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Queen's Gambit : Now a Major Netflix Drama (Paperback) - 넷플릭스 '퀸스 갬빗' 원작
Walter Tevis / Orion Publishing Co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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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의 장기나 바둑과 같은 개념으로 서양에는 체스가 있습니다. 체스는 왕과 왕이 싸우는 게임입니다. 빛과 어둠, 선과 악, 천사와 악마 등 적대적인 힘이 서로 겨루고 있는 싸움터로써의 현실세계를 의미합니다.

베스의 부모는 그녀가 8살 때 교통 사고로 사망합니다. 다른 마을의 고아원으로 보내집니다. 이 곳은 엄격한 가치를 지닌 기독교 단체가 운영하는 곳이었고, 아이들은 매일 진정제를 복용하고, 베스는 이것에 금새 중독됩니다. 그녀는 자신보다 4살 많은 졸린이라는 흑인 소녀와 친구가 되고, 고아원 지하실에서 수위인 샤빌에게 체스를 배웁니다. 곧 그녀는 머릿속에서 복잡한 게임을 시각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머지 않아 그녀는 샤빌의 실력을 훨씬 넘어 섰습니다.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이는 것을 꺼렸던 샤빌은 그녀의 끈기와 타고난 재능을 알아보게 됩니다. 그 후, 그녀를 고등학교 체스 클럽의 후원자인 Mr. Ganz에게 소개합니다. 그는 그녀에게 체스클럽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하고 12명의 소년들을 동시에 플레이하고 패배시킵니다,

알코올 중독자인 휘틀리 부인에게 입양 된 후 본격적으로 체스를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체스실력은 더욱 월등해지고 그랜드 마스터 플레이어가 경쟁하는 토너먼트에서 우승하기 시작합니다. 18살에 미국 챔피언이 되지만, 양엄마의 죽음으로 점점 진정제와 알코올에 크게 의존합니다. 그 후, 그녀는 러시아의 체스마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러시아로 갑니다.

시리즈 전체를 이미 보았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주인공 베스는 뛰어난 재능으로 빛을 발하지만, 체스에 대한 열정과 진정제에 대한 중독이라는 결함이 있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체스 게임에 관한 소설이지만, 알지 못해도 줄거리를 이해하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베스의 목표에 응원을 하게 되면서도, 후반부에서는 극도의 외로움과 열등감에 사로잡힌 베스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고아소녀의 성장스토리가 주는 긍정적인 힘은 새롭고 흥미로웠고, 감동적인 우정, 사랑, 순수한 기쁨의 순간은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합니다. 저자인 Tevis는 훌륭한 이야기를 전하는 천재적인 이야기꾼인 듯합니다.

체스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극도의 공격성을 요구하는 게임일 뿐만 아니라, 빈틈없는 전략이 요구되는 치열한 두뇌 플레이입니다. 말의 움직임은 현실세계와 그 속에서 개인이 가지는 모든 가능성의 실현을 상징합니다. 어떤 말을 움직일 것인지 선택은 자유이지만, 말을 움직임으로써 생기는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즉 자유의지와 운명이 모두 들어있는 인생의 축소판과 같습니다.

수많은 천재들은 특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베스의 미래가 그렇게 우울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체스영재의 발견, 성장, 고민, 시련, 극복의 모습을 잘 보여준 성장스토리로는 무난했지만 마지막 난적과 만나는 이야기는 밋밋한 점이 있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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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오스카 와일드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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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세기말 장미꽃 향기가 짙은 어느 초여름 밤, 런던에 있는 버질 홀워드의 화실이 배경입니다. 그는 지금 세상에서 보기 드문 미모의 젊은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막 완성하려는 참입니다. 이 때 그림의 주인공이 들어옵니다. 그는 헨리 경의 악마적 유미주의 사상에 매료되어 자신은 그대로 젊음을 유지하는 대신 초상화 속의 인물만 추하게 늙어버렸으면 하고 바랍니다.

p58 나는 점점 늙고 추하고 끔찍해 지겠지요. 하지만 이 그림은 언제까지나 젊음을 간직하고 있을거예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유월의 오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거예요.

