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게일 허니먼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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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그래픽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엘리너 올리펀트. 그녀는 매일 똑같은 조끼와 운동화 차림으로 장을 보러 갈 때나 쓸 법한 가방을 들고 다닙니다. 세상사에 서툴고 가족도, 친구도 없지만 그는 ‘혼자서도 충분한 독립체’라고 여기며 완벽한 삶을 꾸려가는 괴짜입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지금의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고 그후 변함없이 똑같은 일과를 보내며 단순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혼자로도 충분하다고, ‘완전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누구보다 사랑을 갈구하고, 고통스러울 만큼 선명하게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녀의 현재 상황에 대해 '괜찮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고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어렸을 때 그녀는 지속적인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경험했으며 여전히 충격적인 경험의 여파를 겪고 있습니다.

엘리너의 고립은 억압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되며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드러납니다. 직장 동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전화 통화만 할 뿐 만나지는 않는 엄마를 빼면 가족도 없고, 어린 시절부터 키운 식물 폴리를 빼면 친구도 전혀 없습니다. 스스로를 우주에서 가장 혼자인 생명체이자 생존자로 여기며, 곁에 자신을 걱정하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은 쓸모없는 일이고 심지어 자신은 그런 걸 바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납니다.

직장동료인 레이몬드와 거리에서 쓰러진 노인을 구한 후 서로 우정을 쌓게 됩니다. 이 세사람 모두 서로에 대한 친절을 바탕으로 강한 우정의 유대를 형성합니다.

p149 하루에 두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듣고 따뜻한 관심을 받는 사람이 되다니! 그런 작은 행동이 이런 너그럽고 진심 어린 반응을 끌어낼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가슴속에서 약간의 따스함이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아닌, 작고 서서히 타는 작은 촛불 같은

 

흔한 남녀주인공들의 평범한 러브 스토리가 아닙니다. 외로움과 고립된 후에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모두는 아마도 우리 삶에서 ‘엘리너’와 같은 인물을 만났을 것이며 아마도 그 또는 그녀에게 불친절하게 대하거나 무시했을 것입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왜 그런지, 그리고 친절한 말이나 초대가 그들을 거의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큰 변화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외로움,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작은 친절과 사랑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p396 이제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에, 감정의 강렬함과, 감정이 변할 수 있는 빠른 속도에 서서히 익숙해지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감정과 느낌이 나를 흔들어 불안하게 만들 것 같은 위험이 감지되면 언제라도 그 감정을 훅 들이켜서 삼켜버렸다. 그 덕분에 내가 존재해온 것이겠지만, 이제는 내가 그 이상의 뭔가를 필요로 하고 또 원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과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고자 하는 엘리너를 조용히 응원하게 될 듯 합니다.

좋은 책의 기준이 주인공의 감정을 실제로 공유하기 시작하고 실제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지점까지 독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라면, 이런 면에서 이 소설은 확실히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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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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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이 탄생하던 1922년, 러시아의 귀족 출신으로서 구시대 인물인 로스토프 백작은 자신이 묵고 있던 메트로폴 호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평생 연금형을 선고 받습니다. 귀족의 모든 특혜를 몰수 당하고 하인용 방으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하지만 백작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으로 현실에 적응해 갑니다.

p90 겨우 3주가 지났을 뿐인데.....할 일은 너무 없고 할 일 없이 때우기엔 시간이 너무너무 많아서 인간 감정의 공포스러운 수렁이라 할 수 있는 권태감이 계속해서 백작의 마음의 평화를 위협했다

백작은 꼬마 숙녀의 놀이 친구, 유명 배우의 비밀 연인, 공산당 고위 간부의 개인교사, 수상한 주방 모임의 주요 참석자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면서 점차 호텔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 갑니다.

그는 자신이 잃어버린 것, 결국 사라지는 러시아 역사를 가장 안전한 곳에서 지켜보는 ‘관찰자’이지만 호텔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적극적인 ‘참견자’입니다. 세련되고 우아한 태도, 인간적 매력으로 무장한 그는 호텔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p98 화려함은 끈질김 힘이니까 말이다. 영악함도 끈질긴 힘이다.

