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생애
이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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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경험은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비슷하고, 비슷하지만 다 다릅니다.

형배와 선희는 같은 대학 같은 동아리 회원으로 이른바 캠퍼스 커플입니다. 형배가 선희보다 두 살 많습니다. 두 사람은 대개의 커플이 그러하듯이 수많은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스포츠경기를 관람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술집에서 술과 함께 밤을 지새우곤 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사랑 역시 차츰 무르익어갑니다. 형배는 자신이 사랑할 자격이 없기 때문에 너의 사랑을 받아 줄 수 없다고 말하며 두발짝 뒤로 물러서고 맙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헤어집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2년 10개월이 흐른 뒤, 두 사람은 지인의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3년에 가까운 시간의 흐름은 많은 것들을 바꿔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선희는 어이없게 헤어졌던 당시와 비교해볼 때 많은 부분에서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런 그녀를 보게 되니 형배의 마음은 괜시리 설레기도 합니다. 조심스레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고백합니다.

p146 여기 하나의 사랑이 있다. 영석과 선희의 사랑. 나이 든 남자인 영석은 응석을 부리고 나이 어린 여자인 선희는 그의 응석을 받아준다. 그들이 사랑하는 풍경이다. 선희가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서, 가령 형배와의 관계에서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것은 영석이 형배가 아니고 형배가 영석이 아니기 때문이다. 형배가 영석처럼 응석을 부리지 않기 때문에 선희는 응석을 받아주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당신이 나의 방식을 정한다. 연인은 사랑하는 자이고, 동시에 연인의 사랑의 방식을 결정하는 자이다.

 

그러나, 사실 그녀는 그와 헤어진 뒤 직무상 알게 된 영석과 교제 중이었습니다. 영석은 선희에게 있어 전혀 관심 밖의 인물이었으며, 되레 그녀는 형배를 여전히 잊지 못하던 와중이었습니다. 평소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된 자신에게 형배가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주기를 바랐지만, 비록 형배 역할을 해준 대타에 불과했음에도 이를 실행에 옮긴 건 결국 영석이었으며, 이렇게 하여 두 사람은 연을 이어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선희를 거절하기 위해 적당한 이유로 돌려 말 한 것이지만 그 장면은 밀도있게 다가왔습니다. 과연 사랑에 자격이 필요한 걸까요?

흔히 사랑에 빠진다고 표현합니다. ‘빠진다’ 라는 말은 사랑하는 사람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을 나타냅니다. 내가 원해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입니다. 원하든 원치않든 주어진 것입니다. 자격을 갖추고 내가 사랑을 해야 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이뤄지는게 사랑이 아닙니다. 나 스스로가 사랑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지라도 그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사람들은 종종 그 자격에 대해 운운합니다. 마치 내가 결정권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요즘에는 3포 세대 운운하며 결혼과 연애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포기 할 수는 없습니다. 마치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감추고 있는 것 뿐입니다.

p167 사랑 자체인 이 사랑이 두 사람 사이로 들어와 자기 생애를 시작한다. 그 생애가 연애의 기간이다. 어떤 생애는 짧고 어떤 생애는 길다. 어떤 생애는 죽음 후에 부활하고, 어떤 생애는 영원하다

 

‘생애’라는 것은 한 개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눈을 감을 때까지의 전 과정을 일컫습니다. 사랑이 발아하여 성장하고 다시 소멸할 때까지의 시간이 다름 아닌 사랑의 생애일 것입니다.

작가는 영화속 에이리언이 사람을 숙주 삼아 그들 스스로의 생명을 이어갔던 것처럼 사랑 역시 사람을 ‘숙주’ 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기생체가 몸에 들어와 숙주를 조종합니다. 이때 숙주가 기생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생체가 숙주를 선택합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합니다. 연인을 위해 담배를 끊고 성격을 고치기도 하며, 하고 싶은 것을 참고 하기 싫은 일들을 하게 됩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든 일들을 훨씬 잘 버텨내기도 하는 반면, 원래라면 별 대수롭지 않는 일에 쉽게 무너지기도 합니다. 감정은 시시때때로 변합니다. 우울했다가 기뻤다가를 반복합니다.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뇌와 육체는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사랑’이라는 ‘기생체’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내 의지가 아니라 내 안의 기생체가 지시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냥 몸을 내어준 것 뿐입니다.

