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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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온라인에서는 가해자 '신상 털기'가 진행됩니다. 문제는 가해자의 배우자·자녀의 정보까지 공개되며 '2차 피해'가 생깁니다. 이들에게 가족의 범죄는 '평생 굴레를 쓰고 살아가야 하는' 족쇄이자 '숨겨야 하는 고통'입니다. 가해자 가족 역시 가해자의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피해자임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범죄 가해자와 그의 가족들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콜럼바인 총격사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고등학교 총격 사건으로 불립니다. 이 사건 이후로도 학교나 대학에서 대량 살인 또는 대량 살인 미수로 사망했습니다. 이러한 총격 사건과 같은 끔찍한 범죄에 가해자가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때 (종종 그렇듯이) 사람들은 그 일이 일어난 이유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들은 또한 총격 사건의 잔인함에 의해 유발된 슬픔, 분노, 두려움 및 증오의 대상이 될 대상을 찾으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나쁜 일을 할 때 부모를 탓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확신하지만, 세상의 비난과 심판에 맞서기 위해 남겨진 사람들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p44 내 머릿속은 혼란의 소용돌이였다. 우리가 들은 정보와 내가 내 삶에 대해, 내 아들에 대해 아는 것을 끼워 맞출 수가 없었다. 딜런 이야기일 리가 없었다. 우리 ‘햇살’, 착한 아이, 늘 좋은 엄마라고 느끼게 만들어주던 아이. 딜런이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대체 딜런의 삶 어디에서 그게 나온 걸까?

책의 저자인 수 클리볼드는 4월 20일 사건 당일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녀가 간직했던 자신의 일기를 바탕으로 한 이 회고록으로 그 일기의 일부를 전체에 추가했습니다. 이 책은 당시 사건의 끔찍했던 세부 사항과 그 여파를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그토록 많은 잠재력을 가진 소년이 왜 그런 일이 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딜런은 상당히 평범한 듯 보였고, 부모는 두 아들을 키우는 일상적인 기쁨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평범한 삶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들이 죽고 다른 사람도 죽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슬픔과 충격을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p111 콜럼바인 직후에 나는 글을 쓰면서 일시적이긴 해도 실질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일기장을 내 아들과 아들이 한 일에 대한 복잡하고 모순적인 무수한 감정들을 담아놓는 공간으로 삼았다. 그 최초의 나날들에 글을 쓰면서 딜런이 일으킨 슬픔과 고통에 대한 무한한 비탄을 씹어 삼킬 수 있었다. 희생자 가족들에게 직접 다가가기 전에 나는 일기를 통해 그들에게 사죄하고 홀로 애도했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피해자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표합니다. 그녀는 어떤 식 으로든 그녀의 아들로 인한 고통을 달래고 피해자의 가족에게 사과하고 슬픔을 나누기 위해 편지를 썼음을 밝힙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딜런이 계획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행동을 하도록 강요당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아들이 기꺼이 공격을 가했다는 명백한 증거를 보았을 때, 그는 더 이상 그녀가 사랑하는 소년이 아니라 ‘괴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들이 한 일에 대해 합리화하거나 변명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미디어가 묘사하지 않은 아들의 다른 측면에 대해 글을 썼지만 결코 그의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p116 사람들은 가까이에 악이 있다면 알아볼 수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 괴물을 잘못 볼 수는 없다고, 괴물을 보면 당연히 알아보지 않겠는가? 딜런이 악마이고, 병들어 걷잡을 수 없는 상태의 아이가 바로 코앞에 무기를 모아놓는데도 생각 없는 부모가 내버려둔 경우라면, 이 끔찍한 비극이 위층 포근한 침대에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들과 평범한 엄마아빠들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떤 부모가 그런 괴물을 키우는가?’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어떤 것을 이유와 원인으로 합리화하려고 합니다. 자식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이 잘못된 양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녀가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이미 위험 신호나 경고 신호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자녀가 그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을까요? 아들의 행동을 의심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요? 그녀는 아들을 사랑하고 가르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보여줍니다.

콜럼바인 비극의 전개와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매순간 설명합니다. 그녀는 이 비극이 그녀에게 어떻게 펼쳐졌는지, 그녀는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어떻게 자녀를 키웠는지, 그리고 딜런이 어떻게 자라났는지 설명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대해 조명하고 괴롭힘, 우울증 및 자살과 같은 주제를 다룹니다. 그녀는 총기 문제와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총기류에 대해 어떻게 반대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p212 나는 영원히 딜런이 한 일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소에 찍힌 낙인처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과 내 아들이 한 일이 내 존재에서 지울 수 없는 일부가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새로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일어난 끔찍한 살인을 인정하고 어머니로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그녀는 딜런이 한 일을 절대 변명하지 않으며, 대신 아이를 잃은 것을 슬퍼하고 아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합니다. 어머니이기 이전에 한 여자로서 그녀에게 공감할 수 있었고, 그녀의 투쟁이 참 힘겹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자 자신은 사건 이후 수년을 고뇌하며 수치심과 슬픔으로 죽고 싶어했지만, ‘자살 예방’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았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자녀를 잃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슬픔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행복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책에서 하나의 고통스럽고 반복되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녀는 아들을 ‘진정으로 알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결코 아들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사랑으로 그녀는 누구에게도 아들을 용서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읽게 된다면, 가장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책 중 하나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책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분명히 가슴 아픈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보통 간과되는 육아의 중요한 부분을 여과없이 정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죽기 직전에 지난 삶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고 하더니, 그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는 내 눈앞에 우리 아들의 삶이 영화처럼 펼쳐졌다. 소중한 장면 하나하나가 가슴을 찢어놓으면서 동시에 절박한 희망으로 가슴을 채웠다.
- P35

자기 자식을 잃은 부모들, 자식 침대 옆에서 기도하는 부모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렸다. 아무리 간절히 빌어도 시간을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걸 나 스스로에게 계속 일깨워야만 했다. 그 일을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을 뿐 아니라, 그 일이 일어난 지금, 무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 P85

내가 도대체 왜 이 책을 써서 세상의 비난과 독설을 다시 마주하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이 부모들을 생각한다. 딜런이야 우등생도 운동부 스타도 아니었지만, 우리는 딜런이 살다 보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역경들을 무리 없이 헤쳐나가리라고 확신했다. 자신 있는 얼굴로 세상을 대하면서도 수면 아래에서는 고통스러워했던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내가 알았다면, 나도 딜런을 다르게 키웠을까?"
- P123

나는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 우리의 슬픔과 곤경을 가엾게 여기고 손을 벋는 것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나무라지 않고 손을 내밀어준 희생자 가족을 존경하고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분들은 살인자의 엄마가 되는 게 어떤 일인지 알지 못하면서도 공감의 한 자락을 내어주었다. 나에게도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 P170