황제가 계단 아래로 끌려 내려와 던져질 때 화려함은 얼마나 겸손하게 머리를 숙이는가. 그러고 나서 화려함은 조용히 알맞은 때를 기다리며 새로 임명된 지도자의 복장에 관해 조언해준다. 그 지도자의 외모를 칭찬하면서 한두 개의 훈장을 착용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한다. 또는 공식 만찬 자리에서 그 지도자를 접대하면서, 화려함은 이 같은 막중한 책임을 맡은 분께는 더 높은 의지가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일부러 들리도록 중얼거린다.

거처를 스위트룸에서 하인용 다락방으로 옮기고 귀족으로서 누리던 모든 특혜를 회수당한 그이지만 메트로폴이 꼭 감옥인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호텔은 백작의 세련되고 고상한 취향과 자상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지킬 수 있는 피난처이자 모험과 새로운 만남의 장소, 사랑과 우정을 키워나가는 좋은 집이기도 했습니다.

p630 알렉산드르 로스토프는 과학자도 아니고 현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예순넷이라는 나이를 먹은 그는, 인생이란 것은 성큼성큼 나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만큼은 현명했다. 인생은 서서히 펼쳐지는 것이다. 주어진 하나하나의 순간마다 천 번에 걸친 변화를 보여주는 과정이다. 우리의 능력은 흥하다가 이울고, 우리의 경험은 축적되며, 우리의 의견은 - 빙하가 녹듯 매우 느리지는 않다 해도 적어도 천천히 점진적으로 - 진화한다. 소량의 후추가 스튜를 변화시키듯, 매일매일 벌어지는 사건들이 우리를 변화시킨다.

 

세월이 흐르면서 백작은 항상 완벽한 신사처럼 행동합니다. 그는 자신의 감금에 대해 결코 불평하지 않습니다. 감금이라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습니다.

제한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연과 사건들을 흥미롭게 읽다보면 백작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됩니다.

로스토프 백작을 둘러싼 이야기 또한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이었습니다. 생생한 디테일은 정말로 혁명 직후의 모스크바에 로스토프 백작 같은 사람이 있었겠다 싶게 만들고 평범한 소동과 작은 소품이 역사적 사실과 연결되어 더 큰 이야기를 완성할 때는 짜릿함마저 안겨주었습니다.

두꺼운 분량에 부담감과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읽고 나면 기억에 남는 독서 경험으로 보상받을 것입니다.

야로슬라프는 가위 두 개를 동시에 들고 은발의 신사에게 마법 같은 기술을 발휘하고 있었다. 야로슬라프의 손에 들린 가위는 처음에는 무용수가 뛰어올라 두 다리를 공중에서 교차하는 동작인 앙트르샤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이발이 진행되는 동안 그의 손은 점점 더 빨라져서 마침내 가위는 고파크를 추는 카자크 사람처럼 뛰어올라 다리를 내치곤 했다
- P61

세상은 돌고 도는 거야. 사실 지구는 지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동시에 태양 주위를 돈다. 은하수도 돈다. 더 큰 바퀴 속의 작은 바퀴인 셈이다. 천체는 돌면서 시계의 작은 망치가 내는 종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자연의 소리를 낸다. 그 천체의 종소리가 울리면 아마 거울은 불현듯 자신의 보다 더 진정한 목적에 맞게 일할 것이다. 즉, 우리 인간에게 자신이 상상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 그 실제 모습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 P65

시대는 가차 없이 변한다. 필연적으로 변한다. 창의적으로 변한다. 그렇게 시대는 변하면서 케케묵은 경칭과 사냥용 호른뿐 아니라 은으로 만든 호출종과 자개를 입힌 오페라글라스, 그리고 이제는 쓰임새가 없어진 온갖 종류의 공들여 만든 물건들을 골동품으로 만들어버린다
- P124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사교 범위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슬프지만,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현실이지." 그가 말했다. "습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늘거나 아니면 활력이 주는 탓에 우리는 갑자기 몇몇 익숙한 사람들과만 사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단다. 그래서 나는 인생의 지금 단계에서 너처럼 멋진 새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을 굉장한 행운으로 여겨."
- P153

