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로 산다는 것 - 왕권과 신권의 대립 속 실제로 조선을 이끌어간 신하들의 이야기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조직을 이끌거나 나라를 경영할 때 리더 주변은 늘 많은 인재들로 넘쳐납니다. 저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잘났다고 생각하는 이런 인재들을 통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면에서 리더는 통치 자체보다는 이런 인재들을 적절히 통제하면서 각자의 장점에 맞게 일을 맡기는 지혜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때 꼭 필요한 존재가 이른바 리더의 심경을 가장 정확하게 헤아릴 줄 아는 ‘핵심 참모’입니다.

이 책은 조선 시대 전문가 신병주 교수가 왕을 도와 조선을 이끌어 간 참모를 중심으로 균형 잡힌 시각에서 본 조선의 역사를 담아낸 책입니다. 조선 왕조는 518년을 존속하며 27명의 왕이 재위한 보기 드문 ‘장수 왕조’였습니다. 27명의 왕들은 각기 다른 개성으로 체제의 정비가 요구되던 시기를 살기도 했고, 강력한 개혁이 요구되던 시기를 살기도 했습니다. 선조와 인조처럼 전란을 겪고 이를 수습해야 했던 왕, 숙종과 영조, 정조처럼 전란 후 또 다른 안정을 추구해 나가야 했던 왕도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배경 속에서 즉위한 조선의 왕에게는 각각의 국정 목표와 방향이 있었고, 그 왕에게 발탁된 참모들은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역량을 발휘해 나갔습니다.

제1부 새 왕조를 설계하다

건국의 최대 공로자였지만 신권 중심주의를 주장하다 결국 제거되는 운명의 정도전, 이방원이 왕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한 하륜, 세종과 함께 태평의 시대를 이끌었던 황희, 신분을 넘어 과학 조선을 이끈 장영실, 죽음으로 단종을 지키고자 한 사육신 성삼문, 성삼문과는 엇갈린 행보를 보이며 역사에 변절자로 남았지만 누구보다 유능했던 관료 신숙주를 다룹니다.

p69 원래 녹두의 싹을 내어 먹는 나물로서, 두아채란 이름으로 불렸던 나물이 조선 후기 이후 ‘숙주나물’로 바뀐 것에도 신숙주의 행적을 응징하고자 하는 백성들의 증오가 담겨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제2부 국가의 기틀을 다지다

조선 초기 최고의 문장가이자 관중과 포숙의 관계였던 서거정과 강희맹을 참모이자 문장가의 관점에서 살폈고, 간신, 칠삭둥이 등 부정적인 측면과 함께 세조를 보좌하는 노련한 정치가의 면모를 보인 한명회, 피비린내 나는 무오사화의 발단이 된 '조의제문'을 쓴 사림파의 영수 김종직과 그의 제자 김일손, 『악학궤범』을 편찬한 대표적인 예술 분야의 참모 성현을 다룹니다.

제3부 폭군의 실정에 흔들리다

실록에도 여러 번 등장하는 연산군의 마음을 뒤흔든 시세 참모 장녹수, 폭정에 기름을 부은 간신 임사홍과 '대은암' 속 익살스러운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중종의 간신으로 기억되는 남곤, 중종의 절대적인 총애를 받다가 ‘주초지왕’의 역모 혐의를 쓰고 나락으로 떨어진 조광조, 호남 사림의 자존심 김인후와 이황과 함께 영남학파의 양대산맥으로 활약한 조식을 다루었습니다.

p162 중종의 참모 하면 대부분 조광조의 이름을 먼저 떠올리지만, 조광조는 중종의 한때의 총애를 받았지만, 결국에는 중종에 의해 사약을 받고 생을 마감했다는 점에서 중종의 한때의 참모였다. 중종의 입장에서 보면 조광조 제거의 핵심으로 활약하면서 영의정까지 지낸 남곤이 핵심 참모였다.

