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몸에 밴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심리학
다미 샤르프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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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 시절의 일들은 보통 잊혀 지거나, 미화되는 것으로 치부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깊이는 기억의 공간 이상으로 깊습니다. 살아가며 기억할 것들이 많기에 자리를 내줄 뿐, 상처들은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바닥에 침잠하여 감정으로, 생각으로, 행동으로 삶에 영향을 미친다. 더군다나 그 상처가 생존을 위협하고, 살아가는 것조차 두렵게 만들 정도였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어린 시절 기억을 전부 생각해낼 수는 없지만,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몇몇 기억이 있을 겁니다. 특히 힘들고 두려웠던 일일수록 더 잘 기억나기 마련입니죠. 어린 시절 겪는 힘든 일들은 아이들로 하여금 정신적인 상처를 받게 만듭니다.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극심한 심리적 외상을 입는 것입니다. 여기서 트라우마는 시험에서 낙제하거나, 운동경기에서 졌을 때 경험하는 정도의 수준이 아닙니다.

p24 트라우마는 일반적인 슬픔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즉,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어른들에 의한 학대와 방치, 무관심, 정신적인 문제가 있거나 알코올·약물에 의존하는 부모에게서 자라는 것처럼 극심한 위협들입니다. 이러한 위협에 맞닥뜨렸을 때 입는 심리적 외상은 전 인생에 걸쳐 영향을 줍니다.

이 책의 저자는 32년 동안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로 활동한 독일의 심리치료사, 다미 샤르프는 평생 동안 이 질문에 대한 임상 치료와 연구를 한 사람입니다. 그녀는 ‘몸’이 그 사람의 과거 비밀을 푸는 열쇠일 뿐만 아니라 해결사 역할까지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느낌, 감정뿐 아니라 사고방식과 삶 자체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정신’이 아니라 ‘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경험들도 생애 초기 몸과 뇌의 구조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서 지금도 우리 삶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 발달 단계에서 거치는 인생 과제를 저자는 총 5가지로 분류합니다.

1. 나는 안전한가?

2. 나는 내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가?

3. 나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들이는가?

4. 나에게는 '자기효능감'이 있는가?

5. 나는 사랑과 성에 관대한가?

저자에 따르면 각 단계에서 인생과제에 긍정적인 경험을 하지 못하고 그것이 좌절되게 되면 '발달 트라우마'가 되어 이후 삶에 여러 제약이 생기게 된다고 합니다.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면 다섯 가지의 인생 과제에 대해 질문하고 긍정적인 답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자기객관화, 타인과의 교류(스킨십) 등을 통해 제대로 나(의 몸)를 발견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몸이 곧 나다'라는 것입니다. 몸이 감정뿐 아니라 생각까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몸 안에는 억압된 상처들이 들어있고, 어린 시절부터 축적되어 온 감정과 행동이 우리 몸의 일부가 됩니다.

p193 과거의 방식을 ‘금지’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새로운 말과 행동 방식을 개발해서 반복하고 결국은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점점 쌓여갈 때 다른 나로 바꿔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자신의 행동 패턴이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책을 읽고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그때의 두려움으로 눈물짓는 이가 있다면, 그때의 그(녀)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이제는 괜찮단다. 지금의 너는 너로서 충분하단다. 그리고, 그 아픔들은 결코 너의 잘못이 아니었단다."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 떠올리기조차 두려운 그때에 머무르며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 아이가 있으신가요? 조용히 어른이 된 지금의 모습으로 그 옆에 앉아 어깨를 다독여 주시길 바래봅니다.

상처는 과거에 벌어진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과 통합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좋은 경험을 만들어서 옛 상처가 더는 지금의 삶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유대감을 만드는 것이다.
- P12

몸 안에 억압된 상처들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해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결국 심리치료는 부족한 능력을 습득하거나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내적 체험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의식적 경험을 통해 가능하다.
- P50

긴장 상태가 만성화되면 시간이 갈수록 몸의 자세가 굳어지고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 P52

만약 임신, 분만, 직후의 시간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면 이 경험들은 결핍감을 낳는다. 외로움, 단절, 무의미, 무가치 등의 감정이 생겨난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평생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세상이 낯설다는 느낌을 안고 살아간다. 환영받지 못한 기억이 불안감을 남긴 것이다
- P61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갖고 있는 것에 행복을 느끼면서 자기 자신을 잘 돌보고 배우는 것이다. 중독은 대부분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모호한 갈망을 만났을 때 나타난다. 완전한 내면의 만족과 충족을 갈망했을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고통을 없애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 P92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과거의 일들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각하고 새로운 행동을 마련해서 다른 나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공적인 통합의 과정이다
- P128

모든 감정은 몸의 감각을 해석하면서 비롯된다. 그런데 몸의 감각은 지속되면 무뎌진다는 특징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도 견딜 만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몸의 감각은 발달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렇기 때문에 무뎌진 신체 감각을 다시 느끼는 것은 쉬우면서도 쉽지가 않다. 있는 그대로 신체 감각을 느끼고 그에 따르는 감정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 P169

우리의 뇌는 우리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의식을 통해 해석과정을 거친다. 이미 저장되어 있는 것들을 통해 해석하기에 새롭거나 다르거나 거슬리는 정보는 놓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로 심리치료는 자신의 몸을 지각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몸을 더 잘 느끼고 감정 아래에 있는 감각의 영역에 이르는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 P190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게 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관계를 느끼는 것이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임을 느끼지 못하면 삶의 의미를 잃고 만다.
- P211

이것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나 자신에게는 ‘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말이다. 경계선을 긋지 못하고 모든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예‘라고만 하면 결국은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적절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한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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