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끝에 서 보았는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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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누군가 정답을 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누구나 한번쯤 어느 시점에는 반드시 마주치게 될, 어쩌면 평생을 동반자처럼 함께 가야 할 지극히 일상적인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민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작은 돛단배처럼 막막하기만 합니다. 이 책은 인생에 대한, 인간에 대한 통찰과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가볍지도 과하지도 않은 무게감으로 저자는 세상사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본인의 견해를 자신 있고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p158 삶이란? 모르고 살아가기 때문에 아름답다. 우리가 안다는 것이 도리어 고통이며 죄일 수 있다

주로 다루었던 주제로는 기다림, 고뇌, 연민, 대화, 헌신, 외로움 등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들이 각자의 다른 모습, 성향들을 품고 있지만 모두 공통 분모로 안고 있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정신분석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자신을 규정하는 주변 것들을 스스로 걷어내어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고민하여 떠오른 느낌들을 여과없이, 포장없이 내어놓는 사람, 글을 통해서 자신을 더욱 알아가며 돌아보는 인물임이 전해져 오는 듯합니다.

p171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욕망의 어둠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면서 선과 악이 되어 서로가 웃고 울리면서 살아간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야말로 혼돈이라는 말로 정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때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화두를 부여잡고 살아야 합니다.

요즘 에세이 장르가 강세를 보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겨내는 능력 있는 작가들, 독자들이 보기에 매력 있는 생각을 담고 있는 글들이 에세이가 강세를 띄게 한 이유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개개인의 다양함을 추구하는 추세에서 이탈되거나 혹은 너무나 다른 생각들에 치여 동질감 혹은 소속감이 모조리 소멸되어 밀려오는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을 생각을 명확히 보여주는 이들을 보며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에세이를 찾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에세이 같기도 하고, 인문서 같기도 합니다. 굳이 장르를 나눈다면 인문에세이 정도가 되겠죠

처음 읽을 때에는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것 같아서, 2번 읽었더니 저자가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이 책을 완독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차례대로 읽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듯 합니다. 오히려, 본문 읽을 생각이랑 아예 하지 말고, 목차를 적어놓고 그 항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죽 나열해보는 방법이 더 나을 듯 합니다. 만약 이 방법대로 해본다면 그 순간만큼은 우리도 작가가 되는 셈이니 말입니다.

p214 나는 삶에서 무엇인가를 바라며 살고 싶지 않다. 그냥 좋아하며 잘 살면 된다. 꽃은 꽃대로 피고, 눈은 눈대로 내린다

이 책을 선뜻 읽어보라고 권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역시나 주저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그러면서도 읽어보지 말라 할 수 없는 것은 원초적인 동시에 삶의 골자가 되는 사유를 함으로써 의식을 환기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며, 인생의 전반에 대해 배우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최종 선택은 이 글을 읽는 독자의 몫일 수밖에 없겠죠.

이 책을 읽으며 나의 판단이 바른지,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을 수없이 자문해보게 되었습니다. 삶의 부침을 겪을 때, 알 수 없는 결핍에 골몰할 때, 타인의 시선이 두려울 때 이 책을 읽는다면, 적절한 깨달음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늘 고통 속에서 긍정을 바라보고 자신 삶을 사랑한 결과 속에서 긍정은 생명의 회귀성을 향한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고 긍정은 자신에게 말은 건다
- P36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로 되돌아가는 것이 생명의 질서다. 이 질서는 변하지 않는 법칙이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도 살아가며 살아내는 결과의 전부다
- P67

삶이 단조로운 일상처럼 느껴지지만 단조롭지 않다. 보는 것, 듣는 것, 가는 것 모두가 새롭다. 그 새로운 곳에서 잘 살아내면, 가장 거룩한 헌신을 자신에게 드리는 것과 같다
- P117

고통은 우리에게 평정을 찾아주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다.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결국 자아의 집착이 만든 병든 마음의 하나다
- P164

외로움은 마침표 없는 영원한 노래다. 가끔 숨을 쉬고, 다시 느끼면서, 물음표를 던지면서, 외로움을 먹는다. 그게 살아가는 희망이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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