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갤러리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 2
김영범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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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각 철학들의 뿌리와, 각 사상들이 싸웠던 반대 사상들을 보기 쉽게 정리했다. 이런 대립과 계승 구조화는 이 전에 읽었던 철학사 책들에 비해 이 책이 더욱 빛나게 한다. 그리고 다루고 있는 철학자의 폭도 넓은 편이다. 하지만 이 책 역시 다른 책들만큼, 딱 그만큼 부족한 점들이 눈에 띈다. (따라서 철학사를 공부할 때는 여러 책들을 비교해 접해야 한다.) 근대 철학과 현대 철학에서는 어느 정도 만족하지만 특히 중세에서는 설명 폭이 좁은 경우가 종종 보인다.

 

 

예를 들자면 고대 철학 저자가 “피타고라스의 관심은 질료가 아니라 형식”임을 말하고 플라톤과 연결시킨 건 좋은 설명이다. 그리고 헤라클레이토스가 불을 ‘아르케’로 보지 않고 단지 설명방식으로 보았다는 설명도 효과적이다. (다만 판타레이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빠져서 아쉽다.^^;;) 개별 설명뿐 아니라 플라톤이 기하학을 중시하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생물학을 중시 했다는 이야기 같은 비교, 당시의 건축 양식 변화 같은 배경 지식 등 볼 거리도 풍부한 편이다. 견유학파의 교훈처럼 각 철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하는 내용도 많은 편이다

.

 

그러나 이런 좋은 점들이 중세 철학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저자는 단순히 “아우구스티누스가 플로티노스에게 빚을 졌다”(149p)고 말하는데, 아우구스티누스는 초기사상과 후기 사상이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그는 “신앙은 찾고 이성은 발견한다.”고 하면서 이성의 제한됨을 분명히 말했는데 이런 점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사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계시에 근거하지 않은 이성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결코 완전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이성관은 “알기 위해서 믿는다.”는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믿음이 “권위와 이성의 이중적 힘”에 의해 생긴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믿음은 자신에게 권위 있게 증거 된 계시에 의존해서만 시작될 수 있으며 그것이 아우구스티누스의 이성적 탐구의 기초 조건이 된다. 따라서 저자가 데카르트 편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차이를 언급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 편에서 데카르트를 언급하는 건 줄여야 했다.

 

 

(그리고 아벨라르의 연애 사건은 언급하는 저자가 왜 아벨라르가 당한 거세 사건은 말 안했을까? ^^;;)

 

 

 

근대는 대부분 설명이 좋다. 하지만 부족한 점 위주로 지적하면, 먼저 저자의 이야기처럼 데카르트의 신 개념이 이신론에 ‘가까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과학 법칙 등을 발견한 뒤에 성당에 예물을 드리기도 했으며 그의 사상에 ‘상각하는 나’를 보장해주는 존재는 ‘신’이었다.(라이프니츠가 말한 단자와 실체를 이야기에서도 신의 존재는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스피노자 이야기에서도 스피노자의 신론이 ‘범신론’이 아니라는 점은 잘 지적했지만, ‘범재신론’이란 표현은 사용하지 않아서 아쉽다.

 

 

그러나 이런 부족한 점에도 불구하고 근대철학과 현대철학은 칸트의 ‘물자체’ 설명처럼 깊이도 있는 편이고, 피히테나 바슐라르, 또는 후대의 라캉처럼 넓은 영역을 다루기에 다른 철학사 책에 비해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러셀이 빠진 건 아쉽다.)

 

 

‘일반 교양 독자’를 위한 책이기 때문에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건 무리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정도 두께에 이만하면 충분한 설명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주려 했다고 말한 ‘서로 교차하며 싸우고 보충, 수정하는 과정’은 충분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책에서 강조하던 핵심 하나가 흐릿하게 남아서, 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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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에 대하여
쇼펜하우어 / 하문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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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말하는 사랑이지만 철학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주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을 말하는데,  세상을 무가치한 듯 바라보는 염세주의와 달리 여기서는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사랑은 여전히 이 세상에 존재한다." 고 말하거나, "우리의 삶 중에서 가장 시적이며 아름다운 삽화는 바로 사랑이다."라며 세상에 속한 '사랑'을 긍정한다.

 

에리히 프롬이 쓴 '사랑의 기술'이 철학 분위기가 나는 '심리학'이었다면, 이 책은 종종 '심리학 분위기가 나는 철학' 냄새를 풍긴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엄숙한 주제를 너무나 간단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사랑이  운명적으로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적극적이기보다는 수동적으로 사랑을 한다.  사랑을 위해 내가 먼저 무엇인가를 헌신하지  않아도 언제인가는 그 사랑이 저절로  다가올 거라는 환상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은 비극적이고 불행한  삶을 만들뿐이다. 사랑은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과정 속에서 생성되지 않는다. 사랑은 언제나 능동적이다. 

