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수학책 - 그림으로 이해하는 일상 속 수학 개념들
벤 올린 지음, 김성훈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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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이르는 말 ‘수포자’. 철없는 아이들이 만든 신조어는 언젠가부터 우리 수학 교육의 비루한 현실을 생생하게 대변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많게는 국내 중고생의 절반이 수포자라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점점 복잡해지는 세상의 이면에는 다양한 수학적 사고와 판단이 숨어 있고 모두가 그 원리를 이해하고 삶에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의 본질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수학의 세계와 친해지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책은 수학을 다루고 있지만 수학 문제나 해설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는, 말 그대로 ‘이상한’ 수학책입니다. 작가는 수학 문제와 풀이를 나열하는 대신 수학의 진정한 핵심, 수학 ‘개념’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로또와 유전 법칙 등에서 확률 개념은 어떻게 활용되는지, 통계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등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실 속에 당연하지 않게 숨어 있는 수학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실생활에 활용된 흥미로운 수학 개념들을 설명함으로써 왜 우리 모두에게 수학적 사고력이 필요한지 자연스레 깨닫게 해 줍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져 있습니다. 수학자처럼 생각하는 법, 쓸 만한 것들의 기하학, 확률론, 통계학,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환점인 한 걸음의 힘으로 되어 있습니다.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고, 아무리 어려운 수학 개념이라 하더라도 일상 속 이야기들로 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양이 꽤 되기 때문에 단숨에 읽기에는 쉽지 않지만,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이상한’ 책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공부해온 교과서는 암기한 공식을 활용하는, 숫자만 바뀌어 있는 정형화된 문제들을 주로 다룹니다. 간혹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소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실생활과 관련이 적거나 가상의 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핀란드 교과서는 실생활에 연관된 다양하고 흥미로운 상황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영장과 놀이동산, 동물원 등의 실제 입장권 가격을 제시한 뒤 “수영장 입장권 6장과 극장 입장권 1장을 사려면 돈이 얼마가 필요하고 얼마를 내면 거스름돈을 받을까”를 묻는 식입니다. 아이들은 실제 동네 시장을 돌며 직접 돈을 쓰면서 경험을 통해 이 과정을 익힙니다.

아이들이 수학을 즐길 수 있게 하려면 천천히 읽고 생각하며 공부를 즐길 수 있게 해야 수포자가 양산되는 지금의 상황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일상 생활의 여러 문제를 수학적 사고를 통해 설명해주는 이러한 교양 수학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 반갑습니다.

수학을 한다라는 것은 학생에게는 미리 정해 놓은대로 펜을 열심히 놀라는 행동, 이해할 수 없는 안무를 종이 위에 끼적이는 것
- P33

수학의 관심은 사물이 아닌 개념, 추상적 진실.
수학은 과학적 물리적 우주가 아니라 논리의 개념덕 우주에 산다. 수학자는 이런 연구를 창의적이라며 예술에 비유한다
- P51

등수가 분명하게 나오고 옆 사람들과 손쉽게 비교할 수 있고 보상을 통해 꾸준히 채찍질을 하는 학교의 경쟁적 분위기에서 잘나가던 사람들이 정해진 답이 없는 학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학생 때와는 다른 새로운 태도가 필요하다. 경쟁자로 길러진 사람들이 협력자로 진화하는 것이다
- P71

통계학은 불완전한 목격자다. 진실을 말하지만, 결코 진실을 전부 말하지는 않는다
- P294

모든 통계는 자신이 측정하려고 하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담고 있다.
- P357

카오스는 우리에게 겸손하라고 충고한다. 카오스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거듭 가르친다
- P456

가끔은 내가 금방이라도 세상을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뉴스를 보면 세상은 어느새 파악할 수 없는 이상한 모양으로 또다시 바뀌어 있다
- P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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