가장 친한 친구들, 몇 년 동안 날마다 어울린 친구들도 딜런이 얼마나 우울했는지 몰랐다. 오늘날까지도 그럴 리 없다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의 엄마다. 나는 알았어야 했다.
- P268

톰과 나는 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딜런이 한 일이 벌을 받을 만한 일이긴 했다. 학교 기록을 들여다볼 권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딜런은 사물함이 열리는지 보려고 열어봤을 뿐이고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도로 닫았다. 톰은 이 처벌이 아이들에게 그게 왜 잘못인지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 소속감을 느껴야 할 아이들을 오히려 학교에서 멀어지게 만들기 때문에 적합한 벌이 아니라고 했다.
- P293

자살은 아름답지 못하다. 불명예를 쓰고 있다. 한 사람의 삶이 실패로 끝났다고 세상에 외친다...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가족, 배우자, 일 등을 소중히 여겼다면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아냈을 거라고 말한다. 이것들 모두 사실이 아니지만 이런 오명을 흔히 덧입고 유족들에게 짐으로 주어진다.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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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
패트릭 스벤손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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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에 사는 뱀장어는 장어구이로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 신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을에 강을 따라 내려간 뱀장어가 어디론가 사라져 봄에 실뱀장어가 돼 거슬러 올라오는 것을 보고 강바닥 진흙 속에서 뱀과 짝짓기하여 뱀장어가 태어난다고 믿었습니다. 물론 터무니없는 생각입니다.

유럽 ​​뱀장어인 앵귈라 앵귈라 (Anguilla anguilla)는 자연이 만들어 낸 가장 이상한 생물 중 하나입니다. 오늘날에도 장어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사르가소 바다에서 작은 버드나무 잎 모양의 유충으로 태어나 해류를 따라 유럽 해안으로 이동한다는 것입니다. 약 4천 마일을 여행하는 데 최소 2년이 걸립니다. 도착하자마자 유리 장어로 변신 한 다음 담수로 떠오르기 전에 노란색 장어로 변신합니다. 그것은 10년, 20년, 50년 동안 빛과 과학으로부터 숨어있는 고독한 삶을 살다가 가을에 바다로 다시 이동하여 은장어로 변신하고 번식하는 사르가소 바다로 돌아가 죽습니다.

p64 뱀장어는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교묘히 피했다. 뱀장어는 그가 마침내 순수 자연과학을 포기하고 보다 복잡하고 수량화할 수 없는 정신분석을 택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프로이트가 결국 초점을 맞추게 된 분야를 감안하면, 뱀장어가 그를 피한 방식은 특히 모순적이다. 뱀장어는 성적 특성을 감췄다. 성과 성적 특성에 대한 20세기의 생각을 규정하게 되는 사람, 그 사람은 뱀장어에 관해서는 생식기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그는 뱀장어의 고환을 찾으려고 트리에스테까지 갔지만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만 확인했다. 그는 물고기의 성적 특성을 이해하고 싶었지만 기껏해야 자신의 성적 특성만 발견했다

책에서는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뱀장어가 번식하는 방법에 대한 그의 이론을 소개했고, 19세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희귀한 고환을 찾아 수백 마리의 뱀장어를 해부하면서 경험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p146 뱀장어는 인간의 호기심에 대해 진실을 추구하고 모든 것이 어디에서 오고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려는 우리의 채울 수 없는 욕구에 대해 뭔가를 말한다. 또한 신비를 향한 욕구에 대해 뭔가를 말한다

뱀장어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인간은 뱀장어가 번식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뱀장어의 변태에 대해 완전한 설명을 할 수 없으며 왜 뱀장어가 사르 가소 바다에서 태어나고 죽는지 말할 수 없습니다. 이제 장어가 사라지고 있는데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뱀장어를 이해하고 이해하기 위해 수천 년에 걸친 이 여정을 따라가는 것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단조로운 어조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와 사실이 담긴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p254 이전의 대멸종은 수백만 년에 걸쳐서 진행되었지만 이제는 수 세기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멸종의 독특한 점은 역사상 처음으로 살아 있는 가해자가 있다는 것이다...어떤 종도 다른 형태의 생물에게, 지구상의 모든 생물에게 이러한 영향을 행사한 적이 없었다.

책의 스토리텔링과 감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사실과 불편한 진실로 가득합니다. 어려운 주제와 정치, 멸종 위기에 처한 종 및 환경 문제와 같은 광범위한 문제를 다룹니다.

p94 내가 그 뱀장어들을 손에 쥐고 눈을 들여다보려 할 때, 이미 알려진 우주의 경계를 초월하는 뭔가와 가까워졌다. 그래서 당신도 뱀장어에 관한 질문에 끌릴 것이다. 뱀장어의 신비로움은 모든 사람들이 마음 속에 간직해둔 질문을 상기시킨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한 생명이 탄생하여 그 삶을 마칠 때까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생명의 신비감을 이 책을 통해 배웠습니다. 연어처럼 수 천 킬로미터를 여행하여 자신이 태어났던 사르가소 바다로 돌아가 알을 낳고 숨을 거두는 뱀장어의 삶을 통해 생명의 경외감과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뱀장어를 잡거나 놓친 아버지의 이야기는 내가 이미 아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곧 내 이야기였다. 마치 우리 이전에는 아무 이야기도 없었던 것 같았다
- P75

결국 사람은 지속적인 뭔가의 일부가 되고 싶은 욕구,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돼서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계속될 뭔가의 일부라고 느끼고 싶은 욕구를 가진다. 사람은 더 큰 뭔가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 P125