"사랑을 만드는 지혜 5번

(이 책에는 이렇게 다른 책들에서 말하는 이야기와 유사한 말이 자주 등장한다.)

 

저자는 사랑이 형이상학적이면  절대적인데, 특히 남.여간의 사랑은 이성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18년이란 나이차이가 있다면 지금 처럼 사랑하기 어려울 거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공감하지 못할 사람들도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성을 사랑하는데 가장 중요한 걸로 '연령'을 꼽는 저자의 주장에 공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1세기 경 로마 에서는 이런 나이 차가 먾이나는 연인도 꽤 있었다고 들었다.)

 

사랑이 성욕과 밀접하다는 주장은 심리학 서적에 많이 나오기 때문에 새로울 건 없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강력한 사랑의 힘에 대해 사랑을 '자기 존재의 회복'으로 보고,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혹한 형벌이자 축복"으로 보는 일은 철학적이다.

 

그러나  21번에서 분명히 말하는 것처럼,  저자는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꿈이나 환상과 달리 사랑의 최종 목적을 "후손을 낳는 것"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저자는 책의 여러 부분에서 '인류 생존과 계승'을 사랑의 가장 큰 요소로 말하는데, 이 문제를 '연인에 대한 찬사'보다 앞에 두기 때문에, 철학이나 심리학이 아니라 '생물학' 느낌도 강하다. 

물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랑을 바로 이해하기 위한 첫번째 작업은 사랑의 진정한 주인은 지금 이 순간에는 존재하지 않지맘 나중에 태어날 다름 세대라는 걸 인식하는 일이다."  고 하지만, 사랑의 목적을 후손으로 삼는 저자의 말을 인정하지 않을 사람들도 현대에는 많을 것이다.

 

사람이 자신에게 부족한 특질을 가진 가진 이성을 선택한다는 쇼펜하우어의 관찰이 심리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열렬한 사랑에 정열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남자와 여성의 차이는 여러 심리학 서적에 나와 있는 내용이니 건너 뛰더라도 남을 내 방식대로 움직이기보다 나 자신의 삶을 보다 건전하게 발전시키라는 조언은 생각할 가치가 있다.

 제목은 희망에 대하여지만 이렇게 중매 결혼과 연애 결혼의 차이까지 제세히 다르는 이책은 차라리 '사랑에 대하여가 더 적당하지 않았을까?'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를 나 자신으로 보는 저자는 모든 선택과 책임도 '나에게 둔다.' 이런 독립성은

"독서에서 얻을 수 있는 사상은  아무리 고귀한 것이라고 해도 그대의 사색에서 우러나오는  지식보다는 못하다. "는 본문에도 잘 드러난다.

 

저자는 학문에 대해서도 '배움'보다 '   '발견과 창조'를 더 강조한다.  남의 생각을 받아들이려는 '독서'보다 '자신의 사색'을 강조하여 말하는데, '철학'에선 어느정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일반 학문에서는 내가 하려던 연구를 남들이 다 해놓은 경우가 있어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독서'의 반대쪽에 균형을 잡기 위한 추로 '사색'을 두는 건 건전하다.

 

 

(정리하다보니 앞부분 내용에 너무 집중해버렸다.ㅠㅠ)

 

제목은 '희망에 대하여'지만 사실 대부분 내용이 '사랑'에 대한 내용이고, '인생을 즐기기 위한 개인의 책임과 자유'처럼 인생론에 가까운 내용도 많이 있다. 설계하고 목표 했던 일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으니 현제와 미래에 더 집중하라거나 미래의 재앙을 두려워 하지 말라, 또는 과거에 집착하지 말하는 말은 그저 그렇게 흘려보낼 수 있지만  '염세주의'라는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라 더 관심을 끈다.

 

'희망을 강조하는 염세주의자.'

사회가 심어준 생존 욕구에 속지 말라거나, "인간은 결국 혼자서 살 수밖에 없으니 타인에게 의지하려거나 타인의 시선에 의지하지 말라."고 외치는 본문은 그의 사색 찬미와 어울려 독립성을 잘 보여준다.

 

종교에 대해서도 '반 종교성'을 보이진 않는다. 다반 철학을 종교보다 위에 놓고 종교를 '필요악'으로 볼 뿐이다.

