은 미국의 성장과 세계패권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p26 베르사유의 장미는 프랑스 혁명을 그린 만화이다. 이 만화는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궁전에 핀 고고한 장미 한 송이에 비유했다. 하지만 왕비가 실제로 사랑한 꽃은 만화 제목에 있는 장미가 아니었다. 흥미롭게도 그녀가 사랑한 꽃은 감자꽃이었다. 고귀한 왕비 신분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왜 장미나 백합같은 화려한 꽃이 아니라 감자꽃을 사랑했을까?
p31 서양인들은 흔히 성서가 언급하지 않는 식물을 사악한 존재로 여겨 꺼리고 피했다. 그런 이유로 감자는 결국 한동안 ‘악마의 식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다
*후추
육식 중심의 유럽에서는 고기가 중요한 식량이었으나 부패가 쉬워 오래 보존하기 어려웠습니다. 후추는 소금에 절이거나 말리는 등 여러 방식으로 저장된 고기를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마법사였습니다.
한 상류층이 지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해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추를 확보하는 것은 막대한 이익과도 결부되었습니다.
후추는 아열대 식물로 인도에서만 재배되었으므로 멀고 험한 육로를 상인들이 걷고 걸어 유럽에 들여왔습니다. 포르투갈, 스페인 등이 육로가 아닌 해로를 개척해 인도에서 후추를 대량으로 들여올 궁리를 했는데 콜럼부스도 그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결국 포르투갈은 후추와 같은 향신료무역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축적하게 되었고,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해상무역에 뛰어들면서 대교역(대항해)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p76 향신료가 있다면 고기를 어느 정도 양호한 상태로 보존할 수 있었다. 조금 과장하면 향신료는 '언제나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해주고 풍요로운 식생활을 구현해주는 마법의 약이었다
p90 사치스러운 식생활을 즐긴 귀족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귀족이나 상류층에서 후추의 인기가 치솟은 것은 실용적인 목적보다 자신의 높은 지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성이 컸다. 이것은 설탕이 귀하던 시절 사람들이 설탕을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겼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양파
중앙아시아에서 기원한 양파는 중세유럽에서는 드라큘라, 마녀 퇴치용 등으로 사용하는데 그쳤으나 이집트 등에서는 피라미드 건설현장 인부들의 보양강장제로 쓰이는 등 에너지원으로서 인정받았습니다.
p129 양파를 세로 방향으로 반으로 자르면 가장 안쪽에 '심' 같은 게 들어 있는데, 그 부분이 바로 양파의 줄기다. 그 줄기에서 차곡차곡 포개지며 잎이 나온 것이다. 양파는 건조지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 잎 부분을 두툼하게 만들어 영양분을 저장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마트에서 사다 반찬으로 해 먹고 즙을 짜서 먹는 양파는 줄기와 잎으로 구성된 먹을거리인 셈이다
*차
산업혁명시기 공장 노동자들은 홍차에 열광했습니다. 끓이기 쉬운데다 항균성이 있고, 카페인은 졸음을 쫓아 머리를 맑게 해주었습니다. 영국은 식민지였던 미국에 홍차를 비싼 값에 팔아 또 다른 식민지 개척 비용으로 충당했습니다. 그러자 미국인들이 네덜란드에서 홍차를 싼 값에 밀수를 했는데 영국이 이를 강력하게 단속하자 미국인들이 보스턴 항구의 영국 상선을 기습해 차를 모두 바다에 버리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른바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이다. 이 충돌이 결국 1775년 미국의 독립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영국(서양)과 청나라(동양)가 정면으로 맞붙었던 1840년 ‘아편전쟁’도 홍차가 원인이었습니다.
*사탕수수
사탕수수(설탕)은 인도에서 십자군 원정대를 통해 유럽에 전파되었습니다. 인류의 필수품인 당분은 설탕을 통해서 섭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설탕은 사탕수수를 통해 추출하게 됩니다. 특히 홍차의 유행으로 유럽에서의 설탕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습니다.
*목화
인도에서 영국으로 유입된 목화는 유럽에서의 면직산업을 발전시키게 되었습니다. 면직산업의 발전을 위해 증기기관을 이용한 산업화가 진행되었고, 이것은 결국 산업혁명이라는 인류사의 대전환기를 촉발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도산 면화가 부족하게 되면서 미국에서의 목화산업이 도입되고 폭발적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목화산업 발전은 역시나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아프리카노예무역은 더 성행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콩
콩(대두)은 동아시아에서 유럽과 미국으로 전파되었습니다. 대공황을 거치면서 값비싼 옥수수 식용유의 수요가 감소하고 대신 가격이 저렴한 대두식용유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미국은 대두산업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식물과 그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이런 테마의 책을 만났었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재미없게 무조건 외우기만 하고 시험끝나면 머리속에서 깨끗하게 사라지던 지리, 세계사의 내용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어, 지식이 한뼘정도 자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p284 만약 지구 밖에서 온 생명체가 지구를 관찰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의 눈에 비친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는 누구일까? 어쩌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식물'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한발 더 나아가 그 외계인은 인류를 '지배자인 식물의 시중을 드는 가엾은 노예'로 자신의 별에 보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이 당신의 통념을 깨고 사고의 틀을 넓히는 유용한 도구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세계사는 반드시 알아야할 필수 지식입니다. 세계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대가 아닌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식물들에 대한 지식은 현재의 우리에게 유용한 것들입니다. 세계사에 대해 알고 싶지만 방대한 양에 시작하기가 두려운 사람들, 쉽게 기억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우리 몸이 캡사이신의 독성을 중화해서 배출하려고 다양한 기능을 총동원하면 순간적으로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갑작스러운 캡사이신의 침투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한 뇌는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을 배출한다. 다시 말해 캡사이신으로 통각자극을 받은 뇌가 몸이 고통을 느끼는 것을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로 판단해 완화하려고 앤도르핀을 분비하는 것이다. - P110
당나라 시대의 어느 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첫 모금은 목과 입을 넉넉히 적시고, 두 번째 모금은 외로움을 말끔히 녹여주고, 세 번째 모금은 시심을 깨워주고, 네 번째 모금과 다섯 번째 모금은 일상의 불평불만을 깨끗이 씻어내 주고 몸을 정화해준다. 그리고 여섯 번째 모금을 마시면 신선의 경지에서 노닐게 된다." - P134
문 뒤에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 씨앗은 인간에게 식량이 되어준다. 그리고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작물의 밑동에서 씨앗을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심으면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성질을 지닌 밀을 얻는 길이 열린다. 이는 운이 따라준다면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농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P207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문명에 힘입어 작물이 발달했을까, 아니면 작물이 문명 발달에 기여했을까?’ 단언할 수는 없다. 여하튼 분명한 것은 세계 문명의 기원이 작물의 존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 P268
인류에게 식물은 어떤 존재일까? 인간은 언제나 식물을 자기 욕망을 충족하는 도구로 여기며 이용해왔다. 동물처럼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거부하지 못하며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살아야 했다.... 과연 식물은 인류에게 이용당하는 피해자로만 살아왔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한 번쯤 식물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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