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으로 산다는 것 - 조선의 리더십에서 국가경영의 답을 찾다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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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조선의 역대 왕 이름의 앞자를 따서 달달 외웠듯 조선의 임금은 총 27명입니다. 500년 사직에 28명의 임금이 나왔지만 거론조차도 안 되는 왕들이 많습니다. 태조는 조선을 창업했던 왕이니 거론이 되는 것이고, 정종을 건너뛰고 태종에 대해서는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골육상쟁한 것 말고는 역사적으로 기록된 것이 별로 없습니다.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뽑히는 세종 임금 다음에 생각나는 군왕들을 꼽으라면 세조, 성종, 영조, 정조 임금 정도입니다. 천하를 다스렸을 28명의 절대군주 중 후세에 그 이름이 거론되는 왕이라곤 5~6명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태조부터 순종까지 조선의 27명 왕 대부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각 왕들이 처했던 시대적 상황과 그것을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조선시대의 왕들의 삶을 한 나라의 왕으로서의 삶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이 할애된 왕 중 한 명은 바로 숙종과 광해군입니다.

다른 유명한 왕들에 비해 숙종에 대해서는 그동안 아는 게 거의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숙종을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숙종은 14세 어린 나이에 왕으로 즉위했고 당시는 당쟁이 절정에 올라 신하들의 위상이 대단하던 시기였으나 그는 강력한 왕권을 행사해 나가며 당대 최고의 노론 영수 송시열에게 사약을 내릴 정도로 강단이 있었습니다. 또한 숙종은 단종과 사육신을 복권하여 역사 바로 세우기에 역점을 두었고, 상평통보를 유통하여 상업과 수공업의 발달을 촉진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국방 강화에도 힘써 여러 도성을 새로 짓거나 보수하고 군사적 중요자료인 지도 제작에도 공을 들이며 북방 영토 회복의 의지를 다졌습니다.

임진왜란으로 선조가 수도를 버리고 도망갔던 것에 반해, 그의 아들 광해군은 지방을 돌며 의병을 모으고 왜적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명이 기울고 청나라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던 시기에 탁월한 외교적 역량으로 전쟁을 억제했던 능력을 높게 사고 있습니다.

왕(王)이라는 글자는 삼(三)과 곤(丨)의 합성어입니다. 즉 하늘로부터 인간을 포함한 땅 위의 모든 존재를 일관하는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하늘로부터 명을 받아 통치권을 위임받은 군주의 권한은 글자 그대로 무소불위였습니다.

한 예로, 성종은 태종과 영종, 중종의 서자 등용문제를 놓고 재임기간 내내 신하들과 싸워야했고, 현종은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의 복상문제로 예송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효종은 청을 벌하겠다는 북벌론을 주장했지만 신하들의 반대로 그 뜻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지만 감당할 수 없는 왕관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살았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진 조선의 왕들은 일상과 업무를 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전제군주적 그림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사극은 그런 권력을 중심으로 배신과 음모, 사랑과 치정, 충성과 배신의 극적이면서도 대립각을 세우는 그림으로 클라이맥스로 끌어가서 반정 혹은 반정의 극복 아니면 전란의 폐해를 딛고 성군으로 일어서는 구조로 보여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왕의 실상을 열어보면, 끊임없이 명,청으로부터 견제와 왕권에 대한 불신임 혹은 교체에 대한 무언의 압력 등을 받았거나, 왜와 오랑캐의 침략을 받아서 몽진을 해야 하거나, 역성혁명의 시도를 비롯하여 숱한 반정의 시도를 제압해야 했으며, 곳곳에서 발생한 민란도 문제였습니다. 한편, 외척의 득세에 대한 견제와 성리학적 기조에 의해서 왕에 대해서 기어오르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모자라서 왕명을 끝까지 수행하지 않으면서 신하들의 신권 확보 태도를 논리적으로 반박하여야 하고, 사림과 훈구, 붕당의 균형을 맞추면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정치적 지원과 견제를 해야하는 엄청난 압박의 대상이었던 것이 조선시대 왕의 자리였습니다.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 왕의 가족, 왕이 된 후의 정책, 조언을 받은 참모, 왕의 라이벌 등 왕의 주변인물이나 주유 사건들의 면모를 두루 알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알려진 유명한 왕은 물론이거니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왕과 그들의 업적까지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왕의 모습을 통해 한 국가를 이끌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느꼈고, 그들의 긍정적, 부정적 리더십을 반면교사로 삼아 현재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들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왕에 관한 이야기는 왠지 딱딱하고 권위적이거나 어려울 것 같지만, 이렇듯 흥미로운 이야기로부터 쉽게 접근한다면, 점차 무궁무진한 새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조선의 역사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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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로 산다는 것 - 왕권과 신권의 대립 속 실제로 조선을 이끌어간 신하들의 이야기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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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이끌거나 나라를 경영할 때 리더 주변은 늘 많은 인재들로 넘쳐납니다. 저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잘났다고 생각하는 이런 인재들을 통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면에서 리더는 통치 자체보다는 이런 인재들을 적절히 통제하면서 각자의 장점에 맞게 일을 맡기는 지혜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때 꼭 필요한 존재가 이른바 리더의 심경을 가장 정확하게 헤아릴 줄 아는 ‘핵심 참모’입니다.