나는 많은 사람들이 뱀장어를 보기만 해도 몸서리를 친다는 것을 압니다. 나에게 (그리고 뱀장어의 이야기를 아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럴 것입니다) 뱀장어를 보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멀고 놀라운 곳까지 여행한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순식간에 나는 뱀장어가 지나온 낯선 곳, 인간인 내가 결코 갈 수 없는 곳의 생생한 그림을 봅니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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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You Trap a Tiger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 2021 뉴베리 수상작,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원서
Tae Keller / Random House USA Inc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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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어릴 때 읽었던 전래동화 ‘해님 달님’을 대표하는 문장입니다. 삯바느질과 허드렛일로 어린 두 남매의 생계를 겨우 꾸리는 홀어머니가 하루 삯일의 대가로 받은 떡과 누더기 옷마저 빼앗기고도 거짓말쟁이 호랑이의 먹이가 된 대목에서는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배은망덕한 호랑이에게는 벌 대신 썩은 동아줄을 내려 주고, 마음씨 착한 두 오누이에게는 든든한 동아줄을 내려 주어 죽음의 위기에서 구출된 해피엔딩 장면에 안도의 한숨을 내기도 했었습니다. 이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너무나 아름답게 쓰여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인공 Lily는 할머니 집으로 이사는 오늘 길에 엄마는 언니는 논쟁을 하고 빗속에서 호랑이 한 마리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차안에 함께 있는 그 누구도 싸우느라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호랑이를 치였다고 생각하고 뒤돌아보지만 도로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할머니의 집에 도착해서 빗속을 뚫고 문 앞에 다다랐더니, 엄마가 자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댁에 안 계신다고 하고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엄마는 마치 어렸을 적에 많이 했던 것처럼 창문 중 하나를 열고 집안으로 들어갑니다. 엄마가 집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어 주고 집안을 살펴보는 중 상자들이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을 막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엄마는 할머니가 없음을 확인하고 우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웃지만 서글픔이 묻어 있습니다.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니와 Lily는 이제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아닙니다. 할머니가 돌아오셨습니다. 엄마는 지하실을 가로막는 상자들을 치우려고 하지만 할머니는 길일이 아니라며 그냥 두라고 하시고 고사를 준비합니다. 언니는 다락방으로 가고 엄마는 짐을 가지러 차로 가고 lily는 할머니 곁에 남아서 길에서 호랑이를 만난 이야기를 합니다. 할머니는 잠시 주저하시더니 자신이 호랑이에게서 훔친 것을 찾아 온 것 같다고 말씀하시고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 앞에 호랑이가 나타납니다. 할머니는 호랑이에게 떡을 주고 달아났지만 여전히 배가 고픈 호랑이는 할머니를 잡아 먹고 언니와 동생이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갑니다. 할머니로 변장한 호랑이가 의심스럽긴 했지만 할머니가 너무 그리운 애기 동생은 문을 열어주고 땅 끝까지 도망갑니다.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순간에 하늘에서 동아줄과 계단이 내려와 무사히 하늘나라로 올라갔지만 언니는 해님이, 애기는 달님이 되었습니다. Lily는 이 이야기를 할머니로부터 여러차례 들었지만 단 한번도 호랑이가 해 줄 이야기가 무엇인지, 호랑이가 만약에 되돌아 온 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에 대해 한번도 궁금해 해 본적이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허기에 잠이 깬 Lily는 아래층으로 내려 갑니다. 지하실을 막고 있던 상자들이 치워져 있고 문이 살짝 열립니다. 지하실을 내려갔고 어릴 적 기억과는 달리 좁기만 하고 홍수의 흔적은 없습니다. 할머니는 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갑작스런 동물의 괴로워하는 신음소리에 놀라 위로 올라간 Lily는 황급히 문을 닫습니다. 소리가 나는 곳은 화장실이었고 문틈으로 엿보니 동물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다시 보니 괴로워하는 할머니 입니다. 할머니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 게 분명합니다. 상황이 이해는 되지 않지만 구토를 하고 있는 것은 할머니 입니다. 할머니를 도와주고 싶지만 몸이 꼼작하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문밖에 있는 나를 알아채시고 조금 아프다고 말씀하십니다. 호랑이 생각으로 잠들 수 없는 나에게 할머니는 자신이 훔친 것에 대해 이야 해주겠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시작 됩니다. 아주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사람처럼 서서 다닐 때 저녁은 칠흑처럼 깜깜했습니다. 하늘에 사는 공주가 이야기를 시작했고 하늘을 빛으로 채웠습니다. 사람들은 물론 호랑이도 모두 좋아 했고 호랑이는 높은 산에 올라 별들을 지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슬픈 이야기를 싫어했으므로 호랑이들이 동굴에서 자는 동안 슬픈 이야기를 모두 별에 담고 동굴을 돌로 막아 호랑이를 가뒀습니다. 할머니는 나쁜 이야기를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작은 마을을 떠나 바다를 건너 새로운 세상으로 왔지만 호랑이가 할머니를 찾아 나섰다고 잠결에 말씀하십니다.

호랑이 꿈을 밤새 꾸고 일어나니 엄마는 인터뷰 준비를 하려고 이미 옷을 입고 계셨습니다. 엄마는 Lily가 싫어하는 차를 굳이 타주고 도서관에 가서 친구를 사귀라고 말씀하십니다. Lily는 할머니를 쫓는 호랑이로부터 우리 가족을 보호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도서관에 가려고 합니다.

호랑이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 간 도서관에서 같은 십대이지만 언니와는 너무 다른 Jensen을 만나게 됩니다. Jensen과 이야기 하는 도중 곁눈으로 주황색과 검정색이 섞인 호랑이 꼬리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그 뒤를 따르게 됩니다. 호랑이 꼬리라고 생각했는데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Lily와는 달리 한 눈에 봐도 친화력이 좋은 애입니다. Ricky의 할아버지는 호랑이 사냥꾼이었다고 합니다. Lily만 남겨 놓고 Jensen과 Ricky는 수업을 위해 떠났습니다. 주무시고 계시는 할머니를 깨워 호랑이를 다시 봤기에 고사 말고 다른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운전을 하지 말라는 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언니, 할머니와 함께 가게로 갑니다. 가게에서 아빠의 관심을 끌려는 Ricky와 Ricky가 귀찮아서 그만 입을 다물라는 Ricky 아빠의 다툼을 간판 뒤에서 몰래 지켜보다 Lily는 그만 물건을 무너뜨리고 넘어집니다. 저 멀리 계시던 할머니도 다가오셔서 Ricky 아빠에게 도움을 구하며 Ricky와 Ricky 아빠가 어려운 순간을 보내는 것은 잘 알지만 서로 도와야 한다고 일장 훈계를 하십니다.

가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할머니가 몸을 떨기 시작했고 차도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다 마침내 멈췄고 할머니는 기침을 하시다가 길가에 구토를 했습니다. Sam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내게 무슨 조치를 해야 하냐고 물었지만 Lily도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할머니가 엄마에게 전화하라고 말씀하셨고 엄마는 인터뷰 복장 그대로 와서 운전을 겁내 하는 언니와 Lily 그리고 할머니를 태우고 집으로 향합니다. 하늘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별에게 무얼 해야 할지 물었고 별은 Lily에게 그 문제를 해결하라고 답하는 것 같습니다.

한밤중에 일어난 Lily는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할머니는 다행히 방에 계십니다. 목소리가 집안을 울리고 그림자가 호랑이로 변합니다. 할머니가 별들을 병에 가두어서 아픈 거라고 이야기찾는 것을 도와주면 할머니는 괜찮아 질 거라고 호랑이가 말합니다. 호랑이는 거짓말을 잘하니 조심하라는 할머니의 말이 떠오르고 머뭇거리는 사이 호랑이는 사라집니다.

