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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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생각합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그러면 잘못된 일들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야 모든 것이 전과 같아질까요? 잘못된 길로 가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한다고 결과가 달라질까요

3년 전 모종의 사건으로 딸을 잃은 우진은 깊은 슬픔에 빠져 간신히 삶을 지탱하던 그는 아내마저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맙니다.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우진은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절망 속에 주저앉지만 그때 그런 그를 붙드는 뭔가를 발견합니다. 누군가 우진에게 남긴 편지 한 장, “진범은 따로 있다”는 단 한 줄의 메모.

삶의 벼랑 끝에서 무너져 내리던 우진은 딸과 아내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풀기 위해 그 한마디를 붙들고 다시 일어납니다.

두명의 남자가 주인공이 되어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두개의 이야기가 다른 시간대에서 각각 사건의 흐름은 진행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두명의 여학생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또다른 두개의 이야기가 진행되어 교차됩니다. 이 4명의 주인공은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만나게 되어 종결을 향해 달려갑니다.

흔히 이 책을 '미스터리 추리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이 책을 잃어서는 이 남자의 진정한 고통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작가도 그런 의도로 독자가 이 책을 읽어주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흡입력이 굉장히 좋았고, 그만큼 가독성도 좋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전개도 굉장히 빠른 편이었고 이야기에 푹 빠져 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슬펐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도 한동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추리, 스릴러물을 기대하셨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을 듯 하지만, 가슴 속에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부성애가 무엇인지, 현재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어주는 책이었습니다. 또, 가족을 잃은 사람의 가슴속 고통이 어떨지, 가족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누가 차마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제게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마 지옥보다 더한 고통과 슬픔이 될 거라고 짐작만 할 뿐입니다.

지구에서 바라보는 별은 오래전에 죽었습니다. 죽음 이후에 반짝이는 그 별의 잔해를 바라보며 우리는 살아야 한다고 이 소설은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곁에 있는 별을 더없이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라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아빠 그거 알아 ? 우리가 보는 저 별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거래 . 그러니까 저 빛은 별의 마지막 인사인 거야
- P8

2014년 12월 22일. 지리산에서 함께 별을 보던 날로부터 931일째 되던 날, 수정은 살해당했다. 열여섯 살의 나이였다.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는 동지. 우진의 인생에서도 가장 어둡고 긴 밤이었다
- P38

가족이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인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앉고, 시간이 지나면 희미한 흔적으로 남는, 언젠가 치유될 수 있는 아픔이 아니다
- P45

눈을 감았다. 이대로 소파 속으로 구겨 들어가 어둠속에 가만히 웅크리고 싶었다. 그곳에서 의식도 없이 며칠, 아니 몇 년 잠들고 싶었다. 지금이라면 몇 년이라도 깨어나지 않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몇 년 뒤 깨어난다고 해서 이 아픔이 가실까?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잠을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53

곁에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하던 가족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경험을 한 뒤로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은 그렇게 한순간이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죽음이란 것이 그림자처럼 우리의 발끝에 달라붙어 있는 존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 P185

거칠게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방패 삼아 엉엉 울었다. 몸은 아이처럼 울고 있는데, 머리속에 그런 자신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자신이 있다.
‘왜 우는 거지? 모든 걸 망친 건 너잖아?‘
- P227

나쁜 짓을 한 놈은 따로 있는데 정작 마음의 짐을 지고 밤마다 잠을 못 이루는 것은 엉뚱한 사람이다. 그 무게를 느껴야 하는 건 기영이나 아내 같은 사람이 아니다. 놈들이 없었다면 기영이나 아내는 자기 울타리 안에서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살고 있을 것이다.
- P238

사람들은 생각한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그러면 잘못된 일들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야 모든 것이 전과 같아질까? 잘못된 길로 가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한다고 결과가 달라질까?
어느 때로 돌아가든 답은 같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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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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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 만화 등에서 기괴한 곳으로 현실보다 훨씬 과장되게 묘사되면서 사람들의 뇌리에 가서는 안될 곳으로 각인이 되어 있습니다.