이 책은 조선 시대 전문가 신병주 교수가 왕을 도와 조선을 이끌어 간 참모를 중심으로 균형 잡힌 시각에서 본 조선의 역사를 담아낸 책입니다. 조선 왕조는 518년을 존속하며 27명의 왕이 재위한 보기 드문 ‘장수 왕조’였습니다. 27명의 왕들은 각기 다른 개성으로 체제의 정비가 요구되던 시기를 살기도 했고, 강력한 개혁이 요구되던 시기를 살기도 했습니다. 선조와 인조처럼 전란을 겪고 이를 수습해야 했던 왕, 숙종과 영조, 정조처럼 전란 후 또 다른 안정을 추구해 나가야 했던 왕도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배경 속에서 즉위한 조선의 왕에게는 각각의 국정 목표와 방향이 있었고, 그 왕에게 발탁된 참모들은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역량을 발휘해 나갔습니다.

제1부 새 왕조를 설계하다

건국의 최대 공로자였지만 신권 중심주의를 주장하다 결국 제거되는 운명의 정도전, 이방원이 왕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한 하륜, 세종과 함께 태평의 시대를 이끌었던 황희, 신분을 넘어 과학 조선을 이끈 장영실, 죽음으로 단종을 지키고자 한 사육신 성삼문, 성삼문과는 엇갈린 행보를 보이며 역사에 변절자로 남았지만 누구보다 유능했던 관료 신숙주를 다룹니다.

p69 원래 녹두의 싹을 내어 먹는 나물로서, 두아채란 이름으로 불렸던 나물이 조선 후기 이후 ‘숙주나물’로 바뀐 것에도 신숙주의 행적을 응징하고자 하는 백성들의 증오가 담겨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제2부 국가의 기틀을 다지다

조선 초기 최고의 문장가이자 관중과 포숙의 관계였던 서거정과 강희맹을 참모이자 문장가의 관점에서 살폈고, 간신, 칠삭둥이 등 부정적인 측면과 함께 세조를 보좌하는 노련한 정치가의 면모를 보인 한명회, 피비린내 나는 무오사화의 발단이 된 '조의제문'을 쓴 사림파의 영수 김종직과 그의 제자 김일손, 『악학궤범』을 편찬한 대표적인 예술 분야의 참모 성현을 다룹니다.

제3부 폭군의 실정에 흔들리다

실록에도 여러 번 등장하는 연산군의 마음을 뒤흔든 시세 참모 장녹수, 폭정에 기름을 부은 간신 임사홍과 '대은암' 속 익살스러운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중종의 간신으로 기억되는 남곤, 중종의 절대적인 총애를 받다가 ‘주초지왕’의 역모 혐의를 쓰고 나락으로 떨어진 조광조, 호남 사림의 자존심 김인후와 이황과 함께 영남학파의 양대산맥으로 활약한 조식을 다루었습니다.

p162 중종의 참모 하면 대부분 조광조의 이름을 먼저 떠올리지만, 조광조는 중종의 한때의 총애를 받았지만, 결국에는 중종에 의해 사약을 받고 생을 마감했다는 점에서 중종의 한때의 참모였다. 중종의 입장에서 보면 조광조 제거의 핵심으로 활약하면서 영의정까지 지낸 남곤이 핵심 참모였다.