첫 인상이라는 것은 단지 하나의 화음이 우리에게 베토벤에 관해 말해줄 수 있는 것, 또는 하나의 붓 터치가 우리에게 보티첼리에 관해 말해줄 수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너무 변덕스럽고 너무 복잡하고 엄청나게 모순적이어서 우리가 숙고해야 할 뿐만 아니라 거듭 숙고해야 하는 존재다. 인간은 우리가 가능한 한 많은 상황에서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겪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에 관한 견해를 보류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 P194

백작에게 손짓했던 여름 미풍은 이제 온전히 그를 감쌌다. 따뜻하고 너그러운 바람은 다섯 살이나 열 살 혹은 스무 살 시절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거리나 티히차스의 풀밭에서 느꼈던 어린 시절 여름밤의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헤어나기 힘들 만큼 옛 생각에 푹 젖은 백작은 잠시 가만히 멈추어 서서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에야 지붕 서쪽 가장자리를 향해 다시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 P202

"저는 상황이 달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내진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 내몰리는 것과 상황을 잘 감수해내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려 합니다."
- P338

그 옛날 너에게 평생 메트로폴을 떠날 수 없다는 연금형이 선고되었을 때, 네가 러시아 최고의 행운아가 되리라는 걸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그가 말했다
- P460

아이를 양육하는 데는 수많은 걱정거리-학업, 옷, 예절 등-가 뒤따르지만, 결국 부모의 책임이란 매우 단순한 것이다. 아이를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키움으로써 아이가 목적 있는 삶을, 그리고 신이 허락한다면 만족스러운 삶을 경험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 P488

소피야가 이 곡을 선택했을 때 백작은 곡이 ‘즐겁다‘, ‘매우 발랄하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자신의 우려를 에둘러 표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는 마음을 편히 먹었다. 우려를 표명한 다음에는 세 발짝 물러서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기 때문이었다. 한 발짝도 아니고 두 발짝도 아닌, 세 발짝이었다. 어쩌면 네 발짝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섯 발짝은 절대 아니었다.) 그랬다. 아버지는 자신이 걱정한다는 것을 알려준 다음 서너 걸음 뒤로 물러나 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록 그 결정이 실망스러운 결과로 이어진다 하더라도 말이다.
- P564

내겐 너를 자랑스러워할 이유가 셀 수 없을 만큼 많단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음악원 경연 대회가 열렸던 밤이었어. 하지만 정작 내가 최고의 자부심을 느낀 순간은 안나와 네가 우승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가 아니야. 그것은 바로 그날 저녁, 경연을 몇 시간 앞두고 네가 경연장으로 가기 위해 호텔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보았을 때였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박수 갈채를 받느냐 못 받느냐가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환호를 받게 될 것인지의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이란다
- P609

아버지는 우리 인생은 불확실성에 의해 움직여 나아가는데, 그러한 불확실성은 우리의 인생 행로에 지장을 주거나 나아가 위협적인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관대한 마음을 잃지 않고 보존한다면 우리에게 극히 명료한 순간이 찾아들 거라고 했다.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갑자기 하나의 필수 과정이었음을 뚜렷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찾아든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으로 꿈꿔온 대담하고 새로운 삶의 문턱에 서 있을 때조차도 그렇다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이런 주장은 너무 특이하고 과장되어 보였기 때문에 소피야의 괴로움을 조금도 달래주지 못했다
- P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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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쉬는 기술 -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휴식법 10가지
클라우디아 해먼드 지음, 오수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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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잘 쉬셨나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했다고 생각하지만 좀처럼 피로가 가시지 않는 경험을 합니다. 왜 몸은 여전히 찌뿌드드하고 피곤한 걸까요? 제대로 된 휴식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인 저자는 자신이 진행하는 BBC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휴식 테스트(Rest Test)` 실시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 135개국의 1만8000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휴식에 대한 심도 깊은 조사를 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하였습니다

책에는 참여자들이 `진정한 휴식으로 생각하는 10가지 활동`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1위는 독서였습니다. 그다음 자연 체험, 혼자 있기, 음악 듣기, 빈둥대기, 산책, 목욕, 몽상, TV 시청, 명상 순이었습니다. 저자는 이들이 왜 휴식이 되는지를 전 세계의 과학적 연구 결과를 수집해 알려줍니다.

