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수학책 - 그림으로 이해하는 일상 속 수학 개념들
벤 올린 지음, 김성훈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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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이르는 말 ‘수포자’. 철없는 아이들이 만든 신조어는 언젠가부터 우리 수학 교육의 비루한 현실을 생생하게 대변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많게는 국내 중고생의 절반이 수포자라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의 이면에는 다양한 수학적 사고와 판단이 숨어 있고 모두가 그 원리를 이해하고 삶에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의 본질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수학의 세계와 친해지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책은 수학을 다루고 있지만 수학 문제나 해설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 말 그대로 ‘이상한’ 수학책입니다. 작가는 수학 문제와 풀이를 나열하는 대신 수학의 진정한 핵심, 수학 ‘개념’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로또와 유전 법칙 등에서 확률 개념은 어떻게 활용되는지, 통계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등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실 속에 당연하지 않게 숨어 있는 수학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실생활에 활용된 흥미로운 수학 개념들을 설명함으로써 왜 우리 모두에게 수학적 사고력이 필요한지 자연스레 깨닫게 해 줍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져 있습니다. 수학자처럼 생각하는 법, 쓸 만한 것들의 기하학, 확률론, 통계학,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환점인 한 걸음의 힘으로 되어 있습니다.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고, 아무리 어려운 수학 개념이라 하더라도 일상 속 이야기들로 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양이 꽤 되기 때문에 단숨에 읽기에는 쉽지 않지만,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이상한’ 책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공부해온 교과서는 암기한 공식을 활용하는, 숫자만 바뀌어 있는 정형화된 문제들을 주로 다룹니다. 간혹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소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실생활과 관련이 적거나 가상의 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핀란드 교과서는 실생활에 연관된 다양하고 흥미로운 상황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영장과 놀이동산, 동물원 등의 실제 입장권 가격을 제시한 뒤 “수영장 입장권 6장과 극장 입장권 1장을 사려면 돈이 얼마가 필요하고 얼마를 내면 거스름돈을 받을까”를 묻는 식입니다. 아이들은 실제 동네 시장을 돌며 직접 돈을 쓰면서 경험을 통해 이 과정을 익힙니다.

아이들이 수학을 즐길 수 있게 하려면 천천히 읽고 생각하며 공부를 즐길 수 있게 해야 수포자가 양산되는 지금의 상황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일상 생활의 여러 문제를 수학적 사고를 통해 설명해주는 이러한 교양 수학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 반갑습니다.

수학을 한다라는 것은 학생에게는 미리 정해 놓은대로 펜을 열심히 놀라는 행동, 이해할 수 없는 안무를 종이 위에 끼적이는 것
- P33

수학의 관심은 사물이 아닌 개념, 추상적 진실.
수학은 과학적 물리적 우주가 아니라 논리의 개념덕 우주에 산다. 수학자는 이런 연구를 창의적이라며 예술에 비유한다
- P51

등수가 분명하게 나오고 옆 사람들과 손쉽게 비교할 수 있고 보상을 통해 꾸준히 채찍질을 하는 학교의 경쟁적 분위기에서 잘나가던 사람들이 정해진 답이 없는 학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학생 때와는 다른 새로운 태도가 필요하다. 경쟁자로 길러진 사람들이 협력자로 진화하는 것이다
- P71

통계학은 불완전한 목격자다. 진실을 말하지만, 결코 진실을 전부 말하지는 않는다
- P294

모든 통계는 자신이 측정하려고 하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 P357

카오스는 우리에게 겸손하라고 충고한다. 카오스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거듭 가르친다
- P456

가끔은 내가 금방이라도 세상을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뉴스를 보면 세상은 어느새 파악할 수 없는 이상한 모양으로 또다시 바뀌어 있다
-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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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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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주의 별명은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라고 하네요. 햇살이 너무 찬란해 밝은 기운이 넘친다고 하니,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플로리다는 ‘가장 예쁜 이름을 가진 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책 속에서의 ‘플로리다’는 그런 면을 볼 수는 없습니다. 주인공들은 불안정한 영혼들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어떤 인물들은 귀신을 만나기도 합니다.

11편의 단편작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 이야기의 주인공을 끊임없이 만나게 됩니다. 어린 소녀, 혼자 사는 여성, 외로움으로 고통받지만 닭을 키우는 여성, 빚에 빠진 대학원생 등의 인물들을 만납니다. 공통점은 사람들이 플로리다 출신이거나 플로리다 또는 플로리다가 언급 된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종일관 섬뜩하고 불안정한 분위기로, 세상은 보이는 것보다 더 불완전해보입니다. 울창하고 질식할 것 같은 플로리다에 갇히는 것은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 그곳에 도착하면 떠나고 싶지도, 떠날 수도 없습니다.