정신병원은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가 주목하기 좋은 소재입니다. 환자들의 모습은 ‘비일상’적이고, 병원은 일반적인 건물보다 ‘폐쇄’적인 곳이기 때문에 정신병원은 주로 공포영화의 배경으로 활약하면서, 때때로 인간성과 자유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정신병원 입원’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을 때 떠오르는 느낌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막연한 두려움과 불쾌감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직접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상상을 할 때면 자연스레 더 걱정이 될 수밖에 없고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간접적으로 비추어지는 정신과 입원 병동의 모습은 공포와 편견을 유발하기 쉬워 현실과는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네티컷 주 정신과 의사로 고용된 예일 의과 대학 졸업생인 주인공 파커는 어렸을 때부터 진단을 받지 못한 고립된 장기 환자인 조에게 본능적으로 끌립니다. 조는 원래 어렸을 때 병원에 입원했었고, 그를 치료하려는 모든 사람은 광기나 자살에 빠졌습니다.

베테랑 간호사인 네시의 조언과 상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오만한 파커는 조의 배경을 파헤 치고 정신 병원에서 수년간의 의료 과실을 발견합니다. 조와의 상호 작용으로 치명적인 분노 또는 자해 감정을 불러일으킨 수십 년 동안의 간병인 중 최근 희생자인 네시가 사망했을 때 파커는 자원하여 조를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합니다

파커는 조가 정상적이지만 부모가 강제로 정신병원에 감금시켰다고 생각하고 그를 병원에서 탈출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들통이 나서 실패하고, 결국 브루스와 행크에게 잡혀 병원장실 문 앞까지 가게 됩니다. 거기에는 낯익은 목소리의 노인과 로즈가 있었습니다. 그 노인은 처음으로 조를 치료했던 토머스였습니다.

그들은 조를 탈출 시키려고 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탈출할 것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준 사람이 조였습니다. 어떤 간호조무사에게 말하고 그게 원장 로즈의 귀에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병원에서 쫓겨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를 자르지 않겠다고 로즈는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조의 담당 간호사, 의사로 치료했던 시절에 대해서 빠짐없이 이야기해주는 로즈와 토머스의 이야기에서 놀라운 이야기들을 말해줍니다.

사람들은 흔히 정상과 비정상은 명확히 구분할 수 있고, 그 경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 둘 사이를 날카롭고 명확하게 가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광인들과 의사소통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의 두서없는 말 안에도 날카로운 논리와 진실이 숨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인간 무리에 끼어 살지만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작동하지 못하는 병든 마음으로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도 많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비정상이라고 지목받은 이들의 생각과 행위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상과 비정상, 권력과 저항, 포섭과 배제, 지배와 피지배 사이에 권력관계가 형성됩니다. 일단 그러한 관계가 수립되면, 전자가 후자를 상대로 권력을 휘두릅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보여주듯이 권력의 가장 적나라한 행사가 바로 '정신병동' 안에서 이뤄집니다. 잔인한 억압과 강력한 저항 (혹은 비협조)이 소설 속 병원 내에 형성됩니다.

환자는 의사가 제시한 기준을 완전히 내면화할 때까지 감시와 평가, 처벌을 받습니다. 의사가 정한 규율을 따르지 않으면 처벌이 반복되는 식입니다. 일체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용납되지 않으며, 환자는 독자성이 없는 익명의 정상적 인간이 되길 강요받습니다.

책에는 소수의 인물, 정신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그들의 역할 모두가 잘 수행되는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약을 검사하는 수석 의사에서부터 친절하고 돌보는 간호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캐릭터가 살아있습니다. 주인공 파커는 대부분의 경우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약간 열망하고, 이전에 다른 많은 사람들이 실패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약간 자만심이 있지만 그의 행동은 신중합니다

조를 둘러싼 수수께끼가 흥미로워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처음에는 그런 임상적 방식으로 접근하여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결론에 이르는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는 흥미진진했습니다.