아. 그와 정반대가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언제까지나 젊은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그림이 나 대신 점점 나이를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편, 도리언은 변두리 가설극장에서 본 여배우 시빌 베인에게 매혹됩니다. 그러나 그녀가 무대 위의 줄리엣에서 현실 속의 시빌 베인으로 돌아와 ‘아름다운 왕자’인 자신을 열애하게 되자 그녀를 멀리합니다. 이 때 도리언은 자신의 초상화에서 전에 없던 미묘한 변화를 알아챕니다. 자신의 추해진 모습을 보면서 과오를 뉘우치고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하지만, 그녀는 이미 자살한 뒤였습니다.

그 후 그는 환락의 생활 속에서 점점 타락해 갑니다. 여자들을 마구 유혹하면서 사창굴에 출입하고, 결국에는 친구인 화학자와 시빌의 남동생 홀 워드까지 살해합니다.

38세 된 어느 날 밤, 그는 자신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인 행위, 즉 칼로 초상화를 찢은 후 쭈글쭈글한 주름투성이의 얼굴로 바닥에 쓰러져 죽습니다.

 

아일랜드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로 1891년 간행되었으며 영국의 세기말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주인공 도리언은 작자의 사상적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헨리 워튼 경의 유미적 쾌락주의에 촉발되어 악과 관능의 세계에 탐닉하고 여기에서 생기는 ‘추함’과 ‘노쇠’는 모두 그의 초상에 새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은 언제까지나 아름다움과 젊음을 잃지 않고 계속 죄를 거듭합니다. 그러나 결국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위하여 그 초상을 파기하려고 단검으로 찌르지만, 그것은 또한 자신을 찌르는 것이 되고 맙니다.

악과 관능의 세계에서 자신이 저지른 죄는 모두 자신의 초상화에 전가시키고, 쾌락을 추구하던 한 젊은이가 결국은 파멸하고 마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영국 문학사에 가장 특이한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그의 인생관과 예술지상주의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당시 영국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킨 것은 이 작품의 특성으로 보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도덕성에 관한 한 오스카 와일드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도덕관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었습니다.

p160 선하다는 건 자신의 자아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야말로 부조화 아니겠나. 자기만의 인생 - 이건이 정말 중요하네. 주변 사람들의 인생도 중요하지 않는냐고 묻는다면, 글쎄, 누군가 도덕가인 체하고 싶다거나 청교도인이 되고 싶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도덕적인 견해를 과시하려 들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주변 사람들을 안중에 두지 않을 거야. 게다가 개인주의에는 사실상 더욱 숭고한 목적이 있지. 현대의 도덕은 각 세대의 기준을 받아들이고 있네. 하지만 난 교양 있는 누군가가 자기 세대의 기준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추잡한 부도덕의 한 형태라고 생각해

 

주인공인 도리언은 순수한 청년으로 영원히 자신의 젊음과 미모를 간직하고 싶어했고, 이런 도리언과 그를 모델로 하는 버질이라는 존재는 작품 전개와 결말에 큰 암시를 처음부터 주고 있습니다. 미와 욕망의 관념 전개에서 보상과 대타협을 향한 심리적 움직임이 신비스럽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잠시 자신의 오점을 바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포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두려움이나 스스로의 잘못을 마주보고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습은 아마도 자기자신을 부정하고 싶을 정도의 공포가 아니었을까요? 도리언 그레이가 자신의 초상화를 보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비슷한 공포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에게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치명적인 단점이 한 두가지는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시작은 그것을 마주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우아한 매력이 있었고, 소년기 특유의 순백의 순수와 고대 그리스의 대리석 조각과 같은 아름다움이 우리 모두를 위해 간직되어 있었다. 누구든 그와 함께라면 못할 것이 없었다. 그는 타이탄이 될 수도 있고, 하찮은 장신구가 될 수도 있다. 아, 그토록 아름다운 미모도 언젠가는 사라져야 하다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노릇인가
- P78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에 은근슬쩍 달라붙어 기생하는 상식이라는 놈 때문에 몹시 괴로워하며 살고 있지만, 사람이 결코 후회하지 않을 단 한 가지가 자신이 저지른 실수뿐이라는 걸 깨달을 땐 이미 세월이 한참 흐른 뒤랍니다
- P89

