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d, Not Buddy: (Newbery Medal Winner) (Paperback)
크리스토퍼 폴 커티스 지음 / Yearling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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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버드가 고아원에서 한 양육가정으로 가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결국 그 집의 두살 위 형과의 다툼으로 거기에서 쫒겨날 지경에 처하는데 도망칩니다.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논의하려고 도서관의 잘 아는 사서를 찾아가는데 그 사서 선생님은 결혼해서 시카고로 가셨습니다. 시카고로 갈 결심을 하게 되는데 친구인 벅스를 만나서 같이 기차를 얻어탈 계획을 세우는데, 결국 실패하게 되고 혼자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아갈 결심을 합니다. 한밤중에 걷다가 마음씨 놓은 루이스씨를 만나게 되어 밥도 얻어먹게 되고 옷도 얻어 입게 되고 차도 얻어타게 됩니다.

10살짜리 아이가 겪기에는 너무 혹독한 일들이다 싶었는데, 그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도 하지만, 어린 흑인고아로 세상에 살아 남기 위해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잃지 않는 내용이 잘 드러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용감하고 낙천적이며, 너무도 바르게 자라준 그를 보면서 어머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엄마도 없이 자라서 그런지 온갖 잔머리와 방어전술은 다 갖추고 있지만 어린아이스러운 순진함이 드러나는 모습은 저도 모르게 버드라는 아이와 같이 살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이 책의 앞부분을 들춰가며 읽을 때는 우리와 전혀 다른 토양에서 나온, 그냥 평범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기, 고아가 된 한 흑인 소년이 돌아가신 엄마의 유품 속에서 나온 낡은 사진 속 아저씨를 아버지라 착각하고 모험을 떠날 때까지는 말이죠 그런데, 그 아이가 길을 떠나는 여정에서 맞닥뜨린 어른들의 모습에 눈길이 가고, 너나 할 것 없이 못 먹고 가난한 사람들인데도, 그들은 이 아이의 외로움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1930년대 대공황 시대의 미국사회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새벽에 떠나는 기차에 뛰어올라 타려고 몰려드는 수 백 명.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남자들. 진압봉을 들고 무임 승차를 막고, 남자들이 많이 떠나 지킬 사람이 부족한 판자촌(후버빌)에 불을 지르고 거기 사람들을 내쫓는 경찰의 모습, 흑인은 금전 관계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법적 소유에도 제한이 있고 밴드 멤버의 한 명은 백인으로 둬서 이런 일을 벗어나보려는 캘러웨이씨 등등..

누구나 힘겨울 때면 자신보다는 남을 탓하기가 쉽죠. 하지만 이 이야기는 누가 뭐래도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삶은 결국 누군가와 함께 일구어가는 따뜻한 여정이며 거기에는 자신의 당당함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듯합니다.

버드라는 아이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세상과 어른의 모습, 그의 풍부하고 흥미로운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묘사들이 책을 읽는 내내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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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ong Walk to Water (Paperback) - Based on a True Story
린다 수 박 지음 / Sandpiper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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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의 내전으로 인한 아픈 실화를 바탕으로 한 린다수박의 책입니다.

책은 2008~2009년의 현재 Nya의 이야기와 1985년~2007년까지 Salva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오고 있습니다.

Salva는 학교에서 수업 도중 수단의 내전으로 인해 가족과 헤어진 채 낯선 사람들과 함께 먼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걷고 걷다가 숲속에서 친구가 사자의 밥이 되기도 하고, 운좋게 만난 삼촌이 다른 부족의 희생량이 되기도 하면서 에디오피아의 난민촌으로 그리고 케냐의 난민촌으로 다니다가 미국의 lost boys로 입양되게 됩니다.

11살인 Nya는 8시간 거리를 걸어서 물을 길어오느라 매일을 보냅니다. 그런 마을에 우물을 파 주겠다는 희소식이 날라옵니다.

Salva와 Nya가 들려주는 참혹하고, 어린아이들이 겪기에는 정말 힘든 암담한 상황들을 보면서 속상하고 가슴 아프기도 하고, Nya의 동네가 조금씩 발전하고 Salva가 하나씩 하나씩 역경을 헤쳐가는 모습을 모면서 희망을 보기도 했습니다.

짧은 분량에 어떻게 이런 탄탄한 구성과 재미를 줄 수 있는지 감탄스러웠고,

긴 세월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는 강력한 짧은 책인 것 같아요.