 

‘둥근 지구의 상상의 한 구석에’ 작품에서, 1930년대 후반에 태어난 주드는 플로리다 중심부의 늪 가장자리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심장병 전문의인 아버지는 아내, 아들보다 뱀과 다른 파충류를 선호합니다. 유다와 그의 어머니는 그를 두려워하고 미워하며, 찬송가를 부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집에서 도망쳐 달아나지만 일주일 만에 돌아옵니다. 주드의 여동생은 죽어 있었습니다. 그후, 주드의 아버지는 제 2차 세계 대전 중에 프랑스에서 화물 비행기를 타는 동안 어머니는 집안의 모든 뱀을 죽이고 주드를 해변으로 90 마일 이동시킵니다.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어머니는 주드가 사랑하는 서점을 열었습니다. 그녀는 셰익스피어, 네루다의 책을 읽습니다.

4년 후, 아버지는 전쟁에서 돌아와서 유다와 어머니를 늪지로 데려갑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정에 복종하고, 음식을 거의 먹지 않습니다.

‘아이월’과 ‘살바도르’에서 중년과 중년에 이르는 두 명의 여성이 폭풍에 직면합니다.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주민들이 대피해야했지만 플로리다 지역에 남아 있습니다. 허리케인이 그녀를 괴롭히고, 남편, 대학 남자 친구, 아버지가 두려움, 외로움, 술에 휩싸인 세 명의 유령을 만나게 됩니다.

‘살바도르’에서 헬레나의 자매들은 돈을 주고 한 달 동안 어머니를 돌보겠다고 제안합니다. 헬레나는 낯선 사람, 특히 사업가와 술취한 소년들과의 성적 갈등을 겪습니다. 폭풍의 세기가 너무나도 커져서 호텔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강간 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남자의 식료품점으로 몸을 숨깁니다.

 

사실 쉽게 읽히지 않습니다. 더구나 분량도 만만치 않습니다.

글을 잘 쓴다는 건 모티브를 어떤 태도와 문체로 다루느냐인데, 뛰어난 작가일수록 가장 고귀해질 수도 가장 저속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로런 그로프는 우아한 문체와 폭발적인 서사를 통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인생사와 인간의 단면을 활자의 힘만으로 능숙하고 위엄있고 그려내었습니다. 다분히 파격적인 설정을 그저 일상에 일어날 수 있는 작은 파편의 하나쯤으로 다루고 있는데, 그런 태도가 오히려 세련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어떤 부분은 너무나 생생해서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또, 어떤 부분은 무대 위에 올려진 인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마치 마술 같은 현실주의가 아니라, 등장 인물들이 일어나는 모든 것을 꿈꾸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한 바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불안정한 현실이나 외부세계보다 등장 인물의 내면을 강조함으로써, 인간의 삶에 대한 형이상학적 이야기를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아니면, 주인공에게 어떤 비극적인 상황이 펼쳐져도 그들은 낙관주의와 끈기에 의해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소설이란 각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재창조해내는 것이니까요.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모든 게 벅찼다. 다가올 세월을 보내며 그녀는 이 고요한 나날을 기억할 것이다. 한 해 두 해 서서히 시간이 끔찍한 것에서 견딜 만한 것으로, 이어 더 나은 것으로 옮겨갈 때 이 아름답고 온화한 나날을 가슴 속에 담고 있을 것이다.
- P82

우리가 바깥에서 놀 때 우리를 지켜보는 무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뭔가가 실제로 지켜보고 있다는 게 아니라, 인간세상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여기 플로리다의 불모지에 와 있으니 뭔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 P95

너는 괜찮을 거다. 그가 말했다.
아빠가 하는 말에는 지혜가 전혀 없어요. 내가 말했다. 죽은 사람에게는 모든 게 괜찮죠.
- P127

별들로 흐릿하게 가려진 하늘에는 어떤 위로도 없었다. 그녀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방대한 별들의 거미줄.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를 사람들의 위로 속으로 다시 데려다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248

그녀는 그 느낌을 플로리다의 집 모퉁이만 돌면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심지어 파리에서도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던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부터의 해방으로 규정한다. 이포르는 아주 작은 곳, 아주 특색 없는 곳이다.
- P275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엄마야. 누가 너를 다치게 내버려두는 일은 없을 거야. 그녀가 말한다. 하지만 이게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말하기 어렵다. 이 약속은 너무 복잡하고, 미래는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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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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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인인 제스와 아담은 대학에서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그들의 인생은 희망과 꿈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제스가 윌리엄을 임신하고 아담이 떠나기 전까지는.