제4부 임진왜란, 조선의 위기를 겪다

동인과 서인의 당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던 ‘십만양병설’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중심으로 선조 시대 최고의 참모 이이를 살폈고, 선조와 애증의 관계, 가사문학 분야에서 수많은 작품을 남긴 정철. 문신이자 돌격적인 의병장 조헌, 일본 장수 ‘사야가’에서 조선의 충신이 된 김충선, 7년에 걸친 임진왜란 과정을 『징비록』으로 남긴 유성룡을 다루었습니다.

제5부 광해군의 그림자 속 참모들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을 유지했던 뛰어난 외교 참모 ‘오성과 한음’의 이덕형, 그 개혁적인 성향으로 실록에 매우 부정적으로 기록되어 있는 『홍길동전』의 허균, 인조반정 이후 사라진 북인 세력의 중심 광해군의 남자 정인홍, 상궁의 신분으로 국정을 좌지우지한 광해군의 참모 김개시, 조선의 관료로서 최고위 직책인 영의정을 여섯 번 지낸 이원익을 다루었습니다.

제6부 명분과 실리 사이, 인조반정

광해군의 폭정에 반정을 일으켜 왕의 자리에 오른 인조를 중심으로 명과 청의 갈등 속에서 조선이 처한 상황과 병자호란의 과정과 극복을 다루었습니다.

제7부 왕권이냐, 신권이냐? 당쟁과 갈등

서인과 남인이 치열하게 대립하던 숙종시대 정치공작의 달인 김석주. 독특한 글씨풍으로도 알려져 있는 소신과 원칙의 학자 허목, 정치와 사상의 중심이자 신권의 핵심이었지만 숙종에게 사약을 받은 송시열. 현실적인 정치가이자 『구수략』을 쓴 조선시대 최고의 수학자 최석정. 개혁정치를 추구하던 정조의 참모이자 실학자로 이름을 남긴 정약용 등을 다루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참모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상황에서 정치적, 학문적 역할을 발휘하거나 국난을 극복한 인물들입니다. 그러면서도 왕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결과적으로 국정 농단의 주역이 된 참모들도 일부 소개하고 있습니다.

40명의 참모들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상황에서 정치적, 학문적 능력을 발휘하거나 국난을 극복한 인물이 대부분이지만 왕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결과적으로는 국정 농단의 주역이 된 참모들까지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참모라는 의미에 맞는 인물들 외에 다수의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고, 다수의 인물들이 소개되는 만큼 인물 개개인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그들의 행보도 큰 틀에서 훑어가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각 인물들에 대한 깊이 있게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대강 알고 있었던 인물들에 대해 다시 알게 되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고, 대중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인물들 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을 소개하는 의도는 좋았습니다.

역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는 물론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목적을 가진 학생들에게도 쉽고 재미있고 정확하게 조선의 역사를 한눈에 알려주는 유용한 지침서가 되어줄 만한 책입니다.

이렇게 경회루에서 국가 재정을 물 쓰듯이 쓰면서 흥청들과 어울려 방탕한 생활을 하는 연산군을 두고 백성들은 흥청망청이라는 말로 저주했다
- P145

만약 입으로는 책을 읽되 마음으로 체득함도, 몸으로 행함도 없다면 책은 그대로 책이고 나는 그대로 나이니 무슨 유익함이 있겠는가?
- P229

조경은 당파상으로 남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남인의 정치적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기보다는 원칙과 소신에 입각하여 자신의 정치관을 피력하였다. 특히 언관직을 수행하면서는 권력의 실세에 대한 강한 비판을 멈추지 않는 강직한 정치인의 표상이 되었다.
사안에 따라서는 국왕의 처사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권력에 굴하지 않는 면모를 보였다...정치인 조경은 한결같이 원칙과 소신에 입각한 정치 행보를 보였다. 당리당략에만 치중하고 보스들의 눈치만 보는 정치 현실 때문일까? 왕의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직언을 한 ‘소신의 정치인‘ 조경의 모습은 많은 울림을 주고 있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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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직장인 열전 - 조선의 위인들이 들려주는 직장 생존기
신동욱 지음 / 국민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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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기 싫은데, 해야 한다. 조직이 시키니까. 나에게 봉급을 주는 곳이니까. 성질대로라면 책상을 엎어버리고 당당하게 사표를 쓰고 걸어나오고 싶다. 심장이 울렁울렁하고 분노에 얼굴이 푸르죽죽해지지만 끝내 사직서를 쓰지 못한다. 아내와 아이들이 떠오른다. 지금 나가면 뭐 할 것인가. 회사에서 해직을 통보했다. 부당하다며 항의를 하러 갔더니 어제의 동료들이 외면한다. 분위기가 냉랭하다.’