저자는 우리가 취하는 휴식의 양이 일의 성과뿐만 아니라, 행복감과 직결된다는 것을 강조하며, 하루 일과 중 반드시 휴식 시간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휴식(休息)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잠시 쉬는 것을 말하는데, 휴(休)는 사람(人)이 나무(木)그늘에서 쉰다는 뜻이며 ‘멈추어 집중하는 것’, ‘편안과 행복’을 의미합니다. 식(息)은 코를 의미하는 스스로 자(自)와 가슴을 의미하는 심(心)이 합하여 ‘코와 가슴과의 사이를 드나들며 숨을 쉰다’는 의미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휴식이라는 글자에는 ‘멈춤을 통한 집중과 마음의 편안함’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바쁘다는 것에 집착하는 문화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바쁘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피곤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쉰다는 것, 즉 휴식에 대해 불안하고 그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낍니다. 더 많은 휴식과 휴식을 원하지만 기회가 생기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은퇴한 마이크로소프트 MS사의 빌게이츠 회장도 해마다 일주일 정도’think week’ 라는 휴가를 가졌다고 합니다. 세계 각국의 직원들이 보낸 보고서를 검토하거나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도 구상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입니다. CEO 뿐만 아니라 개인들에게도 이런 시간들을 갖거나 잘 쉬는 것, 적당한 휴식을 통해 재충전하는 방법 등은 기업 경영이나 조직 운영 및 자기관리 면에서도 분명 중요한 경쟁력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쉴 틈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말에는 휴식이 한가하거나 게으른 사람이 누리는 시간이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휴식의 존재 의미는 건강이나 활력뿐만 아니라 창의성과 사회적 유대까지 향상시켜준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휴식의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즉, 자신의 일과 시간표와 업무 요구, 창의적인 욕구 같은 것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종류의 휴식을 찾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추고 쉬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자신이 충분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사람은 일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단지 명상하고 느끼고 꿈꾸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은 그의 능력에 따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가 가장 빛나는 것이다. 그러나 일만 알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와 같이 위험하기 짝이 없다.” 헨리포드

텔레비전은 자신에게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한다. 끔찍했던 하루를 다시 살거나 내일을 염려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이다. 다만 얼마 동안만이라도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정신이 딴 데로 팔려 잡다한 생각을 몰아낼 수 있다. 2008년에 실행된 연구는 이런 종류의 정서적 도피가 우울한 기분에 젖거나 사회불안을 겪는 이들에게 효력이 좋다는 것을 시사한다.
- P60

산책이 제공하는 휴식의 진정한 열쇠는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애쓸 때 마주하게 되는 가장 큰 장애물 두 가지를 산택이 해결해준다는 점이다. 첫 번째 장애물은 죄책감이다. 우리는 늘 휴식을 간절히 원하고 귀하게 여기며 휴식이 이롭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해도 집이나 사무실에는 할 일이 그득히 쌓여있다. 게다가 닦아야 할 곳, 갈아야 할 전구, 채워야 할 서식, 써야 할 보고서 등 해야 할 일이 죄다 가까이 있다. 하지만 산책하러 집이나 일터를 떠나는 순간 할 일과는 안녕이다. 해야 할 일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나중에 해도 된다. 나가서 걷는 동안만큼은 걷기만 하면 된다. 할 일은 그뿐이다. 물론 휴대전화는 무음으로 해두어야겠지.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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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움 - 살아갈 힘을 주는 나만의 휴식
문요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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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다소 길어진 요즘 여러분은 어떤 취미생활을 즐기고 계신가요?

'오티움(ótĭum)'은 결과를 떠나 활동 그 자체로 삶에 기쁨과 활기를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을 뜻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휴식은 쉼과 함께 채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가 시간에 하는 활동시간이 채움의 시간, 오티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티움은 ‘어른의 놀이’로 아이의 놀이와 달리 초점과 깊이가 있습니다. 악기를 연주하고, 서핑을 하고, 심리학 공부를 하고, 발레를 하고, 정원을 가꾸는 등 보다 명료한 초점이 있고 배움과 연습을 통해 그 깊이를 더해갑니다.