처음 발아한 사랑은 성장해 나가다가 숙주를 새로이 선택, 옮겨간 뒤 남은 생애를 지속하곤 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사랑의 종류가 워낙 다양한 만큼 이를 일일이 헤아린다는 건 의미 없는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사랑이란 형배의 엄마처럼 상대의 사랑이 떠나가든 그렇지 않든 '처음으로 사랑하고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을 향한 지고지순한 방식도 있겠지만, 준호처럼 결혼은 사랑과 무관하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영원불변하는 사랑의 신화가 보호하는 제도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보다 많은 상대와 연애하는 방식도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p285 사랑의 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 사랑하느라 바쁜 사람은 사랑이 무엇인지, 그것의 근거나 방식이 어떠한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진정으로 살지 않는 자가 삶이 무엇인지 묻는다. 참으로 사랑하지 않는 자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되는 삼각관계와 자유연애만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주장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떠나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구걸한 남편을 끝까지 끌어안는 이해할 수 없는 행위 등 저자의 생각처럼, 사랑이란 어쩌면 사랑의 숙주에 불과한 사람이 이에 대해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없으며, 이성 사이에서 벌어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일들이 전부 사랑이 시킨 짓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랑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배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사랑의 유형들은 아름다우면서도 처절하기도 했습니다.

작가 특유의 문학적 현미경과 철학적 통찰력을 통해 집요하게 관찰되는 사랑 이야기는 사랑의 선택적인, 그러나 무작위적인 개입으로 사랑하게 된 연인의 비논리적인 감정과 심리를 치밀한 논리로 집요하게 파고들어 우리가 왜 사랑하기 전의 자신과 그토록 달라질 수밖에 없는지 증명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도저히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사랑’이라는 사건에 어떤 형태로든 관여되어 당혹하고 혼란스러워본 적 있는 분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자는 알아가야 하는 숙제를 떠안는 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누군가는 앞으로 알아갈, 모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잘 알던(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사랑이 숙주 안에 깃들어 생애를 시작하려고 할 때 일어나는 신비스러운 일이다.
- P31

사랑의 말은 직선을 모른다. 아니, 모르지는 않지만 쓰지 못한다. 쓰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두근거림과 조심스러움, 즉 수줍음이 쓰지 못하게 한다. 직선의 언어는 빠르지만 날카로워서 발화자든 청자든 누군가를 다치게 하기 쉽다. 자기든 남이든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이 시작되는 현장에서 직선의 언어는 여간해서는 채택되지 않는다
- P48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 사람이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라고 저 사람도 반드시 그래야 하는 법은 없다. 이 사람에게 대단한 일이 저 사람에게는 대단하지 않거나, 저 사람에게 하찮은 일이 이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중요한 일인 경우가 허다하다. 기쁨과 보함을 느끼며 하는 일에 우리는 가치를 부여한다
- P53

사람은 다 다르다. 사람은 많은 부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만 전부를 공유하지는 않는다. 공유하고 있는 많은 부분이 아니라 공유하지 않은 아주 작은 부분이 개체 간의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가 그 사람만의 고유한 성격, 그 사람의 정체를 형성한다. 그리고 아주 작은 그 차이 속에 매력이 잠겨 있다. 똑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으므로,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고유하고 특별하므로 모든 사람을 고유하고 특별하게 대해야 한다. 유일한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 사람의 매력은 한 줄로 순서를 매겨 세울 수 없고, 비교 불가능하다.
- P72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이거나, 거짓이 아니라면 아예 사랑이라는 것을 (기대가 없어서든 억압되어서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사람만 사랑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개별적 존재가 발산하는 매력에 대한 정당한 반응으로서의 개별적 사랑이 아니라 그저 자기 안의 쾌락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혹은 더 나쁜 경우로, 단지 편리와 관습에 따라 사랑을 구실로 내세워 사람을 붙들고 있는 것뿐이라면, 이것이야말로 개인이 가진 고유성에 대한 마땅하고 정당한 대우를 하고 있다 볼 수 없기 때문에 부도덕하다고 말할 수 있다
- P77

듣는 사람은 잘못 들을 수도 있지만 하는 사람, 하면서 듣는 사람은 잘못 들을 수도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랑한다고 말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되지 않을 수 없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해놓고 사랑하지 않기는 더욱 어렵다.
- P131