내전과 부족간의 싸움, 가족과의 생이별, 어린이라고 쓸모없는 취급, 삼촌과 친구의 죽음, 눈앞에서 벌어지는 죽음 이 모든 척박한 환경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그의 꿈을 싹틔우는 모습은 읽는 내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Salva가 가족들이 자신에게 보여준 모습, 한발씩 나아가고, 남들에게 관용을 베푸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반성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물이 없어 어린 나이에 매일 반나절을 걸어 무거운 물을 짊어지고 걸어오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험난한 위험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견하면서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프리카 지역의 내전이나 우물파기 사업 같은 건 뉴스를 통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책을 통해 그 안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지구의 다른 쪽에는 상상도 못할 어려움을 겪으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당연시했는데 그것들을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불평하면서 살았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봅니다. 언제 어디서든 풍부하게 물을 마실 수도, 사용할 수도 있고, 안전한 곳에서 편안하게 잠들고 생활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새삼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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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계속 -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모토로 아무튼 시리즈 7
김교석 지음 / 위고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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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당연한 것들이 많습니다. 당연한 것들은 당사자들의 끊임없는 피나는 노력이 그 뒤에 있어 당연해지는 것입니다. 오늘도 시험결과에서 1등을 한 학생을 보며 또 ‘당연히 1등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받아넘기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왜 1등을 했는지 종종 잊게 됩니다. 반면 1등을 해도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 학생은 "당연해야 되는 1등" 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부담감에 더욱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이런 당연한 일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책일 것 같은 느낌을 제목에서 받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수영을 하고, 퇴근하자마자 화분 관리와 집 정리를 합니다. 시즌마다 꼬박꼬박 야구와 NBA 농구를 보고 매년 봄에 영화 ‘4월 이야기’를 봅니다.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회식은 되도록 피합니다.

 청소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 ‘20분의 법칙’을 제안합니다. 20분의 법칙은, 긴 시간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최소 20분은 옷만 갈아입고 무조건 집 안 정리를 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꽤 유용해 보입니다. 청소, 빨래, 집안 일 등 매일 20분씩 루틴대로 움직이면 저자가 최고의 상태로 꼽는 ‘체크인 한 호텔방’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식물과 함께 하는 일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저자는 일상의 관성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일이라면, 느리고 불편하고 힘이 들어도 반복해서 그 일을 해갑니다. 일상의 평온을 깨뜨리지 않는 방법, 자신이 일상의 관성을 누리는 경험들을 열거하더니, 나중에는 일상의 관성을 꾸준히 지속했던 스포츠 스타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의 일상과는 굉장히 동떨어진 라이프 스타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른 삶을 지향하는 굳건한 신념은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또, 일상을 보통의 나날처럼 계속 유지하려는 저자의 일관성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에겐 어찌보면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가 행복의 원천인 셈입니다. 그의 어떤 행동들은 강박증처럼도 보였지만,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일정한 루틴 속에서 생활하는 저자의 모습은 내 일상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과 ‘오늘과 다를 것 없는 내일’을 지향하는 사람이 일상의 루틴을 지키려는 노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의 생각에 확 끌리거나 부럽거나, 동의하지 않지만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무엇인가를 계속 해나가는 사람들에게 감탄합니다. 갈망하는 대상, 혹은 세상에 끝내는 가 닿지 못하고 그 방향으로 수렴하는 선에서 삶이 끝난다 해도 “그 사람 끝까지 싸웠어”로 요약되는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저도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당연히 해야할 일상 속의 루틴을 계속 하고 있는 사람들" 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자기만의 확고한 일상의 루틴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칸트다. 그는 평생 여행 한 번 안 가고,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할 만큼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삶을 살았다고 한다. 칸트는 건강이 좋지 않아 규칙적인 생활을 습관화했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정서적인 차원에 연유가 있다. 어떤 나태함도 일상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경계 태세이자 흘러가는 세월을 최대한 끌어안으며 살고 싶은 내가 시간을 마주하는 방식이다.
- P9

일상의 항상성을 높이는 기술이 몇 가지 있다. 가능한 약속을 만들지 않고, 업무나 학업에 필요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으며, 요일별 해야 할 집안일들, 예컨대 날씨가 좋은 주중 저녁에는 햇빛 건조가 필요 없는 수건을 빤다는 식의 루틴들을 매뉴얼화 하는 것이다. 모두, 평온한 일상을 위협하는 예외 상황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방법들이다
- P33