*오티움의 다섯 가지 기준

1. '자기 목적적'이다.

2. '일상적'이다.

3. '주도적'이다.

4. '깊이'가 있다.

5. '긍정적 연쇄효과'가 있다.

'오티움'은 자신의 일상과 과거를 탐색하며 스스로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11가지 오티움 테마를 길잡이 삼아 따라가면 됩니다. 오티움을 시작하면, 특정 관심사로 인해 나의 세계가 단단해지며 동시에 넓어집니다.

p72 인간은 스스로 하고 싶어하고 스스로 만들어보고 싶은 존재다. 삶 또한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꼭 위대하고 거창할 필요는 없다. 내 영혼이 작은 기쁨을 느끼는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것 역시 훌륭한 삶이다. 그 시작이 바로 오티움이다.

얼마전 보았던 드라마의 한 장면입니다.

두 남녀가 누룽지를 먹다 나누는 대화입니다.

“넌 요즘 널 위해 뭘 해주니?”

“넌?”

“난 이거 샀어. 장작 거치대.”

“왜 샀어, 그런 걸?”

“나는 날 위해 장작 거치대를 샀어. 나 이거 살 때 정말 행복했다. 날 위해 그냥 샀어. 넌 널 위해 무엇을 하니?”

“이렇게 너랑 같이 밥 먹는 거. 너랑 같이 밥먹고 커피마시는거. 난 나한테 그거 해줘.”

그냥 스쳐지나가는 장면이었지만, 머리 속을 맴도는 질문이었습니다.

“넌 널 위해 무엇을 하니?”

p178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 핵심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물론 혼자 있는 그 시간 전부가 행복할 순 없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자신에게 집중하고 기쁨을 선사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우리는 잠시나마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다. 바로 오티움의 힘이다.

 

저의 오티움은 여러 가지입니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좋고, 책을 읽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또, 요가하는 것, 영화를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내년에는 또 무엇에 꽂혀서 좋아하는 일이 또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무엇을 할 때, 무엇을 가지고 있을 때 행복한지 몰라서 행복할 수 없다면 너무 불행할 것 같습니다. 사실 행복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을 수 없더라도 그 순간, 또는 그 물건으로 내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거죠

p101 누군가 나를 기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를 기쁘게 할 때 '최고의 나'를 만날 수 있다.

일상에서 오티움을 발견하는 방법과 그 오티움을 어떻게 활용하여 삶에 행복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오티움으로 인한 슬럼프가 오게 되면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를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오티움을 찾고 싶으시거나, 무엇이 진정한 기쁨을 주는지 알고 싶으시다면 책을 통해 작은 실마리를 찾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행복을 미루면 행복의 감각은 녹슨다. 행복을 미루는 것이 자동적인 습관이 되어버린다. 그렇기에 애초에 생각했던 어떤 조건이나 기준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행복을 미루는 사람들은 행복할 수가 없다. 지금 행복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 P20

우리가 행복하려면 놀이를 되찾아야 한다. 과정의 기쁨을 회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의 기준은 달라져야 한다. 잘 노는 게 건강이고 잘 놀지 못하는 것이 병이다. 치유 역시 마찬가지다. 치유란 잘 놀지 못하는 상태를 잘 놀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 P35

기쁨은 기쁨의 대상만 빛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쁨이 주변으로 확산되게 만든다. 그것으로 인해 다른 일상까지 생기가 돌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기쁨은 삶의 주름을 펴는 보톡스가 되어준다. 기쁨을 잃어버리는 순간, 삶은 시들고 인간은 병든다. 우리가 기쁨을 되찾아야 하는 이유다
- P48

여가는 쉼과 함께 채움이 되어야 한다. 에너지를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재충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균형이 중요하다. 평소 많이 쓰는 기관은 쉬게 하고, 잘 쓰지 않는 기관을 써야 제대로 된 휴식이다.
- P85

사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정말 소수다. 어쩔 수 없이 혹은 해야 하니까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것만이 삶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다. 최악의 삶은 아무 의미 없는 일을 억지로 하고, 일 이외의 시간까지 의미 없이 보내는 것이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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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
우종영 지음, 한성수 엮음 / 메이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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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곽재구-은행나무

 

한국인에게 은행나무는 향수가 짙게 배어있는 정감이 가는 나무입니다. 거리 곳곳에 노란 은행나무 단풍으로 아름다운 가을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은행나무가 곧게 자라며 운치도 있고 병충해가 없어서 여러 가지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가을에 열매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가로수로 부적합 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은행나무의 고운 나뭇결을 보며 어린 시절 은행나무를 떠올리며 생각에 젖게 됩니다.