말은 맥락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매우 불완전하고 비자족적인 신호체계라서 듣고 싶은 데에 따라 달리 들리는 속성이 있다. 말하는 사람이 말하는 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듣고 싶은 대로 들린다.
- P221

질투는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그가 느끼는 약점의 크기를 보인다. 사랑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이 있어 질투하는 것이다
- P228

그는 연인을 끌어당길 만한 매력이 자기에게 없기 때문에 그녀가 언제든 자기를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항시적으로 시달린다. 그녀가 자기를 떠난다고 할 때 그는 그녀를 붙잡을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그녀가 언제든 떠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는 초조하고 조마조마하다. 그의 사랑은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다. 그는 이 사랑에 대해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의 사랑은 순전히 그녀에게 달려 있다. 그래서 그녀의 표정과 눈빛과 말투에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된다. 사소한 것을 크게 본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확대하고 과장한다.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이나 의도 없이 짓는 표정이 의식적인 것이 되고 의도한 것이 된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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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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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란 무엇일까요? 영어로 표현하면 러브 어페어(love affair), 한자를 풀어보자면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일. 우리는 흔히 연애를 다른 명사와 덧붙여 합성하곤 합니다. 가령, 연애결혼, 연애고수, 연애경험 등.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연애는 적어도 한 번쯤은 해보기 마련인 사람의 일이고, 그것은 매우 특별한 어떤 감정의 교류임에 분명합니다

끝났을 때, 끈끈하고 달콤한 기억으로 남는 로맨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현실의 로맨스는 현실의 비루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 때문이라기보다, 사람의 사랑이기 때문에 생기는 필연적 구질구질함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애는 종종 그 민낯을 드러내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이 책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를 다룹니다. 7∼10 페이지 분량의 초단편소설 3편이 실려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을 정도였는데, 읽다보니 또 그 짧은 맛으로 계속 읽게 되는 듯 했습니다. 마치 사랑이라는 감정, 연애라는 감정이 그런 것 같습니다.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끝나버리는.

각각의 주인공들의 사랑은 엇비슷하거나 모두 다릅니다. 모두가 살면서 한번쯤 겪거나 보게 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정겹습니다.

그들은 사랑때문에 울고 웃습니다. 얼핏 보면 이게 무슨 사랑이냐고 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결핍이 있는 인물들은 자신보다 더 모자란 이에게 마음이 가고, 일상의 비루함 속에서도 사랑을 베풉니다. 찬란하고 극적인 로맨스는 없지만, 이들 사랑의 아이러니가 유쾌하게 때로는 짠하게 펼쳐집니다.

이야기가 주는 따뜻한 정서와 작가특유와 위트와 유쾌함 때문인지 마치 부끄러운 일을 하다 들킨 것 같은 무안함이 아니라 ‘(나만이 아니라) 다들 저러고 사는구나’하는 보편적 감정의 위안을 얻게 됩니다.

책을 통해 바라본 평범한 사람들의 연애 일상은 ‘결국 연애도 사람 사는 삶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연애에 빠지면 당사자들은 그 순간 매우 특별한 사람이 됩니다. 아무리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서로에게 최고의 연인이 되고, 최고의 사람이 되고,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많은 연애 중에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어떤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당신의 곁에는 영화배우처럼 멋지고 예쁘지 않은 연인이 있을 것이다(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지긋지긋한 싸움 끝에 헤어진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여전히 지겹지만, 그 만남을 지푸라기처럼 잡고 있는 사람이든, 설렘으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이든 지금, 여기 혹은 그때, 거기에서 당신의 손을 꼭 잡아줬던 상대방의 마음과 맞잡은 나의 마음은 진심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연애는 계속돼야 마땅한 것입니다.

사랑이란 감정에 많이 무던해진 사람들이 보면 ‘아 맞아. 연애할 때 저렇게 뜨겁고, 바보 같았고, 전화기만 붙들고 살고 그랬는데’하는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저런 사랑하고 싶다, 지지고 볶더라도’라는 마음이 생길 수 있고, 이제 막 시작한 연애 초보자들에겐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연애지침서가 될 듯합니다.

세상은 잔인해서 현실에서는 연애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사랑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30개의 작은 소설들이 한데 한 권의 책이 되었듯이, 어쩌면 우리는 더 많은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그려내고 써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의 풍경들, 어쩌면 그것을 담아내기엔 인생은 너무 짧게 느껴집니다.