일상의 루틴은 바로 이 성실함을 계발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삶의 태도다. 루틴을 충실히 따르다 보면 성실함은 자연히 따라온다. 막막하거나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각자의 콘셉트에 맞게 정리정돈부터 시작하는 거다. 정리정돈은 일상 루틴의 입문 과정이자 성실함을 키우는 데 매우 적합한 훈련이다. 일상을 다잡는 코르셋이랄까, 매일매일 그때그때 정해진 정리정돈 루틴을 따르다 보면 성실함을 무너뜨리려는 게으름을 원천 차단할 수 있고 마음의 장력이 느슨해질 틈이 생기지 않는다
- P45

나는 성장과 변화와 발전에서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 모든 순간들이 조금 더 오래 머물렀으면 한다. 어딘가에서 나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켜켜이 쌓아두고 언제든 되돌아왔을 때 그 모습 그대로 반겨주는 존재가 있길 늘 바란다. 그래서 시간을 버텨내온 단단한 것들에 흥미를 느끼고 안정을 얻는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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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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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는 책만 읽는 바보라는 뜻의 ‘간서치’라는 별명으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일상 속 숨은 아름다움을 발견해 문장에 녹여내는 ‘에세이스트’였습니다.

그런 그답게 책에는 정말 많은 소재가 나오는데, 그것은 인물, 자연, 감각 등 다양합니다. 이웃노인이나 동네 아이들의 모습, 아침저녁의 노을빛 등 일상에 대한 묘사가 생생합니다. 쉽게 넘길 수 있는 대상도 따스한 시선으로 관찰했던 그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엮은이 한정주는 이덕무의 문장이 동시대 다른 선비들의 그것과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아마도 본인이 처한 환경 덕분이 아닐까? 문장에 뛰어났지만, 양반이 아니니까 틀에 박힌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었고 자신의 관심사를 파고들어 표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단숨에 읽기보다 시를 즐기듯 한편씩 곱씹으며 오랫동안 곁에 두고 조금씩 읽기 좋았습니다. 한자를 잘 알았더라면 한시를 직접 읽으며 이덕무가 의도한 음률 같은 것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이덕무는 스무 살 남짓부터 많은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과연 글을 쓴 것처럼 살아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찍 현명해 진 것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는 것 또한 본받을 만한 일입니다.

그가 살아가면서 느꼈던 삶의 다양한 온도가 문장에 그대로 드러나있어서, 그만의 고유한 향기와 색깔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읽다보면 그의 문장에 저절로 감탄하게 됩니다. 특별하게 정해진 형식이나 기술이 없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습니다.

책에는 문장 자체가 주는 울림 외에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올바른 삶은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문장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소한 일상의 가치와 함께 그의 잔잔한 문장에 나도 모르게 위로받게 됩니다. 마음에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게 해주는 그의 문장들은 꽤 긴 여운을 남긴 채, 아직도 맴도는 듯 하네요

글을 읽을 때 그림이 그려지면, 그 글은 진실로 좋은 글이다. 글이란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 P16

쇠 절굿공이도 오래 사용하게 되면 손상되고 닳아서 짧아진다.이로써 시원스럽게 이기는 자 역시 보이지 않는 손실을 입게 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너무 굳세고 강한 것은 믿을 수 없다
- P43

동이를 묻고 물고기를 기른다. 열흘이 지나도록 물을 갈아 주지 않았다. 이끼가 끼어 마치 청동처럼 변해 사삼의 옷을 물들일 지경이다. 금붕어도 온통 연녹색이 되었다. 머리를 늘어뜨리고 비실비실 헤엄치고 있다. 시험 삼아 깨끗한 샘물로 갈아주고 먹잇감으로 붉은 벌레를 던져 주었다. 마치 토끼를 쫓는 매처럼 생기가 돈다. 물 위로 반쯤 몸을 드러내고 서서 사람을 향해 말을 하려고 한다
- P49

이 모두가 지극히 세밀하고 지극히 미미한 것이지만 제각각 그 속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지극히 오묘하고 지극히 변화하는 만물의 원리가 담겨 있다. 무릇 하늘과 땅 사이의 높고 넓은 것과 고금의 오고 가는 것을 관찰하면 장관이고 기이하지 않은 것이 없다
- P53

