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계속 -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모토로 아무튼 시리즈 7
김교석 지음 / 위고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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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당연한 것들이 많습니다. 당연한 것들은 당사자들의 끊임없는 피나는 노력이 그 뒤에 있어 당연해지는 것입니다. 오늘도 시험결과에서 1등을 한 학생을 보며 또 ‘당연히 1등했구나’ 라고 생각하며 받아넘기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왜 1등을 했는지 종종 잊게 됩니다. 반면 1등을 해도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 학생은 "당연해야 되는 1등" 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부담감에 더욱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이런 당연한 일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책일 것 같은 느낌을 제목에서 받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 수영을 하고, 퇴근하자마자 화분 관리와 집 정리를 합니다. 시즌마다 꼬박꼬박 야구와 NBA 농구를 보고 매년 봄에 영화 ‘4월 이야기’를 봅니다.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회식은 되도록 피합니다.

 청소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 ‘20분의 법칙’을 제안합니다. 20분의 법칙은, 긴 시간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최소 20분은 옷만 갈아입고 무조건 집 안 정리를 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꽤 유용해 보입니다. 청소, 빨래, 집안 일 등 매일 20분씩 루틴대로 움직이면 저자가 최고의 상태로 꼽는 ‘체크인 한 호텔방’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식물과 함께 하는 일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저자는 일상의 관성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일이라면, 느리고 불편하고 힘이 들어도 반복해서 그 일을 해갑니다. 일상의 평온을 깨뜨리지 않는 방법, 자신이 일상의 관성을 누리는 경험들을 열거하더니, 나중에는 일상의 관성을 꾸준히 지속했던 스포츠 스타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의 일상과는 굉장히 동떨어진 라이프 스타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른 삶을 지향하는 굳건한 신념은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또, 일상을 보통의 나날처럼 계속 유지하려는 저자의 일관성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자에겐 어찌보면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가 행복의 원천인 셈입니다. 그의 어떤 행동들은 강박증처럼도 보였지만,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일정한 루틴 속에서 생활하는 저자의 모습은 내 일상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과 ‘오늘과 다를 것 없는 내일’을 지향하는 사람이 일상의 루틴을 지키려는 노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의 생각에 확 끌리거나 부럽거나, 동의하지 않지만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무엇인가를 계속 해나가는 사람들에게 감탄합니다. 갈망하는 대상, 혹은 세상에 끝내는 가 닿지 못하고 그 방향으로 수렴하는 선에서 삶이 끝난다 해도 “그 사람 끝까지 싸웠어”로 요약되는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저도 그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당연히 해야할 일상 속의 루틴을 계속 하고 있는 사람들" 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자기만의 확고한 일상의 루틴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칸트다. 그는 평생 여행 한 번 안 가고, 정해진 시간에 산책을 할 만큼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삶을 살았다고 한다. 칸트는 건강이 좋지 않아 규칙적인 생활을 습관화했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정서적인 차원에 연유가 있다. 어떤 나태함도 일상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경계 태세이자 흘러가는 세월을 최대한 끌어안으며 살고 싶은 내가 시간을 마주하는 방식이다.
- P9

일상의 항상성을 높이는 기술이 몇 가지 있다. 가능한 약속을 만들지 않고, 업무나 학업에 필요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으며, 요일별 해야 할 집안일들, 예컨대 날씨가 좋은 주중 저녁에는 햇빛 건조가 필요 없는 수건을 빤다는 식의 루틴들을 매뉴얼화 하는 것이다. 모두, 평온한 일상을 위협하는 예외 상황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방법들이다
- P33

일상의 루틴은 바로 이 성실함을 계발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삶의 태도다. 루틴을 충실히 따르다 보면 성실함은 자연히 따라온다. 막막하거나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각자의 콘셉트에 맞게 정리정돈부터 시작하는 거다. 정리정돈은 일상 루틴의 입문 과정이자 성실함을 키우는 데 매우 적합한 훈련이다. 일상을 다잡는 코르셋이랄까, 매일매일 그때그때 정해진 정리정돈 루틴을 따르다 보면 성실함을 무너뜨리려는 게으름을 원천 차단할 수 있고 마음의 장력이 느슨해질 틈이 생기지 않는다
- P45

나는 성장과 변화와 발전에서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 모든 순간들이 조금 더 오래 머물렀으면 한다. 어딘가에서 나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켜켜이 쌓아두고 언제든 되돌아왔을 때 그 모습 그대로 반겨주는 존재가 있길 늘 바란다. 그래서 시간을 버텨내온 단단한 것들에 흥미를 느끼고 안정을 얻는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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