그 후 10년동안 제스는 홀로 윌리엄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윌리엄이 태어날 때쯤 제스의 어머니는 헌팅턴병으로 진단받게 됩니다. 요양시설에 있는 제스의 엄마의 소원 중 하나는 제스와 윌리엄이 프랑스로 가서 아담을 방문하는 것입니다.

제스는 아담을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해 걱정합니다. 그녀는 과거에 그에게 너무 많이 실망했으며 과거의 태도를 되풀이할까봐 두려워합니다.

제스와 윌리엄은 프랑스의 어느 햇볕이 잘 드는 언덕에서 여름을 보냅니다. 그곳에서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아담과 만납니다. 무성한 정원, 화려한 수영장, 맛있는 프랑스 음식이 갖춰진 곳이었습니다. 아담에게는 다른 여자 친구가 있었지만, 윌리엄은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는 호텔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등장 인물들은 조금 평면적이고 때로는 약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과거의 선택으로 인해 불행해진 여자, 어린 여자 친구와 여자를 사귀는 남자, 어린 미혼모를 둔 노부부 등..

처음에는 단순히 제스와 아담의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진행됨에 따라 작가는 자연스럽게 제스의 세계의 또 다른 부분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습니다.

제스의 엄마에 관한 상황은 절망적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어려움을 다루는 모습은 매우 낙관적이고 희망적으로 그려졌습니다.

스토리에는 근본적인 슬픔이 있지만 삶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기적에 대한 희망, 변화에 대한 희망, 사랑, 그리고 궁극적으로 사랑이 두려움보다 강하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필명 ‘캐서린 아이작’ 이름으로 발표한 첫 번째 작품입니다. 그녀의 작품을 더 많이 읽고 싶습니다.

우리는 3년 넘게 사귀었고 그 시간동안 서로 사랑했으며 비록 사고였다고 해도 아이까지 생겼으니까. 자기는 우리 아빠 같은 아빠가 될 수 없다고 먼저 인정한 사람은 애덤이었다. 그런 삶은 애덤에게 아무런 매력도 없었다
- P35

애덤에게 윌리엄은 그저 임신 테스터의 파란 줄이자 자신의 모든 야망에 찬물을 끼얹는 존재에 불과했다 하지만 내게 그 아이는 내 안에서 뛰는 심장 박동이었다. 윌리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난 그애를 사랑했고 그애가 어떤 아이일지 궁금했다. 나를 향한 애덤의 사랑이 식어가는 것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 P107

애덤이 내 등에 손을 대자 난 얼른 고개를 든다. 걱정스러운 기색이 가득한 그의 촉촉한 갈색 눈동자가 코앞에 있다. "그냥 떨어진 거양. 별일 아냐. 뼈도 안 부러졌고"라고 우기며 나는 재빨리 그에게서 떨어져 앉는다. 그의 손바닥이 닿았던 자리에 열기가 남아 살갗을 간질이는 느낌이다
- P190

나는 술을 너무 마시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긴 했지만 그래도 보호받고 사랑받는다고 느꼈으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애덤은 그런 호사를 누리지 못했는데 나는 그 사실을 사귄 지 3개월 정도 지나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 P195

난 헌팅턴병으로 죽어가는 게 아니야. 난 그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거야. 둘은 엄연히 달라. 난 날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 병세가 아주 악화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살 작정이다. 내 주위의 좋은 것들만 생각하고 내게 닥칠 미래는 생각하지 않을 거야.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할 거야.
- P392

최근에는 전에 없던 용기를 발휘해서 멋지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때로는 어둠으로 들어가야 우리가 얼마나 빛나는지 알 수 있다.
- P454