제4부 임진왜란, 조선의 위기를 겪다

동인과 서인의 당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던 ‘십만양병설’에 대한 다양한 기록을 중심으로 선조 시대 최고의 참모 이이를 살폈고, 선조와 애증의 관계, 가사문학 분야에서 수많은 작품을 남긴 정철. 문신이자 돌격적인 의병장 조헌, 일본 장수 ‘사야가’에서 조선의 충신이 된 김충선, 7년에 걸친 임진왜란 과정을 『징비록』으로 남긴 유성룡을 다루었습니다.

제5부 광해군의 그림자 속 참모들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을 유지했던 뛰어난 외교 참모 ‘오성과 한음’의 이덕형, 그 개혁적인 성향으로 실록에 매우 부정적으로 기록되어 있는 『홍길동전』의 허균, 인조반정 이후 사라진 북인 세력의 중심 광해군의 남자 정인홍, 상궁의 신분으로 국정을 좌지우지한 광해군의 참모 김개시, 조선의 관료로서 최고위 직책인 영의정을 여섯 번 지낸 이원익을 다루었습니다.

제6부 명분과 실리 사이, 인조반정

광해군의 폭정에 반정을 일으켜 왕의 자리에 오른 인조를 중심으로 명과 청의 갈등 속에서 조선이 처한 상황과 병자호란의 과정과 극복을 다루었습니다.

제7부 왕권이냐, 신권이냐? 당쟁과 갈등

서인과 남인이 치열하게 대립하던 숙종시대 정치공작의 달인 김석주. 독특한 글씨풍으로도 알려져 있는 소신과 원칙의 학자 허목, 정치와 사상의 중심이자 신권의 핵심이었지만 숙종에게 사약을 받은 송시열. 현실적인 정치가이자 『구수략』을 쓴 조선시대 최고의 수학자 최석정. 개혁정치를 추구하던 정조의 참모이자 실학자로 이름을 남긴 정약용 등을 다루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참모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상황에서 정치적, 학문적 역할을 발휘하거나 국난을 극복한 인물들입니다. 그러면서도 왕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결과적으로 국정 농단의 주역이 된 참모들도 일부 소개하고 있습니다.

40명의 참모들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상황에서 정치적, 학문적 능력을 발휘하거나 국난을 극복한 인물이 대부분이지만 왕의 판단을 흐리게 하여 결과적으로는 국정 농단의 주역이 된 참모들까지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참모라는 의미에 맞는 인물들 외에 다수의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고, 다수의 인물들이 소개되는 만큼 인물 개개인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그들의 행보도 큰 틀에서 훑어가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각 인물들에 대한 깊이 있게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대강 알고 있었던 인물들에 대해 다시 알게 되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고, 대중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인물들 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을 소개하는 의도는 좋았습니다.

역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는 물론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목적을 가진 학생들에게도 쉽고 재미있고 정확하게 조선의 역사를 한눈에 알려주는 유용한 지침서가 되어줄 만한 책입니다.

이렇게 경회루에서 국가 재정을 물 쓰듯이 쓰면서 흥청들과 어울려 방탕한 생활을 하는 연산군을 두고 백성들은 흥청망청이라는 말로 저주했다
- P145

만약 입으로는 책을 읽되 마음으로 체득함도, 몸으로 행함도 없다면 책은 그대로 책이고 나는 그대로 나이니 무슨 유익함이 있겠는가?
- P229

조경은 당파상으로 남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남인의 정치적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기보다는 원칙과 소신에 입각하여 자신의 정치관을 피력하였다. 특히 언관직을 수행하면서는 권력의 실세에 대한 강한 비판을 멈추지 않는 강직한 정치인의 표상이 되었다.
사안에 따라서는 국왕의 처사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권력에 굴하지 않는 면모를 보였다...정치인 조경은 한결같이 원칙과 소신에 입각한 정치 행보를 보였다. 당리당략에만 치중하고 보스들의 눈치만 보는 정치 현실 때문일까? 왕의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직언을 한 ‘소신의 정치인‘ 조경의 모습은 많은 울림을 주고 있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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