제가 태어난 해에 심었고 초등학교 졸업 후 이사가기 전까지 저희 집마당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수나무라 은행은 열리지 않았고, 여름이면 그늘을 지어주고 가을이면 은행잎을 융단처럼 깔아주던 나무였습니다.

저희 가족이 이사 후 그곳에 새로 집을 짓기 위해, 그 은행나무를 부득이 베어내게 되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고, 그렇게 기억에서 잊혀져 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과거를 떠올리는 계기가 된 책이지만, 책 속에는 따뜻하고 뜻깊은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특히, 나무 의사의 나무 사랑을 흠뻑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어려서 천문학자를 꿈꿨지만 색약 판정을 받고 다니던 고등학교도 그만둔 채 방황하다가 어느 원예농장에 들어가서 나무 키우는 일에 종사했고, 그 후 30년 경력의 ‘나무 의사’가 되어 아픈 나무와 죽어가는 나무를 살리는 거룩한 일을 합니다. 저자는 겨울이 되면 가진 걸 다 버린 후 앙상한 알몸으로 견디는 그 초연함에서, 아무리 힘이 들어도 매해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 그 한결같음에서, 평생 갗은 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그 애꿎은 숙명을 받아들이는 의연함에서,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 마음 씀씀이에서 정말 알아야 할 삶의 가치들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p92 사람의 인생에 비유하자면 우듬지가 꿈이나 희망이랄까. 나무의 우듬지가 아래 가지들을 다스려 가면서 하늘을 향해 뻗어 가듯, 사람은 꿈이나 희망 등 살아갈 이유가 있어야만 삶의 크고 작은 문제를 이겨 내며 앞으로 갈 수 있다

 

책은 모두 여섯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반부는 30년간 나무의사를 하며 나무들을 통해 깨달은 인생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고, 후반부는 16가지 나무들의 각각 고유한 특성과 함께 그 속에서 느낀 저자의 생각들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항상 우리 주변에 있었지만 무관심하게 여겨지던 나무와 사람들이 조금 더 가까워져 녹색 빛 여유로움을 되찾기를 바라는 나무 의사 우종명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봄에 연둣빛으로 뾰족이 돋았다가, 그 뜨거운 여름을 잘도 견디더니 어느새 다갈색으로 물들어 가을의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나뭇잎을 간밤에 분 바람에 미련 없이 우수수 떨구어 스스로 놓으며 나목이 되어가는 나무를 봅니다.

나무가 이런 과정을 70 혹은 80회 정도 거치고 나면 단풍처럼 화려함을 뽐내다가 결국 낙엽으로 떨어져 바람에 날리듯 쓸쓸히 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삶이 다르지 않습니다. 젊었을 때에는 늙는다는 것에 ‘그런 시간이 내게 올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월은 생각보다 더 빨리 훌쩍 흘러갈 것입니다.

p126 삐죽삐죽 가시가 돋아 있고, 외진 구석에 있어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어떠랴. 볼품없는 겉모습만 보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 것. 세상에 함부로 대해도 좋을 존재란 없다.