살면서 오직 한번만 사랑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얄팍한 거야. 그 사람들은 그걸 정절이니 헌신이니 하고 말하지만, 난 습관적인 무기력이나 상상력 부족이라고 말하지. 감정적인 인생에서 한 사람에게만 충실하다는건 지성을 추구하는 인생에서 한 가지 사실만 고집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라네. 정절이라는 개념 안에는 소유에 대한 애착이 있어. 다른 사람이 주워갈까 두려워하지만 않는다면 우리가 내다버릴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 P105

도리언, 자넨 영원히 날 좋아할 거야. 난 자네가 절대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온갖 죄악들을 자네에게 보여줄 테니까 말이야
- P162

자책 속에는 일종의 자기만족이 있는 법. 우리는 스스로를 비난하면서도, 나 아닌 그 누구도 자신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죄에서 사해주는 것은 고백이지 신부가 아닌 것이다. 편지를 완성했을 때, 도리언은 자신이 이미 용서를 받았다고 느꼈다.
- P196

초상화 안에는 알 수 없는 운명이 살아 있어요. 초상화는 제 나름의 인생을 살고 있단 말입니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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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허밍버드 클래식 M 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한에스더 옮김 / 허밍버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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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런 모습이 때론 누군가에게는 양심의 갈등 문제로, 누군가에게는 은밀한 쾌락의 향연으로 표출될 것입니다.

이 작품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분은 아마 없으실 겁니다.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최초의 소설인 동시에, 영화와 연극, 뮤지컬로 워낙 많이 만들어져 굳이 소설을 읽지 않고도 줄거리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뮤지컬이나 연극의 소재로 자주 사용되면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증명되고 있는데, 이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가 때때로 ‘내 안의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종종 발견할 때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헨리 지킬 박사는 유명한 의학자이자 왕립협회 회원으로, 학식이 높고 자선심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인간 내부에 있는 선악의 모순된 두 감정을 약품으로 분리해 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약품을 만들어 복용한 결과, 악하고 추한 하이드로 변합니다. 법률 고문이면서 오랜 친구인 아타슨 변호사는 이를 지켜보고 동료 의학자인 라니용 박사에게 상담해 보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 후 1년이 지나 끔찍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안개 낀 어느 밤, 하이드는 템즈 강변에서 우연히 만난 카알 상원의원을 말다툼 끝에 지팡이로 때려죽입니다. 사건 직후에 버려진 지팡이와 지킬에서 모습을 감추라는 내용의 하이드의 편지를 보고 필적 감정가는 이것이 지킬의 것임을 밝혀냅니다.

2개월 후, 라니용 박사는 ‘지킬이 사망 또는 실종할 때까지 개봉해서는 안 된다’라고 쓴 유서를 아타슨 변호사에게 남기고 죽습니다. 이 때 지킬이 하이드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아타슨 변호사가 현장에 도착해보니, 실험대 위에 지킬의 의복을 걸친 하이드의 시체와 아타슨을 상속인으로 한 유언장이 함께 남겨져 있었습니다. 아타슨은 먼저 라니용의 유서를 읽는데, 카알의 살인범인 하이드가 바로 지킬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충격으로 인해 죽게 되었음이 밝혀집니다. 지킬의 고백서에는 그 동안 일어났던 일들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었고, 하이드가 다시 지킬로 돌아가려면 두세 배의 약이 필요한데, 약을 구할 방도가 없어서 자살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영국과 미국에서 스티븐슨의 명성을 확립하는 데 가장 기여한 작품입니다.

작가의 유니크한 작품으로 평가되나 인간이 지닌 대립모순의 심리적 추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특이한 줄거리와 소재로 현대인의 성격 분열을 미리 암시한 괴기소설이지만 모순적인 이상 심리에 대한 세밀한 심리 분석이 부족하므로 뛰어난 작품이 아니라는 심리학계의 지적도 많았습니다.