그냥 너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면서 살아, 너무 애쓰지도 말고.
- P25

성구는 계속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왜 문자가 안 오는 거지? 긴급재난지원금을 쓰면 문자가 오는데. 왜 돼지갈빗집에서 쓴 6만 원은 안 오는 거야? 이게 혹시 거주지 밖에서 써서 그런 건가? 그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불쌍해 보였다는 유정의 말이 떠오르고. 그러면서도 또 핸드폰을 바라보고. 성구는 둘 중 뭐가 더 서글픈 일인지 알 수 없었다.
- P73

민규는 2층 계단에서부터 거실까지 쭉 이어진 책장을 보면서 잠깐 그런 생각을 했다.그러니까 이삿짐센터에 맡기기도 어려웠겠지.민규는 뒷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던 목장갑을 꺼냈다. 어림잡아도 1만 권은 넘을 것 같았다.교수님은 이 책을 다 읽었을까? 책이란 건 읽지 않고 그냥 갖고만 있어도 영향을 받는다고 하니까...민규는 이 책을 보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해 보였다
- P128

장소든 시간이든 단어든, 아끼는 사람이 글을 쓴다. 매일 글로 쓰다 보면 아끼는 마음이 들게 된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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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크립티드 부의 추월차선 완결판
엠제이 드마코 지음, 안시열 옮김 / 토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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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편하게 살기 위해서 좋은 직업이 있어야 하고 돈을 잘 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꽃 같은 나이에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이와 같이 ‘그들’이 말하는 것을 일반적인 것으로 만들어 마치 나의 욕망으로 가져와버립니다.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작은 용기라도 내야 합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따라야 할 대본이 있습니다. 일종의 보편적 정신 규범입니다. 당신이 말하는 방법, 당신이 입는 것, 생각하는 모든 것을 지배합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부의 추월차선’으로 알려진 저자 MJ 드마코는 인도나 서행차선으로 가는 평범한 삶을 ‘현대판 노예’로 분류합니다.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공무원이 됐다고 성공한 줄 아는 것은 착각이라고 합니다. 즉, ‘1주일에 5일을 노예처럼 일하고 노예처럼 일하기 위해 이틀을 쉬는 것’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책은 총 5부분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부에서는 우리가 성인이 된 이래로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혀 온 우리 내면의 문제를 확인하는 파트입니다. 이에 맞서 솔직하게 문제들과 대면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는 21세기 최대의 속임수를 폭로하고 그 속임수가 어떻게 당신의 꿈을 도적질해 왔는지 정확하고 정밀하게 진단해줄 것. 도둑을 잡으려면 도둑을 알아야 한다. 이는 우리가 당연히 생각하는 잘못된 상식 그리고 고정관념에 대한 내용입니다.

3부에서는 세상을 지배하는 문화적 원칙과 고정관념들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우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깨우침으로부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4부에서는 각본 없는 기업가정신의 명확한 계획, 창업에 대한 상세한 틀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여기에서는 우리가 가져야할 정신적인 마인드와 사고 규율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5부에서는 현존 최고의 소득 방법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방법에 의해 우리가 돈의 노예로 일하지 않도록 그것을 어디서 찾고 어떻게 당장 시작할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파트 입니다.

일과 돈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은 추월차선에 있다며 진입 방법으로 5계명(통제, 진입, 필요, 시간, 규모)을 제시합니다.

1. 통제: 구축하고 소유할것

2.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피하지 말고 기회라고 생각할 것

3. 필요: 어떤 산업이든 기회를 볼 것

4. 시간: 돈만 벌지 말고 시간을 벌 것

5. 규모: 당장의 일과 삶의 균형보다는 삶과 자유를 쟁취할 것

이 다섯 가지의 계명을 실행함으로써 생산가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자신만의 기업을 통해 우리는 각본에서 탈출한 시스템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은 학교에 가고, 대학 학위를 받고, 꿈을 타협하고, 직업을 얻고, 일주일에 40시간 일하여 생활비를 거의 충당하지 못하는 급여를 집에 가져옵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고용주를 부자로 만들고 시간을 수익으로 바꿉니다. 저자는 이러한 삶을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고 불렀습니다.