분량도 길지 않아서 한 번에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주제와 속도를 고려할 때 완벽한 길이였고 별다른 이유없이 늘어지지 않은 점이 좋았습니다. ‘정신질환과 정신병동’이라는 소재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이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약간의 공포감을 좋아하고 오싹한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배우 라이언레이놀즈가 투자 및 판권 계약을 했고, 20세기 폭스사에서 영화화도 진행 중이라고 하니, 곧 스크린에서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내가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 자신이 미쳐버린 건지 현재로서는 확신이 서지 않아 이 글을 쓴다. 이런 상태로 계속 정신과 의사로 일한다는 것은, 분명 윤리적으로나 사업적인 관점에서도 좋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맹세컨대 나는 미치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조금이나마 믿어줄 수 있는 여러분에게 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내게 이 일은 인류에 대한 책임의 문제다
- P13

조는 병실에서 나오는 법이 없었고 집단 치료에 참여하지 않는데다 정신과나 치료실 직원과 개별적으로 만나는 일도 없었다. 게다가 거의 모든 직원이 가까이 가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고, 말도 꺼내면 안 됐다. 듣자하니 조는 숙련된 전문의든 누구든 간에 사람을 만나면 상태가 악화됐다. 조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은 침대보를 갈거나 식판을 수거하는 간호조무사 아니면 약을 복용하게 하는 간호사뿐이었다
- P29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은 입에 담지 말아요. 지금 한 말은 못들은 걸로 하죠."
"농담하는 거 아니에요. 네시, 전 정말로..."
"아니, 그건 미친 농담이었어야 해요.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그딴 말을 진심이라고 뱉을 수는 없어요."
네시의 초록빛 눈이 노여움에 불타고 있었지만 나를 향한 분노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가까스로 새끼를 위험에서 구한 어미 곰 같았다

- P34

이 기록을 보기 전까지 조에 대한 관심이 호기심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완전히 집착하게 되어 버렸다. 정신 의학 역사상 진단된 적 없는, DSM에도 기재된 적 없는 완벽히 새로운 질병을 내가 발견하게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 P56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하는 거예요.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제일 겁나요
- P84

지금부터 당신이 조의 담당의입니다.
언제라도 치료를 중단하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해줄게요.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내게 와서 정확하게 조가 무슨 짓을 했기에 당신이
담당의로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는지 낱낱이 알려줘야 합니다
- P85

인정한다. 아주 능숙한 사이코패스라면 이 모든 걸 속일 수 있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 때 사이코패스가 상대의 감정을 조작하는 수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그와의 만남 자체가 완벽하게 예상 밖이었던 데다 나 자신도 미숙했던지라 감정적으로 훨씬 휘둘렸던 것 같다
- P104

상상은 생각이랑 비슷한 거야. 우리는 좋은 생각을 할 때도 있고 나쁜 생각을 할 때도 있지. 무시무시한 생각도 있고. 근데 조, 무서운 생각도 그냥 생각일 뿐이야. 네가 상상하지 않으려고 하면 무서운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단다
- P189

머릿속에서 폭발하듯 그동안의 생각들이 하나로 모아지던 순간, 나는 정신이 아찔해지며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 순간 나나 로즈나 토머스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비참한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 P238

무슨 일이 있어도 괴물을 본다는 아이에게 너의 상상일 뿐이라고 말하지 마라.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사실이라면 여러분이 아이의 무덤을 파는 갈지도 모르니까.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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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 - 병법의 구도자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우오즈미 다카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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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흔히 알다시피 사무라이나 닌자, 검술 등으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일본에서는 검술을 사용하는 것은 굉장한 자부심과 권위, 능력 등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선진화가 된 이후에도 사무라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일부 난폭한 사무라이에 의한 이미지 악화 및 선진화에 의해서 결국엔 점점 사라지게 되었지만, 아무튼 이런 환경 속에서 강하고 뛰어난 무사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 중에도 미야모토 무사시는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은 무사로 신화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는 두개의 가타나(刀)를 사용하는 니텐이치류(二天一流) 검법의 시조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검술은 일반적인 검술과 달리 두 개의 검(장검과 단검)을 사용하는 것으로, 니토류(二刀流, 이도류) 혹은 엔메이류 검법입니다.