 

 사실 어떤 조언들은 심리학 서적들에서 이미 읽었고, 어떤 내용들은 진부 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얻을 것은 사랑에 대한 통찰들과 더불어, 사색을 통해 쇼팬하우어의 이 책에서 조차 독립할  수 있는    '자유'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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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망친 10권의 책 - 그리고 세상에 도움 되지 않는 5권의 책
벤저민 와이커 지음, 김근용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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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망친 10권의 책: 그리고 도움되지 않은 5권의 책'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사실 저자가 좁은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더 평가가 안 좋은지도 모르겠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책의 저자가 위대하다고 알려진 10권의 책에 대해 일반적인 사항만을 가지고 비판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비판의 대부분에 대상이 되는 원문을 함께 이야기 하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탄탄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윈은) "더욱 약하거나 열등한 사회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결혼하는 것" 만큼은 규제하거나 혹은 "결혼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책127p에 인용한 찰스 다윈의 <인류의 유래>, 1권 5장 168p-

 

또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문명화된 인종이 미개한 인종을 몰살할 것이며, 그 빈자리는 다른 인종으로 채워질 것이다." -찰스 다윈-

 

 

  이렇게 비판 대상 책과 이 책에 영향을 받은 다른 책들을 직접 인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비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각 사상가의 상황이나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서 비판했을 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마키아벨리가 보았던 당시의 무서운 사회나, 노예제도를 반대한 다윈, 또는 '밀'이 쓴 '공리주의'가 나올 당시 노동자들의 비참한 환경처럼 각 책들이 갖는 역사적인 맥락과 배경도 상당부분 다루고 있어서 비판 대상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넓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사실 비판 대상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 가치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예를들어본다면 홉스의 '리바이어던'이나 밀의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의 경우, '기독교', 또는 어떤 '절대적인 기준'(종교인들에겐 '신'이고 플라톤에겐 '이데아', 또는 칸트의 '정언명령' 같은 어떤 기준점)등이 있을 때 가능한 비판이다.

 

 

아마도 이 책이 받는 여러 비판들은 저자가 가진 특정 기준점이나 관점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 있는 '위대한 책들' 중 내 기준에서 봐도 별로 위대하지 않았던 책들이 섞여 있다는 점도 아쉽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 당시에는 큰 영향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사실 히틀러가 그런 끔찍한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건 그 책 자체가 갖는 힘 보다는 괴벨스 같은 히틀러 아래의 선동가들이나, 히틀러가 말과 행동으로 독일인들에게 심어주었던 생각들이 더 크지 않을까?(히틀러가 괜히 TV나 라디오 같은 방송을 보급하고 올림픽을 유치한 게 아니다. 그는 이런 것들 하나까지도 선동을 위해 사용했다.) 그리고 그의 책이 당시에는 큰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책을 고전이라면서 읽는 사람도 없다.

 

 

  14장에서 다루는 킨제이의 '남성의 성적 행위' 역시 킨제이 연구소에서도 인용을 거절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저작으로 알려져 있고, 15장 프리던의 '여성의 신비' 역시 그녀의 전기 집필자 '다니엘 호로비츠' 부터가

 

"(가정주부들에 대해)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것은 무엇이든 끄집어내어 확대하고 행여나 긍정적인 부분이 있으면 일절 언급하지 않았으며, (중략) 자료를 왜곡했고 (중략)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이 대두되면 철저하게 무시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주장을 키워나갔다.(293~294p)"

 

 

고 말하는 책이기 때문에 이미 이 책에 대한 비판은 알려져 있다.

 

    물론 297p에 인용한  '버락 오바바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어느 모금 행사에서 말했던 발언'이 놀랍게도 프리던의 주장과 일치한다는 점 등으로 보아 이 책들의 영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연결 고리가 분명하진 않다.

 

 

    그러나 아무리 이 책이 '기독교'라는 좁아 보이는 관점으로 각 저서와 사상가들을 비판한다 해도, 벤저민 와이커는 많은 부분에서 원전에서 인용한 분명한 본문을 두고 명확하게 비판하기 때문에,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사상가들의 이면을 알 수 있다.

 

 

  니체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저자는 니체가 노예나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을 비판했던 이유를 그가 일종의 '귀족사회'로 돌아가기 원했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이 근거로 와이커는 1884년에 발견된 니체의 편지 내용들을 직접 인용하면서 "내가 세상을 지배하겠다.", 는 니체의 말이나 '니체 시저'처럼 니체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 본문을 직접 보여주기 때문에,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통해 위대한 사상가의 이면을 볼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따라서 와이커와 다른 토대를 갖기 때문에 그에서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여기 나온 15권의 책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보고, 그 내용을 자기만의 것으로 얻어 갈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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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새뮤얼 이녹 스텀프.제임스 피저 지음, 이광래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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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문체로 깊이 있는 내용까지 잘 다루고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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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새뮤얼 이녹 스텀프.제임스 피저 지음, 이광래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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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과 상관 없는 내용을 먼저 이야기 한다면, 아래 여러 독자들의 리뷰와 마찬가지로, 지금의 번역은 대부분의 오역이 교정되었기 때문에 원문의 의미가 왜곡된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다루고 있는 철학들의 수준을 볼 때,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내용을 잘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의 책임감도 좋은데, 판본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역 판본들은 아직까지도 열린책들에서 교환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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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적인 특징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교양 철학서적들과 달리, 엠파도클레스, 플로티노스, 스코투스 등과 같이주류라고 보이지 않는(고교 윤리 시간처럼 일반적인 교양 수준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철학자들까지도 자세히 다루고 있으며, 각 철학들에 대한 평가 역시 충실하다.