‘더럽고 아니꼬운’ 회사생활을 해본, 혹은 하고 있는 샐러리맨이라면 이와 같은 상황을 한번쯤은 상상해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이 책은 직장인의 관점에서 조선의 인물을 통해 역사 속 선배들의 다양한 처세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성계를 도와 조선이라는 나라를 건국한 정도전부터, 하륜, 황희, 맹사성, 신숙주 등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고 판단된 11명의 긍정적 인물과, 끝없는 욕심에 선을 넘고 말았던 홍국영이나 평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허균 등 비운의 인물 6명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p6 이 책은 조선 역사 속 인물들을 철저히 직장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위인이기 이전에 그들 또한 조직에 몸담고 사회생활을 해야 했던, 어쩌면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직장인이라는 시강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다소 독특한 역사책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손 놓고 살았던 역사가 사실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역사 속 직장 선배들의 다양한 처세술을 만나보게 해 줄 것이다.

 

마지막에는 친절하게 '부록 조선의 선배 직장인들에게 배우는 7가지 자세'를 통해서 본문의 내용을 요약해주고 있습니다.

1. 상사와 함께 성장하라

2. 직장 동료를 내 편으로 만들어라.

3. 선후배 간의 관계에도 노력하라.

4. 기본 실력에 충실하라.

5. 평판 관리를 통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라

6. 말을 잘하는 것은 직장인의 무기다.

7.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괜찮다.

역사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위인의 삶도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면 그들 자신도 지우고 싶어 하는 실수를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위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실수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17명 위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지혜롭게, 때로는 뚝심으로 밀어붙인 일들로 인해 조선의 직장인이었던 위인들의 삶이 어떤 결과를 맞이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버려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해 줍니다.

p307 공부에 왕도가 없듯, 직장 생활에도 왕도는 없다. 그렇게 힘들었던 오늘 하루도 다시 이겨낸 나 자신을 대견스럽게 여기고 토닥여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직장인에게 있어 최고의 처세술이 아닐까?

600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당시에도 지금처럼 사내 정치가 있었고 실력뿐 아니라 처세도 필요했으며, 상사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상사의 속내를 읽을 줄 알아야 했습니다. 또한 후배들 잘 이끌어줘야 했고 평판 관리도 해야 했으며, 업무 처리를 위해 밤샘 야근도 종종했습니다.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 속에서 직장 내 상사, 동료, 선후배라는 대인관계에 대해 성찰할 수 있게 되고, 평판 관리나 사내정치처럼 현실적인 고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위인들의 다양한 면면을 살펴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습니다. 직장 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에게는 작은 위안을 주는 책입니다.

상사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상사는 실무자들이 보는 관점보다 훨씬 넓은 안목으로 사안을 바라본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대부분은 그런 역량이 되기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런 상사의 의중을 헤아리며 조직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애써야 한다
- P83

신숙주는 사내정치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 다만 좋은 정치를 펼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겼다. 그에게 사내정치란 그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유능한 관료로서 인정받는 수단이었을 뿐이다
- P134

좋은 멘토는 후배가 듣기 싫은 말이라 해도 그에게 필요한 조언이라면 한다. 물론 꼰대도 후배가 듣기 싫어하는 말이라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멘토와 꼰대를 구분짓는 차이점은 무엇일까.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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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6
헤르만 헤세 지음, 임홍배 옮김 / 민음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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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53세 때 쓴 소설로, 인간의 성장기 체험을 아름답고 순수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작가 자신의 삶의 체험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 그의 영혼을 뒤흔들던 추억들이 담겨있습니다.

