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수업 -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
김헌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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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어떤 강연이나 회견장을 가더라도 마지막 Q&A 시간에 '질문하세요'라는 말을 하면 쉽사리 손을 들고 질문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이런 모습이 반복되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질문을 하지 않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무조건 그냥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지난 2010년 9월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폐막 연설 직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하세요.'라고 말했을 때, 한국 기자들은 쭈뼛쭈뼛 아무도 질문을 하지 못했습니다. 몇 번이나 오바마 대통령은 계속 손을 드는 중국 기자를 애써 기다려달라고 하며 한국 기자에게 질문의 기회를 줬지만, 한국 기자들은 질문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한국에서는 '한국인은 왜 질문을 하지 못하는가'는 많은 말이 오갔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그 원인을 주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배운 것은 질문하는 게 아니라 그냥 받아 적으면서 외우는 일이었고,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것은 멍청한 일로 받아들였습니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서로 질문하고, 싸울 듯이 토론하는 수평적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오직 선생님 한 명이 말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 적어서 외우는 교육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질문하는 법은 고장 난 차 고치는 법, 컴퓨터 프로그램 까는 법과는 좀 다릅니다. 그것은 ‘어떻게’에 매달리는 노하우(know-how)의 기술이기보다는, 묻는 행위 그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 정신적 습관에 더 가깝습니다. 반드시 뭘 알아야 질문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질문이 많은 것은 궁금한 것이 많아서이지 뭘 많이 알아서가 아닙니다. 궁금한 것을 질문으로 표출하는 정신의 습관을 유지하는 것에서 질문의 능력이 자랍니다. 한국 대학생들이 질문하지 않는 것은 중고등학교 6년을 지나는 사이에 질문하는 습관보다는 질문하지 않는 습관에 더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누군가에게 물을 수도 없는 그런 나만의 질문입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당신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요?

현대인들의 경우 자신에게 질문하기를 소홀히 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바쁘기 때문입니다. 바쁘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행복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바쁘게 사는 것도 행복해지기 위해서 일텐데 말입니다. 질문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힘이 있는 자기 성찰의 도구입니다.

p103 인간적인 삶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온 발자국의 궤적을 돌아보고, 얼마나 인간적인 삶을 살았나를 물어보십시오. 만족스럽지 않다며 지난 날을 후회하고 과거를 지우려고 하기보다는, 앞으로 어떤 길을 만들며 어떤 자취를 남기고 갈 것인지를 꿈꿀 수 있는 힘으로 바꿔보십시오. 그것을 고민할 때 비로소 우리는 더욱 인간다워질 것입니다.

책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 9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를 시작으로 나는 누구인가, 인간답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만족스럽고 행복할 수 있을까, 세상의 한 조각으로서 나는 무엇일 수 있을까, 변화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역사가 될 수 있을까,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가능한가, 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등이 그것입니다.

강의 형식으로 구성된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인물들과 함께 각각의 주제에 대한 풍부한 사례와 저자 본인이 겪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p240 질문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바꾸기 위한 것이기도 해요. 잘못된 것이 있다면 순응하지 않고 반항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반항은 기존의 것에 대한 반발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힘이 되어야 하겠지요. 역사의 발전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질문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정확한 사실 확인과 정보를 둘러싸고 있는 맥락 파악입니다. 두 가지를 하고 나면 이제 ‘행동’을 해야 합니다.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판단하는 단계입니다.

p315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도 금방 쓸모가 없어질지 모릅니다. 이런 시대에 정말로 필요한 것은 질문의 힘입니다. 스스로 묻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위기에도 자기 나름의 답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인간 존재의 좀 더 깊은 근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선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낼 수 없다 한들, 새로운 질문들을 계속해서 던지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것은 누가 알려줄 수도 없습니다. 설령 알려준다 해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p290 우리와 같은 고민을 우리보다 앞서서 했던 이들이 남긴 이야기를 읽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인생을 풍부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은 분명 만족스럽고 행복한 인생을 위한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건 질문하는 일이 모든 사람들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면 바로 그 질문하기를 정신의 습관으로 길러주는 것이 인문학입니다. 인문학의 질문들은 인문학도만의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런 질문의 하나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것이고, 이것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 하는 것이 인문학의 가치입니다.

p73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도 섣불리 답을 내리며 단정하고 확신하기에 앞서 끊임없이 판단을 중지하는 ’에포케‘가 필요합니다. 판단을 중지하고, 다시 한 번 묻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나‘의 진짜 모습을, 의식하지 않은 부분까지도 생각하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복잡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차츰 스스로 의문을 가졌던 질문에 대해 한 발짝 다가선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질문의 답을 아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선택입니다. 자신의 선택이 이 질문에 대한 당신의 답이 될 것입니다. 그 선택에 있어 길잡이로 삼을 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인생은 유한하며, 그로 인해 삶의 순간들이 빛납니다. 삶의 순간에 응축된 다채로운 빛깔을 깨달을 때면, 저는 제게 주어진 시간들을 진하게 보내려고 애씁니다. 무엇을 하고 누구와 시간을 보내든,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조차도 그때의 감정을 잔뜩 느껴보려고 합니다.
- P133

자기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인생을 ‘실패’라는 한마디 말로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현재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미래의 내 삶은 내가 어떻게 써나가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을 거예요
- P148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기술이든 과학이든 그것을 만들어내는 주체는 인간이고, 그것을 이용하며 혜택을 누리는 존재 또한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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