정신이 맑을 때 한 송이 꽃과 한 포기 풀과 한 덩어리 돌과 한 사발 물과 한 마리 새와 한 마리 물고기를 조용하게 관찰한다. 즉시 가슴 속에 연기가 무성하게 피어오르고
구름이 가득 일어난다
- P68

약초 밭두둑 난간의 금봉화가 새벽 비에 붉은 색깔이 가셔 버렸다. 어린 게집종이 꽃을 부여잡고 울고 있었다. 세속의 먼지에서 벗어난 통달한 선비가 이 모습을 보고 눈동자를 활짝 열며 말했다. "패왕 항우가 우미인과 울며 이별할 때 바로 이와 같았을 것이다."
- P76

널리 알면서도 편찬하거나 저술하지 못하는 것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이나 다름없다. 이미 떨어져 버린 꽃이 아니겠는가. 편찬하거나 저술하면서도 널리 알지 못하는 것은 근원이 없는 샘물이나 다름없다. 이미 말라 버린 샘물이 아니겠는가.
- P80

천리마의 한 오라기 털이 하얗다고 해서 미리 그 천리마가 백마라도 단정 지어서는 안된다. 온몸에 있는 천만 개의 털 중에서 누런 털도 있고 검은 털도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이러한 이치로 보건대, 어찌 사람의 한가지 면만을 보고 그의 모든 것을 판단하겠는가
- P82

아무 일이 없을 때에도 지극한 즐거움이 있다. 다만 사람들이 스스로 알지 못할 뿐이다. 훗날 반드시 문득 깨치는 날이 있다면, 바로 근심하고 걱정하는 때일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어느 관청의 수령이 평온하고 조용한 성품을 갖춰서 이렇다 할 일을 하지 않아 백성들에게 베푼 혜택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그 후임으로 온 수령이 몹시 사납고 잔혹했다. 그 때서야 백성들은 비로소 예전 수령을 한없이 생각하며 그리워했다.
- P140

편의에 안주하는 사람은 큰 고비를 만나면 어찌할 줄 모른다. 자신이 해오던 대로만 하는 사람은 큰 기회가 와도 붙들지 못한다. 임시방편으로 그때그때를 넘기는 사람은
큰 근심거리를 만나게 마련이다
- P145

망령된 사람과 더불어 시비나 진위나 선악을 분별하느니 차라리 얼음물 한 사발을 마시는 것이 낫다.
- P151

겉으로만 점잖은 척 단장하고 속마음은 시기와 거짓으로 꽉 차 있는 사람은 좋아하려고 해도 한 푼의 가치가 없고 미워하려고 해도 몽둥이로 때릴 만한 가치조차 없다
- P176

어린아이의 모공과 뼈마디는 모두 어른만 못하다. 그러나 유독 눈동자만은 더하거나 덜하지 않다.어린아이의 눈동자를 보라 바로 크게 기이한 조짐이다
- P200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인가 아니면 말이 적은 사람인가? 나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면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겠는가? 하지만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면 구태여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 자칫 나를 알아 달라고 구걸하는 추태로 보이지 않겠는가? 조용히 앉아 있다가 다시 만나지 않은 것만 못하다.
- P215

원망과 비방하는 마음이 점점 자라나는 까닭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면 진실로 즐겁다 그러나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하자. 그렇다
- P227

마음에 맞는 시절에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고 마음에 맞는 말을 나누고 마음에 맞는 시와 글을 읽는다. 이것은 최상의 즐거움이지만 지극히 드문 일이다. 이런 기회는 일생 동안 다 합해도 몇 번에 불과하다.
- P239

머리로만 글을 쓰는 사람은 애써 꾸미거나 자꾸 다듬으려 할 것이다. 심장으로만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뜻과 기운을 어떻게 든 새기려고 힘쓸 것이다. 이것은 모두 가식이고 인위다. 그러나 온 몸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몸 구석구석 가득 쌓여 있는 말과 글을 도저히 참거나 막을 수 없을 때 그 말과 글을 그냥 토하고 뱉아낸다. 이것은 모두 자연이고 천연이다
- P301