전반부는 뛰어난 젊은 학자인 나르치스와 다정다감한 소년 골드문트와의 만남과 헤어지는 내용이고, 중반부는 골드문트가 여자를 알고 수도원을 떠나 애욕의 편력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후반부는 골드문트가 수도원으로 돌아와 다시 두 사람이 우정으로 맺어지고, 골드문트가 지와 사랑을 융합시킨 마리아상을 조각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야기는 밤나무가 유난히 눈에 띄는 마리아브론 수도원에는 다니엘 원장과 그의 제자 나르치스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 수도원에 골드문트라는 어린 소년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는 곧 모든 사람들과 친해졌지만, 참다운 벗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마음을 끈 사람은 바로 나르치스였습니다. 그는 마침내 자신과 정반대인 나르치스를 존경하게 됩니다.

어느 날 안젤름 신부의 심부름으로 고추 나물을 캐러 간 골드문트는 리제라는 집시 여인의 유혹을 받습니다. 그는 수도원을 떠날 결심을 하고 나르치스를 찾습니다. 나르치스는 그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합니다. 골드문트는 약속한 장소에서 리제를 만나 육체적 쾌락을 즐기지만, 날이 밝자 그녀는 자기 남편에게로 돌아갑니다. 이후 골드문트의 기나긴 방랑 생활이 시작됩니다. 그는 결혼하지 않은 처녀에게 마음을 쏟고, 사랑하는 방법, 사랑의 기교에 관해서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방랑생활이 두 해가 지난 뒤, 골드문트는 두 딸을 가진 노기사의 저택으로 갑니다. 어느 날, 영주가 부인과 함께 놀러 온 것을 계기로 골드문트는 영주의 부인에게 접근함으로써 노기사의 딸 리디아의 질투심을 불러일으켜 그녀와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런 후 리디아는 골드문트의 잠자리에 나타나 정사를 벌입니다. 언니의 행동을 눈치챈 동생 율리에는 골드문트의 방에 들어와 자신도 함께 즐기자고 합니다. 이에 놀란 언니 리디아는 뛰쳐나가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고백합니다. 골드문트는 당장 쫓겨나고, 리디아는 하인을 시켜 그녀가 짠 재킥과 소금에 절인 고기, 금화 하나를 건네줍니다.

길을 재촉하던 골드문트는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저녁, 해산 광경을 통해 쾌락과 고통은 동반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빅토르라는 유랑자와 함께 유랑생활을 하지만, 도벽이 심한 빅토르는 골드문트가 잠자는 사이에 주머니를 뒤지다가 발각되어 목으로 조르고 달려듭니다. 골드문트는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빅토르를 살해합니다. 그리고 그저 방황하다가 빅토르와 만났던 마을 근처에 쓰러져 크리스티네라는 부인에게 구출됩니다.

이후, 그는 어느 마을에 도착합니다. 그는 빅토르를 죽인 것을 참회하려고 청당을 찾았다가 성모 마리아상에 매혹되어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이 조각가 니콜라우스라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그를 찾아 떠나 마침내 그의 제자가 됩니다. 그는 리스베트라는 아름다운 딸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골드문트는 여러 가지 얼굴들을 그리며 나날을 보내다가 우연히 아그네라는 총독의 첩과 눈이 맞아 육체의 쾌락을 즐기다가 들키게 되자 도둑으로 가장하고 구속됩니다. 감옥에서 그는 살아야겠다는 집념이 생겨 고해성사를 받으러 신부가 들어오면 그를 죽이고 탈출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신부는 그의 옛친구인 나르치스였습니다.

나르치스의 구원으로 그는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옵니다. 그는 수도원의 원장이 되어있었습니다. 그의 도움으로 2년 동안 작품 제작에 열중할 수 있었으나, 작품이 완성되자 다시 방랑을 하기 시작합니다. 프란체스카라는 처녀에게 구혼을 했다가 실패하자 자신이 늙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리디아의 모습을 부각시킨 마리아 목조상이 완성되자 그는 방랑을 결심합니다. 나르치스는 자신이 친구에게 집착하고 있음을 개탄하며 골드문트를 떠나보내지만 그는 어느 날 다리를 절뚝거리며 돌아와 나르치스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라는 인물을 설정한 것은 그의 내면에서 살아 숨쉬는 이성과 감성의 거대한 움직임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듯한 강한 느낌을 줍니다.

나르치스는 소위 냉철한 이성과 직관력의 소유자입니다. 골드문트와 달리 철저한 수행자의 길을 걸으면서 금욕의 생활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직관해가며 성실한 생활에 몰두하며 살아가고 있다.