그는 예술에서도 남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 수묵화가 겸 공예가로도 유명했습니다. 현재 남아있는 것은 대부분 만년의 작품으로, 수묵화는 누구에게도 배우지 않고 독학으로 경지에 이르렀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렇게 무술 뿐만 아니라 예술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하고, 특히 무패라는 위대한 업적에 의해 그는 일본의 소설, 만화, 영화 등에서 주인공 혹은 픽션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특히 일본의 역사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영화에서 미야모토 무사시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되기 때문에 주인공은 아니더라도 항상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의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대기를 심도있게 분석한 책입니다

무사시는 어렸을 때부터 병법, 무예의 길에 전념하여 13세때 처음으로 결투했다고 합니다. 그 상대인 신도류 아리마 기헤이라는 병법자를 이기고, 드디어 16세때 다지마국 아귀야마라는 강력한 병법자와 대적하여 이겼으며, 21세때 교또에 상경하여 천하의 무예장들과 만나서 몇차례의 승부를 겨루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실수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13세에서 29세까지의 일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p61 무사시는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명망 있는 신토류 무예가를 상대로 목숨을 건 승부에 임했고 결국 이겨냈던 것이다. 따라서 일찍이 검술에 비범한 자질을 보였고 본인도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무예가로서의 단련

그 뒤 30세를 넘어서 무사시 스스로가 걸어온 과거를 되새기며 무사시가 이제까지 이긴 것은 결코 병법을 깊이 연구해서가 아니며, 태어날 때부터 몸에 지닌 재능이 있어서 그것이 하늘의 이치에 합당했거나 아니면 상대의 병법이 불충분했음이 아닐까 라고 스스로 미숙한 점을 느끼게 되었고, 그 후에 더욱 깊은 도리를 터득하려고 조석으로 단련을 거듭한 결과, 스스로 병법의 진수를 터득한 것은 50세 무렵의 일이라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p83 무사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무사수행을 행했던 시절에도 결코 자신의 재주만 믿는 거친 승부사가 아니었다. 적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지 냉정히 분석하고 차근차근 궁구해갔던 것이다. 적이 강해서 승산이 보이지 않을 때의 궁여지책까지 생각하고 있으니, 지극히 실전적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그는 특별히 탐구할 길도 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병법의 도리에 따라 모든 무예와 기능의 길로 임하고 있기 때문에 일체의 사물에 대해 스스로는 스승이 없었는데 이것은 모두 스스로 깨달아 얻은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무사시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떨치게 된 계기는 요시오카 가문과의 대결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어린아이까지 베며 요시오카 가문의 후대를 끊어버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졸지에 "살인자"로 비난받는 처지로 전락했습니다. 이를 자책하며 무사시는 은둔생활로 들어가 50대 중반까지 병법의 도를 탐구했습니다. 58세에 구마모토 번의 검술사범이 되어 세상에 다시 나와 <병법 35개조>를 펴냈고, 이후 역저 <오륜서>를 집필하던 도중에 병을 얻어 64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병볍의 도

p198 무사시가 말하는 “병법의 도”는 현실적인 전투에 대한 대비를 근본으로 한다. 병법의 도를 배워도 실제 전투에서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언제라도 도움이 되도록 단련하고 모든 일에 있어서 유용하게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병법의 진정한 도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륜서의 가치는 병법서에 그치지 않습니다.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서 인생의 승부에서 생존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승리에 이르는 전략과 리더십이 풍성하게 들어 있는 책이 바로 오륜서입니다. 일생을 검을 연구한 무사답게 상대방의 심리나 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습니다. 현대에도 자기경영, 인생경영, 기업경영 그리고 국가경영 등 다방면으로 그의 가르침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땅

검술만을 하고 있어서는 참다운 검의 도를 알 수 없다. 큰 곳에서부터 작은 곳을 알고, 얕은 곳에서 깊은 곳에 이른다. 부실한 기초에서는 탁월한 무사가 나올 수 없다는 무사시의 뜻을 설명한다.