그동안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온 듯합니다. 무엇을 하든지 결과론적으로 성공을 하거나 무엇인가 만들어낸 성과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저자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또한 그 과정을 만들어나가는 길에 지름길이 없음을 강조합니다.

결국은, 정석의 길을 가기 위해선 하나하나 차근차근 밟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해진 각본에서 탈출하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인생을 위해 좀 더 철저하게 노력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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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chest Man in Babylon: The Success Secrets of the Ancients--The Most Inspiring Book on Wealth Ever Written (Paperback, Revised)
Clason, George S. / Signet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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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은 오늘날까지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금융의 기본원리가 처음으로 시작된 요람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바빌론의 왕 사르곤은 나라의 부(부)가 일부 계층에 집중되고 빈부 격차가 커지자 바빌론의 최대 부호인 아카드를 불러 ‘돈 버는 방법을 백성들에게 가르쳐 달라’고 부탁합니다. 백성들이 잘 살아야 국부가 늘어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아카드는 왕명에 따라 ‘배움의 전당’에서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한가지씩 자신의 돈 버는 비결을 가르칩니다.

1. 버는 돈의 10분의 1은 반드시 저축하라.

지갑에 동전이 10개 들어있다면 9개만 꺼내쓰는 것이다. 아카드는 진리는 항상 단순한 것이며, 수입의 10분의 9로 산다고 해서 생활이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2. 버는 것보다 덜 써라.

불가피한 지출과 욕구를 혼돈해서는 안된다. 수입이 늘어날수록 욕구충족을 위한 소비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지출이 분명 존재한다.

3.돈이 돈을 벌게 하라.

돈이 돈을 낳도록, 여러분의 지갑을 계속해서 채워줄 수 있는 수입원을 만든다.

4. 투자에 관한 조언은 반드시 해당분야 전문가에게 구하라.

벽돌상인에게 보석을 구입해달라고 한다면 백이면 백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돈을 지키기 위해서는 원금을 안전하게 지켜줄 곳에, 언제라도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곳에, 적정한 이자를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투자한다.

5.자신의 집을 가져라.

집을 구입하면 임대료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적용할지 의문이다.)

6.노후를 위해 미래의 수입원을 가져라.

먹고 살기에 충분한 돈을 번 사람이라도 노후를 위한 확실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가족의 안락한 삶을 위해서도 노후 대책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7. 돈버는 능력을 키워라.

부자가 되겠다는 꿈보다는 금화 다섯닢을 갖는다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 수입의 10%를 저축해서 대비하라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지만 현재 재산은커녕 오히려 빚이 더 많은 사람이 참고할 수 있는 가르침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차라리 빚 갚는데, 30%를 사용하고 저축은 빚을 모두 갚고 난 다음에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을 겁니다.

‘돈이 돈을 벌도록 하라’는 즉 투자를 해서 불리라는 것을 얘기하지만 정작 투자에 대한 조언은 두드러져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도박을 예로 들거나 모르는 것에 대한 투자의 위험과 아는 사람, 대상에 투자할 것을 권하는 등 받아들이기에 따라 투자에 대한 지혜 역시 평범하지만 얻을 게 많습니다. 단순하지만 영원불변의 진리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간단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대부분의 재태크 책에서도 거의 비슷한 것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재테크 초보나 재테크 방법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기본적인 것을 알려주는 바이블이라고 생각됩니다.

지혜를 아는 단계에서 멈출게 아니라, 일단 행하고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마도 그 옛날 바빌론의 부자도,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부자도 이 법칙을 따르고 있을 것입니다. 평범한 우리는 그저 알거나 막연히 알기만 할 뿐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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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라는 무기 - 의도적으로 침묵할 줄 아는 사람만이 원하는 것을 갖는다!
코르넬리아 토프 지음, 장혜경 옮김 / 가나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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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바마 대통령은 애리조나 주 총기난사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연설 마지막 대목에서 최연소 희생자인 9세 소녀를 추모하며 51초간의 침묵으로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를 통해 미국 국민과 하나 된 마음을 나눴고, 전 세계 언론은 오바마의 수많은 연설 중 ‘최고의 연설’이었다는 찬사를 보냈는데요. 장황한 말이 아닌 침묵을 통해 자신의 진심을 보여준 것입니다.

복잡한 세상에 발을 딛고 사는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소음에 휩싸여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소음을 선택한 채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삶의 지루함과 공허함을 떨쳐 내기 위해 너도나도 소리의 데시벨을 높입니다.