´골드문트(GOLD MUND)´는 직역하자면 ´황금 입술´이라는 뜻으로 정열이 넘치는 감성의 소유자입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랑과 정열적인 생활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듯이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청아한 눈빛과 입가에 머금은 미소, 수려한 외모, 정열적인 생활, 누구와도 어울리는 달변가로서 그는 인기몰이의 당사자이자 피해자였습니다. 누구라도 추파를 던지면 그는 자신의 몸을 던져 사랑을 했습니다. 그의 내면의 지주였던 어머니와 수도원 생활에서 사귀었던 영원한 친구 나르치스만이 오직 그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르치스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골드문트는 스스로의 내면에서 정화되고 있었습니다. 그의 죽음의 순간은 이성과 감성과의 만남의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르치스는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골드문트는 그의 물음에 답하기 위한 삶을 살았다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는 부끄럽지 않기 위해 철저히 자신을 일생과 최후에는 죽음에 내몰았고 전적인 희생 이후의 좌절감에 휩싸이기도 했으며 자유와 방종을 또다시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골드문트를 끝없는 방황으로 내몰았던 내면의 충동과 번민에 대하여, 그리고 그 방황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헤세의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주인공이 그렇듯이 골드문트는 고정된 관습의 세계를 거부합니다. 골드문트의 내면 심리에 조응되는 만큼의 현실만이 묘사되어 있는 이 작품에서 시대적 배경이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그가 중세적 질서와 권위의 정신적 기둥인 수도원을 탈출하여 속세를 향해 정처없이 나아가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골드문트가 문제적 인물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골드문트의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거부와 일탈은 그 자신의 자아 역시 미리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낯선 세계와 부딪히며, 때로는 존재의 위기마저 감수하는 그러한 모험을 거쳐 비로소 자신의 자아가 지나온 삶의 총화임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골드문트가 마지막에 도달한 예술의 세계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친 고된 탐색의 끝에 얻어진 값진 자기 인식이기도 한 것입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는 이야기는 이 책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실제 우리 삶은 두 가지가 혼재되어 있는 것이지, 두부 자르듯 나뉘어져 있진 않으니까요. 저는 나르치스도 아니고, 골드문트도 아니고, 둘 중 어느 것이 낫다고도 못하다고도 생각하지 않고, 둘 중 어떤 방식으로도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서로 다른 기질과 서로 다른 영혼, 인생, 깨달음이 있을 뿐이며 둘의 불꽃같은 인생을 보며 철저히 세속과 격리되고 보호되는 자신의 인생에 회의를 느낄 지라도 그것은 '틀린' 것은 아닐 것입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닐 수 있는 인간은 없지만, 이 두 가지를 늘 동시에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은 늘 고뇌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인간은 영혼 속에 깃들인 정신적인 측면과 육체적인 측면을 어떻게 조화시키고 합일시킬 것이며, 또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이성과 감정의 대립, 정신과 육체의 양립, 신과 인간의 갈등이 두 주인공을 통해 극복 되고 융화되는 과정이 스토리 전반에 녹아 드는 불후의 명작임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시종일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혼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주옥같은 문장이 주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골드문트의 본성을 환히 꿰뚫고 있었으며, 서로 대립되는 기질에도 불구하고 그 본성을 아주 내밀하게 이해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골드문트의 본성은 바로 그 자신이 잃어버린 또 다른 반쪽이었기 때문이다
- P51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지는 마. 그렇지는 않아. 나는 가야만 한다고 느끼기에, 그리고 오늘 너무나 놀라운 일을 경험했기에 기꺼이 떠나는 거야. 그렇지만 순전히 행복감과 만족감에 젖어 달려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내 생각에는 힘든 길이 될 거야. 그렇지만 멋진 길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 한 여자에게 속한다는 것, 자기 자신을 바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잖아! 내가 하는 말이 어이없게 들리더라도 비웃지는 마. 그런데 보라구.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 여자에게 자신을 바친다는 것, 그녀를 온전히 내 속으로 감싸고 또 그녀에게 감싸여 있다고 느끼는 것은 네가 <사랑에 빠진 상태> 라고 하면서 다소 비웃는 그런 상태와는 달라. 그건 비웃을 일이 아니야. 나에게는 사랑이 곧 삶으로 통하는 길이고 삶의 의미로 통하는 길이야. 아, 나르치스, 나는 네 곁을 떠나야만 해! 나르치스, 너를 사랑해. 그나마 잠 잘 시간도 없는데 오늘 이렇게 시간을 내주어서 고마워. 네 곁을 떠나려니 마음이 무거워. 나를 잊지 않을 거지?"
- P128