사랑에 둘러싸여 있으면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
- P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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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수업 -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
김헌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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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어떤 강연이나 회견장을 가더라도 마지막 Q&A 시간에 '질문하세요'라는 말을 하면 쉽사리 손을 들고 질문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이런 모습이 반복되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질문을 하지 않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무조건 그냥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지난 2010년 9월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폐막 연설 직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하세요.'라고 말했을 때, 한국 기자들은 쭈뼛쭈뼛 아무도 질문을 하지 못했습니다. 몇 번이나 오바마 대통령은 계속 손을 드는 중국 기자를 애써 기다려달라고 하며 한국 기자에게 질문의 기회를 줬지만, 한국 기자들은 질문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한국에서는 '한국인은 왜 질문을 하지 못하는가'는 많은 말이 오갔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원인을 주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배운 것은 질문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받아 적으면서 외우는 일이었고,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것은 멍청한 일로 받아들였습니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서로 질문하고, 싸울 듯이 토론하는 수평적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직 선생님 한 명이 말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 적어서 외우는 교육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질문하는 법은 고장 난 차 고치는 법, 컴퓨터 프로그램 까는 법과는 좀 다릅니다. 그것은 ‘어떻게’에 매달리는 노하우(know-how)의 기술이기보다는, 묻는 행위 그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 정신적 습관에 더 가깝습니다. 반드시 뭘 알아야 질문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질문이 많은 것은 궁금한 것이 많아서이지 뭘 많이 알아서가 아닙니다. 궁금한 것을 질문으로 표출하는 정신의 습관을 유지하는 것에서 질문의 능력이 자랍니다. 한국 대학생들이 질문하지 않는 것은 중고등학교 6년을 지나는 사이에 질문하는 습관보다는 질문하지 않는 습관에 더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에게 물을 수도 없는 그런 나만의 질문입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당신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현대인들의 경우 자신에게 질문하기를 소홀히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바쁘기 때문입니다. 바쁘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행복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바쁘게 사는 것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일텐데 말입니다. 질문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힘이 있는 자기 성찰의 도구입니다.

p103 인간적인 삶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온 발자국의 궤적을 돌아보고, 얼마나 인간적인 삶을 살았나를 물어보십시오. 만족스럽지 않다며 지난 날을 후회하고 과거를 지우려고 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길을 만들며 어떤 자취를 남기고 갈 것인지를 꿈꿀 수 있는 힘으로 바꿔보십시오. 그것을 고민할 때 비로소 우리는 더욱 인간다워질 것입니다.

책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 9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시작으로 나는 누구인가, 인간답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만족스럽고 행복할 수 있을까, 세상의 한 조각으로서 나는 무엇일 수 있을까, 변화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역사가 될 수 있을까,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가능한가, 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등이 그것입니다.

강의 형식으로 구성된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인물들과 함께 각각의 주제에 대한 풍부한 사례와 저자 본인이 겪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p240 질문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바꾸기 위한 것이기도 해요. 잘못된 것이 있다면 순응하지 않고 반항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반항은 기존의 것에 대한 반발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힘이 되어야 하겠지요. 역사의 발전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질문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정확한 사실 확인과 정보를 둘러싸고 있는 맥락 파악입니다. 두 가지를 하고 나면 이제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판단하는 단계입니다.

p315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도 금방 쓸모가 없어질지 모릅니다. 이런 시대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질문의 힘입니다. 스스로 묻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위기에도 자기 나름의 답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인간 존재의 좀 더 깊은 근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선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낼 수 없다 한들, 새로운 질문들을 계속해서 던지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것은 누가 알려줄 수도 없습니다. 설령 알려준다 해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p290 우리와 같은 고민을 우리보다 앞서서 했던 이들이 남긴 이야기를 읽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인생을 풍부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은 분명 만족스럽고 행복한 인생을 위한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건 질문하는 일이 모든 사람들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면 바로 그 질문하기를 정신의 습관으로 길러주는 것이 인문학입니다. 인문학의 질문들은 인문학도만의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런 질문의 하나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것이고, 이것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하는 것이 인문학의 가치입니다.

p73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도 섣불리 답을 내리며 단정하고 확신하기에 앞서 끊임없이 판단을 중지하는 ’에포케‘가 필요합니다. 판단을 중지하고, 다시 한 번 묻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나‘의 진짜 모습을, 의식하지 않은 부분까지도 생각하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복잡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차츰 스스로 의문을 가졌던 질문에 대해 한 발짝 다가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질문의 답을 아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선택입니다. 자신의 선택이 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답이 될 것입니다. 그 선택에 있어 길잡이로 삼을 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인생은 유한하며, 그로 인해 삶의 순간들이 빛납니다. 삶의 순간에 응축된 다채로운 빛깔을 깨달을 때면, 저는 제게 주어진 시간들을 진하게 보내려고 애씁니다. 무엇을 하고 누구와 시간을 보내든,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조차도 그때의 감정을 잔뜩 느껴보려고 합니다.
- P133