알고 보면 은행나무는 외로운 나무입니다. 여타의 나무들과 달리 은행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는 오직 은행나무 한 종뿐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이 특별한 존재이지만 종종 그 사실을 잊은 채 살아갑니다. 내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생각해보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야합니다

기온이 내려가고 나무들이 단풍으로 만들어 화려한 자체를 뽐내는 시기가 오면 한 해가 저물어가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과거를 후회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혹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나무처럼 내일을 의식하지 않고 오늘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최선을 다하고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지금도 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마다 이렇게 되뇌곤 한다. 못한다고 말하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나아가 보자고, 때론 그 작은 한 걸음이 답일 때가 있다고
- P28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보이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보이는 것에 역시 집중한다. 하지만 나무는 흙 위의 보이는 부분을 잘 키우기 위해 흙 아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더 신경 쓴다.
- P31

어느 노스님의 말씀을 읽고 나는 연명치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 젊은 스님이 연락을 드린 모양인데 그냥 두시지요. 살 운명이면 그냥 둬도 살 것이고, 죽을 운명이면 아무리 애를 써도 죽지 않겠소.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려는 나무를 억지로 살려 내는 것도 순리는 아니지요."
- P48

나무에게 있어 버틴다는 것은 주어진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 내는 것이고, 어떤 시련에도 결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 P56

그래서 나는 지금도 시시때때로 걷는다. 다만 가다가 쉬기도 하고 어느 때는 한 곳에 멈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두 발에 족쇄가 될 짐은 저만치 내려놓은 채 가볍게 걷다 보면 삶의 온갖 문제들로 무거웠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그래, 그거면 충분하다.
- P65

씨앗 안에는 오래도록 씨앗으로 존재하려는 현재 지향성과 껍질을 벗고 나무로 자라려는 미래의 용기가 동시에 존재한다. 그것은 좋은 환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려는 힘과 언제든지 싹을 틔우려는 상반된 힘이 씨앗 안에서 갈등하고 타협하는 증거다
- P94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끈기 있게 기다리는 자세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기다림 그 자체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작은 씨앗이 캄캄한 흙을 뚫고 세상 밖으로 머리를 내밀듯, 우선 내가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 나아가려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누구에게나 새로운 시작은 두렵고 떨리게 마련이다.
- P96

맞서 싸우지 않고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우회할 줄 아는 것. 그것은 결코 지는 것이 아니다. 저 혼자 강하게 곧추선 나무가 한여름 폭풍우에 가장 먼저 쓰러지는 법이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 하더라도 상대방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 P133

"아직 껍질이 채 생기지 않은 여린 나무뿌리 끝에는 흙을 파고들 때 상처가 나지 않도록 보호해 주는 뿌리골무라는 조직이 있다. 단단한 바위를 부지불식간에 갈라 버리는 것이 바로 뿌리골무다. 그렇다면 뿌리골무가 암반 천공기의 드릴처럼 단번에 바위를 뚫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것일까? 그건 아니다. 뿌리털 끝을 감싸고 있는 뿌리골무는 오히려 나무의 그 어떤 조직보다 연약하다. 그저 뿌리 끝에 달린 생장점을 부드럽게 감싸 안은 채 끈끈한 점액질을 분비할 따름이다.
- P145

좋은 일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고, 더 좋은 일들은 인내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찾아오지만, 최고의 일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
- P150

어쩌면 나이가 들어 점점 무기력해지는 노년에도 매일매일을 젊고 활기차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공부가 아닐까 싶다. 그런 까닭에 나는 죽을 때까지 공부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재미있고 유익한데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 P155

한때 나는 쓰러진 나무의 밑동을 얇게 켜 레코드 음반처럼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다. 그 먼 옛날의 바람 소리와 새소리, 인간이 일으킨 전쟁의 소리, 나무 앞에서 간절히 전하는 누군가의 기도 소리…. 그렇게 매 순간이 나이테에 기록되어 그 주위에서 발생한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소중한 역사이지 않을까.
- P171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인생이 있고 각자에게 주어지는 삶의 여정은 오로지 자기의 몫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는 홀로 섬이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스스로 해결하되 도저히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을 때는 기꺼이 다른 사람의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진짜 자립이 아닐까.
- P224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든 순간들이 있다. 아무 걱정없어 보이는 사람도 말 못할 속사정은 하나씩 다 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이 무탈한 하루는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는다. 또한 인생은 너무 길기 때문에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아끼고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내 인생을 책임져야할 유일무이한 존재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 P239

나무가 하늘을 향해 크게 자랄 수 있는 것은 바람에 수없이 흔들리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냉혹한 바람에 꽃과 열매를 한순간에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뿌리의 힘은 강해지고 시련에 대한 내성도 커진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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