뤼디아가 한 번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너무 사랑스럽고 쾌활해 보여요. 그런데 당신의 눈을 들여다보면 쾌활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온통 슬픔뿐이에요. 당신의 눈은 마치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모든 것은 우리 곁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이거든요. 당신의 눈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가장 슬퍼 보여요. 당신한테는 고향이 없기 때문일 거예요. 당신은 숲 속에서 나타나 저를 찾아왔어요. 그리고 당신은 언젠가는 다시 길을 떠나 이끼 위에서 잠을 자면서 방황을 계속할 테죠. 그런데 저의 고향은 대체 어디일까요? 당신이 떠나가더라도 물론 저한테는 아버지도 계시고 여동생도 있죠. 제가 들어앉아 당신을 생각할 수 있는 방과 창문도 있기는 하죠. 하지만 마음의 고향은 사라지고 말 거예요."
- P182

‘그의 행위와 삶이 그의 말씀보다 가치있으며, 그의 손의 움직임이 그의 의견보다 가치 있다고 나는 생각하네. 나는 말씀이나 사상 속에서 그의 위대함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행위 속에서, 삶 속에서 그의 위대함을 보네.‘
- P186

"세상이 온통 죽음과 공포로 가득 차 있으니까 나는 늘 마음을 달래려고 이 지옥의 한가운데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꽃을 꺾었던 것이지. 쾌락을 찾으면 잠시 동안은 공포를 잊을 수 있었지. 그런다고 해서 공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말 한번 잘했네. 그러니까 자네가 보기엔 세상이 온통 죽음과 공포로 가득 차 있고, 그래서 쾌락을 도피처로 삼는단 말이로군. 하지만 그런 쾌락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일세. 그런 쾌락은 다시 자네를 황폐한 곳으로 몰아낼 걸세."
- P412

"그런데 나르치스, 자네는 나중에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작정인가? 자네한테는 어머니도 없잖아? 어머니가 없이는 사랑을 할 수 없는 법일세. 어머니가 안 계시면 죽을 수도 없어"

- P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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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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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미안'으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의 초기작입니다. 일단 책이 얇은 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인도 카스트 4가지 신분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승려 계급인 브라만의 아들로 태어난 싯다르타는 최고의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자랍니다. 아버지는 영특하고 지식욕에 불타는 아들을 볼 때마다 기뻤고, 아들이 위대한 현인이자 사제로, 모든 브라만의 우두머리로 자라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장차 브라만의 왕으로 추대될 촉망받는 청년이었으나, 싯다르타는 깨달음을 얻고자 친구 고빈다와 함께 고행길을 떠납니다. 함께 고행하던 고빈다는 열반에 도달한 고타마의 설법을 듣고 불가에 귀의합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자신은 해탈할 수 없음을 깨닫고 좌절하게 됩니다. 그 결과 정신세계에 머물면서 잊고 있었던 또 다른 자아, 즉 감각의 세계에 있는 자아를 발견하게 됩니다.

싯다르타는 여인 카말라를 알게 되고 상인 카마스바미 밑에서 상인으로 살아갑니다. 사랑의 환희와 막대한 부를 누리지만 궁극적인 진리는 결코 현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생의 허무를 느끼고 절망하여 강물에 몸을 던지려는 순간 브라만의 성스러운 음인 옴을 다시 듣게 됩니다. 그의 앞에 수 천개의 눈을 가진 ‘보디삿타바’가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후 뱃사공 바스데바와 함께 지내면서 자아 탈피의 과정을 겪습니다. 뱃사공이 된 어느 날 카말라를 만납니다. 그녀는 싯다르타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과 함께 석가의 임종을 보러 가다가 뱀에 물려 죽습니다. 싯다르타는 카말라의 임종을 통해 새로운 측면의 죽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즉, 죽음은 감각본능 세계로부터의 단절이 아니라, 생사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과정, 즉 ‘윤회’의 일면임을 알게 됩니다.

카말라의 죽음을 체험하면서 그는 궁극적인 진리를 터득하면서 오랜 욕망의 속박으로부터 마침내 자유로워집니다.