 

좀 더 예를 들면,‘가능태와 현실태로서 형상과 질료’같이 잘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의 핵심 내용 외에도근본 전제는 논증되지 않는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처럼 일반 교양 수준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세부 내용이 많다.

 

게다가 필요한 경우에는 각 철학이 가진 약점들 또한 잘 지적하고 있는데러셀의 분석 철학(논리적 원자론)에 대해 "<일반적인 사실>에 해당하는 원자적 사실은 없다. 게다가 그 이론 자체에 대한 설명이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같은 반박은 개별 철학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검증 원리 자체가 검증 불가능하다는 논리 실증주의에 대한 비판 역시 비슷한데, 철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도 타당해 보인다.  (과학적 명제에 대한 예측하는 언명이나 검증을 구성하는 일 등 여러 내용이 있으나 본 서평의 목적에 따라 생략한다.)

 

물론 그런 비판들이나 보충이 다른 철학자가 했던 비판을 인용한 것인지는 모른다. 그리고 분명히 특정한 몇몇 사상들에 대해서 유독 비판적인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후설, 라일, 로티, 후대의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이르는 넓은 철학사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러셀의 서양 철학사에서 빠진 내용들을 보충하기에도 좋으며, 반대로 이 책으로 보다 넓은 공부를 한 뒤에 러셀 등의 책과 비교해보는 일도 의미 있게 보인다.

 

그렇다고 이 책 내용에만 의지해 각 철학에 대한 입장을 세우는 건 조금 위험하다. 이 책 역시 원전이 아니고 제한적인 설명만 하기 때문인데 예를들면, 파스칼의도박 논증에 대한 반박이 없으며, 무엇보다 저자가 이를 '신 존재 증명'과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도박 논증을 신 증명으로 보는 경우에는 이 논증에 대해, 기존의 신과 달리기독교인들을 지옥에 보내고, 불신자들을 천국에 보내는 신을 가정하면 한번에 반박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논증은 '신 존재'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이 논증을 신앙에 대한 변호로 보는 경우에는 기독교의 신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파스칼의 논증과 마찬가지로 지혜로운 선택이 되며, 심지어 위에서 설명한 기독교와 반대되는 신을 가정하는 경우에도 기독교인만 천국으로 인도하는 신기독교인만을 지옥으로 인도하는 신이 있을 확률은 모두 같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의 근본전제나 칸트의 주장처럼 이런 영역의 것은 이성이나 과학으로는 예초에 증명이나 반박 자체가 불가능하다.> 최소한 그 신앙은 50/50의 확률을 가진 정상적인 선택이 된다.) 


어차피 도박 논증이나 칸트의 도덕론적 증명은 신 존재 증명이 아니라 '신앙에 대한 변호'이다.

 



   

게다가 로티,샤르트르, 퐁티 같은 현대 철학자들도 잘 다루고 있지만, 지면상의 한계인지, 아니면 저술 시기 때문인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철학자들은 대부분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항목 아래에서 일반적인 설명만 한 장 가량(두 쪽이라는 의미) 하고 있어서(물론 그 배경이 되는 이전의 철학자들이나 일반적으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구분하는 로티 등은 충분히 나온다.), 각 철학 사조들을 연결시키거나 비교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물론 베르그송의 제논 비판처럼 직접적인 경우는 잘 다루고 있지만 시대가 다른 철학자 간의 비교는 적어 아쉽다.


(직관에서는 파스칼과 배르그송 등을 비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시대가 다른 철학자들끼리의 비교는 거의 없다. 단지 베르그송이 직접적으로 비판한 제논의 역설정도만 언급할 뿐 사상 비교는 조금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서양 철학사 전반에 대한 흐름을 쌓을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비판까지 생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책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과는 상관 없지만 철학사를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윌 듀란트가 했던 말이 생각나서 마무리하는 김에 적어 본다.

 

과학은 우리에게 지식을 준다. 그러나 오직 철학만이 우리에게 지혜를 줄 수 있다.”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와 그 원서인  'Socrates to Sartre and Beyond' 7번째 판본[원서는 아마존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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