흔히 이 작품에 대해 지킬을 ‘선인’, 하이드를 ‘악인’으로 딱 잘라 구분해서 선인과 악인이 수시로 변모, 교체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킬 박사는 대단한 선인이라기보다 평범한 한 남자에 불과합니다. 즉, 내면에 악에 대한 욕구를 품고 있다가 그것에 가끔 굴복하고 마는 보통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지킬이 남과 다른 점은 내적 이중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약의 힘으로나마 악한 본성을 제거하려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불행하게도 인간의 본성을 변화시키려 한 것은 신의 권능에 대한 도전, 즉 자연의 순리에 벗어나는 것이므로 비극을 맞게 되는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전하려 하는 교훈은 뚜렷합니다. 선과 악 그 자체의 분열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악한 충동이 애초에 얼마만 한 크기로 존재했든 간에 그대로 방치해 두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에 드러난 선과 악의 갈등은 지킬과 하이드 사이의 갈등이라기보다는, 지킬의 마음속에 있는 선한 충동과 악한 충동 사이의 싸움입니다.

추리, 미스터리 등의 장르를 통해 인간의 이중성이라는 철학적 요소를 담아내고 있는데,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에게 선택의 지침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800년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묘사나 구성이 현대 문학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다는 점에서도 놀라운 작품입니다.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작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여러 장르에서 이 작품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나 자신의 내부에도 두 개의 본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불쌍한 지킬, 아무래도 상당히 곤란한 상황인 것 같군. 그 친구도 젊었을 때는 제멋대로 굴었었지.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역시 신의 심판 앞에선 시효가 없나 보군. 그래, 그거야. 과거에 저지른 범죄의 유령과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한 부끄러운 암덩어리가 나타나고 만 거야. 복수의 여신은 절뚝거리는 다리로 뒤늦게 찾아온다더니, 오랜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려지고 자신의 죄를 스스로 용서한 뒤에도 끝내 찾아 오고야 마는군
- P31

내안에 존재하는 두 자아를 분리하게 될 기적이 가능하리라 믿으면서 기뻐도 했고, 두개의 나를 두개의 전혀 다른 자아에 가둘 수만 있다면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나게 되리라 나 자신을 설득했네. 사악한 나는 정직한 내가 느끼는 죄책감을 잊고 자유로이 살 테고, 정직한 나는 기꺼이 선행을 베풀며 정상을 향해 안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나.
- P103

얼마 되지 않아 하이드는 괴물로 변하기 시작하더군. 그렇게 잠시 일탈에서 돌아올 때면, 타락한 하이드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는 내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네. 내 영혼에서 튀어나와 혼자 실컷 즐기게 된 하이드는 태생적으로 사악하고 악랄했네. 행동과 사고는 이기적이었고, 지킬마저 고문을 당하듯 괴로워할 정도로 짐승처럼 쾌락을 탐닉했으며 바위처럼 무자비했지. 에드워드 하이드가 저지른 짓에 겁을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네. 그렇다고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고 그저 교묘하게 양심의 가책을 면할 정도였지만. 결국 죄를 저지른 건 하이드였으니 지킬의 선한 면은 손상되지 않았고, 때로는 하이드가 저지른 악행을 보상하기도 했네. 따라서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었지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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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허밍버드 클래식 M 2
메리 셸리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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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자체는 모두가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입니다. 실상 그를 만든 박사의 이름이지만 정작 사람들은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을 박사의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창조한 불운한 주인공의 이름이었음에도, 후에는 괴물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이름이 되어버렸을 정도로, 유명해진 것입니다. 원래 괴물은 이름조차 없었는데 말입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생명의 신비에 광적으로 집착하여 미친듯이 연구를 거듭하다가 생명체의 비밀을 발견하고, 창조하기에 이릅니다. 본래 선한 사람인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떠나서, 인공 생명을 탄생 시키는 일에만 몰두합니다. 공동묘지에 가서 시체를 가져와서 실험에 사용하는 등, 그의 광기는 극에 다다르고 그의 정신도 피폐해져만 갑니다. 결국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괴물 생명체가 탄생하자 박사는 깜짝 놀라며 몸서리칩니다.