2. 물

물을 본보기로 하여 마음을 물같이 하라는 것이다. 수련을 통해 땅과 같이 튼튼한 기초를 확립하되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적절하게 응용하는 물의 겸손함과 인내심을 습득해야 응용과 발전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사시의 표현에 의하면, “물은 고정되지않고, 사각의 그릇에도, 동그란 그릇에도, 그에 따라 모습을 바꾸며, 한방울도 되고, 큰바다도 된다“고 하여 물의 맑음을 빌려 무사시의 한 유파의 병법을 쓰려는 의도였다. 즉 검술의 도리를 몸으로 터득해서, "한 적을 이길 수 있게 되면,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이길 수 있게 된다" 라는 것처럼 그의 경험철학에서 나온 것이며, 하나의 적에게 이길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길 수 있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 무사시의 주장이라 할 수 있다

p250 "천리 길도 한 걸음씩 밖에는 나아갈 수 없다.“ 모든 일이 느닷없이 가능할 리 없다. 한걸음씩 걸어가아먄 한다. ”오늘은 어제의 자신에게 이기고 내일은 한 수 아래인 자에게 이기고 훗날에는 한 수 위인 자에게 이기겠다고 생각하고“, 조금씩이라도 향상될 수 있도록 매일매일 스스로를 이겨내 가야 한다.

3. 불

불은 크게도 작게도 될 수 있고, 변화가 심하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투에 관한 것을 서술한 것이다. 전투의 길은 한사람 대 한사람의 싸움도, 만명과 만명의 싸움도 같은 것으로 대국을 통찰하고 또한 세심히 잘 음미해봐야 한다.

실전에서의 평정심(平靜心)을 강조한다. 무사시는 싸움을 변화무쌍한 불에 비유하면서 이에 대처하기 위해 내면적 평정심의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그만한 일은 변화가 심하고, 일순간을 다투는 경우의 일이기 때문에, 평소 매일 잘 익혀서 어떤 상황에서도 언제나 변함없이 싸우는 것이 병법의 급소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4. 바람

무사시의 한 유파의 병법이 아니라, 세상의 병법에 대해 서술한 것이다.

승부사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람과 같은 시류의 변화를 따르고 읽으며 본질과 겉모습,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안목의 중요성을 말한다.

남을 잘 모르면 자기를 인식할 수 없다"는 말은 그 인식이 부족하면 갖가지 일을 행하는데 외도(바르지 못한 마음)라는 정신이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소에도 그 길에 전념해도 내용이 빗나갔다면 자신으로서는 바르다고 생각해도 객관적으로는 진실된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진실의 도를 깨닫지 못하면 처음의 사소한 빗나감이 나중에 크게 빗나가게 되고 이것은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이다. 다른 유파에서는 병법을 검술만의 일로 생각하고 있다. 이치에는 맞지만, 그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라는 것이 무사시의 입장이다.

5. 하늘

“병법에는 깊은 뜻도 시작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도의 경지는 무한하고 병법은 그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으니, 항상 새로운 경지를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책 한 권으로 한 사람의 생애와 사상을 논하기는 부족합니다. 그러나, 미야모토 무사시가 왜 그렇게 신화와 같은 존재로 회자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태라 생소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 가문이름과 지역이름이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검술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부분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병법의 마음가짐 뿐만 아니라, 몸가짐, 다치(큰 칼)를 드는 방법, 검술의 기본자세를 사진과 함께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일본의 문화적 정서나 역사적 배경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다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느 정도 일본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지식이 있으신 분들이 읽으면 흥미롭게 읽으실 듯 합니다.

내용이 방대하고 심오하여 한번 읽어서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도 없지만,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책을 읽는다면 더욱 이해하기 쉬울 듯 합니다.

*본 포스팅은 AK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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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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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개 도심에서 살지만 ‘자연’, ‘유기농’, ‘천연’ 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합니다. 또 여유가 생기면 ‘자연’으로 떠나 휴식을 즐기자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또, 자연이 우리에게 좋다는 것이 점점 널리 인식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자연과 동떨어져 살면서 이처럼 우리는 자연을 그리워하게 됐지만, 정작 자연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는 서툴기만 합니다. 도시의 삶은 편리하고 안락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저자는 지난 25년 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그녀는 오두막을 둘러싼 들판과 삼림 지대를 정기적으로 산책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의 자연계 표본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수집하는 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녀의 눈을 통해 우리는 야생 꽃, 새와 야생 동물, 벌과 곤충을 봅니다. 그녀의 글은 마치 친구와 산책하며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야생 동물 자체에 대한 것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그것이 그녀의 마음 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입니다.