엄마와 할머니의 대화를 엿들은 Lily는 할머니의 병이 위중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Lily를 발견한 엄마는 할머니가 뇌종양에 걸린 사실을 밝히고 할머니의 이상행동들에 대해 설명 해 줍니다. Lily는 호랑이가 할머니의 병을 치료 할 수 있다고 믿고 호랑이와 거래를 하기 위해 호랑이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합니다. 도서관으로 Ricky를 찾아 간Lily는 호랑이를 잡는 방법을 Ricky 할아버지의 경험을 통해 배우려고 합니다. 멸종 위기의 동물을 사냥하는 것이 부끄러운 과거이므로 Ricky도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호랑이를 잡는 일에 Ricky도 간절히 참여하기를 원합니다. Lily는 망설이다가 Ricky도 함께 하기로 하고 연락처를 받으려는 순간 푸딩을 가지러 갔던 Jensen이 돌아옵니다. 나와 Ricky가 뭔가 숨기는 것을 알아챈 Jensen이 우리를 추궁하려던 순간 Jensen의 눈길이 내 등뒤로 향합니다. 눈길이 향하는 곳에는 화가 난 채 서있는 Sam이 있습니다.

Jensen과 언니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언니가 대화 도중에 자리를 뜬 나를 몰아세우는 순간 Jensen이 초등학교에서 본적이 있는 걸 기억해내고 전화번호까지 서로 교환하는 등 언니의 관심은 이제 Lily에게서 떠납니다. Sam은 마치 할머니 집이 감옥처럼 느껴지고 도망치고 싶어진다고 합니다. Lily는 할머니 집이 자신들을 지켜주는 안전한 집이고 심지어 마치 호랑이를 잡을 덫처럼 보입니다.

엄마가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간 동안 Ricky가 집으로 찾아오고 지하실을 막고 있는 상자들을 이용하여 덫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Sam은 자신을 이 일에 끌어 들이지 말라고 하여 Lily는 서운함을 느낍니다. 상자들을 옮기다가 Ricky가 상자를 놓치는 바람에 부서지는 소리가 나서 상자 안을 살펴 보는 순간 항아리 안에서 뽁뽁이에 싸인 세개의 물건을 찾습니다. Ricky는 보물을 발견했다고 좋아 하지만 그것들은 병들이었습니다.

별들이 담긴 병에 대해 진실을 말할 수 없는 나는 병들이 할머니 것이라고 둘러댑니다. 덫을 다 만들고 Ricky는 생고기를 미끼를 두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가상의 호랑이를 잡는 것이므로 필요 없다고 Lily는 말을 합니다. 빛나는 병들을 언니가 씻는 동안 몰래 침대 밑에 넣어두고 병을 보다 보니 뭘 미끼로 써야 할지 Lily는 알아챘습니다.

병들을 보고 있을 때 Sam이 들어와 나는 화들짝 놀랍니다. 언니와 Lily가 기억하는 해님 달님의 이야기가 다르고 언니는 자매가 하늘나라에서 안전하게 사는 행복한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헤어져서 잠깐 씩 마주치는 슬픈 이야기라고 하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언니라면 호랑이가 들이 닥치면 도망칠 것인지 마주할 것인지를 묻자 언니는 또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며 언짢아하며 대화를 끝내는 가 싶다가 몇 분 뒤에 말을 이어 갑니다. 자신이 이야기 속 주인공이라면 용감한 행동을 할 텐데 도망가는 것이 용감한 행동인지 호랑이를 마주하는 게 용감한 행동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합니다.

Lily는 별이 담긴 초록 네모병을 들고 말린 쑥, 할머니가 주신 목걸이, 리키가 준 모자를 쓴 채 살금살금 지하실로 내려갔습니다. 잠결에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 눈을 떠 보니 덫 안에 호랑이가 있었습니다. 호랑이는 덫에 갇힌 것이 아니라 시험 해 보는 것이라며 어느 샌가 계단 꼭대기에서 나를 지하실 밑으로 몰아 붙였습니다. 그리고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내게 한번 더 기회를 줄 테니 이야기를 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런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할머니의 경고도 떠올랐습니다. 호랑이가 이야기를 들어주면 할머니가 나을 것이라는 말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해야만 했다. 나는 병을 열었습니다.

병에 담긴 별을 들이킨 호랑이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하늘에 해와 달 그리고 별이 생기기전 한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소녀는 낮에는 사람으로 밤에는 호랑이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 어느 세계에도 속하지 못하고 비밀을 간직한 채 살던 그녀가 임신을 했습니다. 아기가 태어났고 마법인지 저주인지 모르지만 그 아기도 사람과 호랑이의 두 세계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이 저주를 풀기 위해 엄마는 옥황상제에게 빌고 또 빌어서 자신의 딸이 사람이 되는 대신 자신은 옥황상제의 뒤를 잇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야 했습니다. 하늘로 떠나기 전 마지막 날 엄마의 눈물은 보석이 되었습니다. 호랑이는 두 번째 얘기를 해줄 테니 떡을 준비해서 오라고 합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면 할머니는 낫을 것이라고 자신을 믿으라고 합니다.

떡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식을 하자고 하여 중식당으로 갑니다. 할머니가 아빠에게 진흙이 든 밀크셰이크를 먹이고 엄마의 옛날 이야기를 듣다가 음식이 나오자 갑자기 할머니가 돌아가신 아빠를 찾고 고사를 치루어야 한다며 옆 테이블에서 접시를 가지고 오고 음식을 흘리는 등 식당 안이 너무 어수선해져서 할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가기로 합니다. 엄마가 지갑을 식당 안에 두고 와서 찾으러 갔는데 서빙하던 언니가 자신의 할아버지도 알츠하이머에 걸려서 모든 상황을 이해한다고 위로합니다. 할머니는 그 할아버지와는 달리 우리 가족을 절대 잊지 않을 거라고 곧 괜찮아 질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서빙언니의 위로가 고맙기도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할머니는 뒷좌석에서 주무시고 엄마는 할머니가 그리 오래 사시지 못 할 것 같다고 말씀합니다. 할머니가 다른 치료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기에 이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엄마가 생각하지 못하는 그리고 언니는 믿으려 하지 않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 믿고 엄마에게 떡을 만들자고 요청했지만 그건 할머니를 속상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합니다. 엄마가 할머니를 상태를 확인하러 방에 갈 때 나는 리키에게 전화하여 집으로 가도 되는지 묻습니다.