생명의 오묘함과, 신비로움은 온데간데 없고, 그는 자신이 창조한 생명체에서 구역질을 느끼고, 죄책감에 괴로워합니다. 새로운 생명체는 비록 무섭게 흉칙했지만, 창조되는 순간 부터 악하지는 않았습니다. 창조된 생명은 이름 대신 ‘괴물’(Creature)이라 불립니다. 박사의 태도가 프랑켄슈타인을 변하게 하고 비극은 시작됩니다.

p176 사람들은 누구나 보기 흉한 것을 싫어합니다. 그러니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끔찍한 몰골의 저는 기탄의 대상일 수밖에 없을테죠. 당신도 저를 역겨워하며 말을 섞으려 하지 않잖습니까. 하지만 당신은, 저의 창조주이신 당신은, 피조물인 저와 단단히 엮여 있습니다. 우리의 관계는 당신이나 저, 둘 중 하나가 죽기 전까지 끊기지 않습니다. 당신은 제 숨통을 끊고자 하죠. 어떻게 당신은 한 생명을 그리 가벼이 여긴단 말입니까?

빅터에 의해 창조된 크리처(Creature)의 입장에서 그에게 빅터는 부모와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부모라고 할 수 있는 빅터는 자신의 의도와 다르다는 이유로 크리처를 매몰차게 버립니다. '존재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저버린 것이죠. 혼자가 된 크리처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가 한 축사에 몰래 들어가 오두막 안의 가족을 관찰하면서 불을 다루는 법과 언어에 대한 지식을 터득합니다. 언어 지식을 터득하고 자신감을 얻은 크리처는 오두막 안의 가족들에게 다가가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크리처의 얼굴을 본 오두막 식구들은 크리처를 때리기 바쁩니다. 빅터를 찾아간 크리처는 자신을 위해 여자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지만, 빅터는 여자 피조물을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복수로 크리처는 결국 빅터의 약혼자인 엘리자베트 라벤차를 죽입니다. 이에 분개한 빅터는 크리처에게 역으로 복수를 하려고 그를 쫓아갑니다.

p299 모든 남자가 품에 안을 아내를 얻고 모든 짐승이 짝을 두거늘 나는 혼자여야 한다고? 한때 나도 애정이란 감정을 가졌으나, 내가 건넨 감정은 혐오와 경멸로 되돌아왔어. 이봐, 인간! 듣고 싶진 않겠지만 이건 알아둬! 앞으로는 시간 가는 게 두렵고 절망스러울 거야. 조만간 벼락이 내리쳐 네게서 행복을 영원히 빼앗아 갈 테니까. 내가 절망의 바닥에서 아등바등 기어 다니는데도 네가 행복할 줄 알았어? 네가 내 다른 욕망을 다 날려 버릴 수 있다 해도 내 복수심만은 못 건드려. 그래, 복수

 

크리처는 조용히 떠나는 대신 자신의 짝이 될 여성 괴물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합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이를 받아들여 여성 괴물을 만들지만 결국 폐기해버립니다. 그는 괴물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 여성괴물이 수천 배 악할 가능성, 서로 혐오할 가능성 같은 여러 가능성을 걱정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보다도 훨씬 위험한 가능성을 불현듯 깨닫게 됩니다.

박사는 결국, 북쪽 황량한 설원에서 죽음을 맞게되고, 아이러니하게도 프랑켄슈타인이 그의 마지막 임종을 지킵니다.

무려 200여 년 전에 쓰여진 고전 중 고전입니다. 모든 공포영화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괴물의 원조 격인 셈이죠. 인간이 감히 신의 영역에 도전하여, 생명을 창조하고, 그 생명이 오히려 인간을 공격하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설정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현대 과학분야에서 일어나는 윤리 논쟁에 바로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빼어난 작품입니다. 그렇기에 고전이라 불리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읽는 것이겠지요. 각고의 연구로 여기저기서 부분 부분을 모아 조립한 거대한 신체에 생명을 불어넣어 인조인간을 만든 인물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창조한 메리 셸리는 적정한 선을 넘는 지식과 기술을 추구한 결과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를 경고합니다.