p25 숲속이나 들판을 산책하는 것은 삶이 대체로 괜찮게 느껴질 때도 할 수 있는 일이며, 일상적 우울감과 언젠가 닥쳐올 까칠하고 고된 나날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인생이 한없이 힘들게 느껴지고 찐득거리는 고통의 덩어리에 두들겨 맞아 슬퍼지는 날이면, 초목이 무성한 장소와 그 안의 새 한 마리가 기분을 바꿔주고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다

자연이 계절마다 변화를 일으키지만 매년 알아볼 수 있는 패턴을 따른다는 사실은 모든 도전을 통해 우리가 진화하고 적응할 수 있으며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줍니다.

특유한 위트와 솔직함으로 글을 쓰고, 그녀의 아름다운 그림과 사진으로 가득한 이 책은 자연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궁금해 했던 모든 사람에게 특별하게 다가갈 것입니다.

p112 해가 지평선에 가 닿는 동안 올빼미는 먹이를 물어 뜯고, 나무와 산울타리에는 황금빛 후광이 내려앉는다. 평생 목격한 것 중에서도 손꼽게 아름다운 풍경이다. 새삼 내가 얼마나 우울증에 지치든, 얼마나 기만당하고 무기력해지고 황폐해지든 간에 이런 광경과 만나고, 그에 따른 치유 효과로 머리를 채울 수만 있다면 계속 싸워나갈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숲에 가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해지고 건강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낙엽의 폭신함, 모양과 색깔도 다른 나뭇잎, 희한하게 생긴 애벌레, 싸르락 거리는 나뭇잎 소리에 섞여 들리는 다양한 곤충과 새들의 울음소리까지…, 그간 눈에 보이지 않았고 듣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제는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예쁜 꽃이 피어있기도 하고 싱그러운 향도 납니다.

갈수록 개인의 편의만 생각하고, 남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 인생의 최대 가치인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 속에서 저마다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받지 못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결국에는 타인은 물론 자신의 마음까지 좀먹게 됩니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면서 욕심내지 않고, 괜히 다투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잠시 멈추고, 우리를 바라보고, 단순한 것들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새들을 보고, 매끄러운 돌을 집습니다. 간단하고 쉬운 일이지만, 어떤 약보다 그 효과는 강합니다. 자연을 느끼고 이해하는 일은 곧 나와 내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저 집 밖으로 나가 오두막 맞은편의 가시자두나무와 보리수를 보는 것 만으로도 내면에서 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반응이 일어난다.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없는 내 뇌의 화학작용이 나에게 위안과 동시에 치유를 가져다준다
- P14

음울한 계절이면 내가 찾아다니는 이런저런 사소한 광경이 있다. 미세한 식물학적 지표들, 결국에는 봄이 오고 말 거라며 나를 안심시켜 주는 기분 좋은 신호들이다. 지난달에 나타난 사양채와 갈퀴덩굴 새순처럼 이 꽃차례 배아도 그런 신호 중 하나다. 봄은 오고야 말 것이다. 밤은 짧아질 것이며 내 생각들도 다시금 밝아지고 가벼워지리라.
- P60

딱히 목적지도 없이 차를 몰고 다니는 게 생태학적으로 건전하지 못한 일이란 걸 알기에 죄책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앙상하게 서 있는 나무들, 길가를 선회하는 황조롱이, 들판에서 꽥꽥 울어대는 굳센 뇌조 무리를 발견한다면 내 마음속에 미묘하지만 거대하고 간절한 전율이 일어나리라는 것도 잘 안다. 마치 은신처로부터 날아오르는 찌르레기 몇 마리를 보았을 때처럼.
- P79

새 떼 자체도 장관이고 경이로운 광경이지만, 그들 사이에서 먹잇감을 찾는 송골매의 모습은 내게 더욱 또렷한 인상을 남긴다. 겨우내 무거운 생각에 짓눌려 심신을 까딱하지 못했던 내게 춤추는 찌르레기 수만 마리 사이에서 먹이를 사냥하는 맹금을 바라본 장대하고 야성적인 몇 분의 시간은 머릿속의 암담함을 몰아내고 한숨 돌릴 여유를 준다.
- P125