리키 아빠와 통화 후 엄마는 Lily를 리키의 집으로 데려 갑니다. 작고 편안한 할머니 집과 달리 리키의 집은 크고 어지르면 혼날 것만 같은 집이었습니다. 떡을 만들 재료 중 팥이 없어서 젤리로 대신 했고 다 만들고 보니 할머니의 떡과 비교하여 너무나도 볼품이 없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리키는 자기 엄마도 레시피 없이 음식을 만들다 보니 매번 새로운 요리가 된다며 할머니가 만든 떡처럼 완벽하지 않더라도 괜찮을 거라고 안심을 시켜줍니다. 리키의 말대로 떡이 쪄지기를 기다리니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호랑이에게 줄만큼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 두 시에 알람이 울려 침대 밑에 숨겨준 병과 떡을 가지고 지하실로 내려가려는 순간 Lily는 언니가 호랑이 덫을 묶으려던 밧줄을 통해 창 밖으로 몰래 빠져 나가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언니와 Lily는 서로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내려는 동시에 자신이 하려는 것을 숨깁니다. 엄마에게는 비밀로 하자고 약속을 하고 언니는 창 밖으로 Lily는 아래층으로 내려 갑니다. 이야기 속에서 자매는 호랑이를 피해 하늘로 올라갔는데, 우리 자매는 호랑이가 기다리는 밑으로 그것도 서로 떨어져 내려가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호랑이는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 입니다. 어느 날 손녀는 저주로 인해 호랑이로 변하고 엄마 이야기의 향기를 따라 멀리 사라지고 맙니다. 할머니는 매월 보름달이 뜰 때마다 빈 병에 손녀에 대한 사랑을 담아 손녀가 병을 발견하고 돌아오기를 바라며 바다에 띄웁니다. 호랑이는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강조하며 이제 다음날 새벽 마지막 병과 떡을 가져오라고 Lily에게 요구합니다.

엄마 몰래 빈 접시를 내려 놓고 별이 담겨있던 병을 바라보는 순간 잠에서 깬 엄마가 Lily를 부릅니다. 엄마는 그 병은 무엇이냐, 이 시간에 왜 깨어 있느냐, 이런 시기에 충분한 잠을 자는 것이 중요하다는 잔소리를 하는 대신,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찾는다는 Lily에게 김치를 건내 줍니다. 엄마는 병을 발견하고는 놀라는 눈치이지만 엄마가 어렸을 때 봤던 병이라고 생각하고 이내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잠을 잔 Lily가 1층으로 내려가니 모두 아침 준비중입니다. 이상하게 계단에서 생쌀들이 밟힙니다. 오랜만에 분위기가 밝고 행복하기만 합니다만, 할머니는 자신이 준 보석 목걸이가 내 목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어디서 났냐고 추궁을 하고 심지어 Lily를 알아보지 못하자 엄마는 황급히 할머니를 방으로 모십니다. Sam은 도서관으로 함께 가자고 Lily에게 요청하지만 도서관에서 아무 일 없는 듯이 행복해 할 사람들을 떠올리며 Lily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닫힌 할머니의 방문을 보는 순간 이 집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니와 도서관에 도착하여 언니는 이 내 Jensen과 함께 하고 나는 홀로 남았다. Joe에게 속마음을 털어 놓자 후련해지기도 하고 Joe의 말을 듣다 보니 지금껏 그를 아주 조금밖에 알지 못했지만 그게 모든 것 일거라고 생각한 자신이 떠올랐습니다. Ricky의 친구가 할머니를 미치광이 마녀라고 부르지만 Ricky는 할머니를 변호 해 주지 못하고 오히려 할머니의 모든 것이 병인 마냥 말을 하여 나는 울음을 참기 위해 애를 썼다. 분위기가 이상해 진 것을 알아챈 Ricky의 친구가 푸딩 이야기를 꺼내자 나는 그 자리를 피하기 위해 자원해서 푸딩을 가지고 오겠다고 합니다. 냉장고에서 푸딩을 꺼낸 순간 할머니를 대변해 주지 못한 Ricky에게 푸딩을 가져다 주는 내가 한심스럽게 느껴졌습니다. Lily는 비속에서 푸딩을 약간 덜어내고 진흙을 담았습니다. 할머니가 아빠에게 했던 것처럼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을 잘하라는 교훈을 리키에게 주고 싶었습니다. Jensen이나 Joe에게 들킬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켜보는 호랑이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도서관은 호랑이가 좋아하는 장소라고 하며 조용한 아시아 소녀가 아닌 다른 면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Lily는 호랑이에게 혼자 두라고 요청하고 도서관으로 돌아가 푸딩을 리키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푸딩을 한 입목은 리키는 맛이 약간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Lily는 진흙을 조금 넣었을 뿐이라고 말 해 주고 언니의 부름에도 대꾸하지 않고 남자애들이 마녀의 집이라고 부르는 할머니 집으로 급히 향했습니다.

Sam이 집으로 와서 고자질 하는 바람에 엄마도 Lily가 Ricky의 푸딩에 진흙을 넣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Lily가 단둘이 이야기하는 동안 그녀의 행동이 결코 할머니를 위한 것이 아님을 깨달습니다. 결국에는 할머니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결심을 합니다.

방으로 돌아가자 Sam은 끊임없이 잔소리를 했지만 Lily는 마치 언니가 했던 것처럼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Sam이 이 모든 일이 빨리 끝났으면 한다고 말을 할 때 Lily는 이불 속에서 나와 그 말을 취소하라고 언니에게 요구했지만 이번에는 언니가 못들은 척하고 잠에 듭니다. 지하실로 내려갔지만 더 이상은 호랑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자신을 혼자 내려버두라"는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나고 Lily는 이 말을 되돌렸으면 합니다.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Ricky의 집으로 사과를 하러 갑니다. 기대를 하지 않았던 Ricky의 사과를 받고 둘은 화해를 하고 호랑이를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지 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화장실에서 소리가 나길래 가보니 할머니 였습니다. 할머니에게 별이 담긴 병과 호랑이를 만난 사실과 할머니를 고칠 수 있다고 말을 했지만, 할머니는 그 병은 벼룩시장에서 산 단순한 병이며 더 이상 할머니를 위해 노력하지 말라고 합니다.

다락방으로 돌아가 보니 언니는 또 나가고 없습니다. 호랑이가 떠나버린 것에 대한 화와 할머니를 위해 더 이상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사실들이 Lily를 걷잡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들을 Lily는 꿈을 꾸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무엇에 사로잡힌 것처럼, 또는 저주에 걸린 것처럼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병 세 개 모두를 벽에 던져 산산조각을 냅니다.

모든 두려움, 화, 그리고 절망을 담아 둘 수 없는 Lily는 초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초신성처럼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다락방으로 와서 그녀를 안아줍니다. 할머니도 올라 오셨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고, 떨고 계셨으며 "얘들아"하고 속삭이시곤 쓰러지셨습니다.