유전공학, 생명공학 등의 발전과 더불어 이제 여성의 출산을 배제한 인공적 생명창조가 더 이상 허구가 아닌 현실이 된 요즘 이제 인간창조, 인간복제는 실현가능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신의 창조에 도전하는 무모한 인간의 야심과 몰락,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경고, 억압된 인간 욕망의 표출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어왔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 준 벌로 카우카소스 산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형벌을 받았다는 신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흙을 빚어 인간을 창조한 창조주이기도 합니다. 신의 영역으로 인식되어온 생명창조에 도전하는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을 창조하고 불을 가져다 준 프로메테우스처럼 인간이 한계에 도전하는 영웅적 인물이기도 합니다.

남성 과학자가 과학적 지식을 통해 여성을 대신해 생명을 탄생시키려 시도하는 반면, 여성인 메리 셸리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되어온 글쓰기를 통한 창조에 도전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이 작품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이런 불행한 사람 같으니라고! 당신도 나와 같은 광기를 가진 거요? 당신 역시 한 모금에 취해 버릴 그것을 들이켠거냐고. 잘 들어 보오. 내 얘기를 들려주리다. 이 얘기를 들으면 당신은 입술에 대고 있는 그 잔을 내동댕이치게 될걸!
- P47

아름답던 사람의 몸이 어떤 식으로 변질되어 썩어가는지, 죽음이 가져온 부패가 홍조가 앉았던 뺨을 어떻게 잠식해 나가는지, 어떤 방법으로 구더기가 기적과도 같았던 눈과 뇌의 자리를 꿰차는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봤단 말이오. 그러다 문득하던 일을 멈춘 나는, 인과관계의 모든 세부 사항을 검토하고 분석했소. 예를 들자면 삶에서 죽음으로의 변화, 죽음에서 삶에서의 변화, 그 과정의 인과관계 말이오. 바로 그때, 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오더니 나를 비추었소. 방금 내가 말했던 그 세부 사항들, 그 방대한 양에 아찔함을 느끼고 있을 때, 무척이나 경이롭고 훌륭한 광명이, 그러면서도 단순하기 그지없는 생각이 나를 찾아온 거요. 같은 질문을 품고 같은 걸 연구하던 수많은 천재 중에서 나만이, 오직 나만이 그 충격적인 비밀을 밝혀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소
- P91

빅터, 집으로 돌아오되, 범인을 향한 복수심을 품고 돌아오지는 말아라. 온유하고 따뜻한 마음만이 우리 마음의 상처를 덧나게 하지 않으면서 제대로 치유할 수 있단다.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긴 이 집에 들어설 땐, 원수를 향한 미움은 버리고, 널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한 사랑과 배려만 품어야 한다.
- P129

후회 두려움, 절망에 찢겨 너덜너덜해진 내 영혼이 앞날을 내다본 듯 이런 생각을 주절대는 사이, 나는 내 부정한 피조물의 첫 제물이 된 두 사람, 윌리엄과 쥐스틴의 무덤 앞에서, 사랑하는 가족이 헛된 슬픔을 쏟아 내는 걸 지켜보았소.
- P159

인간이란 그토록 강인하고 고결하며 훌륭한 동시에 그토록 야비하고 악랄하단 말인가? 인간은 어떨 때 천박하기 짝이 없는 악마의 자식 같다가, 또 어떨 땐 고귀하기 이를 데 없는 신처럼 보였거든요. 위대하고 고결한 인간이 되는 것, 그것은 여리디여린 존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영예 같았습니다.
- P214

그를 위로하고 싶은데, 한없이 비참해하는 사람에게, 위안을 얻을 희망마저 모조리 버린 사람에게,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말해도 될까요? 아, 그럴리 없죠! 지금 그는 산산이 부서진 영혼을 그러모아 죽음이라는 안식에 드는 것만이 기쁨이라고 생각하는걸요. 그에게 단 하나 위안이 있다면, 그건 고독과 환각이 만들어 내는 꿈이에요.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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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으로 산다는 것 - 조선의 리더십에서 국가경영의 답을 찾다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조선의 역대 왕 이름의 앞자를 따서 달달 외웠듯 조선의 임금은 총 27명입니다. 500년 사직에 28명의 임금이 나왔지만 거론조차도 안 되는 왕들이 많습니다. 태조는 조선을 창업했던 왕이니 거론이 되는 것이고, 정종을 건너뛰고 태종에 대해서는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골육상쟁한 것 말고는 역사적으로 기록된 것이 별로 없습니다.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뽑히는 세종 임금 다음에 생각나는 군왕들을 꼽으라면 세조, 성종, 영조, 정조 임금 정도입니다. 천하를 다스렸을 28명의 절대군주 중 후세에 그 이름이 거론되는 왕이라곤 5~6명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태조부터 순종까지 조선의 27명 왕 대부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각 왕들이 처했던 시대적 상황과 그것을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조선시대의 왕들의 삶을 한 나라의 왕으로서의 삶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이 할애된 왕 중 한 명은 바로 숙종과 광해군입니다.