내 마음은 우울증이 갈망하는 자기소멸을 향해 비틀비틀 나아간다. 나는 그것을 실행에 옮길 방법들을 생각한다. 그 생각이 어찌나 강렬한지, 일 년의 대부분을 절벽에서 멀리 떨어져 있게 해주던 이런저런 기분 전환 요령들도 떠오르지 않는다. 조그만 뗏목 하나에 의지해 나이아가라 폭포 꼭대기에 놓여 있는 기분이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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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식물 - 그들에게 내가 꼭 필요하다는 기분이 소중하다 아무튼 시리즈 19
임이랑 지음 / 코난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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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식물을 키운다거나 난을 가꾸는 모습은 어느 가정에서나 예전부터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달라진 것은 식물을 키우는 행위보다 ‘반려식물’이라고 부를 만큼 애정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반려식물의 인기가 식물에게 마음을 주고 의지하는 현대인들의 ‘고독과 외로움’이 잘 반영된 모습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자연을 그리워하고 가까이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라고 합니다. 실내에서 ‘굳이’ 식물을 키우는 건 다 이런데서 비롯되었을 듯합니다. 식물을 키우면 심리적 안정감은 물론이고 식물 자체의 아름다움과 편안함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p41 가드닝도 자기를 알아가기 위한 끝없는 여정이다. 내 집에 맞는 식물, 나에게 맞는 흙, 내가 좋아하는 수형,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질감이 존재한다. 각자의 기질에 가장 잘 맞는 흙과 화분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키울지 결정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스스로를 더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돌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시도 때도 없이 흙을 만지고, 한낮의 햇살 아래 매일같이 물을 주러 나가 있다 보니 팔다리는 새까맣게 그을었지만 마음은 훨씬 더 비옥해진다. 식물들이 내 정신건강에 비료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막상 책을 읽어보니 식물에 관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잘못은 물 주기에 대한 오해. 사람들은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물을 주세요’라고 들으면 식물의 상태와 관계없이 정해진 시기에 물을 줍니다. 그러나 식물이 놓인 환경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일률적으로 물을 주다간 죽이기 십상입니다. 얇고 하늘하늘한 줄기와 잎을 가진 식물은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같은 식물이라도 풍성하게 자라 잎이 많은 경우, 화분이 작아 흙이 적어 물이 금세 마를 경우,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는 장소에 둔 경우에도 물을 더 자주 줘야 합니다. 농사를 짓거나 식물을 키울 때 물 주기를 잘하려면 3년이 필요하다는 말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잘못은 햇볕에 대한 착각. 햇볕 없이도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해서 실내에만 뒀더니 웃자라고 맙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잘못은 햇볕과 물만 주면 식물이 잘 자란다고 단순하게 생각한 점입니다. 그동안 가장 간과한 사항은 바로 통풍입니다. 창을 열어 환기를 자주 시키고 식물 배치 간격을 떨어트려 식물 잎 사이사이로 바람이 통하게 해야 건강하게 자라고 병충해도 옮지 않습니다. 잎이 무성하다면 눈물을 머금고 가지치기와 잎을 솎아내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분갈이와 비료 주기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실내 화분식물들이 삭막한 집안 풍경을 아름답게 장식해 주고,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역할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만큼 진정으로 그들을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꽃 한 송이는 내게는 너희들 모두보다도 더 중요해. 내가 그에게 물을 주었기 때문이지. 내가 벌레를 잡아 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불평하거나 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또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귀 기울여 들어준 것도 그 꽃이기 때문이지.” -어린왕자 중

나는 이제 이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다시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때와 영영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예전의 나는 예전의 나로서,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로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혐오한다. 그 커다란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 P114

식물을 건강하게 잘 키워내는 공간들은 커피를 아주 잘한다. 돌보는 마음과 커피를 내리는 마음이 같은 것일까. 식물의 변화를 눈치채는 섬세함을 지닌 바리스타라면 핸드드립도 더 섬세하게 만드는 걸까? 그냥 단순히 이파리가 더 건강하고 통통한 식물을 키우는 카페의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마시는 커피가 제일 맛있는 법이니까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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