자기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인생을 ‘실패’라는 한마디 말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현재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미래의 내 삶은 내가 어떻게 써나가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거예요
- P148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기술이든 과학이든 그것을 만들어내는 주체는 인간이고, 그것을 이용하며 혜택을 누리는 존재 또한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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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에서 왔니 - 탄생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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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아이의 경우 한국식 나이로 계산하면 한 살입니다. 예를 들어, 12월생은 탄생 순간 한 살을 먹었으니 해가 바뀌면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두 살이 됩니다. 반면, 외국의 경우 철저하게 생년월일 모두 계산해서 정확히 만 나이로 씁니다.

가끔 우리나라에서 쓰는 나이가 공식성상과 사석에서 다른 것을 두고 많은 외국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곤 합니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 '만 나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같은 통념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국 대표 지성’이자 ‘우리 시대의 늙지 않는 크리에이터’ 이어령 선생이 무려 10년의 산고 끝에 출판한 책입니다. 채집 시대부터 이어져 온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를 분석하며 우리가 생명화 시대의 주역임을 일깨워줍니다. 한국인의 몸에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듣기 힘든 꼬부랑 할머니 이야기의 유전자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지던 그 이야기들 속에 한국인의 집단 기억과 문화적 원형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생명 자본의 시대를 열어가는 한국인의 이야기 중에서도 우리와 서양의 탄생 문화를 비교한 대목들이 흥미롭습니다.

서양인들은 아이의 나이를 셀 때 엄마 배 속에 있는 시간은 치지 않습니다. 인간이 만든 문화와 문명이 아이를 키운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인은 엄마 배 안에 있을 때 이미 한 살이 됩니다. 태아는 자신이 알아서 태반을 만들고, 호르몬을 분비하고, 필터로 걸러내고, 배 속에서 나갈 때를 결정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태명’을 지어서 배 안에 있는 아기와 ‘태담’을 합니다.

또, 한국인은 아기가 태어나면 아기를 안고 자며, 포대기로 업고 다닙니다. 최대한 엄마와 밀착함으로써 엄마 배 속 환경과 일치시킵니다. 산모가 미역국을 먹는 나라도 한국뿐인데, 이는 태중의 양수가 바닷물과 성분상 비슷해서라고 합니다.

사실 작가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무슨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나이가 차면 대충 원로 취급을 받는 한국 사회의 여러 인물들처럼 그도 그저 그런 사람인가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포착한 한국인의 이야기는 지금에 봐도 꽤나 통찰력이 있고 날카로웠습니다. 조금 낡은 한국의 모습을 다루는 것들도 있고, 지금은 사라진 한국의 풍습에 관한 이야기와 거기에서 유추한 것들을 한국인 정신의 근간이라 칭하는 모습이 약간 의아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진정한 한국인의 본질적 특징에 가까운 것이겠지요

올해에만 3권이 더 나올 예정인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의 1권입니다. ‘로마인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 ‘한국인 이야기’의 보따리, 다음 보따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벌써 기다려집니다.

아니, 아무 이유도 묻지 맙시다. 이야기를 듣다 잠든 아이도 깨우지 맙시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게 되면 자신이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이제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려고 합니다. 천년만년을 이어온 생명줄처럼 이야기줄도 그렇게 이어져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인생 일장춘몽이 아닙니다. 인생 일장 한 토막 이야기인 거지요.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선녀와 신선을 만나 돌아온 나무꾼처럼 믿든 말든 이 세상에서는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옛날이야기를 남기고 가는 거지요. 이것이 지금부터 내가 들려줄 ‘한국인 이야기‘ 꼬부랑 열두 고개입니다
- P12

나는 한때 "손가락으로 검색하지 말고 머리로 사색하라"고 젊은이들을 향해 큰소리친 적 있지만 이제는 거꾸로다. "사색하려면 검색하라"이다
- P26

인간과 생명과 자연을 보는 차이가 바로 이 한 살 나이 차이에서 비로된다. 천년만년 다른 문화와 문명 그리고 앞으로 올 미래의 세월에 큰 차이가 생겨난다는 사실이다. 최첨단 초음파 기술이라 할지라도 앞 못보는 심봉사를 따르지 못하는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모태의 생명 공간을 들여다보는 것은 사람 눈의 수정체도, 카메라의 렌즈도 아니라는 것. 그것은 오직 생명의 예지를 지닌 ‘마음의 눈‘ ‘영혼의 눈‘ 이라는 점이다
- P63