다른 유명한 왕들에 비해 숙종에 대해서는 그동안 아는 게 거의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숙종을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숙종은 14세 어린 나이에 왕으로 즉위했고 당시는 당쟁이 절정에 올라 신하들의 위상이 대단하던 시기였으나 그는 강력한 왕권을 행사해 나가며 당대 최고의 노론 영수 송시열에게 사약을 내릴 정도로 강단이 있었습니다. 또한 숙종은 단종과 사육신을 복권하여 역사 바로 세우기에 역점을 두었고, 상평통보를 유통하여 상업과 수공업의 발달을 촉진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국방 강화에도 힘써 여러 도성을 새로 짓거나 보수하고 군사적 중요자료인 지도 제작에도 공을 들이며 북방 영토 회복의 의지를 다졌습니다.

임진왜란으로 선조가 수도를 버리고 도망갔던 것에 반해, 그의 아들 광해군은 지방을 돌며 의병을 모으고 왜적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명이 기울고 청나라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던 시기에 탁월한 외교적 역량으로 전쟁을 억제했던 능력을 높게 사고 있습니다.

왕(王)이라는 글자는 삼(三)과 곤(丨)의 합성어입니다. 즉 하늘로부터 인간을 포함한 땅 위의 모든 존재를 일관하는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하늘로부터 명을 받아 통치권을 위임받은 군주의 권한은 글자 그대로 무소불위였습니다.

한 예로, 성종은 태종과 영종, 중종의 서자 등용문제를 놓고 재임기간 내내 신하들과 싸워야했고, 현종은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의 복상문제로 예송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효종은 청을 벌하겠다는 북벌론을 주장했지만 신하들의 반대로 그 뜻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지만 감당할 수 없는 왕관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살았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진 조선의 왕들은 일상과 업무를 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전제군주적 그림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사극은 그런 권력을 중심으로 배신과 음모, 사랑과 치정, 충성과 배신의 극적이면서도 대립각을 세우는 그림으로 클라이맥스로 끌어가서 반정 혹은 반정의 극복 아니면 전란의 폐해를 딛고 성군으로 일어서는 구조로 보여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왕의 실상을 열어보면, 끊임없이 명,청으로부터 견제와 왕권에 대한 불신임 혹은 교체에 대한 무언의 압력 등을 받았거나, 왜와 오랑캐의 침략을 받아서 몽진을 해야 하거나, 역성혁명의 시도를 비롯하여 숱한 반정의 시도를 제압해야 했으며, 곳곳에서 발생한 민란도 문제였습니다. 한편, 외척의 득세에 대한 견제와 성리학적 기조에 의해서 왕에 대해서 기어오르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모자라서 왕명을 끝까지 수행하지 않으면서 신하들의 신권 확보 태도를 논리적으로 반박하여야 하고, 사림과 훈구, 붕당의 균형을 맞추면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정치적 지원과 견제를 해야하는 엄청난 압박의 대상이었던 것이 조선시대 왕의 자리였습니다.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 왕의 가족, 왕이 된 후의 정책, 조언을 받은 참모, 왕의 라이벌 등 왕의 주변인물이나 주유 사건들의 면모를 두루 알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유명한 왕은 물론이거니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왕과 그들의 업적까지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왕의 모습을 통해 한 국가를 이끌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느꼈고, 그들의 긍정적, 부정적 리더십을 반면교사로 삼아 현재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들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왕에 관한 이야기는 왠지 딱딱하고 권위적이거나 어려울 것 같지만, 이렇듯 흥미로운 이야기로부터 쉽게 접근한다면, 점차 무궁무진한 새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조선의 역사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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