할머니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떠나고 두 자매만 남아 서로의 잘못으로 인해 할머니가 악화되었다고 자신들을 원망합니다. 언니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바로 주워담지 않았지만 그동안 나쁜 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Jensen과 함께 쌀을 뿌리러 다닌 것을 Lily는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의 말을 어기고 자매는 병원으로 찾아가기 위해 계단을 뛰어 내려갑니다.

Sam은 할머니 집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빠의 사고 기억으로 운전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언니가 아빠를 기억하기 위해 썼던 목록을 듣는 순간 Lily는 자신도 모르게 아빠가 읽어 주었던 책의 내용들과 아빠의 목소리가 기억났습니다. 언니는 호랑이를 만나면 도망칠 것인지 혹은 마주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며 어떠한 상활에서도 나와 함께 하겠다는 말을 합니다. 차에 꼼작 없이 갇혀버린 순간 Lily는 계획이 떠오릅니다.

지난번 호랑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가 도서관임을 떠오른 Lily는 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 호랑이를 만나고 자신들을 도와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호랑이가 앞장서는 곳은 빗줄기가 줄어들고 보이지 않는 호랑이의 존재를 믿고 언니는 운전하기로 결심합니다. 호랑이를 따라 무사히 병원에 도착하고 할머니는 언니부터 따로 이야기하기를 원하십니다. 할머니의 죽음이 무서운 Lily는 할머니와 엄마를 멀리한 채 병원 밖으로 향합니다. Lily를 기다리고 있던 호랑이로부터 할머니의 과거 이야기를 듣습니다. 바로 호랑이가 할머니의 엄마라는 사실입니다. 한 간호사가 Lily를 찾으러 오고 호랑이는 예상했듯이 사라집니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자신을 떠난 엄마를 찾았다고 말씀하십니다. 할머니는 호랑이가 무섭지 않고 죽음도 무섭지 않다고 하십니다. Lily는 할머니의 얼굴에서 다음 생을 용감하게 맞이 할 준비가 된 것을 발견합니다. 가족들이 모두 할머니 곁에 모이자, 할머니는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합니다. 언니는 별을 따서 Lily에게 건네주는 시늉을 하고 Lily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예전에 딸이 호랑이가 되려는 걸 막기 위해 하늘로 올라간 호랑이-엄마가 이제는 옥황상제가 되어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위기에 처한 그녀의 증손녀를 구하기 위해 밧줄과 계단을 내려 보냅니다. 그리고 옥황상제의 요청대로 병 안에 담긴 이야기를 꺼냅니다. 어떤 이야기는 슬프고 어떤 이야기는 무서웠지만 그 이야기들은 자신 가족들의 이야기였기에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두 자매는 할머니가 얼마나 자신들을 아꼈는지,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게 가르쳤는지를 이야기 합니다. 두 자매가 이야기 할 때 하늘은 별로 찼고 세상을 밝혔으며 집으로 돌아갈 길도 비추었고 자매는 혼자가 아님을 보게 됩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할머니는 웃으셨습니다. Lily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들이 할머니를 살렸어야 한다고 되뇌었고 엄마는 그 이야기들이 할머니를 살렸고 할머니는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었고 우리에게 할머니는 모든 것이었음을 다시 한 번 알려 주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는 죽음을 맞이할 준비와 용기가 있었음을 나는 압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집은 생기를 잃어 버립니다. 리키는 Lily를 위로하기 위해 계속 문자를 보내고 어느 날인가 "떡"이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잊고 있던 도서관 바자 행사가 기억이 나고 Lily는 부엌으로 내려가서 온 집안을 깨웁니다. 할머니가 예전에 도서관 칠을 하는 등 봉사를 하셨다는 걸 난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기억을 더듬어 떡을 함께 만듭니다. 리키와 젠슨이 소문을 내서 할머니를 알고 지내던 많은 분들이 도서관으로 옵니다. 리키가 준 머핀을 갖고 도서관 계단에 홀로 앉아 있는 데 목소리가 들립니다. 호랑이의 목소리였으면 하지만 Lily는 호랑이는 이미 멀리 떠난 것을 압니다. 그것은 언니의 목소리 입니다. 언니가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합니다. Lily는 이야기의 끝은 알 수 없지만 이야기가 변하고 자라는 것을 이젠 마주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로 인해 그녀는 용감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습니다. Lily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더 이상 투명인간은 아닙니다.

저자가 한국계 작가라고 들었지만 내용이 이렇게 한국적인 것들을 많이 품고 있을 줄 몰랐습니다. 읽는 내내 정겹고 추억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소녀와 사랑하는 조부모에 대한 평범하고 표면 수준의 이야기이지만, 소녀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야기인 동시에, 연민, 공감, 치유 및 가족 사랑과 같은 가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힘과 그것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할머니가 들려준 한국 전래동화와 함께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자매들은 죽어가는 할머니를 슬퍼하며 아버지의 추억을 나누었습니다. 할머니는 딸들과 함께 어렸을 때 어머니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할머니가 딸과 손녀에게 전한 이야기는 다음 세대에 이어질 것입니다. 결국 호랑이를 믿든 말든, 전래동화 이야기를 믿든 말든,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 자체와 그 마법을 믿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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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 조선과 유럽의 운명적 만남, 난선제주도난파기 그리고 책 읽어드립니다
헨드릭 하멜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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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3년 8월 조선에도 아주 사소한 ‘뜻밖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스페르베르호가 일본 나가사키로 향하다가 제주도 해안에서 폭풍우로 난파되었습니다. 선원 64명 가운데 선장을 포함하여 28명이 사망하고 36명이 살아남아 가까스로 뭍에 표착합니다. 그 이후 이들은 무려 13년 동안 억류 생활을 하다가 생존자들이 탈출해 귀향합니다. 이 중에는 그 배의 서기였던 헨드릭 하멜(Hendrick Hamel· 1630~1692)도 끼여 있었습니다. 그는 1666년 9월 조선을 탈출해 이듬해까지 나가사키에 머물렀습니다. 그때 그는 회사에 밀린 급료를 요구하기 위해 그동안 일행이 공무를 수행하다 겪은 재난을 연도별로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이 책이 바로 ‘하멜 표류기’라고 부르는 책입니다.

하멜 일행은 표착 직후 체포되어 제주도에 억류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조정이 통역 겸 조사관으로 파견한 사람이 바로 박연이었습니다. 그 역시 1627년 조선 해안에 표착했다가 붙잡힌 네덜란드인이었습니다. 그는 조선에 귀화하여 훈련도감의 장교로 있었습니다. 하멜은 당시 박연의 나이를 57~58세로 추정했습니다.