뿐만 아니라, 바깥에서 들리는 말소리만으로는 부족하기라도 한 듯이 우리의 마음은 이런 저런 생각들의 소리를 쉴 새 없이 재잘거리며 심지어 꿈 속에서까지 뭔가를 속삭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편으로 소리에 대해 감각이 둔해져 버렸고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말소리에 지쳐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침묵은 대개 달갑지 않은 불청객과 같습니다.

독일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코르넬리아 토프는 침묵의 힘을 기르는 방법을 크게 9장으로 설명합니다.

1장 말 비우기 연습

쉬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상대를 이해할 마음이 없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은 상대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자기 걱정만 털어놓고 잘난 척만 하려 합니다. 입을 다무는 것은 지식이나 권위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소통 방식의 일종입니다.

p25 침묵은 상대의 지성은 물론이고 책임감과 이해심, 관심, 참여까지도 활성화시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진리를 깨우친 사람이 많지 않다.

2장 침묵하면 달라지는 것들

침묵은 이해와 동의를 표하는 강력한 방식입니다. 침묵할 줄 아는 사람은 이해심이 많아 보이고, 남의 아픔에 공감하고 동의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깁니다.

p57 법정에 서는 모든 피고인에게는 묵비권이 있다. 자신에게 불리할 것 같은 증언은 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다. 이 또한 침묵이다. 법정에서조차 사용될 정도로 침묵은 유익한 것이다.

3장 우리는 모두 '관종'이다

말하는 자가 통제한다는 착각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가 점점 침묵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사람들은 타인의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자기 중심주의가 날로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4장 비울수록 커지는 말의 무게

입을 닫고 모든 소음의 원천을 끄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우리에게 진짜로 필요한 것은 마음과의 대화입니다. 우리가 자신과 대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에게조차 이해심을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대화를 나누면, 자신의 욕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5장 "말을 해야 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라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버려야 합니다. 난감하게 느껴지는 침묵의 순간이 찾아왔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p118 침묵을 견딜 수 없는 이유도 침묵 자체보다는 자신이 타인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6장, 대화를 유리하게 이끄는 상황별 침묵 사용법

침묵은 협상 상대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욕망이 강하고 시간이 촉박할 때, 사람은 말을 더 많이 합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스트레스가 많거나 마음이 불안한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말과 침묵의 비율은 각각 1:3이 좋습니다. 즉, 침묵이 말보다 3배 더 길어야 합니다. 입을 다물어야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걸 파악할 수 있습니다.

7장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상황별 침묵 사용법

이해와 공감과 동의는 말에 이은 침묵에서 더 많이 생겨납니다.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합니다. 말을 멈출 때 상대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8장 말이 넘쳐나는 세상 속, 침묵할 권리

소음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정중히 부탁하거나 비언어적 제스처로 상대방에게 불만의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또한, 소음을 참지 말고 저항해야 합니다. 상대가 말을 끊지 않는 이유를 파악하고, 그 욕구를 만족시켜주어야 합니다.

9장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침묵의 힘

일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침묵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들은 깊게 호흡하고 침묵하고, 조용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개운해지고 기운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p241 모든 인간이 하루 12시간을 쉬지 않고 일하고 6시간만 자고도 불사신처럼 벌떡 일어나서 비타민 두 알만 먹고도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안다. 누구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침묵할 줄 안다면 인격의 성장과 정신적 깨달음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종교에 묵언(默言) 수행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침묵 연습을 하도록 권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는 고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p267 고요를 찾으면 의미를 발견할 수 있고, 힘을 발견할 수 있으며,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자, 그러니 이제 떠드는 것은 멈추고 펜을 집어 들거나 노트북을 펼치자. 그리고 글을 써보자. 당신을 표현하라!

 

저자는 세상 속에서 말을 멈추고, 나에 대해 진정으로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침묵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자기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내가 추가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자신에 내면을 살펴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침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타인의 말에 묵묵히 귀기울어야 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제화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닙니다.

숱한 말들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현대 생활에서, 때때로 침묵의 언어로 소통하며 그 깊은 뜻을 차분히 헤아리며 하루 한번이라도 10분간 침묵하기를 훈련해보아야 겠습니다.

"순수하고 진지한 침묵이 사람을 설득시킨다"-세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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