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평점 :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그러면 잘못된 일들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야 모든 것이 전과 같아질까요? 잘못된 길로 가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한다고 결과가 달라질까요
3년 전 모종의 사건으로 딸을 잃은 우진은 깊은 슬픔에 빠져 간신히 삶을 지탱하던 그는 아내마저 갑작스럽게 떠나보내고 맙니다.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우진은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절망 속에 주저앉지만 그때 그런 그를 붙드는 뭔가를 발견합니다. 누군가 우진에게 남긴 편지 한 장, “진범은 따로 있다”는 단 한 줄의 메모.
삶의 벼랑 끝에서 무너져 내리던 우진은 딸과 아내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풀기 위해 그 한마디를 붙들고 다시 일어납니다.
두명의 남자가 주인공이 되어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두개의 이야기가 다른 시간대에서 각각 사건의 흐름은 진행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두명의 여학생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또다른 두개의 이야기가 진행되어 교차됩니다. 이 4명의 주인공은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만나게 되어 종결을 향해 달려갑니다.
흔히 이 책을 '미스터리 추리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이 책을 잃어서는 이 남자의 진정한 고통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작가도 그런 의도로 독자가 이 책을 읽어주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흡입력이 굉장히 좋았고, 그만큼 가독성도 좋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 전개도 굉장히 빠른 편이었고 이야기에 푹 빠져 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슬펐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도 한동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추리, 스릴러물을 기대하셨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을 듯 하지만, 가슴 속에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부성애가 무엇인지, 현재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어주는 책이었습니다. 또, 가족을 잃은 사람의 가슴속 고통이 어떨지, 가족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누가 차마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제게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마 지옥보다 더한 고통과 슬픔이 될 거라고 짐작만 할 뿐입니다.
지구에서 바라보는 별은 오래전에 죽었습니다. 죽음 이후에 반짝이는 그 별의 잔해를 바라보며 우리는 살아야 한다고 이 소설은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 곁에 있는 별을 더없이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라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아빠 그거 알아 ? 우리가 보는 저 별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거래 . 그러니까 저 빛은 별의 마지막 인사인 거야 - P8
2014년 12월 22일. 지리산에서 함께 별을 보던 날로부터 931일째 되던 날, 수정은 살해당했다. 열여섯 살의 나이였다.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다는 동지. 우진의 인생에서도 가장 어둡고 긴 밤이었다 - P38
가족이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인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앉고, 시간이 지나면 희미한 흔적으로 남는, 언젠가 치유될 수 있는 아픔이 아니다 - P45
눈을 감았다. 이대로 소파 속으로 구겨 들어가 어둠속에 가만히 웅크리고 싶었다. 그곳에서 의식도 없이 며칠, 아니 몇 년 잠들고 싶었다. 지금이라면 몇 년이라도 깨어나지 않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몇 년 뒤 깨어난다고 해서 이 아픔이 가실까?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잠을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53
곁에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하던 가족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경험을 한 뒤로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은 그렇게 한순간이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죽음이란 것이 그림자처럼 우리의 발끝에 달라붙어 있는 존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 P185
거칠게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방패 삼아 엉엉 울었다. 몸은 아이처럼 울고 있는데, 머리속에 그런 자신을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자신이 있다. ‘왜 우는 거지? 모든 걸 망친 건 너잖아?‘ - P227
나쁜 짓을 한 놈은 따로 있는데 정작 마음의 짐을 지고 밤마다 잠을 못 이루는 것은 엉뚱한 사람이다. 그 무게를 느껴야 하는 건 기영이나 아내 같은 사람이 아니다. 놈들이 없었다면 기영이나 아내는 자기 울타리 안에서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살고 있을 것이다. - P238
사람들은 생각한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그러면 잘못된 일들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야 모든 것이 전과 같아질까? 잘못된 길로 가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한다고 결과가 달라질까? 어느 때로 돌아가든 답은 같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 P3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