이듬해 5월, 조정은 그들을 한양으로 올려보내라고 명령합니다. 호송 도중에 한 명이 사망하여 한양에 도착한 것은 35명이었습니다. 며칠 후 그들은 국왕(효종) 앞에 불려 나가 고국으로 송환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국왕은 이를 거부하면서 대신 “죽을 때까지 부양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튿날 그들은 박연이 소속된 훈련도감에 배치되어 호패와 화승총을 지급받았습니다.

당시 네덜란드는 대항해 시대를 주도하던 나라였습니다. 하멜 일행도 항해사, 조타수, 포수, 갑판원, 선의, 서기 등 다양한 직군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의 배에는 대포만 수십 문이 있었습니다. 1666년 조선을 탈출할 당시의 생존자(16명) 중에도 포수만 4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이 그들의 근대적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시도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p53 저희들은 날마다 여러 귀족들의 잔치에 초대받았는데, 그것은 저희들의 검술과 춤추는 것 등 노는 솜씨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들과 그들의 처자들은 저희들을 구경하고 싶어 했는데 그것은 제주도 사람들이 저희들을 괴물로 본다든가, 무엇을 마실 때는 코를 귀의 뒤똑에 돌리고 마실 것이라든가, 머리카락이 갈색이기 때문에 사람이라기보다는 물속의 헤엄쳐 다니는 새처럼 보인다든가 하는 소문이 돌았고, 또 그들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그들을 처음 접견한 국왕은 그들에게 ‘네덜란드 식으로’ 춤을 추게 하고 노래도 부르게 했습니다. 이어서 그들은 ‘매일 고관들의 집을 방문하도록 명령을 받고’ 그 집 식솔들 앞에서 광대 노릇을 해야 했습니다. 큰 코, 붉은 머리, 흰 피부를 가진 ‘남만인’들은 당시 한양 사람들에게 대단한 볼거리였습니다.

청나라 사신이 올 때마다 그들은 가택에 연금되거나 남한산성으로 격리되었습니다. 그런데 1655년 3월 그들 중 두 명이 몰래 숨었다가 사신의 행렬로 난입하는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조정은 사신에게 뇌물을 주어 사건을 무마하고도 상당 기간 청나라의 트집을 염려했습니다. 두 명은 투옥되었다가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돌발적 사건을 계기로 조정은 이들의 존재에 부담을 갖게 되었습니다. 청나라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관계도 문제였습니다. 임진왜란 후 양국은 외국인의 표착을 상호 통보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강경파들은 아예 이들을 처형해서 없애자고 주장했으나 국왕은 호남으로 보내도록 조치했습니다. 호남은 청나라와 일본의 눈길로부터 가장 먼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1656년 봄, 생존자 33명은 전라병영(강진 소재)으로 이송되었습니다. 그들은 잡다한 부역에 시달리며 땔감을 구하고 심지어 구걸까지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습니다. 5~6년 동안 그들 중 무려 11명이 죽고 1662년에 생존자는 22명으로 줄었습니다. 재정이 피폐해진 전라병영의 요청으로 그들은 다시 여수(12명)·순천(5명)·남원(5명)으로 분산배치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가뭄·혹한과 같은 자연재해가 잇따라 그들뿐만 아니라 조선 민중 전체가 도탄에 빠졌습니다. 더구나 임진왜란·병자호란을 겪은 조선 사회는 피폐하여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했습니다. 주자학도 이미 순기능을 다했습니다. 그럼에도 엘리트들은 시대 변화를 외면한 채 수구적인 예학을 통해 기득권을 강화하려고 했습니다. 다시 3~4년이 흘러 생존자는 불과 16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들은 ‘배를 구하려고 온갖 수단을 다한’ 끝에 1666년 9월 웃돈을 주고 산 배를 타고 8명이 일본으로 탈출했습니다. 1668년에 잔존자 7명이 일본을 통해 송환되었습니다. 잔존자 8명 중 1명은 그 사이 사망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이리하여 최후의 생존자 15명은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조선은 항해술, 조선술, 포술과 같은 그들이 보유한 선진적 기술을 별로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돌발적 사건을 겪고 나서야 그들의 신병 처리를 고민했습니다. 아울러 사건의 대목마다 늘 온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조선은 이 사건을 둘러싸고 피상적인 호기심, 무전략, 온정주의 등으로 일관했습니다. 아쉽게도 세계사적 흐름에 대한 안목은 전무했습니다. 조선을 탈출해 규슈 해안에 표착한 하멜 일행은 일본의 개항장인 나가사키로 압송되었습니다. 그들이 도착하자 그곳의 일본 행정 책임자는 그들에게 난파선 규모 및 항해 목적, 조선의 군사·경제·풍습·종교, 탈출 경위 등을 비롯해 5개 분야 총 54개항을 집중적으로 심문했습니다. 조선 측이 이렇게 그들을 체계적으로 조사했다는 이야기는 ‘하멜 표류기’나 조선 측 기록 어디에도 없습니다. 조선이 13년 동안 하지 않은 일을 일본은 단 하루 만에 한 셈입니다.

p149 국왕에게 반항한 사람과 이 왕국을 배반한 사람은 그 일가친척까지 모두 사형을 당합니다. 그들의 집은 주춧돌에 이르기까지 헐리며 그 자리에는 아무도 집을 지을 수 없습니다. 그들의 재산과 노예는 국가 재산으로 몰수되던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국왕이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복종하지 않은 사람 역시 사형됩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볼 때 조선의 형벌제도는 가혹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하멜의 시선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지만 객관적이고 정확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적잖게 충격을 받은 점은 각 마을마다 거북선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또, ‘조선 사람들은 대체로 선량하며 성품이 좋으나 남을 속이고 훔치는 일이 많으며, 피를 보기 싫어한다’ 는 기록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한편, 사대주의적인 조선인의 시각에 대한 기록도 있었는데 ‘조선인들은 세상에 12개의 국가만 있으며 모두 중국 황제에게

공물을 바친다‘는 기록도 있었습니다.

이 책 가운데에는 일부 잘못 관찰된 내용이나 피상적으로 서술된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물론 억류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겠지만 그의 눈에 비친 조선의 단면이어서 씁쓸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17세기중엽 우연히 조선에 표착했던 외국인 관찰자가 최선을 다하여 기록할 수 있었던 내용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러한 그의 기록에서 당시의 서양인들에게 뿐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흥미 있는 여러 부분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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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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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 일뿐만 아니라 살기 좋은 곳, 여성이 될 곳, 나이가 들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반복해서 불려왔습니다. 이 국가들이 과연 살기 좋은 곳으로 불릴 만큼 완전한 사회의 집합체일까요?

저자 마이클 부스는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북유럽에 대한 설명을 시작합니다. 북유럽인들이 교육에서 양성 평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는 것을 실제로 확인하는 수많은 연구, 여론 조사 및 설문 조사를 소개합니다.