싯다르타라는 주인공(흔히 우리가 '부처님'이라고 부르는 인물)을 따라가며, 그가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는 모습을 그려나갑니다.

1922년에 쓰여졌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매우 완성도가 높고 현대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정도 불교에 대한 이해가 있지 않으면, 싯다르타와 그의 친구 고빈다가 왜 편한 삶을 놔두고 고행을 하려고 하는지부터 어렵게 느껴지실 듯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종교의 깨달음을 위한 불교 책으로 한정짓기는 어렵습니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깨달음이란 어떤 것인가? 과연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나, 자아를 위한 삶인가?’ 라는 물음을 던지게 합니다.

싯다르타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제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보게 됩니다.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어

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종교적 깨달음에 머무는 게 아니라, 삶의 지향점을 생각하게 됩니다.

싯타르타 앞에는 한 목표, 오직 하나뿐인 목표가 있었으니, 그것은 모든 것을 비우는 일이었다. 갈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소원으로부터 벗어나고, 꿈으로부터 벗어나고, 기쁨과 번뇌로부터 벗어나 자기를 비우는 일이었다. 자기 자신을 멸각시키는 것, 자아로부터 벗어나 이제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닌 상태로 되는 것
- P27

세존이시여, 죽음으로부터의 해탈은, 당신은 그것을 얻기 위하여 나아가던 도중에 당신 스스로의 구도 행위로부터, 생각을 통하여, 침잠을 통하여, 인식을 통하여, 깨달음을 통하여 얻어졌습니다. 그것이 가르침을 통하여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말씀입니다...세존께서 몸소 겪으셨던 것에 관한 비밀, 즉 수십만 명 가운데 혼자만 체험하셨던 그 비밀이 그 가르침 속에는 들어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 P55

그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에는 그런 대가를 치를 만한 가치가 없는 것들, 그러니까 돈이나 사소한 즐거움, 하찮은 체면을 얻기 위하여 애를 쓰고 괴로워하고 늙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들이 서로를 욕하고 모욕을 주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사문이라면 웃어넘길 수도 있는 그런 고통 때문에 그들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았으며, 사문이라면 없어도 괜찮다고 느낄 그런 것이 없어서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았다.
- P104

알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모조리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몸소 맛본다는 것, 그건 좋은 일이야. 속세의 쾌락과 부는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이미 어린 시절에 배웠었지. 그 사실을 안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그것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군. 이제 나는 그 사실을 제대로 안 거야. 그 사실을 단지 기억력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나의 두 눈으로도, 나의 가슴으로도, 나의 위로도 알게 되었어. 그것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로군!
- P144

강물은 어디에서나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강의 원천에서나, 강 어귀에서나, 폭포에서나, 나루터에서나, 시냇물의 여울에서나, 바다에서나, 산에서나, 도처에서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강에는 현재만이 있을 뿐, 과거라는 그림자도, 미래라는 그림자도 없다.
- P157

이 순간 싯다르타는 운명과 싸우는 일을 그만두었으며, 고민하는 일도 그만두었다. 그의 얼굴 위에 깨달음의 즐거움이 꽃피었다. 어떤 의지도 이제 더 이상 결코 그것에 대립하지 않는, 완성을 알고 있는 그런 깨달음이었다. 그 깨달음은 함께 괴로워하고 함께 기뻐하는 동고동락의 마음으로 가득 찬 채, 그 도도한 강물의 흐름에 몸을 내맡긴 채, 그 단일성의 일부를 이루면서 그 사건의 강물에, 그 생명의 흐름에 동의하고 있었다.
- P199

지식은 전달할 수가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혜를 지니고 다닐 수도 있으며, 지혜로써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지혜를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네.
- P206

가르침은 아무런 단단함도 아무런 부드러움도 아무런 색깔도 아무런 가장자리도 아무런 냄새도 아무런 맛도 갖고 있지 않아.그 가르침이라는 것은 말 이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지.자네가 마음의 평화를 얻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바로 이 가르침이라는 것 바로 그 무수한 말들이 아닐까 싶어.그 까닭은 말이지,해탈과 미덕이라는 것도 윤회와 열반이라는 것도 순전한 말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야. 고빈다 우리가 열반이라고 부르는 것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아.다만 열반이라는 단어만이 존재할 뿐이지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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