독서하지 않으면 작게는 정신이 혼미해져 잠이나 자고 노름이나 하게 된다. 더욱이 크게는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재물과 색욕에 빠지게 된다. 오호라!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독서할 따름이다.
- P304

글이란 반드시 불온해야 하고 마땅히 시대와 불화해야 한다. 김수영 시인 왈 "모든 전위 문학은 불온하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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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끝에 서 보았는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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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누군가 정답을 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누구나 한번쯤 어느 시점에는 반드시 마주치게 될, 어쩌면 평생을 동반자처럼 함께 가야 할 지극히 일상적인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민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작은 돛단배처럼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 책은 인생에 대한, 인간에 대한 통찰과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가볍지도 과하지도 않은 무게감으로 저자는 세상사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본인의 견해를 자신 있고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p158 삶이란? 모르고 살아가기 때문에 아름답다. 우리가 안다는 것이 도리어 고통이며 죄일 수 있다

주로 다루었던 주제로는 기다림, 고뇌, 연민, 대화, 헌신, 외로움 등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들이 각자의 다른 모습, 성향들을 품고 있지만 모두 공통 분모로 안고 있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정신분석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자신을 규정하는 주변 것들을 스스로 걷어내어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고민하여 떠오른 느낌들을 여과없이, 포장없이 내어놓는 사람, 글을 통해서 자신을 더욱 알아가며 돌아보는 인물임이 전해져 오는 듯합니다.

p171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욕망의 어둠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면서 선과 악이 되어 서로가 웃고 울리면서 살아간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야말로 혼돈이라는 말로 정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때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화두를 부여잡고 살아야 합니다.

요즘 에세이 장르가 강세를 보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겨내는 능력 있는 작가들, 독자들이 보기에 매력 있는 생각을 담고 있는 글들이 에세이가 강세를 띄게 한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개개인의 다양함을 추구하는 추세에서 이탈되거나 혹은 너무나 다른 생각들에 치여 동질감 혹은 소속감이 모조리 소멸되어 밀려오는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을 생각을 명확히 보여주는 이들을 보며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에세이를 찾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에세이 같기도 하고, 인문서 같기도 합니다. 굳이 장르를 나눈다면 인문에세이 정도가 되겠죠

처음 읽을 때에는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것 같아서, 2번 읽었더니 저자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이 책을 완독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차례대로 읽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듯 합니다. 오히려, 본문 읽을 생각이랑 아예 하지 말고, 목차를 적어놓고 그 항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죽 나열해보는 방법이 더 나을 듯 합니다. 만약 이 방법대로 해본다면 그 순간만큼은 우리도 작가가 되는 셈이니 말입니다.

p214 나는 삶에서 무엇인가를 바라며 살고 싶지 않다. 그냥 좋아하며 잘 살면 된다. 꽃은 꽃대로 피고, 눈은 눈대로 내린다

이 책을 선뜻 읽어보라고 권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역시나 주저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그러면서도 읽어보지 말라 할 수 없는 것은 원초적인 동시에 삶의 골자가 되는 사유를 함으로써 의식을 환기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며, 인생의 전반에 대해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최종 선택은 이 글을 읽는 독자의 몫일 수밖에 없겠죠.

이 책을 읽으며 나의 판단이 바른지,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을 수없이 자문해보게 되었습니다. 삶의 부침을 겪을 때, 알 수 없는 결핍에 골몰할 때, 타인의 시선이 두려울 때 이 책을 읽는다면, 적절한 깨달음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늘 고통 속에서 긍정을 바라보고 자신 삶을 사랑한 결과 속에서 긍정은 생명의 회귀성을 향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고 긍정은 자신에게 말은 건다
- P36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로 되돌아가는 것이 생명의 질서다. 이 질서는 변하지 않는 법칙이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도 살아가며 살아내는 결과의 전부다
- P67

삶이 단조로운 일상처럼 느껴지지만 단조롭지 않다. 보는 것, 듣는 것, 가는 것 모두가 새롭다. 그 새로운 곳에서 잘 살아내면, 가장 거룩한 헌신을 자신에게 드리는 것과 같다
- P117

고통은 우리에게 평정을 찾아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다.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결국 자아의 집착이 만든 병든 마음의 하나다
- P164

외로움은 마침표 없는 영원한 노래다. 가끔 숨을 쉬고, 다시 느끼면서, 물음표를 던지면서, 외로움을 먹는다. 그게 살아가는 희망이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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