이 책은 각 국가별로 하나씩 총 5개의 부분으로 나뉩니다. 예절과 관습에서 정치와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살펴 보며, 현재 국가 생활의 즐거움을 과대 평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가에서의 경험과 현지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흔히 알려져 있는 밝은 면 뿐만 아니라, 가려져있는 어두운 비밀들을 낯낯이 파헤칩니다

 

p136 덴마크의 인류학자 예페 트롤레 린네트는 언젠가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휘게를 할 때 경쟁과 사회적 평가의 부담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한다." 이런 식으로 휘게는 스스로 무는 사회적 재갈처럼 보이며, 유쾌한 분위기를 공유한다는 개념보다는 자기만족의 느낌이 더 강하다. 또한 린네트는 휘게가 "사회 통제의 수단 역할을 하고 고유한 태도의 위계를 만들어 휘게를 할 수 없다고 간주되는 사회집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암시한다"고 이야기한다

덴마크는 엄마들이 아기를 카페 밖에서 잠들게 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한 나라입니다. 72%까지 세금이 부과(자동차, 가스, 도로, 재산, 교회, 부가가치세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소득세 42-56% 사이)되어 세금이 가장 높다는 악명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휘게의 일환으로 다양한 사회, 경제적 지위의 친구들이 모여서 먹고 마시고 노래를 부릅니다. 이러한 아늑한 모임은 미국이나 영국의 일중독과 기술적 고립에 대한 사회적 유향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p422 '라곰'은 스웨덴 사회의 다양한 행동 양상을 규정한다. 한결같이 비과시적인 소비 패턴부터 타협, 온건, 합의에 주로 의지하는 정부 체제까지, '라곰'은 덴마크의 허구적인 사회 선언문이자, 덴마크 이상은 아니더라도 스웨덴 사회를 규정하는 얀테의 법칙과 확실히 관련이 있다. 스웨덴인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더 무서워하고,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거나 뽐내는 것을 더 싫어하며, 더 절제된 표현을 쓰고 겸손한 경향이 있다

한 나라와 국민은 자신의 이상에 따라 진정으로 가장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있는지에 관계없이 자신의 필요가 충족되거나 초과 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평가됩니다.

스웨덴은 여성에게는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유아의 8%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인 스웨덴 탁아소에 있지만 탁아소를 이용하고 즉시 직장에 복귀하라는 사회적 압력이 있습니다.

북유럽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이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그 환상을 깨보고 싶었고, 북유럽국가들 사이의 차이점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인종차별, 너무나 높은 세금, 서서히 약화되는 사회적 평등 등 각 국가가 가진 사회적 문제는 결코 가볍게 지나칠만한 문제들은 아니었습니다. 한국과 비교하여 너무나 따분한 삶과 단일주의도 꽤나 숨막혀 보이기도 했습니다.

p239 중립국 스웨덴은 핀란드과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동안 과거 영토였던 핀란드를 거의 지원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전쟁 초반에 국제연맹과 연합국이 핀란드를 지원하러 오는 길도 막았다. 당연히 일부 핀란드인에겐 앙금이 남아 있다... 한 핀란드인은 이렇게 말했다 "스웨덴은 핀란드가 소련과 맞서 싸우는 동안 기회를 한껏 이용했습니다."

결국 책을 읽고나면 북유럽에 대해 다소 모순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들은 지루함, 너무 만연한 인종 차별, 엄청나게 높은 세금, 과도하게 늘어난 공공 부문의 국가들입니다.

 

p538 나는 서양 언론이 북유럽 지역에 대해 늘어놓는 불균형한 장밋빛 보도를 바로잡고 마음에 담아둔 몇 가지 불만을 털어놓으려고 이 책을 시작했지만, 스칸디나비아의 몇 가지 더 긍정적인 측면, 즉 신뢰, 사회적 결속, 경제평등과 남녀평등, 합리주의, 겸손, 균형이 잘 잡힌 정치제도 등에 관한 새로운 정보도 같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북유럽, 훌륭한 곳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책 어디에도 이처럼 노골적으로 북유럽 나라의 제도와 문화와 사회와 북유럽인들을 칭찬하는 문장은 없습니다. 저자는 이 책 전체를 통해 일관되게 에둘러서, 때로는 음흉하게 북유럽 나라들을 비꼬고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이 책은 ‘머리말’부터 ‘감사의 말’까지 거의 55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두껍다면 두꺼운 책입니다. 그동안 알고 있는 사실보다 몰랐던 사실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동안 북유럽 국가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던 것도 있지만, 왜곡되어 잘못 전달되어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도 적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북유럽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께 한번 읽어보길 권합니다.

물론 수많은 요인이 합쳐져 국민 정서를 만든다. 내가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고립성을 향한 이 같은 편협주의 적 충동과 그에 수반되는 민족낭만주의 성향은 덴마크스러움의 결정적 요소다. 이는 모든 덴마크인이 지금도 외우는 다음의 말로 요약된다.
"밖에서 잃은 것은 안에서 찾을 수 있다."
- P40

거의 의심할 여지 없이 덴마크는 두 계급으로 양분된 양극 사회가 되고 있다. 여유 있는 덴마크인이 점점 더 개인 의료보험으로 눈을 돌리는 중이며, 최근 집계로는 이런 사람이 85만명에 이른다.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 덴마크는 1인당 공공 부문이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복지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급격히 떨어지는 중이다. 덴마크 국민이 내는 세금을 생각하면 특히 기대치가 높겠지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덴마크인 중 불과 22퍼센트만이 공공 부문이 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 P81

노르웨이는 우익 백인 우월주의 집단 KKK단의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설명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았다. 가령 노르웨이는 덴마크나 스웨덴보다 훨씬 적은 이민자를 수용했으며, 최근에는 거부된 망명 신청자들을 한 해 약 1500명씩 본국으로 송환했다. 브레이비크 테러 사건을 다루는 언론 보도 역시 수많은 노르웨이 우익 단체와 활동가, 블로거를 언급했고, 노르웨이에서 이슬람 공포의 불온한 하위문화처럼 보이는 현상을 소개했다
- P347

노르웨이에서 일하는 스웨덴인은 3만5000명으로, 시간당 최고 47달러의 보수에 혹해서 노르웨이 가게 등에서 반숙련직으로 일한다). 특히 많은 덴마크인이 즐거워한 이야기는 몇몇 스웨덴인이 노르웨이 가공 공장에서 바나나 껍질 까는 일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사실이다! 내가 확인한 결과 바나나는 유명한 노르웨이 샌드위치용 스프레드에 들어갈 재료였다. 게으른 노르웨이인과 착취당하는 스웨덴인이 한 일화에 다 등장한다. 덴마크 사람들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다.
- 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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