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로런 그로프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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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주의 별명은 '선샤인 스테이트(Sunshine State)'라고 하네요. 햇살이 너무 찬란해 밝은 기운이 넘친다고 하니,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플로리다는 ‘가장 예쁜 이름을 가진 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책 속에서의 ‘플로리다’는 그런 면을 볼 수는 없습니다. 주인공들은 불안정한 영혼들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어떤 인물들은 귀신을 만나기도 합니다.

11편의 단편작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 이야기의 주인공을 끊임없이 만나게 됩니다. 어린 소녀, 혼자 사는 여성, 외로움으로 고통받지만 닭을 키우는 여성, 빚에 빠진 대학원생 등의 인물들을 만납니다. 공통점은 사람들이 플로리다 출신이거나 플로리다 또는 플로리다가 언급 된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종일관 섬뜩하고 불안정한 분위기로, 세상은 보이는 것보다 더 불완전해보입니다. 울창하고 질식할 것 같은 플로리다에 갇히는 것은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 그곳에 도착하면 떠나고 싶지도, 떠날 수도 없습니다.

 

‘둥근 지구의 상상의 한 구석에’ 작품에서, 1930년대 후반에 태어난 주드는 플로리다 중심부의 늪 가장자리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심장병 전문의인 아버지는 아내, 아들보다 뱀과 다른 파충류를 선호합니다. 유다와 그의 어머니는 그를 두려워하고 미워하며, 찬송가를 부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집에서 도망쳐 달아나지만 일주일 만에 돌아옵니다. 주드의 여동생은 죽어 있었습니다. 그후, 주드의 아버지는 제 2차 세계 대전 중에 프랑스에서 화물 비행기를 타는 동안 어머니는 집안의 모든 뱀을 죽이고 주드를 해변으로 90 마일 이동시킵니다. 시어머니의 도움으로 어머니는 주드가 사랑하는 서점을 열었습니다. 그녀는 셰익스피어, 네루다의 책을 읽습니다.

4년 후, 아버지는 전쟁에서 돌아와서 유다와 어머니를 늪지로 데려갑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정에 복종하고, 음식을 거의 먹지 않습니다.

‘아이월’과 ‘살바도르’에서 중년과 중년에 이르는 두 명의 여성이 폭풍에 직면합니다.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주민들이 대피해야했지만 플로리다 지역에 남아 있습니다. 허리케인이 그녀를 괴롭히고, 남편, 대학 남자 친구, 아버지가 두려움, 외로움, 술에 휩싸인 세 명의 유령을 만나게 됩니다.

‘살바도르’에서 헬레나의 자매들은 돈을 주고 한 달 동안 어머니를 돌보겠다고 제안합니다. 헬레나는 낯선 사람, 특히 사업가와 술취한 소년들과의 성적 갈등을 겪습니다. 폭풍의 세기가 너무나도 커져서 호텔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강간 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남자의 식료품점으로 몸을 숨깁니다.

 

사실 쉽게 읽히지 않습니다. 더구나 분량도 만만치 않습니다.

글을 잘 쓴다는 건 모티브를 어떤 태도와 문체로 다루느냐인데, 뛰어난 작가일수록 가장 고귀해질 수도 가장 저속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로런 그로프는 우아한 문체와 폭발적인 서사를 통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인생사와 인간의 단면을 활자의 힘만으로 능숙하고 위엄있고 그려내었습니다. 다분히 파격적인 설정을 그저 일상에 일어날 수 있는 작은 파편의 하나쯤으로 다루고 있는데, 그런 태도가 오히려 세련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어떤 부분은 너무나 생생해서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또, 어떤 부분은 무대 위에 올려진 인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마치 마술 같은 현실주의가 아니라, 등장 인물들이 일어나는 모든 것을 꿈꾸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한 바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불안정한 현실이나 외부세계보다 등장 인물의 내면을 강조함으로써, 인간의 삶에 대한 형이상학적 이야기를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아니면, 주인공에게 어떤 비극적인 상황이 펼쳐져도 그들은 낙관주의와 끈기에 의해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소설이란 각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재창조해내는 것이니까요.

*본 포스팅은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모든 게 벅찼다. 다가올 세월을 보내며 그녀는 이 고요한 나날을 기억할 것이다. 한 해 두 해 서서히 시간이 끔찍한 것에서 견딜 만한 것으로, 이어 더 나은 것으로 옮겨갈 때 이 아름답고 온화한 나날을 가슴 속에 담고 있을 것이다.
- P82

우리가 바깥에서 놀 때 우리를 지켜보는 무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뭔가가 실제로 지켜보고 있다는 게 아니라, 인간세상에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여기 플로리다의 불모지에 와 있으니 뭔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 P95

너는 괜찮을 거다. 그가 말했다.
아빠가 하는 말에는 지혜가 전혀 없어요. 내가 말했다. 죽은 사람에게는 모든 게 괜찮죠.
- P127

별들로 흐릿하게 가려진 하늘에는 어떤 위로도 없었다. 그녀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방대한 별들의 거미줄.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를 사람들의 위로 속으로 다시 데려다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248

그녀는 그 느낌을 플로리다의 집 모퉁이만 돌면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심지어 파리에서도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던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부터의 해방으로 규정한다. 이포르는 아주 작은 곳, 아주 특색 없는 곳이다.
- P275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엄마야. 누가 너를 다치게 내버려두는 일은 없을 거야. 그녀가 말한다. 하지만 이게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말하기 어렵다. 이 약속은 너무 복잡하고, 미래는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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