걷고 뛰는 두 발의 힘이 오늘의 인간과 그 문화 문명을 만들어 냈다고 하면 비웃음을 살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도 부정 못하는 것은 물건을 만들고 다루는 기술은 손에서 나왔을지 모르지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 행동의 힘은 발과 다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가정이다. 인간은 직립 보행을 하면서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문화 문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손으로 쥐고 잡는 능력 때문에 짐승과 다른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면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긴팔원숭이 같은 유인원들이 먼저 인간으로 진화했어야 옳았다.
- P83

일찍이 이능화 선생이 <조선무속고>에서 지적한 것처럼 (삼신할머니 의)‘삼‘ 은 한자의 삼(三)이 아니라 태(胎)를 뜻하는 우리 고유의 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맞는 말이다. 요즈음 말로도 탯줄을 자르는 것을 ‘삼 가른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삼신을 ‘三神‘이라고 해온 것은 ‘생각‘을 ‘生覺‘ , 사랑을 ‘思郞‘ 으로 써온 한자 중독증의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삼신의 뜻을 토박이말로 바꿔놓으면 꼬부랑 고개의 꼬부랑 할머니가 된다
- P120

2,000년 전 로마의 정치인 세네카는 스와들링에 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부모는 아직 유약한 정신을 가진 아기들에게 약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견뎌내도록 강요한다. 그들은 울고 발버둥치려 하지만, 아직 미성숙한 그들의 몸이 곧게 자라지 않고 굽을 까 봐 단단히 천으로 묶어둬야 한다. 그런 다음 차근차근 교양 교육을 시키는데, 만일 이 말을 듣지 않고 거부하면 겁을 주어야 한다‘ 아기를 천으로 꽁꽁 감싸주는 스와들링은 아이가 힘들어해도 강요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겁을 줘서라도 뜻을 이뤄야 한다는 폭압적 부모론이다. 적어도 세네카의 말 속에 아기의 인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P186

언어학자들은 이 의성어가 가장 발달한 말로 한국어를 꼽는다. 우리가 전 세계에서 가장 의성어를 많이 쓴다는 건 이미 객관적 통계로도 밝혀진 바 있다. 정식으로 사전에 나와 있는 것만 8,000개다. 일본은 2,200개, 독일은 우리의 7퍼센트 수준인 541개이니 말하 것도 없다
- P237

어머니가 밖에 나가면 서양 아이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는 그 방대한 마르셀 푸르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맨 첫머리가 그렇게 시작한다. 한국의 소설에서는 눈 씻고 보려고 해도 그런 이야기를 쓴 소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한국의 아이들은 ‘나들이‘란 말을 알기 때문이다. 나들이의 집합 기억이 그와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다.
- P305

옛날 옛적 갓날 갓적에"라는 말만 떨어지면 갑자기 세상이 달라진다. 지렁이가 용이 되고 닭이 봉황으로 바뀌는 이야기 세상 말이다. 밭일을 하던 농부가 우렁각시를 만나고 산에 간 나무꾼이 선녀와 산신령과 이야기한다. 마을은 어제의 마을이 아니다. ‘전설의 고향‘은 장꾼들이 쉬어가던 보통 바위를 장수바위로 바꿔놓고 미역 감던 개천을 천 년 묵은 이무기가 사는 용담이 되게 한다. 그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이 나이를 먹고 난 뒤에도 어린 시절에 놀던 뒷동산처럼 변하지 않는 거다. 옛날이야기는 기억의 둥지 속에서 알을 까고 나온다. 화롯불은 이야기를 낳는 불의 자궁이고 베갯모에 수놓은 십장생은 꿈의 오솔길이다
- P357

임어당은 서양과 중국의 예술을 비교한 아포리즘을 남겼다. ‘이 세상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곡선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죽어 있는 것은 모두가 경직된 직선이다. 자연은 항상 곡선을 탐한다. 보아라. 초승달이 그러하지 않은가. 솜 같은 구름. 꼬부랑 언덕, 굽이굽이 흐르는 냇물이 그렇지 않는가. 한편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 ? 마천루, 철도선로, 공장굴뚝, 모든 게 그렇듯이 언제나 직선적이고 꼿꼿이 솟아 있다.’ … 꼬부랑 고갯길은 인간이 만든 게 아니라 ‘자연=신’이 만든 길이다
- P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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