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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잔치는 끝났다 ㅣ 창비시선 121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른엔 뭔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서른엔 뭐가 될 줄 알았냐?” 이런 표현들의 원조는 아닐까 하는 제목,
흔하게 보이는 제목이라는 건, 그만큼 지금도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세상에 분노, 짜증, 애정, 연민, 냉소. 조롱 그 모든 것을 쏟아낸 시인은 결국 마지막 시인 ‘詩’에서 자신의 시가 적은 사람에게라도 기억되어 누군가에게는
“나는 내 시가 동전처럼 닳아 질겨지고 싶다.”는 얼핏 소박한 듯 보이지만 모든 시인의 최종 목표인 원대한 꿈을 그린다.
그 안의 사랑 노래, 서른, 짧다면 짧고, 어느 정도 늙었다면 늙은 나이.
지하철에서1
나는 보았다.
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60쪽)
세상을 조롱 할 줄도 알고
지상에서 제가 일용할 양식
일용할 몸, 일용할 이름
날마다의 고독과 욕망과 죄, 모두 함께 돌려드리니
부디 거둬주시죠 -92쪽 영수증 중
이렇게 절대자에게도 따져보기도 하는 그런 현대인의 모습,
다시 말하면, 서른이라면 이제 현대 물질에도 환멸을 느끼고, 짝사랑에도 조금은 덤덤하게 냉소할 수 있는 나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확실히 시인의 시들은 세상의 모든 모습과 전투하는 느낌이다. 그게 사랑이든, 꿈이든, 세속 가치든......
시인은 그 모든 것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절제된 언어로 노래한다. 그 모습 자체가 현대인이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는 노래이리라.
누구나 한 번 즈음 해봤을 노래, 하게 될 노래, 언젠가 듣고 눈물 흘릴 노래.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 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서른, 잔치는 끝났다 - 1연 - P10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서른, 잔치는 끝났다 - 마지막 행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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